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82
대지 곳곳이 파괴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궁의 건물들은 가루가 되었고 성물인 천요고를 제외한 모든 것은 천위의 압박에 한 줌 먼지가 되어갔다. 심지어 하늘마저 무너져 내릴 듯했다.
이것이 바로 천위였다. 천위 아래에서는 누구든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굴복하지 않으면 죽음뿐이었다. 하늘의 살기를 일으킨 자는 반드시 죽음을 맞게 되었다.
한데 제도가 폐허가 되려는 그 순간, 강력한 분노의 기운이 땅속에서 미친 듯이 솟아올랐다.
“천벌은 무슨! 잡놈의 자식, 너희들이 감히 우리 천요군의 제도를 망가뜨리려 하느냐!”
“빌어먹을 놈들! 이자가 죽어야 할 자라면 천벌은 훨씬 더 죽어야 할 존재다!”
“하하! 천벌이라니, 좋다! 이 몸이 천벌에 응해 모습을 드러냈으니 오늘 너희들에게 무엇이 진짜 위력인지 보여주마!”
분노에 찬 포효에 이어 폐허가 된 제도의 땅속에서 거센 폭발음과 함께 다섯 갈래의 거대한 폭풍이 튀어나왔다. 천위의 압박 아래에서도 그 기운은 꿋꿋이 1백 척이나 위로 솟아올랐다.
요고(妖鼓)
백발이 성성하고 두 눈에서는 기이한 빛을 번득이는 다섯 노인이 그 기운들에 감싸여 있었다.
이 노인들은 겉모습만 봐도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옷을 걸치지 않아 드러난 비쩍 마른 상반신에서는 야만적인 기운이 풍겨났다.
이때, 붉은 구름이 격렬하게 요동치더니 다시 3촌 아래로 하강했다. 이에 따라 제도의 대지에 균열이 일었다. 한제의 전신에서는 핏방울이 배어나왔고 뼈마디가 어긋나는 듯한 소리가 났다. 태산을 짊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가 딛고 선 대지도 무너져 내려, 두 다리가 무릎까지 땅속으로 박혀들어갔다.
천위를 따라 강림한 압박감은 그의 심신에도 영향을 미쳤다. 엄청난 위엄이 어린 목소리가 한제의 원신에 대고 포효하는 듯했다. 한제는 그에 저항하듯 고개를 들어 하늘을 노려보았다.
하늘에 나타난 다섯 노인은 이런 상황이 전혀 힘들지 않은 듯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 과연 선조께서 말씀하신대로 천위는 별것 아니었어.”
“헛소리! 선조께서 언제 그러셨나? 천도가 별것 아니라고 하셨지.”
“둘 다 잡담은 그만 두게. 나는 선조들께서 남기신 모든 책을 적어도 1백 번 이상은 보았네만 그런 말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노인들은 서로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말다툼을 했다.
그러는 동안 천위는 더욱 짙어졌고 붉은 구름은 이제 8촌씩 하강했다.
땅이 갈라지는 소리에 이어 고리형의 파문이 일었다. 이 파문은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땅속에서 뱀처럼 꿈틀거리며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후려치기라도 한 것처럼 다섯 노인은 땅바닥으로 처박혔다.
한편, 한제의 몸에서는 끊임없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반쯤 지면에 파묻힌 몸은 점점 가라앉아 이제 겨우 상반신만 땅 위로 올라온 상태였다.
그때, 다섯 노인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했다.
“난 고요의 후대로 고요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는 천도의 속박에서 벗어나 있다! 이 빌어먹을 천벌!”
노인들은 욕을 지껄이며 하나둘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들의 몸에서 요력이 피어올라 천요성 전역을 뒤덮었다. 노인들은 계속해서 떠오르며 붉은 구름에 접근했다.
그 순간, 천위가 다시 위력을 발휘하면서 붉은 구름이 한 번에 10척이나 아래로 내려왔다.
온 천요성이 재로 변할 것만 같았다. 대지에서는 더욱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균열이 일었고 그 틈도 점점 커졌다. 눈 깜짝할 사이 천요성의 대지는 여러 갈래로 찢어졌다.
“큭!”
한제는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체내에서 뭔가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순간 깊은 구덩이를 남기며 땅속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붉은 구름을 향해 달려들던 노인들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허공에서 다시 뚝 떨어져 내렸고 이에 지면에서는 다섯 개의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빌어먹을! 나의 천요성을 감히 이렇게 만들다니, 끝장내주마!”
깊은 구덩이 안에서 한 노인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노인은 구덩이 밖으로 기어 나오더니 하늘에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한편, 한제는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체의 상황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전신의 감각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의 경맥은 마디마디 끊어졌으며, 온몸의 뼈 역시 가루로 부서진 상태였다.
하늘에 굴하지 않는 자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었다.
허나 한제의 두 눈에는 다시 반항의 빛이 어렸고 여전히 불굴의 의지가 번득였다. 몸이야 제압될 수 있고 원신도 붕괴될 수 있지만 그의 도심만큼은 그 무엇과도 타협이 불가능했다.
“하늘에 거역하여 수련하려는 자는 천도의 징벌을 피하고자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아득한 목소리 하나가 돌연 한제의 심신에 울렸다.
“천도는 거역의 뜻을 품은 자가 도망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음속에 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은 자는 애초에 거역하지 않을 자이기 때문이다. 천도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피하지 않고 생명을 걸고 싸우기를 택하는 자다. 천도는 그런 자를 제거하려 하지. 너는 그 길을 택한 첫 번째 사람도 마지막 사람도 아니다.”
그 목소리는 쉬지 않고 울려댔다.
“다른 사람들은 문정에 이를 때 순종하거나 피하여 천벌을 일으키지 않는다. 허나 너는 맞서 싸우기를 선택했다. 천벌이 강림한 것은 그 때문이다. 천도는 세 번째 거역자의 출현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주 오래 전, 우주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 천도와 같은 나이인 어느 종족에는 무궁무진한 힘으로 도를 이루고 하늘에 거역하려는 이도 있었고 놀라운 신통력으로 하늘에 대항하고자 한 이도 있었으며, 살육을 통해 피비린내를 풍기며 생명을 소멸시켜 죽음으로써 하늘을 변화시키고자 한 이도 있었다.”
한제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들은 자기 스스로를 고(古)라고 일컬었다. 천벌은 그들을 소멸시킬 수 없었고 천위 또한 그들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그들은 세상에서 처음으로 하늘에 거역한 생명이 되었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고 일족은 분열되었다. 무궁무진한 힘을 가진 이들은 고신(古神)이라 스스로를 칭했고 살육으로 도탄을 만든 자들은 스스로를 고마(古魔)라 스스로를 칭했으며, 신통력으로 대항한 이들은 스스로를 고요(古妖)라 칭했다! 이들이 바로 두 번째로 하늘에 거역한 생명이다!”
아득한 목소리가 한제의 심신에서 메아리쳤다. 이때 한제의 육신은 이미 붕괴된 상태였지만 심신만큼은 굉장히 침착하고 안정되어 있었다.
“너는 고요인가?”
“나는 고요다.”
한제는 침묵했다.
“다만 나는 온전치 못하다. 난 정신을 차린 순간 천요고 안에 존재했고 그 안에서 천요고의 가죽이 당시 나의 것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천요고로부터 아주 멀리까지는 벗어날 수 없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몇몇 신통력을 통해 용담을 만들고 주민들을 교화시켰다.”
고요의 목소리는 계속됐다.
“나는 이 요령의 땅에 있는 나머지 여덟 부족에도 나와 비슷한 존재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들 역시 나처럼 각자 용담과 비슷한 장소를 만들어 주민들을 교화시켰다. 나와 그들은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소통을 해왔다. 하지만 여태까지 생각을 통일시키지는 못했지. 그 존재들은 서로를 삼켜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고자 했다.”
태고의 존재들에게도 분쟁과 이기심은 어쩔 수 없는 모습인 듯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완전한 상태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 요령의 땅에 존재하는 아홉 부족은 오랜 시간 전쟁을 벌여온 것이다. 수련자들의 출현은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던 이 오랜 전투에 변화를 가져왔지. 너희 수련자들이 이 요령의 땅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돌연 나타나서 내게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한제가 생각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맞다. 난 네 몸을 원래대로 회복시켜줄 수 있다. 천벌을 무사히 넘기게 할 수도 있고 천요군 안에서라면 충분한 권리도 줄 수 있다. 날 위해 나머지 여덟 개 군에 있는 성물을 가져다준다면 말이다!”
한제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느릿하게 말했다.
“요령의 땅이 이렇게 오랜 시간 존재해오는 동안 나처럼 하늘에 거역하고자 한 수련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건가?”
한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요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네가 첫 번째 거역자는 아니나 고신결을 수련한 자는 네가 처음이다. 난 네 몸에서 고대 신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교화한 주민들은 나의 힘을 견딜 수 없었다. 수련자들의 몸은 이 땅의 원주민들보다는 조금 더 강하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나의 힘에도 견딜 수 있지. 너는 누구보다도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이다.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한제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좋다. 나의 몸을 회복시키고 천벌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다오.”
“원한다면⋯⋯.”
목소리가 답했다.
그 순간, 땅속에 묻혀 있던 한제의 육신은 엄청난 힘에 뒤덮이면서 빠르게 회복되었다. 끊어진 경맥은 이전보다 더 견고한 상태로 다시 이어졌다. 뼈 또한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강도가 높게 응집되어 완벽하게 회복됐다. 살과 피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선력이 경맥을 따라 온몸을 맴돌았고 동시에 온몸을 뒤덮은 엄청난 힘이 돌연 수축하여 체내로 들어왔다.
그 무렵, 다섯 노인은 구덩이 밖으로 기어 나와 한창 욕설을 지껄이고 있었다. 한데 순간, 그들이 동작을 우뚝 멈추더니 조용히 고개를 돌려 모두 한곳을 보았다.
“이⋯⋯ 이것은… 선조 어르신의 기운 아닌가?”
한 노인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중얼거렸다.
그 순간, 한제가 깊은 구덩이에서 솟아올랐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눈을 감은 그에게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요력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천위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했다.
하늘로 솟아오른 그의 몸에서 발산된 요력이 등 뒤에 응집되더니 순간 1천 척 높이의 거대한 허상이 나타났다. 검은색에 가까운 보라색 가죽에 머리에는 뿔이 달린 허상은 한제처럼 두 눈을 감고 있었고 온몸에서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
이 순간, 붉은 구름에서 격렬한 포효와 천둥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엄청난 재앙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듯했다.
다섯 노인은 입을 헤 벌린 채 한제 뒤의 허상을 바라보았다.
“정말 선조 어르신이다!”
“선조 어르신이 나타나다니! 그렇다면 저자가 선조 어르신께서 그렇게 오랜 시간 찾아 헤매던 그자인가?”
그때, 붉은 구름이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이제 한 번에 10척, 20척, 30척 씩 하강해 순식간에 1백 척을 내려왔다.
콰르릉!
요란한 소리에 천요성 곳곳이 무너져 내리면서 깊은 구덩이를 남기며 땅속으로 파묻혔다.
천요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 천요성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거대한 분지만이 있었다.
허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분지 끄트머리에는 곳곳에 생긴 균열이 끝도 없이 뻗어나가 대지가 계속해서 무너져 내리면서 분지는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붉은 구름의 하강에 따른 압박과 천위의 강림 역시 끝나지 않았다. 붉은 구름은 1백 척 아래로 내려온 뒤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압박을 해왔다.
한제는 천위의 압력이 가해지는 그 중앙의 허공에 떠 있었다. 허나 끊임없이 천위가 강림하는 그 순간에도 그는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자리에서 잠이라도 든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한제가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두 눈을 번쩍 떴고 그 순간 그의 뒤에 있던 고요의 허상 역시 두 눈을 부릅떴다. 이어서 한제는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붉은 구름을 가리켰다. 그의 손짓에 따라 고요의 허상 역시 거대한 손을 하늘을 향해 들었다.
허나 이는 사실 한제가 아니라 고요의 허상이 먼저 움직인 것이었다.
“멸도(滅道)!”
고요와 한제가 동시에 입을 열었으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제의 것이었다. 미약하게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그 한 마디에 하늘을 뒤덮을 듯한 요기가 한제와 고요의 허상에게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한제의 몸과 고요의 허상은 마치 예리한 검처럼 곧장 붉은 구름을 향해 달려들었다.
분노한 듯한 번개 소리가 더욱 격렬해지더니 붉은 구름이 급격하게 아래로 내려오면서 눈 깜짝할 사이 한제와의 거리를 좁혔다.
고요의 손바닥과 한제의 손바닥이 붉은 구름과 충돌했다.
콰아아!
그 순간, 광풍이 불어닥쳤고 붉은 구름에서 일어나는 번개의 포효가 하늘 가득 울렸다.
한제는 땅에 내려섰다. 그의 두 다리가 땅에 닿는 순간, 거대한 파동이 퍼져나가면서 반경 10만 리의 대지가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