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86
“커헉!”
한제는 심신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허공에서 바닥으로 뚝 떨어졌고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평소였다면 심신에 손상을 입더라도 순간이동을 통해 자리를 떠났을 테지만 지금 한제는 고개를 번쩍 들어 전의와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웃음소리가 들려온 곳을 노려보았다. 부상은 그의 전의를 꺾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을 했다.
한제는 저물대에서 단약을 꺼내 삼킨 뒤 몸을 날려 웃음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돌진했다.
“죽인다!”
한제의 마음속에는 오직 죽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화범하여 일반인으로 살았을 때 지워버렸던 살성(殺性)이 승선과의 자극에 의해 미친 듯이 폭발했다. 당시 수마해와 조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흉포한 성정이 돌아와 한제의 체내에서 눈을 떴다.
한제는 한 줄기 유성처럼 잔영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타오르는 유성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신식을 통해 어렴풋이 느껴지는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검은 탑 안에서 다시 한 번 갑옷이 멸시를 담아 코웃음을 쳤다.
한제는 다시 한 번 피를 토해냈다. 허나 눈에 어린 광기는 한층 더 짙어진 상태였다.
그는 저물대에서 10만 개에 달하는 승선과를 꺼내더니 손을 힘껏 움켜쥐었다. 열매가 하나하나 부서지더니 과즙이 한데 모여 제련을 거쳤고 순식간에 또 한 방울의 즙으로 응축되었다. 요사스러울 정도로 새빨간 즙이었다.
한제는 그것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그 순간, 한제는 온몸이 폭발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체내의 피가 극한의 속도로 빠르게 몸을 맴돌았다. 또한 한제의 몸에서는 한층 짙어진 전의와 광기가 발산되었다.
이어서 한제는 저물대에서 술주전자를 꺼냈다. 이는 돌문 안의 별채에서 가져온 것으로 그 안에는 열 방울 정도의 선액(仙液)이 들어 있었다.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술주전자를 들어 한 번에 네 방울의 선액을 삼켰다.
그 순간, 선력이 마치 무수히 많은 번개처럼 한제의 경맥에서 진동했다. 만약 문정기에 이르러 경맥이 강화되고 고요 덕분에 경맥이 훨씬 강해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한제는 이 충격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한제는 머리를 휘날리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검은 탑의 갑옷은 안쪽에서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며 생각을 통해 목소리를 전했다.
“미친 건가! 저자가 정말 이곳을 찾아온다면 몸을 의탁하고 있는 이 갑옷에 손상이라도 생긴다면⋯⋯ 그거 절대 안 돼!”
한 줄기 살기가 탑 안에서 뿜어져 나와 허공에 녹아들었다.
한제는 그 살기가 달려들던 순간 몸을 우뚝 멈추더니 더욱 짙은 전의와 광기를 드러내며 기합을 넣었다. 체내의 선력이 폭발할 듯한 기세를 내뿜었고 이에 그는 한층 빠른 속도로 돌진할 수 있었다.
이때 한제는 마치 한 덩어리의 화염 같았다. 갑옷 안의 존재가 그 불을 끄려 할수록 한제는 오히려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사실 한제는 연속적인 공격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승선과의 자극 덕분에 그의 신체가 완전히 파괴되기 전까지 원신이 사라질 염려는 없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심한 중상을 입는다 해도 한제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멈춰라! 멈추란 말이다!”
검은 탑 안에서 발산되는 분노는 더욱 커졌고 그 기세로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허나 선력과 승선과의 기이한 조합으로 인해 한제는 죽지 않고 버텨냈다. 심지어 폭발적인 선력 아래 육신까지 멀쩡한 상태였다.
“죽어!”
신식은 약간의 두려움을 담아 외쳤다. 한제의 상태를 접하자 불길한 예감이 스친 것이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다면 건드리지 않는 건데…”
신식의 분노는 허공을 뚫고 한제의 몸에 적중했다.
“커헉!”
한제는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눈빛도 약간 어두워졌지만 그 안에 깃든 전의와 살기는 여전했다.
“적멸!”
한제의 입에서 야수의 포효와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적멸지는 일체의 생기를 흡수하여 만물을 말려 죽이는 힘이었다. 그 힘이 한제의 광기 어린 의식 속에서 발휘되었고 그 힘에 의한 파문이 그의 체내에서 분출되어 허공에 녹아들었다. 그러자 한제 아래의 대지에 있던 모든 풀과 나무가 노랗게 말라버렸다. 한제가 이동함에 따라 그 아래 있는 모든 생명체가 죽음을 맞았다.
죽음을 맞은 그것들은 줄기줄기 하얀 기운을 피워 올렸고 이는 한제의 체내에 녹아들어 붕괴 직전인 한제의 원신과 육신을 복구시켰다.
미친 듯한 전의(戰意)
한편, 화요군에서는 남색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등에 큰 칼을 멘 채 말에 올라 3만 명의 요병을 이끌고 있었다. 검초십이자 중 한 명인 이 남자의 이름은 자서. 그는 영변기 후기 절정에 이른 수준으로 화요군에서 도총의 직위에 오른 상태였다. 그는 사형들과의 회의를 위해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때, 자서는 표정이 급변해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 줄기 유성이 휙 소리를 내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굳은 눈빛으로 그것을 자세히 바라보다가 긴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문정기 수준이다!”
그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뒤쪽에 있는 부하 요병들 속으로 몸을 물렸다. 저 문정기 수준 수련자의 기분이 썩 좋지 않음을 눈치챘기에 분노를 사지 않으려 한 행동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비행하는 동안 대지 곳곳의 생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서로 방향이 달랐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곧장 방향을 돌려 달아나야 했을 터였다.
한제는 아래쪽의 상황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에 담긴 것이라고는 오로지 죽음뿐이었다.
이때, 허공에서는 살기를 품은 초조한 코웃음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전보다 더욱 강한 기운이 담긴 그 소리에 한제의 몸이 잠시 멈칫했고 그는 또 한 번 피를 토해냈다.
그의 몸은 곧 조각날 듯했고 원신 역시 흩어질 것만 같았다. 허나 대지로부터 흡수한 생기로 원신과 육신을 보양하며 천천히 회복시키는 중이었다.
자서는 하늘에 떠 있는 한제가 피를 토해내는 것을 보고 눈을 번득였다.
“중상을 입은 모양이구나! 기세는 강하나 비행을 하는 와중에 피를 토하는 것을 보면 엄청난 내상을 입은 게야!”
자서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문정기 수준 수련자라면 엄청난 법보와 공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 몸 자체를 제련하여 그 원신을 자신의 검령에게 먹인다면 엄청난 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중상을 입은 문정기 수련자를 다시 만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자서의 눈이 번득였다.
“죽여라!”
자서는 몸을 날려 한 줄기 허상이 되어 한제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그를 따르던 요병들도 그 명에 따라 앞으로 나서며 진을 구축했다.
지금 한제는 살기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한 상태였다. 그는 저 멀리서 3만 명에 달하는 요병들과 허공으로 날아들고 있는 자서를 보고는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방향을 바꾸어 자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자서의 곁에 이르게 되었다.
자서의 안색이 대번에 변했다. 중상을 입은 상대가 도망치기는커녕 자신에게 달려들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탓이었다.
허나 그는 이를 악물고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의 등에 메여 있던 커다란 검이 떠올랐다.
그 순간, 한제가 나타나 그 검을 움켜쥐더니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경악한 자서를 스쳐 지나갔고 그 짧은 순간 상대의 어깨를 가볍게 내리쳤다.
“컥! 크으…”
자서의 몸이 휘청거리더니 말라붙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비쩍 말라버린 그는 눈 깜짝할 사이 한 줄기 생의 낙인이 되어 한제에게 날아들었다.
한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요병들에게 달려들어 미친 듯이 살육했다. 피가 땅을 적셨고 수많은 혼백이 하늘로 떠올랐다. 동시에 수많은 생의 낙인이 끊임없이 나타나 한제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1각 만에 땅에 피 웅덩이를 만들어낸 한제는 곧장 방향을 틀었다. 그의 몸에는 3만 개의 생의 낙인으로 만들어진 생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이 생의 낙인이 사라질 때마다 몸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생의 낙인은 점차 빠르게 사라지면서 한제의 몸은 더욱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원고 시대 전장의 검은 탑 안, 신식의 분노는 더욱 짙어졌다.
“대량의 승선과에 취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구나. 게다가 세상 만물의 생기를 흡수하여 저토록 빨리 회복하다니… 저 상태라면 며칠 안에 이곳에 이를 것이다.”
갑옷 안에서 중얼거리던 목소리에는 짙은 후회가 담겨 있었다.
한제가 지나간 자리에 비쩍 마른 채 널브러진 자서의 육신에 생기라고는 없었지만 그의 미간에서 한 줄기 금색 빛이 미미하게 번득였다. 그의 원신은 이미 붕괴한 상태였고 육신은 공중에서 떨어져 지면에 내팽개쳐졌다. 스승에게서 받은 검기도 쓰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을 만큼 그와 한제의 차이는 컸다.
여전히 광기에 휩싸인 채 맹렬히 날아가던 한제는 허공에 발을 굴렀다. 그러자 하늘을 부술 듯한 기세에 콰르릉 소리가 들려왔고 한제는 그 힘을 이용해 더욱 빠르게 날아갔다.
살기가 가득한 붉은 눈을 번득이며 날아가는 그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그중에는 수련자도 있었고 화요군의 요장도 있었지만 감히 누구도 한제의 앞길을 막으려 하는 자는 없었다. 오히려 공연히 한제의 눈에 거슬리지 않으려 했다.
간혹 한제에게 살기를 품은 자가 있었지만 지금 누구보다도 살기에 민감한 상태인 한제는 즉각 이를 알아차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를 죽여 버렸다.
천운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는 막역이라 불리는 어느 개인의 별이 있었다. 이 별에는 막조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수준은 문정기를 넘어 음양이의 중 음의에 이른 상태였다.
그는 수준이 높은 관계로 요령에 땅에 들어올 자격을 갖지 못했지만 자신의 세 제자 중 둘째와 셋째 제자를 요령의 땅에 보냈다.
이때 화요군의 하늘을 비행하고 있던 막조의 두 제자 중 한 명의 눈이 밝게 번득이더니 먼 하늘 끄트머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저 앞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살기를 풍기는 무언가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똑똑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순간 그는 안색이 변해 다급히 외쳤다.
“사제, 얼른 물러나세!”
두 사제는 얼른 옆쪽으로 비켜섰고 그 순간 저 멀리서 유성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상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내 두 청년의 곁을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문정기!”
“사형, 저⋯⋯ 저자… 내상을 입은 것 같은데요?”
곁에 있던 청년이 멀어져가는 상대를 바라보며 신식을 통해 목소리를 전했다.
“문정기 수련자라면 적지 않은 보물들을 가지고 있을 텐데… 저자의 요력의 결정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의 사형은 눈빛을 굳히며 잠시 망설였다.
“사형, 원영기 후기인 우리 둘이 힘을 합치고 법보의 위력까지 더한다면 내상을 입은 문정기 수련자에게 승리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두 사람이 신식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 한제가 허공에서 우뚝 멈추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피처럼 붉은 두 눈으로 뒤쪽을 바라보던 그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살기가 느껴져⋯⋯.”
그는 곧장 몸을 돌려 두 청년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헛!”
두 사람은 한제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안색이 변해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한제의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다. 그는 단번에 사제의 곁에 이르러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고개를 들어 한제의 눈을 바라본 청년은 심신이 바르르 떨려왔다. 너무나도 두려운 눈빛이었다.
한제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청년은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의 입장에서 한제의 손가락은 천도와 같은 것이었다.
한제의 손가락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상대의 미간에 찍혔다.
“크아악!”
비명을 내지르던 청년의 몸은 순간 빠르게 말라가더니 이내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거의 붕괴될 상태에 놓인 그의 원신은 육신의 정수와 함께 살육의 기운이 되어 한제를 향해 날아왔다.
사제의 허무한 죽음을 목격한 청년은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는 순간이동을 통해 허무 속으로 도망쳤다.
한제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한 손을 쭉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의 손은 허무 속으로 파고들어 그 안에서 순간이동 중인 청년을 끄집어냈다.
창백해진 얼굴의 청년은 얼른 입을 열었다.
“나는 막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