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90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은인님께서는 분명 이 술법의 결점을 고쳤다고 하셨는데⋯⋯ 어째서 내가… 아니, 이게…”
후포는 두서없이 말을 내뱉었고 어느 순간 그의 눈에 광기가 들어찼다.
“돌아와!”
그는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혼백들은 듣지도 못한 듯이 한제의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
“어서 돌아와! 돌아오라고! 내가 너희의 주인이다. 그놈을 죽여!”
후포는 미친 듯이 외쳤지만 혼백들에게는 들리지도 않는 듯했다.
후포는 돌연 몸을 부르르 떨더니 울컥 피를 토해냈다. 지난 십여 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혼백을 제련하는 데 매진했다. 그 결과 1억 개의 혼백을 모았고 이제 자신을 당할 자는 없을 거라고 자부했다.
허나 한제를 맞닥뜨린 순간, 그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본래도 한제에게 원한을 가졌던 그는 지난 십여 년간의 노력을 그대로 한제에게 빼앗기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를 느꼈다.
“이한제! 너를 죽이고야 말겠다.”
후포의 얼굴에 푸른 정맥이 울툭불툭 돋아났다. 지금의 그는 승선과를 먹은 한제보다 더 강한 광기를 풍겼다.
한제는 복잡한 눈빛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네게 진정한 혼번의 신통력을 보여주마.”
십억존혼번이 저물대 안에서 튀어나와 펄럭였다. 그러자 1억 개의 혼백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모여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하나로 합쳐졌다. 이렇게 합쳐진 혼백은 수정처럼 반짝이는 몸으로 후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크악!”
그 주먹질 한 번에 후포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혼백까지 산산조각 나버렸다.
존혼번을 휘둘러 1억 개의 혼백을 거두어들인 한제는 어두운 표정으로 후포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한참이나 그렇게 서 있던 한제는 이윽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고 먼발치의 검은 탑으로 시선을 돌렸다.
탑 아래에는 검은 갑옷을 입은 한 노인이 한제를 마주보고 있었다.
한제는 눈을 돌려 검은 탑을 살폈다. 그 탑에서는 수련자가 마도를 수련해 생성해내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진정한 마기가 느껴졌다.
처음 느껴보는 강한 마기에 한제의 머릿속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제의 원신은 일찍이 육신과 완전히 합쳐졌고 보름 후면 그 둘이 완전한 일체를 이룰 것이고 그래야만 진정한 문정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도 자신을 극심한 광기에 빠져들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저토록 강한 마기를 내뿜는 자에게 대항하게 한 승선과의 위력에 한제는 내심 놀랐다.
그때, 검은 탑 아래의 노인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 한 걸음에 땅이 진동했다.
‘문정기 후기? 아니야, 이건 저 갑옷의 수준이야!’
한제의 마음이 흐트러지자 잠시 억눌려 있던 승선과의 광기가 반격을 가해왔다. 이에 한제의 두 눈이 붉게 변하며 다시 광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두지 않겠다.’
한제는 억지로 승선과의 광증을 억누른 뒤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쿠르릉!
한제의 손짓 한 번에 하늘과 땅이 우르릉거리더니 한 줄기 큰 강이 하늘을 가르며 나타났다.
뒤이어 한제는 왼손으로 자신의 미간을 건드렸다. 그러자 금색 빛 한 줄기가 미간에서 튀어나와 왼손 손가락 끝에 이르더니 능천후의 검기가 나타났다.
검은 갑옷을 입은 노인은 눈빛을 번득이며 우뚝 발걸음을 멈추었다.
검은 갑옷의 노인은 미간을 구긴 채 하늘에 나타난 황천과 검존 능천후의 검기를 번갈아 보았다.
검기를 곧게 주시하던 노인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 황천을 만들다니, 놀라운 신통력이야. 허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군. 문제는 검기다. 엄청나군! 저 검기를 만들어낸 자라면 이미 쇄열삼경에 이른 자일 거야!”
사실 한제가 황천과 능천후의 검기를 모두 내보인 것은 상대가 싸우지 않고 물러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승선과의 각성 효과를 완전히 억눌러 정신을 차리고 지능을 회복한 그는 자신이 눈앞의 노인은 물론이고 검은 탑 안의 존재에게 대적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때, 검기에 닿았던 노인의 눈빛이 한제에게 향했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하늘을 가르며 나타난 황천에서 물 흐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바로 그때, 검은 탑에서 신식으로 이루어진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네 손자국, 그것은 어디에서 배웠느냐!”
벼락처럼 우르릉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땅 여기저기서 펑펑 소리와 함께 균열이 일었다. 허나 그 균열은 한제의 1백 척 앞에서 멈추었다.
한제의 눈빛이 굳어졌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 목소리에 몇 번이나 중상을 입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적멸지와 살육의 기운이 없었다면 자신은 벌써 죽었을 것이다.
“선계에서 배웠다.”
한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선계라⋯⋯ 그래, 그자도 당시 선계에 갔었지.”
거대한 신식을 통해 상대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한제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틈을 봐서 어떻게든 도망칠 생각이었다.
“저 녀석을 생포해라!”
그 목소리는 다시 한 번 울린 뒤 사라졌다.
검은 갑옷의 노인이 곧장 번개처럼 날아들며 허공에 떠오른 채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낮게 외쳤다.
“풍(風)!”
그 한 마디에 하늘에서는 난데없이 회오리가 나타나 사방을 휩쓸었다.
콰오오!
땅 여기저기 균열이 일었고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부서진 돌들이 그 회오리에 섞여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굳은 얼굴로 몇 걸음 물러나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황천이 하늘에서 아래쪽으로 강림하듯 퍼부어지며 회오리를 가로막고는 그대로 끌어들였다.
“어린 놈이 자신만의 도를 이루다니, 놀랍구나!”
노인이 감탄하더니 결인을 그린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뢰(雷)!”
노인의 외침에 시커먼 구름이 모여들어 흉측한 악마의 얼굴과 같은 형상을 이루었다.
콰르릉!
시커멓게 몰린 구름에 한 줄기 균열이 일면서 검은 우레가 떨어져 내렸다.
안색이 변한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우레를 향해 왼손 엄지를 뻗었다. 그의 손에서 문정기 수련자가 펼치는 황천지가 발휘되었다.
한제는 우레를 이용하는 신통력에 대해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힘을 가진 자가 아닌 이상 우레 신통력은 익히기도 사용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사도환에게서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레는 하늘의 힘이자 하늘의 위력으로 결코 사람이 마음대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황천지 아래, 황천의 강물이 순식간에 불어나더니 한제의 손짓에 따라 윤회의 힘을 품은 채 검은 우레를 향해 돌진했다.
꽝!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거대한 소리와 함께 황천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검은 우레도 빠르게 흩어지더니 결국 완전히 흩어져 사라졌다.
“훌륭하구나!”
검은 갑옷의 노인은 냉소하더니 오른손으로 다시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우(雨)!”
그 순간, 시커먼 구름이 수축하더니 검은 빗방울을 뿌려댔다. 그러자 빗방울 하나하나가 화살처럼 한제를 향해 쏟아졌다.
“문정기 후기의 수준은 과연 내가 대항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구나. 저자가 나를 죽이려 했다면 난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한제는 곧장 발을 굴러 황천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그는 곧 황천이 되었다. 그가 곧 도였고 그가 곧 황천이었다.
황천 혼백의 응결
한제가 발을 구르자 황천은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면서 지면 위로 흐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 한 마리의 황룡(黃龍)이 되었다. 한제는 그 황룡의 머리에 있었다.
용은 고개를 들고 포효했다. 이 포효는 황천의 소리였고 한제가 내지른 소리였으며, 그가 하늘을 거역하면서 깨친 도이기도 했다.
그 포효에 빗방울들이 우뚝 멈추더니 갈가리 찢겨 검은 기운으로 변했다. 눈 깜짝할 사이, 온 세상은 그 검은 기운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도의 화신이 되다니, 그 또한 대단하다. 허나 너의 도는 나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한다. 내게는 도가 없지만 이 갑옷에는 갑옷의 도가 있으니!”
노인은 덤덤한 표정으로 날아오르며 낮게 외쳤다.
“풍(風)!”
순간, 미친 듯한 바람이 불어와 하늘에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었다. 이 회오리는 나타나자마자 하늘을 뒤덮은 검은 기운들을 미친 듯이 흡수했다.
“우(雨)!”
노인이 다시 외쳤다. 그 한 마디에 회오리 안에서 다시 검은 빗방울들이 나타났다. 바람 안에서 마기로 응결된 빗방울의 위력은 결코 범상치 않았다.
“뢰(雷)!”
노인의 외침에 따라 천둥이 울리면서 하늘에서는 검은 우레가 다시 나타났고 그 순간 주위에서 비바람이 요동을 쳤다. 검은 우레는 사방을 맴도는 수많은 빗물에 연결된 채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하늘을 뒤덮었다.
“전(電)!”
노인의 외침은 우레 소리를 압도했다. 그러자 하늘을 채운 검은 우레와 빗방울, 심지어 회오리까지도 번개와 같은 속도로 대지를 향해 돌진했다.
문정기 초기 수련자와 문정기 후기 수련자의 전투는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승패가 확실했다. 허나 한제는 이를 잘 알기에 오히려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바로 하늘에 거스르는 존재이고 능천후의 검기 역시 하늘에 거스르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한제는 저물대에서 존혼번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1억 개의 혼백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와 빠르게 황천에 섞여 녹아들었다.
“승선과의 자극으로 나는 황천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황천의 혼백을 응결시킬 수 있다.”
1억 개의 혼백은 황천 안으로 들어가 하나로 응결되어 하나의 혼백이 되었다. 이것은 바로 황천의 혼백이었다.
혼백이 생긴 황천이 우르르 진동했다. 황천에 합치된 한제는 원신을 펼쳐 그 안에 도를 섞어 넣었다. 순간, 한제의 원신은 낮은 기합을 내질렀고 황천이 높이 솟아올랐다.
“크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