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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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끝없는 일곱 빛깔의 구름이 갑작스레 조나라 상공에 나타났다. 하늘을 뒤덮는 기세라고 표현하기에도 모자랄 정도였다.
이 구름이 나타난 순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조나라의 수련자들 중 원영기 이하인 자들은 어디에 있든, 어느 문파의 소속이든, 뭘 하고 있든 상관없이 모두 급격히 표정이 굳었다.
그 압박에 응기 수준의 수련자들은 체내의 영기가 모조리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축기와 결단기에 이른 수련자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아 체내의 영기를 조종했다. 오직 원영기에 이른 고수들만이 이 압박에 저항할 수 있었지만 그들도 견디기 힘들어 보였다.
현도종 뒷산의 비밀 구역에서 번쩍 눈을 뜬 흑천의 표정 또한 변했다. 하지만 그 표정은 곧 광기 어린 기쁨으로 바뀌었다. 그는 곧장 비밀 구역에서 사라졌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로부터 1백 리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역외 전장의 질서
조나라 국경 안, 각 지역에서 여러 갈래의 무지개가 나타났다. 그 무지개는 번개보다 빠르게 움직여, 조나라 중앙에 있는 통천탑(通天塔)으로 날아들었다.
일반인들 역시 가만히 있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은 바닥에 엎드려 절을 했다. 예로부터 백 년마다 한 번씩 하늘에 일곱 빛깔의 힘이 드리우는 날이 있다는 말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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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라 국경 안, 적지 않은 원영기 고수 전원이 통천탑에 도착했다.
시음종 지하 깊은 곳에 있던 양유재 또한 두 눈을 번득이더니 순간 이동했다. 통천탑으로 출발하기 전, 그는 옥색 옥패를 이용해 모든 시음종 제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난 며칠간 떠나 있을 것이다. 진을 봉쇄하라. 막무가내로 쳐들어오려는 자가 있거든 죽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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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등가성의 집에 앉아 있던 등화원은 일곱 빛깔의 구름이 나타난 순간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역시 놀란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잠시 망설인 뒤 옥패 하나만을 남겨둔 채 떠났다.
천도문, 합환종, 무봉골 등의 마도에서도 표묘종, 원천파(元天派), 적멸종(寂滅宗) 등의 정도(正道)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조나라 국경 여기저기서 피어오른 무지개들은 빠른 속도로 통천탑으로 모여들었다.
통천탑은 수련 연맹의 상징적인 건물로 각 회원국이 연맹에 가입한 뒤 연맹의 이름으로 만든 탑이었다. 탑 안에는 항상 수련 연맹의 사자가 상주했는데 이 사자는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에만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다.
흑천은 통천탑에 가장 먼저 도착한 원영기 고수였다. 그는 5백 년 전 원영을 맺은 사람으로 지금은 원영기 중기의 절정에 이르러 있어 언제든 후기로 넘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거기다 역외 전장에서 단련을 한 적도 있어 현재 조나라에서 가장 수준 높은 고수라 할 수 있었다.
팔각형의 탑신이 구름을 뚫고 높이 솟아 있었다. 탑으로부터 발산되는 은은한 빛이 통천탑을 더욱 신비로워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탑을 바라보던 흑천의 얼굴에 문득 두려운 기색이 어렸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두 번째로 첫 번째 방문은 5백 년 전이었다. 당시 조나라의 원영기 고수 23명 전원은 4성 수련국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역외 전장에 나가게 됐다.
허나 5백 년이 지난 뒤 그 전장에서 돌아온 것은 그 하나뿐이었다. 그 5백 년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흑천 자신조차 알 수가 없었다. 매일 수시로 전투가 있었고 삶과 죽음은 한순간에 갈렸다.
손가락 한 번만 까딱해도 자신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한 수련자들도 숱하게 봐왔다. 심지어 대산파의 시조가 일견 평범해 보이는 수련자에게 단번에 삼켜지는 모습도 봤다.
보고 듣는 것이 많아질수록 두려워졌고 그럴수록 힘들어졌다. 그는 일생을 원영기에만 머물고 싶지 않았다. 역외 전장에서 지낸 5백 년이라는 시간은 그에게 원영기 위에 화신기만이 아니라, 영변기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통천탑을 올려다보던 그는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말했다.
“사자님, 현도종의 흑천이 인사드립니다.”
“흑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 그렇게 예를 차릴 필요 없네.”
탑에서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노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겉보기에 노인의 둥그스름한 몸에는 전혀 신기한 구석이 없었다. 옥색의 비단으로 만든 두루마기 아래로 불룩 솟은 배가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흑천은 여전히 공손한 자세로 저물대를 소환하더니 두 손으로 이를 상대에게 건넸다.
“사자님, 이건 제가 돌아온 뒤 수집한 재료들입니다. 당시에 지시하셨던 것들도 몇 개 있습니다.”
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호탕하게 웃더니, 살피지도 않은 채 이를 주머니에 챙겨넣었다.
“자네는 내가 조나라의 사자가 된 후 처음으로 역외 전장에서 돌아온 원영기 수련자였지. 자네 소식은 내가 소속된 종파에 보고해두었네. 상부에서는 자네가 백 년 안에 원영기 후기에 진입한다면 정식 제자로 받아주겠다고 하더군.”
흑천의 얼굴에 기쁜 빛이 떠올랐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곤 반드시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 두 개의 무지개가 하늘을 뚫고 날아오더니 두 남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다소 어두워 보였지만 외모는 준수했다. 그는 사자에게 공손히 말했다.
“합환종 진환, 사자 어른을 뵙습니다.”
여자 또한 매우 아름다웠고 눈가에는 요염함이 배어 있었다. 혼인한 지 얼마 안 된 듯해 보이는 그녀도 사자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합환종 진연, 사자 어른을 뵙습니다.”
사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두 사람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흑천과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마치 흑천 정도는 되어야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 자격이 생긴다고 여기는 듯했다.
곧 다른 사람들도 속속 도착했다. 그 안에는 등화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은 양유재였다. 그가 통천탑 천 리 밖에 진입했을 때, 사자는 놀라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고 먼 곳을 향해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나라의 모든 원영기 고수들이 모였을 때, 하늘에 떠오른 일곱 빛깔의 구름은 더욱 짙어진 상태였다. 사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결인을 하여 하늘을 향해 몇 개의 법인을 쏘았다. 그러자 일곱 빛깔의 구름이 곧장 요동치더니 붉은색 빛 한 줄기가 하늘에서 통천탑으로 떨어졌다.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 여섯 가지 색의 빛이 차례대로 뒤를 이었다. 순간 온 천지가 빛으로 번쩍거렸다.
통천탑은 일곱 가지 색의 빛을 흡수한 뒤 맹렬하게 진동했다. 그러더니 몇 백 척 굵기의 거대한 빛기둥이 회전하며, 통천탑 꼭대기에서 쏘아져 나왔다. 그 빛기둥은 구름을 뚫고 올라가 하늘에 거대한 검은색 구멍을 만들었다.
빛기둥을 두른 구름은 뜨거운 물을 끼얹은 눈처럼 빠르게 흩어져 사라졌다. 이어 회오리바람이 쌩쌩 소리를 내며 빛기둥에서 피어올라 사람들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이 미친 듯한 바람에 네 사람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틀거리며 몇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미동도 없이 서있는 네 사람은 흑천과 양유재, 표묘종의 백발 수련자 그리고 천도문의 비쩍 마른 노인이었다.
사자는 전에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몸을 휙 날려 허공에 떠오른 뒤 크고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3성 수련국 감찰사 임학, 연맹 사자의 왕림을 환영합니다.”
그때 시커먼 구멍에서 거대한 머리가 하나 나오더니 냉랭한 시선으로 땅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 모습에 미동도 없이 서 있던 흑천을 포함한 모든 조나라 원영기 고수들은 원영이 빠져나갈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들은 만약 상대가 다시 한 번 쳐다본다면 자신들의 원영이 그 엄청난 위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마음을 추스른 것은 흑천이었다. 사실 그는 저 거인이 익숙했다. 역외 전장에 참가했던 거마족(巨魔族) 고수로 저 종족 수련자는 모두 다른 사람들을 삼킴으로써 실력을 키워나간 바 있었다. 대산파의 시조들은 이 거마족 고수가 본체를 드러내기도 전에 삼켜지고 말았다.
거인의 시선은 마지막으로 임학에게 닿았다. 그의 표정은 약간 누그러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짜증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곳의 영기는 너무나 약하군. 망할 연맹의 제약만 아니었다면 한 입에 이 작은 나라의 모든 영기를 흡수해버렸을 것이다. 자 모두 들어라. 5개월 후, 역외 전장과 이어지는 통로가 열릴 것이다. 너희 조나라는 북쪽 58도 10만 리의 전장을 정리해라.
여기 일곱 개의 영패가 있다. 규칙에 따라 일곱 개의 영패 중 최소 네 개를 부숴버려야겠지. 5개월 뒤 최대 세 개의 문파만이 역외 전장에 진입할 수 있다. 만약 그때 영패의 개수가 세 개를 넘어간다면 조나라는 전장을 정리할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
말을 마친 거인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일곱 개의 빛이 번쩍이며 땅에 떨어지더니 곧이어 일곱 개의 영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할 일을 마친 거인은 다시 그 시커먼 구멍 안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내 그는 다시 고개를 불쑥 내밀더니 소리쳤다.
“역외 전장에서 이런 구슬을 발견한다면 곧장 상납하도록. 상납한 자는 영변 급의 법보를 그 자가 속한 문파는 화신기 수준의 시체 열 구를 받게 될 것이고 수련국의 등급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구슬을 감히 자신이 가지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조나라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 임학, 이것은 연맹 국가 연합이 발표한 사항이니 명심하라.”
거인이 눈짓을 하자 하늘의 구름이 번쩍이며 한 폭의 그림으로 변했다. 그림에는 하나의 물건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동그란 석주였고 그 위에는 여러 개의 구름이 그려져 있었다. 만약 한제가 봤다면 그림 속 석주가 자신이 가진 그 석주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을 것이었다.
한 차례의 격렬한 진동과 함께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빛기둥이 시커먼 구멍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곧 빛기둥은 검은색 구멍과 함께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하늘을 가득 채우던 일곱 빛깔의 구름도 흩어져 사라져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은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 온 조나라를 무겁게 짓누르던 위압감도 사라졌다.
약간 구겨진 얼굴로 콧방귀를 뀐 임학은 소매를 휘둘러 탑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곧이어 탑 안에서 그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규칙에 따라 결단기 및 원영기의 사람들은 나설 수 없다. 각 문파의 축기에 이른 사람들만 보내도록. 그들이 영패 쟁탈의 주력이니까. 돌아가거라. 사흘 뒤 대전이 시작될 것이다.”
일곱 문파의 사람들은 영패를 줍지 않고 서로를 돌아보다가 두 말 않고 자리를 떠났다.
정도 문파의 원영기 고수들은 흑천과 표묘종의 백발 수련자를 따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천도문의 비쩍 마른 노인은 차가운 눈빛을 번득이며 남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도우 여러분, 우리끼리 잠깐 모여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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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엄습했던 엄청난 압박이 사라진 뒤 한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압박감이 느껴진 순간 한제는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양유재가 며칠간 자리를 비우겠다고 알려온 것으로 보아 분명 뭔가가 있었다. 허나 양유재가 자리를 비웠다고는 해도 시음종은 여전히 엄격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도망치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한제는 잠시 생각하다가 신식을 펼쳤다. 하지만 신식은 동굴 벽에 가로막혔다. 벽의 작은 구멍들만이 신식을 가로막지 않았으나, 엄청난 한기를 내뿜고 있는 그 구멍들은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제는 작은 구멍 안쪽으로 수백 장을 나아갔지만 아무런 이상도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한기가 갈수록 짙어져 신식도 버티지 못하고 흩어지려는 기미를 보였다.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신식을 거두어들였다.
그가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몇 가지 법결을 그리자 잠시 후 그의 온몸을 채운 영력이 빠르게 맴돌았고 그의 몸 표면에 짙은 남색의 빛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했다.
이 빛은 곧 몸 밖에서 회오리를 형성했다. 대량의 흰색 기체가 사방의 작은 구멍으로부터 뿜어져 나와 이 회오리에 섞여들었다.
외부와 단절한 채 수련하고 있던 시음종의 수많은 제자들은 모두 갑자기 엄습한 압박감에서 벗어난 뒤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제가 호흡을 한 순간, 그들은 음한기가 대량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감지했다.
음한기는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비밀 장소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라 직접 관찰할 수는 없었기에 그들은 그저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석주(石珠)의 변화
한제는 끝없이 흘러나오는 음한기 기류를 확인한 후, 눈을 감고 체내로 음한기 기류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호흡을 하던 중 한제는 석주와 닿은 가슴팍이 차가워졌음을 느꼈다. 놀란 마음에 얼른 석주를 꺼내본 그는 그 위에 가득 맺혀 있는 액체를 볼 수 있었다.
한제는 놀라면서도 기뻤다. 석주의 유일한 단점은 공간 안에 영력이 없으면 영기가 깃든 액체를 통해 수련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슬이 아닌 다른 영기가 깃든 액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슬을 모으는 데에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황천승규결을 수련한 후로는 꿈속 공간에는 아주 잠깐씩만 들어갔다. 나머지 시간은 이슬을 모으는 작업에 전념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 석주는 이토록 많은 액체를 맺고 있었다. 게다가 이 액체는 음한기 속성을 띠었고 영기의 파동은 이슬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한제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조롱박을 꺼내 그 액체를 모았다. 그리고 작업이 끝나자 다시 음한기를 호흡했다. 사방에서 흰색 연기가 순식간에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