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06
사내는 발을 굴러 엄청난 속도로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문정기 초기 절정에 상당하는 수준인 듯한 그는 단숨에 상당한 거리를 뛰어넘어 부락 상공의 검은 안개로 접근했다. 그의 몸에서 요력이 보이지 않는 방어막을 이루더니 검은 안개를 밀어냈다.
구양화는 연혼 부락 안에 여유로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앞에는 모든 부족원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정신을 집중하는 중이었다.
“혼백을 흩어라!”
구양화의 커다란 외침에 부족원들은 자신들의 혼백을 모두 피워 올렸다. 순식간에 검은 연기와 같은 혼백들이 세상을 뒤덮더니 각 부족원들의 통제에 따라 한데 모여 거대한 검은 연기가 되더니 접근해온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크하하! 감히 내게 덤비다니, 배짱 하나는 좋구나!”
사내는 껄껄 웃으며 거대한 요력이 담긴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천둥이 내리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번개로 이루어진 용과 같은 거대한 무언가가 검은 연기를 향해 돌진했다.
한편, 수요군 부수는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가운 눈으로 이 교전을 살피고 있었다.
“뇌수가 저 검은 연기를 얕잡아보고 있군!”
그녀의 곁에 있던 요장이 의아한 표정 듯 물었다.
“대인, 저 검은 안개에 뇌수님이 당해낼 수 없는 특성이라도 있는 겁니까?”
“저것은 수많은 혼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통제하는 주인들이 없다면야 뇌수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겠지만…”
여인의 곁에 있던 요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더 잘됐네요. 뇌수는 검은 안개를 우리는 저 부락을 가져가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뇌수가 검은 안개를 처리하는 동안 저희는 손쉽게 목적을 이룰 수 있겠군요.”
그 무렵, 뇌수가 주먹을 날려 만들어낸 용은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혼백으로 이루어진 검은 기운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둘이 충돌한 순간, 온 하늘을 울리는 듯한 폭발이 일었다.
콰르릉!
연혼 부락 밖의 검은 안개는 그 폭발이 일으킨 힘으로 한 줄기 틈이 생겼다. 이를 본 뇌수는 온몸에서 전광을 번득거리며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 이런 비천한 미물 같은 것들이 감히 나를 공격하다니.”
그러더니 그는 검은 안개 사이의 벌어진 틈으로 들어갔다. 먼 곳에서는 뇌수가 이끄는 요병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는데 그 기세가 상당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듯 뇌수 역시 더욱 강한 기세로 소리를 질렀다,
이를 지켜보던 수요군의 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모두 준비해라! 뇌수가 검은 안개를 취하면 곧장 출동한다. 저자들이 반항하면 곧장 죽여 버려!”
곁에 있던 요장들은 일제히 부복했다.
한편, 뇌수는 그 무렵 연혼 부락 안에 발을 들였다. 한데 그 순간, 그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반경 수백 리에 걸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연혼 부족원들이 아무런 동요 없이 침착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뇌수를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뭐지?’
뇌수는 불길함이 엄습했다. 부락 중앙의 반경 10리 정도 되는 공터 한가운데 우뚝 솟은 탑을 본 순간, 그의 불길함은 더욱 커졌다.
허나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각 부족마다 신봉하는 존재가 있다더니, 너희들에게는 저 탑이 그런 존재인 것이냐? 그렇다면 저 탑을 망가뜨려도 그런 눈빛을 할 수 있을지 보자!’
뇌수는 다시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그 탑을 향해 돌진했다. 허나 연혼 부족 사람들은 여전히 동요하는 기색 없이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 침묵은 형태 없는 압박이 되어 뇌수의 마음 한구석을 다시금 불안하게 했다. 허나 자신의 수준에 확신을 가지고 있던 그는 애써 그 불안함을 무시한 채, 탑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한데 그때…
“멈춰!”
덤덤한 목소리가 높은 탑 안에서 흘러나왔다. 한데 그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하늘을 채운 검은 안개마저도 우뚝 멈춰버렸다. 그리고는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뇌수의 몸을 뒤덮었다.
“크으… 이게 무슨…?”
뇌수의 몸도 우뚝 멈춰버렸다. 그의 몸에서 끊임없이 흐르던 전광도 멈추었고 그가 풍겼던 일체의 기운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뇌수의 몸은 허공에 뜬 채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의 주먹 역시 중간에 딱 멈춰 있었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두 눈뿐으로 그 눈에는 충격과 짙은 공포가 담겨 있었다.
한제가 탑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백의를 입은 채 긴 머리를 휘날리며 나타난 그의 모습은 마치 선인 같았다.
밖으로 나온 한제는 사내를 쳐다보지도 않고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바람에 휩쓸린 뇌수는 피를 토해냈고 이내 쉭 소리를 내며 연혼 부락을 가로질러 마치 유성처럼 날아갔다. 그 와중에 체내에서 뭔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피 안개를 내뿜었다.
결국 그의 몸은 연혼 부락 뒤편에 떨어질 때까지도 멈춘 자세 그대로였다.
적막이 휩쓸고 지나갔다.
수요군 부수는 살짝 몸을 떨더니 부하들을 향해 날카롭게 외쳤다.
“후퇴!”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한제는 뒷짐을 진 채 연혼 부락 안에서 붕 떠올랐다. 그의 뒤에서는 부족원들이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따라왔다.
수요군 부수는 표정이 급변하더니 다시 외쳤다.
“진법!”
요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요기를 발산했다.
“멈춰!”
한제는 두 팔을 펼치고 고개를 들더니 두 눈을 감았다. 수십 년 동안의 깨달음은 그를 선술의 경계까지 이끈 상태였다. 그는 지금 처음으로 선술 정신술을 발휘하려 하고 있었다.
한제의 한 마디에 하늘도 땅도 모든 움직임을 멈추었다. 연혼 부족원을 제외하고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때, 부족원들이 빠른 속도로 튀어나갔고 이내 살육이 벌어졌다. 그와 동시에 하늘을 뒤덮었던 검은 안개도 아래로 내려와 사방을 둘러쌌다.
수요군 부수 역시 그 자리에 못 박은 듯 서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온몸에서 푸른빛이 한 번 번득였고 움직일 수 있게 된 그녀는 곧장 달아나려 했다.
한데 그때, 세 개의 검광이 쉭 소리를 내며 달려와 눈 깜짝할 사이 그녀를 따라잡고 주위를 맴돌았다.
검으로부터 자서, 해저, 말양 세 사람의 혼백이 튀어나와 포효하더니 여인이 반응할 틈도 없이 그녀의 몸을 찔러들었다. 여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피 안개로 흩어지며 숨을 거두었다.
한제는 허공에 뜬 채 묵묵히 선술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살육은 다른 세상일인 듯 그의 흥미를 조금도 끌지 못했다.
“완벽히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고요와 약속한 날이 다가오고 있으니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군.”
한제는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삼재검진이 휘릭 날아왔는데 자서 혼백의 입에는 여인의 혼이 물려 있었다.
한 달 뒤, 한제는 연혼 부락을 떠났다. 이때 존혼번을 챙겼지만 연혼 부락을 지켜줄 신식 한 줄기는 남겨놓은 상태였다.
한제는 곧장 화요군으로 가는 대신 별채로 향했다. 용으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가는 동안 곳곳에 존재하는 열한 개의 문양을 모두 기억한 뒤 그곳에서 다시 빠져나왔다.
“옥패에서는 총 열두 개의 문양이 있다고 했어. 하지만 지금은 열한 개뿐이다. 마지막 하나를 얻으려면 어디에 가야 하는 거지?”
한제는 생각을 정리하며 나이술를 사용해 화요군으로 향했다.
화요군은 하늘을 뒤덮을 듯한 전쟁의 불길로 가득했다. 나머지 일곱 군에서는 끊임없이 요병들을 보내고 있었다. 근 1백 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땅은 붉게 물들었고 짙은 피비린내를 풍겼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수많은 유해로부터 피어오른 죽음의 기운이 회색 안개가 되어 화요군 전역을 뒤덮었다.
천요군과 화요군에게 있어서는 목숨을 건 전쟁이었다. 허나 두 군 사이에 승부가 난 적은 거의 없었다. 한 명을 죽이면 한 명이 죽는 식이라서 화요군의 힘은 차차 스러져가는 중이었다.
또한 요제까지도 직접 전쟁에 참여한 터라 화요군의 제도는 성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텅 빈 상태였다.
화요군의 고요도 천요군의 고요를 따라 자신의 신통력으로 수도를 봉인했고 그 누구도 제도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화요군의 요곡(妖谷)은 성 밖이 아니라 성 안 깊은 곳에서 짙은 요기를 피워 올렸다. 때문에 화요군의 제도는 멀리서 보면 마치 요기와 죽음의 기운이 뒤섞인 안개에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
한제의 발이 화요군의 성 밖 땅을 디뎠을 때, 뽀득 하는 소리가 났다. 이 소리는 적막을 깨고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이 암적색으로 물든 대지를 밟을 때 질퍽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난 1백 년 동안 죽어간 수많은 사람의 피로 땅이 흠뻑 젖었기 때문이었다.
한제는 화요군의 도성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안개 속에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득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안개에 휩싸인 성은 광활하여 1백 년 전에는 얼마나 번성했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천요군의 천요성에 비해서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죽음과 같은 적막만 흐를 뿐이었다.
화요군 제도에 사는 사람들은 평민에서부터 요병, 요수, 요제까지 모두 전장에 나가 유해로 스러졌으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죽어가며 흘린 피로 토양을 적셨을 터였다. 허나 이 요령의 땅 아홉 군의 고요 입장에서는 백성이란 자신의 요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교화시킨 도구일 뿐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죽어나간다고 해도 고요들의 마음은 동요하지 않았다.
한제는 덤덤하게 걸음을 옮겼다.
화요군 제도에서 10리 정도 떨어진 곳부터는 고요의 요기로 강력하게 봉인이 되어 있었다. 고요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봉인이었으니 다른 군의 요수가 온다 해도 이 봉인을 풀 수는 없을 터였다. 이 봉인을 풀 수 있는 것은 같은 고요, 혹은 수준이 놀랄 만큼 높은 수련자뿐이었다.
“고요 배이라가 그랬지. 화요군의 고요는 이 성을 봉인하고 누구의 진입도 저지할 거라고. 그러니까 배이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이 봉인을 제거하는 거야.”
한제는 요력으로 이루어진 보호막 밖에 서서 한 손을 들어 올리고는 검은 빛을 번득이는 손가락으로 요력의 막을 건드렸다.
펑!
그 순간 강력한 반발력에 한제의 손은 그대로 튕겨져 나왔고 손가락 끝에서부터 시큰한 통증이 느껴졌다.
“확실히 강하군!”
한제는 선력을 이용해 손가락을 회복시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돌연 난폭한 신식 한 줄기가 도성 안에서 튀어나와 원신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하게 포효했다.
“꺼져라!”
그 포효는 수많은 벼락이 떨어져 내리듯 콰르릉 거리며 귓가에 울렸다.
1백만 갈래의 살육의 기운
한제는 오른손으로 요기가 가득 덮인 기이한 결인을 그렸다. 이에 포효하며 달려들던 목소리는 한제 곁에 이른 순간, 그대로 흩어져 사라지고 말았다.
“배이라! 배이라가 보낸 녀석이구나!”
도성 안에서 그 난폭한 신식이 다시 포효했다. 목소리에는 짙은 분노가 어려 있었다.
한제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고요 배이라, 내가 당신과의 약속을 어떻게 지키는지 잘 지켜봐!”
오른손을 든 한제는 하늘을 가리키며 서늘한 눈빛을 번득였다. 그 순간, 화요군 안에는 놀랄 만한 폭풍이 일어났다.
화요군 북방의 전장, 돌연 요병들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고 그들의 몸에서는 돌연 한 줄기의 짙은 살기가 빠져 나갔다. 그들의 몸에서 빠져나간 살기는 먼 곳으로 사라졌다.
“선조의 강림이다.”
요병들은 흥분하여 하던 싸움도 멈추고 빠르게 전장에서 달아났다.
화요군 남쪽 전장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갑작스레 난입해왔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요병들의 생명을 앗았고 숨을 거둔 그들의 몸에서 피어오른 회색 기운을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