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14
뇌수는 포효하면서 곧장 능천후의 신식과 충돌했다. 그 순간, 뇌수의 몸에서 대량의 전광이 번득였고 마치 번개 구체와 같은 형태를 이루었다. 이어서 지면에 대량의 번개를 퍼뜨리면서 능천후의 신식에 충돌하여 끊임없이 뒤로 밀려났다.
그 사이에 생의 낙인은 즉각 보충되어 다시 1백만 개로 늘어났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였다.
“언제까지고 방어만 할 수는 없지. 앞으로 나아가려면 공격뿐이다.”
한제는 몸을 앞으로 날리며 적멸지의 바람을 연속적으로 쏘아 보냈다. 그리고 선력을 미친 듯이 돌려 적멸지의 검은 빛 한 줄기를 뿜어냈다. 검은 빛은 곧장 뇌수에게 가로막힌 능천후의 신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적멸지의 바람은 수많은 검은 빛들을 확산시켰고 이에 검은 빛들은 화살처럼 파문을 일으키며 능천후의 신식에 내리꽂혔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난 절대 꺾이지 않는다.”
한제는 다시 한 걸음 나서며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화마지의 바람이 일어났고 한제의 체내에서는 선력이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당시 그가 마셨던 네 방울의 선액 덕분에 그간 선옥 없이도 체내의 선력을 마치 생의 낙인처럼 끊임없이 보충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 화마지 아래 이 선력은 순간 마기로 변했고 여기에 산마의 혼이 가진 기운까지 섞여 더없이 순수한 마기가 되더니 한제의 손가락을 따라 발사됐다. 그것도 한 갈래가 아니라 무려 열 갈래였다. 또한 1백만 개의 생의 낙인에서 전환된 살육의 기운 중 원신에 들어 있는 한 줄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한제의 손가락을 따라 한 가닥이 되어서는 곧장 돌진했다.
뒤이어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 도(道)의 황천으로 사방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 황천을 밟으면서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능천후의 신식을 공격한 한제는 서늘한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 순간, 조석의 심연이 진동을 일으켰고 고랑의 벽에서는 진흙과 돌조각들이 기이한 힘에 의해 뒤덮인 듯 떨어져 나와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신통력이 능천후의 신식과 충돌한 순간.
“캬오오!”
뇌수가 하늘을 뒤흔들 듯 포효하더니 거대한 천둥번개가 되어 한제의 신통력을 따라 능천후의 신식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 순간 거대한 파동이 조석의 심연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때, 심연 아래쪽까지 내려온 모용탁 또한 이 기이한 파동을 느꼈다. 조의훤과 서희 역시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려 위쪽을 바라보았다.
“굉장한 힘이야! 서⋯⋯ 설마 그 이한제가 낸 위력은 아니겠지?”
서희는 찬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머리카락에 담긴 신식이 파괴된 순간, 이한제는 절대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터였다.
이 강력한 파문은 심연의 벽을 따라 끊임없이 전달됐고 심연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복도까지 흘러들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이 복도는 회(回) 자 형태였는데 그 중앙은 어디로 이어졌을지 모르는 컴컴한 동굴이었고 그 바깥쪽은 복도였다. 복도 한쪽에는 커다란 검이 반쯤 바닥에 꽂혀 있었는데 방금의 파문에 따라 꽂혀 있던 부분이 약간 느슨해졌다.
파문은 복도를 따라 울려 퍼지면서 더 먼 곳까지 확산됐다. 이때, 화요군에 있는 출구 아래 흡혈 마수와 검은 안개로 둘러싸인 공터에서 탐랑이 돌연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
‘능천후의 기운이다. 설마 예정보다 일찍⋯⋯ 아냐, 이 기운은 능천후의 것이기는 하지만 일부일 뿐이야. 그리고 또 다른 기운이… 이런 때에 이곳에 나타나다니, 혹시 그 영패 때문인가?’
탐랑은 자신의 곁에 있는 대나검종 제자들을 훑어본 뒤 다시 눈을 감았다.
좀 전의 파문은 매우 가늘어 탐랑을 제외한 그 누구도 느끼지 못했다.
한편, 대나검종에서 도포 차림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좌선을 하던 능천후 또한 돌연 눈을 번쩍 떴다.
“검령의 봉인이⋯⋯.”
능천후는 심오한 눈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곳은 굉장히 비밀스러운 곳인데 어찌 다른 사람에게 발견될 수 있단 말인가. 허나 그 검령의 마음에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있는 이상 봉인을 풀 수는 없을 것이다.”
능천후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 ★ ★
조석의 심연 깊은 곳, 주일이 봉인된 고랑에 있던 한제의 옷은 광풍에 미친 듯이 펄럭였다. 뒤로 몇 걸음이나 밀려난 한제의 머리 역시 휘날렸다.
방금의 공격으로 능천후의 세 번째 신식을 파괴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다. 뇌수는 갈래갈래 전광이 되어 흩어지기 직전이었고 사신차 안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능천후의 신식에도 균열이 하나 생겼지만 눈 깜짝할 사이 그 틈은 다시 맞물리기 시작했고 금방이라도 말끔하게 사라질 것 같았다.
한제는 피를 울컥 토해냈고 경맥도 곳곳이 끊겨 선력 또한 제대로 돌지 않았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경맥을 조정하는 대신 능천후의 신식에 난 균열을 유성처럼 뚫고 들어가 곧바로 고랑에 난 균열로 돌진했다.
꽈르릉!
한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속도를 내자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났다.
생각했던 것만큼 좁고 길지 않은 균열에 들어선 순간, 한제는 그 안에서 아주 희미하게 주일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죽어라, 침입자!”
그 순간, 능천후의 신식이 다시 강림했다. 이 신식의 울림으로 인해 고랑에서는 쩌적, 쩌적 소리와 함께 세밀한 균열이 일었다. 또한 비할 수 없이 강렬한 패도의 목소리가 귀에 박히면서 한제는 경련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났다.
“큭!”
한제의 원신은 진동을 일으키며 허약해졌고 그는 한 움큼의 피를 토해냈다.
‘능천후, 너무 강하군!’
한제는 숨을 들이마셨다. 봉인을 위해 남겨둔 신식이 이 정도라면 능천후 본인은 대체 얼마나 강할지 가늠도 할 수가 없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저물대에서 반짝이는 붓을 하나 꺼내 허공에 문양을 그려냈다. 그러자 금빛으로 반짝이는 한 획의 문양이 나타났고 어두컴컴했던 고랑 안이 순간 환하게 밝아졌다.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또 하나의 획을 그렸다. 두 획, 세 획, 네 획⋯⋯ 멈추지 않고 일곱 번째 획까지 그었다.
하나의 획을 그을 때마다 한제는 자신의 원신이 붓을 통해 문양 안으로 흘러드는 것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일곱 개의 획으로 이루어진 문양 안에는 한제의 원신 일곱 갈래가 들어 있는 셈이었다.
일곱 개의 획으로 이루어진 문양이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육신에 남겨둔 것을 포함해 여덟 개가 현재의 그가 원신을 분리할 수 있는 최대였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획을 그린 뒤 한제 체내의 선력은 마치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미친 듯이 날뛰며 일곱 개의 획으로 주입됐다.
일곱 개의 획은 하나로 합쳐진 뒤 둥그런 문양이 됐다. 문양은 그 형태가 매우 기이했는데 그것이 나타나자마자 마치 그 안에 태양이 들어있기라도 한 듯 찬란한 금빛이 줄기줄기 뻗어 나갔다. 원신마저 따끔거릴 정도였다.
선계의 붓에 선계의 문양까지 더해진 이 일곱 개 획의 문양은 그야말로 완전한 선인의 신통력이었다. 이 문양이 뿜어내는 빛은 심연의 벽을 뚫고 예리한 검처럼 사방을 관통했다. 이 금빛은 끊임없이 뻗어나갔고 이에 수만 년 동안 언제나 어두웠던 이 조석의 심연에 널리 퍼진 고랑들은 환하게 밝아졌다.
문양의 각 획마다 자신의 신식이 담겨 있었기에 한제는 이 문양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 그는 곧장 문양을 균열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능천후의 신식은 그 문양의 금빛에 흩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크아아!”
능천후의 신식이 낮게 포효하더니 능천후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절망
도포를 입은 능천후의 두 눈에서는 패도의 빛이 드러났다. 한 걸음 내딛은 순간 다시 허상이 된 능천후의 모습은 한 줄기 검기가 되어 문양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쾅!
문양과 검기가 충돌한 순간, 조석의 심연에는 격렬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진동이 일어나 무수한 고랑을 붕괴시켰다. 너무나 강한 파동에 수요군의 땅 곳곳도 흔들렸고 요령의 땅에 사는 많은 수많은 사람은 겁에 질렸다.
“우웩! 크으…”
한제는 창백한 얼굴로 연속해서 여섯 차례나 피를 토해냈다. 대량의 선력이 담긴 피는 바닥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문양은 깨져 버렸고 그 안에 깃들어 있던 일곱 갈래의 원신 중 여섯 갈래가 무너져 내렸다. 마지막 한 가닥의 원신은 문양이 깨진 순간 한제의 체내로 돌아왔다.
검기가 된 능천후의 신식은 상당히 어두워졌지만 예리한 날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
금빛 문양은 선인의 신통력으로 발휘된 것 답게 무너진 와중에도 무수히 많은 금빛으로 부서지면서 그 검기를 철창처럼 가두었다. 비록 오랜동안은 아니더라도 얼마 정도는 검기를 속박할 수 있었다.
원신의 손상은 수련자에게는 굉장한 내상이었으나, 한제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금빛으로 속박되어 있는 능천후의 신식을 지나쳐 곧장 균열 깊은 곳으로 달려갔다.
바닥에는 전체적으로 보라색 빛을 내는 주일의 영체(靈體)가 걸려 있었다.
주일의 두 눈은 굳게 감겨 있었고 얼굴에는 절망의 빛이 어려 있었다. 미간을 제외한 온몸은 보라색이었는데 이 보라색 빛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꿈틀댔다. 또한 그의 얼굴에서는 보라색 빛이 하나의 선이 되어 미간에 있는 금색 빛을 삼키려 하고 있었다.
30척 정도 크기의 진이 주일을 감싼 채였고 그 진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른 보라색 빛이 하나의 문양이 되어 주일의 체내로 흘러들었다.
이 진의 동서남북 사방에는 각각 하나의 보검이 꽂혀 있었는데 각 보검에서는 한 갈래의 빛이 뿜어져 나와 땅속으로 흘러들었다. 동시에 이 네 자루의 보검 중 세 개 위에는 주먹만 한 빛의 공이 떠오른 채 거대한 신식을 발산했다.
“주일 선배⋯⋯.”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보게 된 주일의 온몸은 거의 보라색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미간에 자리한 금빛마저 흩어진다면 주일은 완전히 능천후의 것이 되어 다시는 깨어날 수 없을 터였다.
주일을 봉인하고 제련하는 진은 능천후가 직접 만든 화마진(化魔陣)이었다. 매우 강한 진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땅에 꽂힌 네 자루의 검이었다.
능천후는 일찍이 네 개의 세상을 제련하여 원신의 검 네 자루를 만들어냈다. 지금 이 땅에 꽂혀 있는 검들은 그 검들의 그림자였다. 능천후는 네 갈래의 신식을 검 위에 올려두었고 덕분에 진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진에서 피어오르는 보라색 기운은 요기로 수요군에 있는 고요의 잔혼에서 뽑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능천후가 수요군의 고요 잔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일의 영체를 봉인한 균열이 있는 곳에는 한 줄기 숨겨진 맥이 흘렀는데 이 맥은 땅속을 통해 수요군의 제도에 있는 고요의 사당과 연결되어 있었다. 때문에 수요군의 고요 잔혼이 시시때때로 발산하는 요기는 이 맥을 따라 진에 흡수되고 전환되면서 주일의 영체를 침식하는 역할을 해왔다.
수요군의 고요는 자신의 요력을 감당할 수 있는 영체를 찾아 수요군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주일의 미간에 있는 금빛까지 완전히 흡수한다면 주일의 영체는 수요군 고요의 몸이 될 터였다.
능천후는 선계 밖까지 주일에게 쫓긴 뒤 그와 줄곧 싸워왔다. 주일은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의 선력으로 선검의 검령이 된 뒤 막대한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반면 능천후는 그 여인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에 갈수록 힘이 부쳤다. 게다가 검령이 된 주일은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들어 선검의 검령에게는 목숨과도 연결된 검기인 영기(靈氣)까지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다.
능천후는 하얀 옷의 여인에게서 받은 공격을 떠올리며, 그 정도 힘은 결코 선군(仙君)이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에게 이런 정도의 부상을 입힐 수 있는 공격이라면 분명 상급 선술일 터였고 상급 선술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선제(仙帝)뿐이었다.
한 번의 손짓으로 능천후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었던 것도 주일에게 죽음까지 불사하고 영기를 쏟아붓게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능천후 또한 진정한 강자이자 머리가 비상한 자였다.
그는 주일을 요령의 땅으로 끌어들였다. 이곳의 기이한 특성을 이용해 주일을 사로잡고 수요군의 고요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찍이 수요군의 고요 잔혼과 모종의 거래를 한 적이 있는데 주일의 영체를 넘김으로써 그 거래의 대가를 치름과 동시에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불과 수백 년 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랑의 균열 안으로 들어온 한제는 진 위의 주일을 바라보았다. 주일의 몸에서는 짙은 죽음의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당시 하얀 옷의 여인, 정아와 헤어지게 된 이후 이미 죽어 있었던 것이다.
“주일 선배!”
한제는 다시 외쳤다.
그는 주일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죽음의 기운 대부분은 주일에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없기에 생겨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주일은 죽음을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