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23
“우레⋯⋯.”
한제는 긴장감이 역력한 얼굴로 재빨리 저물대를 두드렸다. 그러자 사신차가 튀어나와 허공에서 전광으로 이루어진 구체가 되어 점점 확대되더니, 그 안에서 뇌수가 나타났다.
우레의 선수(仙獸)인 뇌수는 코로 두 갈래의 푸른 기운을 뿜어내며 거대한 눈으로 사방을 훑어보았다. 그때,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이 날린 아홉 개의 번개 구체는 더욱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다.
“크르르!”
뇌수는 낮게 으르렁대며 입을 크게 벌려 아홉 개의 번개 구체를 단숨에 삼켰다.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은 화가 난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자신의 사방을 맴돌고 있는 모든 우레를 쏟아부었다. 동시에 미간을 두드려 빛을 내뿜는 망치를 꺼내 들고는 힘껏 휘둘렀다.
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전광을 번득이는 망치가 마치 한 마리 용으로 변해 날카로운 이와 발톱을 드러낸 채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곧장 저물대에서 붓을 꺼내 들고는 순식간에 다섯 개의 획으로 이루어진 문양을 그려냈다. 그의 원신도 다섯 갈래로 나뉘어 그 안에 섞여들었다.
금색으로 번득이는 문양은 눈부신 빛을 발산하면서 용이 된 탐랑의 망치와 그대로 충돌했다.
쾅!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심연의 벽이 곧장 무너져 내렸다. 수많은 돌 조각들이 출구의 추진력에 의해 위로 솟아올랐다.
다섯 갈래의 신식으로 변한 문양은 곧장 한제의 체내로 돌아왔다. 한제는 창백한 얼굴로 잠시 비틀거렸으나, 이내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한편, 용이 된 망치는 허공에 멈춘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수많은 금색 균열이 나타나더니 곧장 무너져 내렸다.
그 무렵, 뇌수는 달려드는 수많은 우레들을 한 입에 하나씩 삼켜버렸고 무너져 내린 용까지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도발하는 듯한 눈빛으로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을 힐긋 바라보더니 한제의 뒤를 따랐다.
“저 미개한 짐승이!”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은 이를 갈며 분노한 듯 외쳤고 다시 한 번 망치를 휘둘렀다. 그러자 망치에는 붉은 빛이 응집됐다. 이어서 원신이 다시 한제를 추격하는 동안 그 붉은 빛은 점점 더 짙어지다가 나중에는 핏빛이 됐다.
한제는 뒤에서 다가오는 엄청난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곁에 있던 엄숙한 표정의 뇌수는 거대한 눈으로 뒤를 바라보며 낮게 그르렁댔다.
‘저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은 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그 무렵,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저항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허나 능천후의 검기 덕분에 막힘없이 달아날 수 있었다.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은 여전히 그를 바짝 쫓아왔다.
둘 사이의 거리는 늘어났다 줄기를 반복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두 사람의 속도에 따라 깊은 곳까지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지만 이곳의 저항력은 너무나 커서 둘의 속도는 어쩔 수 없이 느려지고 말았다.
“멸선뢰(滅仙雷)!”
어느 순간,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이 다시 망치를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빛이 튀어나와 번개가 되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목표는 한제와 뇌수가 아니라 옆에 있는 심연의 벽이었다.
한제의 눈동자는 엄청난 위기감에 맹렬히 수축했다. 그는 곧장 뇌수를 저물대에 집어넣은 뒤 생의 낙인으로 온몸을 꽁꽁 감쌌다. 그와 동시에 이를 악물고 요석설의 붉은 옥패를 꺼내 부수었다. 그러자 짙은 붉은 빛이 그를 감싸더니 층층의 보호막을 형성했다.
그 무렵, 양쪽 심연의 벽은 붉은 빛으로 번득였다. 이어서 하나하나의 붉은 점들이 그 벽에서부터 떠올랐다. 이 점들은 점점 커지고 또 점점 많아지면서 붉은 번개가 되어 줄기줄기 폭발하듯 튀어나왔다. 번개들은 서로 교차되면서 붉은 번개의 그물이 되었다.
펑! 펑!
이 번개들 중 몇 갈래는 한제의 몸을 두른 붉은 빛을 관통하고 그의 몸에 꽂혔다. 허나 그것들은 모두 생의 낙인에 가로막혔다.
한제는 한숨을 내쉬더니 돌연 저물대에서 검초십이자의 검 세 자루를 꺼내 그 안에 능천후의 검기를 섞은 후 휘둘렀다. 그러자 검들은 붉은 빛을 관통하여 곧장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싸우고 싶다면 싸워주마!”
한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이곳의 저항력은 너무나 강해져 아래쪽의 복도까지 이르기는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탐랑의 두 번째 원신으로부터 무사히 도망칠 가능성도 높지 않았다.
“삼재검진!”
세 자루의 검이 쉭 소리를 내며 탐랑의 두 번째 원신에게 달려들었다. 능천후의 검기까지 섞인 검진에서는 세 마수의 혼이 나타나 붉은 그물을 그대로 통과하더니 짙은 검기를 발산하면서 두 번째 원신을 향해 돌진했다.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은 빛을 발산하면서 신중한 눈으로 마수들을 바라보다가 손에 쥔 망치를 휘둘렀다. 그러자 용들이 다시 나타나 원신을 에워쌌고 이내 삼재검진과 얽혀들어 싸우기 시작했다.
삼재검진은 맹렬하게 달려들었으나 용으로 이루어진 보호막을 뚫지는 못했다.
만약 능천후의 검기가 아니었다면 탐랑의 원신은 이토록 신중하게 굴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세 자루 검에 깃든 검기는 그에게도 두려운 존재였기 때문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끊임없이 용들로 상쇄시킬 수밖에 없었다.
원신의 미간에는 하나의 각인이 떠 있었는데 그 각인은 느릿한 속도로 아주 짙게 번득였다.
그 무렵, 한제는 피처럼 붉은 빛에 감싸여 있었다. 그는 아래에서 느껴지는 저항력을 이용해 위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능천후의 검기를 거둔 상태라 내려올 때보다 몇 배는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었다. 그 속도로 그대로 번개의 그물을 뚫고 나가 공격할 생각이었다.
태고의 뇌룡(雷龍)
한편, 한제의 몸을 두른 붉은 빛은 여러 층의 그물을 뚫고 나오는 사이 반으로 줄었다. 이에 한제는 끊임없이 붉은 옥패를 부수어 방어막을 계속해서 보충해나갔다.
이 붉은 빛의 보호막이 없었다 해도 1백만 개의 생의 낙인이 있으니 곧장 목숨을 잃지는 않았겠지만 그 보호막이 없었다면 붉은 그물을 뚫고 나오는 사이 몇 차례나 죽음의 위협을 맞닥뜨렸을 것이 분명했다.
‘당시 그 회색 옷의 천운자는 생의 낙인이 갖는 방어 효과가 상당하다고 했지. 보통의 신통술 앞에서는 물론 그렇겠지만 나보다 월등히 수준이 높은 수련자의 신통술에는 오래 버틸 수가 없어!’
그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두 번째 원신의 미간에 자리한 낙인에 시선을 고정했다.
‘탐랑이 저 원신을 조종하는 데 쓰는 낙인이로군. 저것을 파괴해야겠어!’
번개의 그물은 너무도 촘촘해 위로 올라갈수록 위력이 더욱 강해졌다.
한데 바로 그때,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이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자 한제를 포위한 붉은 번개의 그물이 곧장 수축하면서 수많은 빛이 한제를 향해 몰려들었다.
허나 한제는 당황하지 않고 아예 방어를 포기하고는 눈을 번득이며 외쳤다.
“좋다. 오늘 네가 죽나 내가 죽나 어디 한번 해보자!”
삼재검진은 한제의 살기를 느낀 듯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고 그 검진에 어린 능천후의 검기도 더욱 강력하게 발산됐다.
“정(定)!”
커다란 외침이 한제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온전한 하급 선술인 정신술이 발휘되었고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의 팔이 허공에서 우뚝 멈추었다.
“살(殺)!”
한제는 살기 가득한 눈빛을 번득이며 크게 외쳤다.
순간, 삼재검진의 위력이 폭발하면서 보호막을 이루던 용들을 뚫고 두 번째 원신을 찔러들었다. 이어서 능천후의 검기가 모두 몰려들어 두 번째 원신의 체내로 들어가더니 그 영체를 파괴했다.
“크윽!”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미간의 낙인이 미친 듯이 번득이면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때, 한제를 향해 끊임없이 수축하던 그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붉은 빛으로 흩어졌다. 한제는 곧장 그 안에서 빠져나와 저물대에서 마갑을 소환해 몸을 보호했고 뒤이어 화마지를 발휘하여 마기를 응집시키더니 쏘아 보냈다. 그리고는 쉴 틈 없이 황천지를 발휘했다.
황천지가 발휘된 순간, 도의 황천도 함께 튀어나왔다.
한제는 어느새 두 번째 원신의 곁에 이르렀고 그가 발휘한 신통력은 모두 그 원신에 적중했다.
“폭발!”
한제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외쳤다.
두 번째 원신의 미간에서 빛나던 낙인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갔으나, 한제가 발휘한 두 가지 신통력에 결국 무너져 내렸다.
“크아아!”
두 번째 원신이 비명을 질러댔고 몸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위험하다.’
한제는 굳은 표정으로 손을 휘둘러 삼재검진과 함께 몸을 뒤로 물렸다.
까마득히 오래된 듯한 기운이 두 번째 원신의 균열 사이에서 흘러나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 이 기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마수의 기세가 배어 있었다.
삼재검진에서 나타난 세 마리의 마수의 혼백도 벌벌 떨기 시작했다.
한편, 주일과 싸우고 있던 탐랑은 그 순간 표정이 급변하며 몸을 휘청거리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그리고 멍한 얼굴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이건⋯⋯?”
쾅!
폭발음과 함께 탐랑의 두 번째 원신이 무너져 내렸고 그 순간 한 줄기 푸른빛이 원신의 이마에서 튀어나와 한 마리 청룡으로 변하더니 짙은 태고(太古)의 기운을 확산시켰다. 태고의 뇌룡(雷龍)으로 명성이 자자한 용이었다.
탐랑은 축기기였을 당시 벼랑 아래로 굴러떨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 우연히 어느 동굴 안에서 혼수상태에 빠졌던 어린 뇌룡의 영신(靈身)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조심스레 숨겼고 위험할 때에만 자신을 보호하는 데 사용했다.
그 후 탐랑은 어느 시가지에서 구한 법보를 연구하던 중 그것이 어느 태고의 마기(魔器)임을 알게 됐다. 탐랑은 그 마기를 이용해 뇌룡을 낙인에 봉인하고 영원히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해 자신의 법보로 만들었다.
문정기에 이른 후에야 탐랑은 봉인한 뇌룡을 가지고 두 번째 원신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 원신을 함부로 자극할 수 없었다. 공연히 혼수상태의 뇌룡을 깨웠다가 통제하지 못하게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원신에서 빠져나온 청룡은 눈을 뜨더니 포효를 내질렀다.
“크오오오!”
그 순간, 하늘과 땅의 기세가 급변했고 구름이 몰려들었으며, 심연의 저항력 또한 미친 듯이 밀려났다.
한제는 쓰게 웃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저항력에 몸을 싣고 빠르게 달아났다.
‘탐랑⋯⋯ 그자의 진정한 보물은 바로 두 번째 원신으로 만들어낸 용이었군! 고대 신 서사가 만들어낸 솥도 가지고 있고 말이야. 수준도 높고 천운도 타고난 자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는 여덟 살에 수련 생활을 시작한 탐랑이 흙장난을 치려고 땅을 파다가 5백 년 묵은 황정(黃精)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끓여먹은 뒤 그 강력한 기세를 수련의 기초로 삼았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한편, 포효를 내지른 청룡은 서늘한 눈으로 주위를 훑다가 한제를 발견하고는 좀 전에 당한 수모를 떠올린 듯 그에게 달려들었다.
심연 깊은 곳으로 달아난 한제는 어느덧 흡인력을 발산하던 그 깊은 구멍 앞까지 이르렀다.
바로 그때, 어느덧 바로 뒤까지 쫓아온 청룡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길, 어쩔 수 없군!’
한제는 이를 악물고 그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방금 막 깨어나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일 뿐인 청룡 또한 그 뒤를 따랐다.
깊은 구멍 안의 흡인력은 바깥쪽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미리 대비하고 있던 한제는 구멍 안으로 뛰어들자마자 모든 선력을 동원하여 최대한 구멍의 가장자리에 달라붙었다. 반면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한 청룡은 갑자기 강력해진 흡인력에 포효하며 몸부림쳤고 체내에서 번개를 줄기줄기 내뿜어 사방의 벽들을 때렸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흡인력은 강해졌다. 청룡은 계속해서 몸부림치면서 번개를 내뿜어 그 흡인력에 저항하며 밖으로 튀어나가려 했다. 허나 멀지 않은 곳에서 벽에 바짝 붙어 조심스레 이동하고 있는 한제를 발견하고는 구멍에서 빠져나가는 대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캬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