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24
포효를 내지르며 다가오는 청룡을 보며 한제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저런 미친 용을 봤나! 내가 좀 공격을 했기로 그게 목숨을 버릴 정도로 큰 한이 됐단 말이냐?’
선력을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던 한제는 이내 선력을 거두고는 흡인력에 몸을 실어 아래로 내려갔다. 청룡은 계속해서 포효하며 한제를 추격했다.
한제와 용은 쫓고 쫓기면서 점차 더욱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한제는 도망치던 와중 이 깊은 곳의 흡인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음을 느꼈다. 마치 폭풍이 무르익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청룡이 입을 쩍 벌려 거대한 번개로 이루어진 공을 쏘아 보냈다.
“이런!”
번개 공은 엄청난 힘을 담은 채 다가왔다. 한제는 재빨리 피하려 했으나, 그럴 틈도 없이 번개 공이 우뚝 멈추더니 궤도를 벗어났다.
한제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는 구멍 깊은 곳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흡인력이 끓어오르듯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고는 즉시 저물대에서 삼재검진을 꺼내 구멍의 벽에 힘껏 박아 넣었다.
카가각!
검이 벽에 박힌 순간, 흡인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청룡이 내뱉은 번개 공은 수직으로 하강하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속도로 깊은 구멍 아래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번개 공이 발하는 빛으로 아래쪽이 환해졌다. 구멍은 끝도 없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고 번개 공의 빛은 점점 작아지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태고의 뇌룡은 무척 놀란 듯했고 이제야 두려움을 느낀 듯 한제를 내버려둔 채 위로 올라가려 했다. 태고의 기억 속 어딘가에서 지금 눈앞의 광경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청룡은 온몸에서 빛을 내뿜으면서 30척 정도 올라갔다.
“이제 와서 도망갈 셈인가?”
한제는 서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로서는 저 용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들어올 일도 없었을 테니 자신을 사지로 내몰고 도망치려는 뇌룡을 용서할 수 없었다.
“정(定)!”
한제는 낮게 외치며 정신술을 발휘했다.
본래대로라면 뇌룡은 금방 원상태로 회복되었겠지만 구멍에서 발휘된 흡인력까지 더해진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정신술이 발휘된 순간, 뇌룡은 분노한 듯 포효했고 그 순간 거대한 흡인력으로 인해 1백 척 아래로 가라앉았다.
“절대 도망 못 간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였다. 그의 몸 역시 엄청난 흡인력에 이끌려 빠르게 가라앉았다.
콰드드!
벽에 박힌 삼재검진이 불꽃을 튀기며 벽에 세 갈래의 깊은 흔적을 남겼다.
“정(定)!”
한제가 다시 정신술을 발휘했다.
뇌룡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며 위로 올라가려 했으나 정신술에 고정되는 순간 구멍의 흡인력에 이끌려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한제를 공격해봐야 그 공격은 구멍의 흡인력에 구멍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으니, 청룡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바로 그때, 돌연 흡인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이전에 비하면 몇 배나 강력해진 흡인력에 한제는 삼재검진을 쥔 팔이 뜯겨져 나갈 듯했다.
“크윽!”
그는 재빨리 저물대에서 선검과 굽은 칼을 꺼내 발바닥 바로 아래 벽에 찔러 넣은 후 밟고 섰다. 그러자 삼재검진을 포함한 다섯 개의 검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다섯 갈래 깊은 흔적을 벽에 남겼다.
한편 청룡은 여전히 몸부림을 치면서 유성처럼 아래쪽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심지어 녀석은 이 흡인력에 더 이상 모습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푸른 기체가 되어 길게 늘어졌다. 이 기체 안에서는 푸른빛이 미약하게 번득였고 구멍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와중에도 사방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내려가.”
그때, 저물대 안에서 또 다시 기이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한제의 심신을 울렸다. 한제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일순 표정이 변했다.
푸른 기체의 빛 덕분에 한제는 희미하게나마 아래쪽을 볼 수 있었고 거기서 그림자를 하나 발견했다. 푸른빛이 번쩍이자 그 그림자도 미약하게 밝아졌다.
한제는 그것이 벽에서 뻗어 나온 커다란 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약 1백 척 크기의 돌 위에는 전송진이 배치되어 있었다.
허나 자세히 살피기도 전에 푸른빛은 미약해졌고 다시는 밝아지지 않았다. 이에 돌의 모습도 다시 어둠 속에 잠겨들었다. 이곳에서는 신식을 펼칠 수가 없어 자세히 살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순간, 한제는 발을 받친 선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뒤이어 굽은 칼 역시 사라졌다.
“틈이 있다.”
한제의 눈이 반짝였고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벽으로 바짝 붙였다. 그의 예상대로 그곳에는 10척 크기의 틈이 있었고 벽에 바짝 몸을 대고 있던 한제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외부의 흡인력이 이 틈 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한제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섯 자루의 검을 거두었다.
한편, 푸른 기체로 변한 청룡은 한제가 사라진 것을 보고 발버둥을 쳤다. 이어 기체가 꿈틀거리더니 한쪽 끝이 청룡의 모습으로 변해 한제가 숨어든 틈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이는 한제를 삼켜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구멍 아래에서 발산되는 흡인력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뇌룡은 혼신의 힘을 다해 겨우 틈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구멍의 흡인력이 너무나 강해 틈 속으로 파고드는 데는 실패할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뇌룡은 결심한 듯 눈을 빛내더니 몸을 중간에서부터 둘로 나누었다. 그러자 갈라진 하반신은 흡인력에 이끌려 구멍 아래로 떨어졌고 그 사이에 상반신은 한제가 숨어든 틈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제는 정신술로 뇌룡을 구멍 아래로 밀어내려 했다. 뇌룡은 그런 한제의 생각을 알아차린 것인지 틈으로 다가오면서 번개 공을 토해내려는 듯 입을 벌렸다. 만약 여기서 번개 공이 다가온다면 한제로서는 도망칠 방도가 없었다. 누가 먼저 신통력을 발휘하는지에 목숨이 걸린 상황이었다.
허나 한제에게는 다른 계획도 있었다. 방금 몸 절반을 잘라버렸으니 뇌룡은 구멍의 흡인력에 저항할 힘도 반으로 줄어들었다. 말하자면 지금은 뇌룡이 가장 허약해진 때라고 할 수 있었다.
한제는 이를 악물고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의 원신이 미간에서 튀어나왔다. 뇌룡이 틈 속으로 파고들어 번개 공을 내뱉으려는 그 순간, 한제의 원신은 그 뇌룡을 삼키려 달려들었다.
일찍이 탄혼이었던 한제는 모든 혼백들을 삼킬 수 있었다. 한제의 원신은 급격하게 불어났고 뇌룡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그대로 한제에게 삼켜졌다.
기이한 원신
태고의 뇌룡을 삼킨 한제의 원신은 다시 육신으로 돌아왔다. 이때 한제의 원신에서는 폭발적인 힘이 마구 요동치고 있었다.
“크윽! 제아무리 반쪽이라 해도 역시 태고의 뇌룡이라 이건가?”
번득이는 전광이 엄청난 힘을 내뿜으며 한제 체내의 원신을 맴돌았다. 심지어 육신의 혈맥을 따라 한제의 몸에도 전기에 감전된 듯 전광이 번득였다. 한제는 모든 정신을 원신에 녹여내 미친 듯이 뇌룡의 힘을 흡수했다.
한제의 원신은 끊임없이 커지고 있었다.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성장이었다. 그는 원신의 경맥을 따라 맴돌고 있는 뇌룡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는데 뇌룡의 표정은 엄청난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미세한 선들이 뇌룡으로부터 갈라져 뻗어나가 원신의 각 부분으로 퍼져나갔다. 뇌룡의 힘은 기이한 방식으로 한제의 원신을 변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 뇌룡은 다른 태고의 마수에 비할 수 없는 존재였다. 전설에 따르면 태고의 뇌룡은 우레로부터 태어난 천도의 총애를 받는 존재였으며, 아주 옛날에는 천도를 대신하여 우레를 다루는 힘을 가지기도 했다고 했다. 즉, 이 태고의 뇌룡을 삼키는 것은 하늘을 가득 채운 우레를 삼킨 것이라 할 수 있으니, 수련자의 원신이 어찌 그 위력을 견딜 수 있겠는가? 이는 천운자라 해도 쉬이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부귀와 도는 위험 속에서 얻어지는 법이었다.
한제의 원신에서 뇌룡이 맴돌면서 한제의 체내에도 대량의 천둥번개가 형성됐다.
콰르릉!
우레 소리가 들려오면서 한제의 원신에도 한 줄기 뇌광(雷光)이 나타났다.
한제의 원신은 이 불가사의한 상태에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이 변화는 어쩌면 한제의 수준을 높이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앞에 놓인 길에는 엄청난 파란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우레를 머금은 원신. 천운자도 여태 이런 경지에 이른 수련자를 본 적은 없었다.
허나 한제의 원신 속 뇌룡은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며 반격을 해댔다.
한제의 머리카락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떠올랐고 번득이는 빛은 그의 머리카락을 따라 사방의 돌벽으로 확산됐다. 체내의 원신 역시 그 빛으로 가득 찼다.
뇌룡은 원신 안에서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그럴수록 더욱 강렬한 빛이 발산됐다.
이 강력한 빛에 한제의 원신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만약 한제가 특유의 강력한 의지로 버텨내지 않았다면 벌써 흩어지고도 남았을 터였다.
한제의 원신이 두 눈을 부릅뜨자 그 눈에서 태고의 뇌룡처럼 강력한 전광이 번득이며 튀어나왔다. 한제는 원신을 계속해서 육신 안에 뒀다가는 육신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생명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에 그는 정수리를 통해 원신을 내보냈다. 원신은 의지가 가득한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 체내에 집어넣더니 경맥 안에서 맴도는 뇌룡을 잡아채 쑥 빼냈다. 허나 삼킨 뇌룡 중 절반만 뽑혀 나왔다.
“쿠오오오!”
뇌룡의 포효가 울려 퍼지며 대량의 천둥번개가 한제의 원신을 타고 발산되어 사방의 벽에 적중했다. 번개에 적중당한 벽은 사방으로 부서져나갔다.
뇌룡의 몸을 쥔 한제는 왼손을 휘둘러 대량의 금제를 뇌룡의 몸에 찍었다. 이어서 손을 풀고 다시 체내에 손을 넣어 나머지 반을 꺼내더니 금제로 쉴 새 없이 낙인을 찍어댔다. 그 와중에도 원신은 계속해서 뇌룡의 힘을 흡수했다.
한제는 이 융합 과정에 완전히 빠져들어 시간이 가는 것도 잊었다.
그의 육신은 완전히 빛을 잃고 천천히 말라가기 시작했지만 죽은 것이 아니라 생기를 흘려버리지 않기 위해 가사(假死) 상태에 이른 것이었다.
하루, 그리고 또 하루, 1년, 그리고 또 1년이 지났다.
그 무렵, 한제의 원신 안에 있던 태고의 뇌룡은 여전히 꿈틀거렸지만 더는 이전처럼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지는 못했다. 또한, 그 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금제가 찍혀 번득거리면서 비늘을 이루고 있었다.
한제의 원신은 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점 작아져 이제는 원영처럼 3척 정도에 불과한 크기가 되어 버렸다. 허나 번득이는 위엄만큼은 이전보다 더욱 강렬했다. 또한 그의 원신은 이전처럼 반짝이는 정도가 아니라 끝없는 전광을 번득였다. 마치 1만 마리의 은빛 뱀이 그 위를 스쳐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느 순간, 한제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사방에서 콰르릉 하는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고 두 줄기 번개가 유영하는 용처럼 그의 눈에서 폭사되더니 틈 밖으로 나가 칠흑처럼 어두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한제의 원신은 휘릭 날아올라 육신 곁에 이르렀다.
육신의 근육은 완전히 쪼그라들었고 전체적으로 피골이 상접하여 마치 해골 같았다. 미간에 남겨진 약간의 생기가 아니었다면 벌써 시체가 됐을 것이다.
원신은 육신의 정수리로부터 그 안으로 녹아들었다. 한데 원신이 몸으로 녹아드는 과정에서 겹겹의 막 같은 것이 느껴졌다. 크게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원신는 멈추지 않고 육신에 녹아들었고 완전히 녹아든 순간, 번개와 같은 빛이 한제의 육신에서 번득이면서 온몸을 휩쓸었다. 동시에 근육은 빠르게 회복되어 원상태로 돌아왔다. 이전에 비해 약간 마른 모습이었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가 탁한 공기를 내뱉었다. 그 날숨은 회색이었는데 그 숨을 토해내고 나서야 육신의 빛을 되찾을 수 있었다.
“너무 위험했어. 하지만 수확은 상상을 초월하는군. 나쁜 것인지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신은 완전히 바뀌었어. 마치 동화된 것처럼… 지금 내 원신은 한 가닥 천뢰(天雷)에 가깝다.”
한제는 생각에 잠긴 눈으로 고개를 들어 틈 밖의 깊은 구멍을 내다보았다.
“우레가 된 원신이라⋯⋯ 흥미롭군. 지금 내 원신을 훼손하려고 하는 것은 천뢰를 훼손하려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나의 수준은 여전히 문정기 초기에 이르러 있지만 내게는 우레와 같은 힘이 생겼다.”
한제는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손에서는 번개가 번득거리면서 번개 공이 생겨났다. 허나 이 번개 공은 불안정하게 폭발하는 것처럼 펑펑 소리를 냈고 잠시 후 무너져 내렸다.
한제는 그 무너져 내린 번개 공을 삼켜버렸다. 그러자 그의 얼굴은 살짝 붉어졌다가 곧 원상태로 돌아왔다.
“대체 지금의 내 원신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한제의 얼굴은 다소 혼란스러워 보였다. 뇌룡 반 마리를 삼킨 것이 자신의 원신에 이토록 기이한 변화를 일으키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그는 아직 뇌룡을 완벽하게 흡수한 상태는 아니었다. 정확히는 5분의 1 정도만을 흡수했고 나머지는 원신 안에 봉인해둔 상태였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자신의 신통력을 하나하나 시험해보았다. 모든 신통력은 전부 다 이전처럼 사용할 수 있었고 도로 이루어진 황천도 이전과 같았다. 한제는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허나 곧 한제는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됐다. 겉보기에는 신통력을 발휘할 때 이전과 아무런 차이도 없었지만 그 안에 우레의 위엄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우레의 위엄이…
한제는 미간을 구겼다.
신통력이 강해진 것은 분명 잘된 일이었다. 이제 그의 신통력은 문정기 중기 수준 수련자들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을 법했고 여기에 법보의 위력까지 더한다면 문정기 후기 수준 수련자도 상대해볼 만할 것 이다.
한데 어째서인지 그는 내내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