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32
“탐랑! 어디 있느냐?”
그의 목소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천둥을 합친 듯 요란하게 퍼졌다. 그 엄청난 목소리에 지면에는 균열이 일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능천후의 목소리는 요령의 땅 전역에 울렸다.
천운자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탐랑이 이곳에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한편, 혈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신식을 펼쳤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마치 요석설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라 불안함은 더욱 깊어졌다. 심지어 신통력을 발휘하여 사방을 휩쓴 후에도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기만 했다.
천운자는 한 손을 들어 손가락을 꼽아가며 셈을 해보았다. 요령의 땅 밖에서는 동해에 가로막혀 이 안의 상황에 대해 점을 쳐 보아도 깜깜했는데 이제는 이 안으로 들어왔으니 점을 칠 수가 있었다.
이들이 요령의 땅에 들어선 순간, 조석의 심연 입구에 있던 한제는 곧장 심연 안으로 들어서더니 유성처럼 아래쪽으로 향했다. 심연의 흡인력을 이용해 더욱 빨리 복도로 들어온 한제는 곧장 깊은 구멍을 향해 내달렸다.
그 무렵, 능천후의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
그는 신식을 펼쳐 사방을 살펴보았는데 북쪽 끝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마주친 두 갈래의 신식에 부딪힌 뒤 짧게 신음하며 살짝 휘청거렸다. 그의 눈에서는 밝은 빛이 폭발하듯 발산됐다.
그때, 저 앞에 상서로운 구름이 나타났다. 그 구름은 허상이었는데 그 위에는 남녀 한 쌍이 앉아 있었다. 바로 운선 부부인 이오와 호연이었다.
이오는 덤덤한 눈으로 능천후를 비롯한 일행을 살폈다. 천운자에게 시선이 닿았을 때 그의 눈동자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살짝 수축했으나, 천운자는 시종일관 눈을 감고 손가락을 꼽으며 점을 치느라 이들이 나타난 것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이오가 웃으며 말했다.
“도우들, 오랜만일세!”
호연은 빙그레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능천후는 이오를 향해 냉랭하게 말했다.
“이 도우, 탐랑이 자네한테 있는 것 같은데 그에게 물어볼 것이 있으니 넘기게나.”
이오는 웃으며 곁에 있는 부인에게 말했다.
“봐봐,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검존의 성미는 약해지기는커녕 더 괴팍해졌어.”
호연은 정이 담뿍 담긴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
“검존 도우는 제자들에게 관심이 많으니 그럴 법도 하지.”
능천후의 표정은 더욱 가라앉았다. 운선 부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그의 성격으로는 벌써 이전에 손이 나갔을 터였다.
이오는 저물대에서 두 사람을 꺼냈다. 바로 진룡과 탐랑이었다.
진룡은 능천후를 보고는 흠칫 놀라더니 철퍼덕 소리가 나도록 바닥에 꿇어앉아 크게 외쳤다.
“스승님! 탐랑 이자가 사제들을 해하였습니다.”
한편, 탐랑의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그는 공손하게 이오와 호연 뒤에 섰다. 마치 늙은 종과 같은 자세였다.
능천후는 진룡에게는 관심조자 주지 않고 검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탐랑을 주시하며 음산하게 말했다.
“탐랑, 겁도 없구나!”
탐랑은 심장이 펄떡펄떡 뛰었으나, 여전히 변화 없는 표정으로 진룡을 냉랭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헛소리! 내가 너희 대나검종 녀석 중 한 사람이라도 직접 죽였느냐?”
진룡은 악에 받친 눈으로 탐랑을 노려보았다. 스승까지 곁에 있어 평소보다 더한 배짱을 부릴 수 있게 된 그가 호통 치듯 말했다.
“네놈이 우리를 그 보라색 안개 속에 가두지 않았다면 사제들이 죽을 일이 있었겠느냐?”
“하하하! 우습구나. 내가 너희들을 그 안에 가둬놓은 것은 별채의 영패를 위해서다. 그전까지는 너희들의 솜털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 네 사제들을 죽인 진범을 찾지 않고 내게 와서 이러는 것이 참으로 우습구나!”
진룡은 뭔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그 순간 능천후가 소매를 휘두르며 냉랭하게 말했다.
“진룡, 그만해라!”
능천후는 탐랑을 향해 번득이는 살기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말했다.
“탐랑, 그래서 영패는?”
탐랑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의 수만 년 수련의 세월을 걸고 맹세하건대, 그 영패는 내게 없다.”
능천후는 말없이 탐랑을 바라보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때, 내내 눈을 감고 손을 꼽아가며 점을 치던 천운자와 혈조를 포함한 다른 노인들도 검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탐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탐랑은 머리가 저릿해졌다. 눈앞에 있는 저 까마득한 강자들이 모두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심신이 와들와들 떨려왔다.
“처… 천운종의 이한제가 가지고 갔다. 진룡도 목격한 일이야! 게다가 대나검종 제자들을 죽인 진범 역시 그 녀석이다.”
능천후는 미간을 팩 찌푸리며 진룡을 바라보았다.
진룡이 얼른 입을 열었다.
“스승님, 제가 본 것은 영패를 손에 넣은 이한제가 탐랑 저자에게 붙잡혀 있는 모습일 뿐, 그 후의 일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제들을 죽인 것은 그자의 짓이 맞습니다.”
바로 그때, 천운자가 두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들어 동쪽을 바라보았다.
“가려는 게냐!”
천운자의 손가락이 갈수록 빠르게 움직였고 그의 눈빛은 아주 먼 거리를 뛰어넘어 수요군에 자리한 조석의 심연 입구에 이르렀다.
뒤이어 입구 안으로 들어간 뒤 복도를 지난 그의 눈빛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복도 중앙의 깊은 구멍 속으로 향했다.
회오리
그 무렵, 한제는 천운자의 시선을 느끼고는 흡인력과 하나가 되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천운자의 시선이 한제에게 닿으려던 그때, 그의 시선은 깊은 구멍 속의 흡인력에 저지됐다. 천운자의 시선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한제가 섞여든 흡인력이 있는 곳을 지나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천운자의 신통력에 능천후를 비롯한 사람들, 심지어 운선 부부마저도 놀란 눈으로 그를 주시했다. 그들 모두 신통력을 이용해 천운자의 눈빛을 따라 조석의 심연을 뚫고 들어가 깊은 구멍 안으로 향했다.
한제는 얼른 저물대에서 칠성검진을 꺼내 추진력을 발휘했고 깊은 구멍의 흡인력과 섞어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깊은 구멍 바닥에 가까워져 눈 깜짝할 사이 예의 회오리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바로 그때, 천운자의 눈빛과 모든 노인들의 신식이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단박에 칠성검진을 알아본 능천후가 순간 분노에 욕설을 내뱉었다.
한편, 천운자 역시 한제를 알아보았다. 한제의 몸에 살육 선결의 낙인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의 눈빛에 한기가 더해졌다.
한제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어 냉랭한 눈으로 뒤쪽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회오리 안으로 빠져들었다.
그 순간, 엄청난 힘이 회오리 안에서 용솟음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강력한 힘에 천운자 등의 신식도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한제가 회오리 안으로 빠져들어 사라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제가 회오리 안에 들어간 순간, 혈조의 신식으로 이루어진 허상은 한제에게서 요석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운에는 요석설의 몸부림과 저항의 기색도 어려 있었다.
혈조는 냉혹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한제, 내 딸은 어디 있느냐!”
“가짜 별채는 세 개가 아니라 네 개라더군!”
한제가 회오리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에 남긴 이 한 마디를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혈조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네 번째 가짜 별채에 대해서는 오직 그와 그의 딸 요석설만 알고 있었다. 이런 비밀을 요석설이 아무렇게나 다른 사람에게 알렸을 리는 없었다.
이는 한제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그는 요령의 땅을 떠나면서 이곳을 마구 어지럽히고 싶었다. 만약 혈조가 요석설의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알아차린 이상 반격을 해야 했다. 한제는 자신의 한 마디에 능천후와 천운자 등이라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한제는 그렇게 사라졌다.
회오리 밖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늙은이들의 얼굴은 모두 착 가라앉아 있었다. 각자의 뜻을 품고 있던 그들이었지만 한제의 말을 들은 그 순간 분분히 혈조에게 시선을 돌렸다.
혈조는 날카로운 눈빛들이 등에 꽂히는 듯한 느낌에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그래, 분명 네 번째 가짜 별채가 있네. 하지만 이미 저 이한제 녀석이 점거한 데다가 영패 역시 저놈의 손에 있지. 저자를 붙잡지 않으면 진정한 별체에 들어갈 방법이 없어! 한데 저 회오리가 나천성역으로 통하는 입구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지만 그 힘이 너무 강해 접근할 수도 없지. 대체 이한제가 어떻게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알 수가 없군.”
그때 능천후가 불쑥 끼어들었다.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한 사람 정도 들여보낼 수 있겠지. 누가 갈텐가?”
“우리 중 누가 간다 해도 서로 의심할 테니, 탐랑을 보내는 게 좋겠군. 우리가 금제를 하나씩 건다면 탐랑은 우리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이한제를 잡아올 수밖에 없을 거야!”
천운자는 기이한 빛이 담긴 눈으로 묵묵히 회오리를 바라보았다. 어느 누구도 그의 의중을 파악할 수는 없었다.
수많은 별빛이 반짝이는 나천성역은 광대해 그 안에 수련성은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또한, 대부분의 수련자가 다른 성역의 존재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연맹성역과 달리 나천성역 수련자 대부분은 풍우뇌전(風雨雷電) 네 개의 선계 아래 각각 하나의 성역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이는 연맹성역 안에 수련 연맹 하나만 단독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수련 연맹에서 은닉한 것이다.
반면 나천성역은 비교적 자유로웠고 비밀스러운 일들에 대해서도 그리 폐쇄적으로 굴지 않았다.
연맹성역과의 또 다른 차이점은 나천성역 안에는 문파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천성역의 수련자들은 각자의 가문에 소속되어 수련을 이어가기 때문에 혈연을 중시하는 편이었다.
나천성역 수련자들은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들끼리 놀랄 만한 응집력을 발휘하는데 이를 통해 세력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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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갈래의 빛이 우주를 질주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네 사람이 있었는데 셋은 남자 하나는 여자였다.
그들은 겉으로 봐서는 나이를 알 수 없었지만 겉으로는 꽤나 어려 보였다. 이들 중 여인은 영변기 중기 수준이었고 나머지 세 사내는 모두 영변기 초기였다.
이제 갓 스물이나 되었을까 싶은 여인은 무척 아름다웠지만 그 안에는 냉랭함이 어려 있었다. 또한 전체적으로는 오만한 기색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내노라하는 가문의 규수와 같은 느낌이 풍겼다.
세 사내는 모두 외모가 늠름하고 당당했지만 지금은 어째서인지 약간 가라앉은 표정으로 틈틈이 뒤쪽을 힐끔거렸다.
“적요석(赤耀石)도 버려. 그러지 않으면 저 명무충(冥霧蟲)들은 계속 쫓아올 거야. 저 녀석들에게 포위된다면 우린⋯⋯.”
셋 중 한 사내가 다급하게 말했다.
“명무충은 적요석을 내던져도 멈추지 않고 추격해올 거야!”
여인이 조용히 말했다.
이들 뒤로는 회색 안개가 꿈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 안개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그 안에 손가락만 한 날벌레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숨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개도 그들의 몸체에서 발산된 기체로 형성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