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46
연맹성역 어느 평범한 수련성의 한 일반인 제국 수도를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여인 둘이 거닐고 있었다. 이 두 여인은 손에 붉은색 빛의 공을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 그 빛의 공에서는 흉악하고 살기 어린 기운이 풍겨 나왔다.
그때, 둘 중 한 여인이 날카롭게 말했다.
“사도환! 썩 나오지 못해!”
그러자 곧 욕을 지껄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뒤이어 보라색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고 두 여인을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곧장 도망쳤다.
“사도환! 종주님께서 이미 명을 내리셨다. 난봉성(鸞鳳星)과 그 아래 소속된 모든 수련성에서 너를 지명 수배하고 있어! 넌 절대 도망치지 못한다!”
보라색 옷의 남자 사도환은 엉망이 된 꼴로 고개를 돌려 크게 소리쳤다.
“그 못생긴 아가씨들한테나 가서 전해! 만약 또 한 번 나를 협박한다면 나도 그녀들의 음탕한 순간을 기록한 옥패 10만 개를 온 수련연맹에 뿌려버리겠다고! 흥! 1백 년이나 나를 쫓아다니다니, 짜증나 죽겠군!”
그때, 두 여인이 손에 들고 있던 빛의 공을 동시에 던졌다. 빛의 공은 순식간에 서로 뒤섞여 몸의 굴곡이 두드러지는 한 여인의 허상을 이루었다.
“이번에는 절대 도망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
붉은색 허상으로 나타난 여인은 앞으로 몸을 날리며 손을 살짝 들었다. 순간 하늘의 기세가 변하고 대지가 진동하더니 하늘과 땅이 빠르게 압축되기 시작했다.
“히익!”
사도환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몸속에서 화염을 피워 올리더니 하늘과 땅이 압축된 그 순간 밖으로 돌진해 나왔다. 허나 그와 동시에 한 움큼 피를 토해내고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못생긴 것들, 내 분명 경고했거늘… 좋다, 너희들의 음탕하고 음란한 모습들을 새겨 넣은 옥패를 온 수련연맹에 뿌려주지! 난 한 번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야!”
사도환은 다시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내며 미친 듯이 도주했다.
“나는 다시 폐관수련이나 하고 있을 테니 기대하라고!”
사도환은 붉어진 눈으로 이를 갈며, 폐관수련에 들어가 규열기에 이르기 전까지는 나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천환성 남부에는 환가의 세력 범위에 속한 깊은 연못이 하나 있다. 환월담(幻月潭)이라 불리는 곳으로 환혈법은 이곳에서 진행됐다.
이 연못의 물은 일찍이 환가 선조가 신통력으로 없애버린 상태라 지면에 깊게 파인 구멍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환가의 선조는 진지한 표정으로 환월담 위 허공에 떠 있었다.
그 아래로는 수십 리에 걸쳐 환가 사람 수만 명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 입조차 뻥긋하지 않았다. 이들은 차례로 한 명씩 나와 깊은 구멍 가장자리에 서서 팔을 그었다. 그리고 팔에 흐르는 피를 얼굴이 창백해질 때까지 구덩이로 흘려 넣은 후에야 물러났다.
머지않아 환월담은 피로 차오르기 시작했고 멀리까지 피비린내가 풍겼다.
마지막으로 나선 환가의 선조가 손목을 그어 대량의 피를 구멍 안으로 흘려 넣었다. 누구보다도 많은 피를 흘려보낸 그는 얼굴이 창백해진 후에야 손을 거두었고 뒤이어 결인을 그리며 가볍게 한 마디 내뱉었다.
“융합!”
그러자 환월담에 차오른 피가 순간 회오리를 일으키며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고 이에 수만 명이 흘린 피가 섞여들었다.
수만 명의 피를 제련하여 환가의 가장 순수한 피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1천 개의 붉은 문양을 만든 뒤 한 사람의 몸에 찍어 그 사람의 피를 변환시키는 것이 바로 환혈법이었다.
“환미!”
환가의 선조가 진중한 목소리로 호명했다. 그러자 류미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 하얀 옷을 입은 그녀에게서는 성스럽고 순결한 느낌이 풍겼다.
“이 혈지(血池)에 들어가 정신을 집중하여 좌선하도록 해라.”
류미는 선조의 지시대로 피의 연못으로 들어섰다. 핏물이 그녀의 무릎, 허리, 가슴으로 차올랐고 결국 그녀는 혈지 안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류미는 혈지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핏물은 계속해서 회오리쳤다.
환가의 선조는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두 손으로 빠르게 결인을 그렸다. 줄기줄기 결인이 그의 손에서 날아가 핏물로 가득찬 연못으로 들어갔다. 강력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발산되어 사방을 뒤덮었다.
결인이 점점 많아질수록 혈지는 끓어오르듯 더욱 빠르게 회전했다.
한참 뒤, 환가의 선조는 밝은 눈빛을 번득였다.
“환가의 시조는 아주 오래전 뇌(雷)의 선계의 선인이셨다. 선계는 파괴됐지만 그의 혈통은 아직 유지되고 있으니, 오늘 환혈법으로 그 혈통을 제련해내고 우리 환가의 미래를 위해 한 사람을 들이고자 한다.”
이어 그는 복잡한 주문을 외웠다. 그 주문은 나오자마자 법인이 되어 혈지 안으로 떨어졌다.
“나타나라, 혈맥!”
환가의 선조가 크게 외친 순간, 혈지의 회오리가 우뚝 멈추더니 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솟아올라 피의 기둥이 되었다. 그 피의 기둥은 곧장 무너져 수많은 붉은색 문양이 되더니 허공에서 회전했다. 깊은 구멍 안에서는 가부좌를 튼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류미의 모습이 드러났다.
환가의 선조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결인을 그린 손으로 류미가 있는 방향을 두드렸다. 순간, 류미의 이마에 상처 하나가 나더니 피가 뿜어져 나왔고 그녀의 얼굴은 점차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회전하고 있던 붉은 문양 중 하나가 내려와 류미의 몸에 찍혔다. 그 뒤를 이어 다른 문양들도 차례로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 류미의 몸 곳곳에 붉은 문양의 흔적이 남았다.
환가의 선조는 눈을 번득이며 류미 곁으로 다가가더니 오른손을 들었다. 그의 손바닥에는 신묘한 빛 한 줄기가 나타나 있었는데 그 빛은 계속해서 변화를 일으켰다. 이 빛을 본 모든 사람들은 그 순간 생로병사, 희로애락 등을 비롯한 삶의 모든 변화들을 마주한 듯한 착각을 하게 됐다.
이 빛은 다름 아닌 환가 선조의 도 만환무상도(萬幻無相道)였다.
선조는 그 빛이 어린 손바닥을 류미의 정수리에 얹었고 자신의 체내에 있는 거대한 도를 곧장 그녀의 원신에 주입했다. 동시에 자신의 선력까지 남김없이 쏟아부어 제자의 수준이 상승하도록 도왔다.
문정기 후기 절정에 이르는 데는 엄청난 양의 선력이 필요했다. 음양이의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 해도 결코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오직 진정 수련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러야만 이렇게 하늘을 대대적으로 거스르는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환미의 접근
환가의 선조는 단지 두 번째 단계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규열 초기 수준의 수련자였다.
엄청난 선력과 무궁무진한 도념이 한데 융합되어 류미의 체내로 주입되었다.
환가의 선조는 류미를 미래에 환가를 이끌 사람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자신의 수준이 하락하는 것을 감내하면서까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일은 결코 없었을 터였다.
류미가 살짝 경련을 일으키자 그녀의 몸에 찍힌 수많은 붉은 문양들이 순식간에 그녀의 체내로 녹아들어 줄기줄기 환가의 혈맥이 됐다. 그 혈맥은 그녀의 체내에서 순환하면서 원래 몸에 있었던 피를 모두 몰아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원신은 두 눈을 번득이며 엄청난 속도로 강대해져갔다.
문정기 초기, 중기, 후기, 절정!
이를 바라보던 수만 명의 환가 사람은 질투심에 타올랐다.
그럴 만도 했다. 문정기 수준에서 발목이 잡힌 수련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그중 몇몇만이 수천 년을 수련한 끝에 겨우 문정기 후기 절정에 이르곤 했다.
한데 류미는 그들이 생을 바쳐 이루려는 경지를 단 1각도 안 되는 시간만에 이른 것이다.
환가 선조의 팔은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고 전보다 훨씬 늙어 보였으며, 심지어 눈빛마저 약간 어두워진 채였다.
뒤로 몇 걸음 물러난 그는 류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오늘부터 너는 우리 환가의 사람이며, 네 몸에 흐르는 것 역시 환가의 피다. 난 폐관수련을 하러 갈 테니 그동안 잘 수련하여 최대한 빨리 음양이의의 경지에 이르거라.”
류미는 환가의 선조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나도 만환천마도가 어떨지 정말 궁금하구나. 수련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렀을 때 만환천마도가 대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말이다! 하하하하!”
노인은 류미의 냉담함이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는 듯 껄껄 웃더니 소매를 휙 휘둘러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염운성으로 가라, 환미. 이건 네가 우리 환가 사람으로서 처음으로 나서는 일이니 네 이름을 남김없이 떨치도록 해라!”
노인의 목소리만 사방에 울려 퍼졌다.
류미는 고개를 들고 사방에 가득한 환가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선녀처럼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목표는 염운성이었다. 그녀는 누구도 대동하지 않고 오직 혼자서만 이 길에 오를 참이었다.
★ ★ ★
한제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저 멀리 멀어져가는 망월을 지켜보았다.
“길이가 1만 척에 달하는 것으로 보아 저 녀석의 힘은 규열기에 이른 수련자와 비슷할 거야. 어쩌면 더 강력할지도 몰라. 허나 아직 첫 번째 상태라 공격성은 약할 테니 먼저 건드리지 않는 이상 녀석도 나를 건드리지 않겠지.”
한제는 생각에 잠긴 채 중얼거렸다.
서사의 기억에 따르면 망월은 세 가지 상태로 나뉘는데 첫 번째 상태는 지금 한제가 보고 있는 망월처럼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 형태였다.
두 번째 형태는 온몸의 털을 회수하고 각종 기이한 형태로 바뀐다. 잠을 잘 때 보이는 이런 형태는 고대 신의 몸 안에 있을 때 흔히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상태는 온몸의 털을 몸의 길이 정도로 끝도 없이 늘어뜨린 모습으로 이는 공격을 위한 상태였다. 만약 이런 상태의 망월을 맞닥뜨린다면 최대한 빨리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었다.
한제는 조심스레 균열 안 깊숙이 들어서면서 다시 신식을 펼쳐 금염의 광맥을 찾았다.
“망월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금염의 광맥을 찾는 거니까.”
한제는 빠른 속도로 균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균열의 끝이 나타났는데 한제는 멈추지 않고 토둔술로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그러던 중, 한제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사방의 진흙에서는 뭔가 끈적거리는 액체가 흐르고 있어, 만약 그가 선력으로 몸을 두르고 있지 않았다면 벌써 그의 몸을 적셨을 것이다.
“정말 이상한 곳이군.”
한제는 조심스레 신식을 먼 곳까지 퍼트렸고 뭔가 강력한 파동에 부딪힐 때마다 곧장 방향을 틀어 빙 돌아서 갔다.
끊임없이 땅속으로 파고들어감에 따라 그의 신식은 운하성 지하 전역을 거의 뒤덮은 상태였다.
순간, 한제의 눈빛이 변했다. 운하성 가장 깊은 곳에서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길게 뻗은 금염의 광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광맥의 일부는 운하성의 반대쪽으로부터 약간 개발된 상태였다. 아마도 당시 환가 사람이 발견한 곳은 저 반대쪽 끝일 것이다.
한제는 일단 그 자리에 멈춘 채 고민에 빠졌다.
“문정기 수련자라면 쉽게 광맥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텐데 여태 그대로 남아 있다니, 이상한 일이군.”
한제는 신식으로 끝없이 이어진 광맥을 자세히 살폈지만 실마리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한참을 더 고민하던 한제는 결심한 듯 오른손을 휘둘러 전방의 진흙을 파헤치며 광맥을 향해 돌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금빛을 반짝이는 거대한 광맥에 이르렀다. 광맥은 마치 거대한 용처럼 구불구불 운하성 깊은 곳까지 뻗어있었다.
한제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으나 불길함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망월을 본 뒤부터 마음속에 드리운 어두운 구름이 흩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