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47
“망월은 왜 여기 있는 것이며, 금염의 광맥은 어째서 이토록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고 남아 있었을까?”
한제는 저 앞의 광맥을 바라보면서도 다가가지 못했다.
이곳에는 수수께끼가 너무도 많았다. 성급하게 굴다가는 피할 수 없는 위기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곧장 금염의 광맥으로 달려들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한제는 광맥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럴수록 의문은 점점 짙어졌다.
이 금염의 광맥은 너무도 반듯했다. 광맥의 크기와 굵기가 시종일관 똑같은 상태였다.
“마치 긴 뼈 같군. 자연적으로 형성된 광맥이라면 이럴 수가 없어.”
그 순간, 한제의 머릿속을 퍼뜩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진짜 뼈란 말인가? 이름을 알 수 없는 마수가 죽은 뒤에 남긴?”
허나 대체 어떤 마수의 뼈가 금염을 형성한단 말인가?
한제는 생각에 잠긴 채 금염의 광맥을 따라 나아갔다.
한데 그때, 돌연 온 대지가 진동했다.
콰르릉!
한제는 사방에서 파동이 이는 것을 느꼈다. 이 파동은 모두 위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한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바깥으로 넓게 펼친 신식을 통해 촉수들이 광맥에서 피어오르더니 진흙에 녹아들어 대지의 균열을 통해 뻗어나가 하늘거리는 것을 똑똑하게 느낄 수 있었다.
흠칫 놀란 한제는 얼른 고개를 숙여 금염 광맥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더욱 의혹의 빛이 어렸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인데⋯⋯.”
그 순간, 한제의 눈에서 폭발할 듯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온 대지에 뻗어 나온 촉수는 이 운하성에 가득 자란 털 같고⋯⋯ 망월의 두 번째 상태는 온몸의 털을 수축시킨 채 잠든 상태⋯⋯ 설마⋯⋯ 지금 내가 있는 이 운하성이⋯⋯ 그 자체로 한 마리의 망월이란 말인가?”
한제는 찬 숨을 들이마시며 멍하니 전방의 금염 광맥을 바라보았다.
“이건 광맥이 아니라 진짜 뼈로군! 그것도⋯⋯ 망월의 뼈!”
한제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만약 아까 곧장 금염의 맥을 건드렸다면 이 망월은 곧장 깨어났을 거고 그렇다면 난 이곳에 매장됐겠지. 이 망월이 완전히 깨어날 가능성은 적지만 그것만으로도 나 하나 죽이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지.”
한제는 마침내 어째서 이곳에 금염의 광맥이 있는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어떤 수련자도 이 광맥을 건드리지 않았던 것인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광맥의 존재를 알아챈 사람은 전부 죽었을 터. 그 환가 사람은 현명한 자였군. 운도 따랐던 것이고…”
살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여기서 달아나야 했다. 하지만 그는 끝없이 이어진 긴 광맥을 보고도 그냥 가야 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었다.
“어찌해야 할까…?”
길게 한숨을 토해낸 한제는 다시 고대 신 서사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 망월의 몸에서 가장 민감한 기관은 저 촉수들이야. 어떻게 해야 뼈를 취하면서도 망월을 깨우지 않을 수 있을까?”
한제는 고민에 잠겨 있다가 몸을 훌쩍 날려 지하에서 벗어났다.
허공에 떠오른 그는 나이술을 발휘해 운하성에서 빠져나가 성라반을 타고는 빠르게 이동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개를 돌려 운하성을 바라보던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반드시 손에 넣고 말겠어! 승선과를 이용한다면 망월을 혼미하게 할 약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러려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승선과가 필요하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대량의 약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것을 망월에게 흡수시키지 못할 터였다. 망월은 고대 신의 결인을 통해 밖으로 끌어내지 않는 이상 고대 신의 피 외의 다른 물질은 흡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데 고대 신의 결인을 가진 것은 이 세상에 오직 한제뿐이다.
한제는 어두운 얼굴로 성라반 위에 앉아 있었다.
떠나기 전까지는 천역주의 속성을 모두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러지 못했다. 지난 몇 달의 여정이 헛고생이 된 셈이었다.
“됐어, 지금껏 8백 년을 기다렸는데 조금 더 못 참을까. 일단 승선과를 모으자. 그나저나 저토록 거대한 망월은⋯⋯ 대체 몇 성 급 고대 신의 망월일까? 게다가 저 망월 위에 도시가 생겼다가 폐허가 됐다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망월이 잠을 자고 있었다는 건데 말이야.”
한제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저 망월이 깨어난다면 능천후나 천운자라 해도 깜짝 놀라 곧장 도망쳐야겠지. 저걸 통제할 수 있다면 연맹성역으로 끌고 갔을 때 톡톡히 덕을 볼 수 있을 텐데… 안타깝군. 망월의 기생 대상이 아니라면 통제가 불가능하니 본체가 이곳에 있다 해도 소용없을 테니까.”
한제는 쓰게 웃으며 성라반을 몰아 염운성으로 향했다. 은빛이 반짝이는 사이 운하성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 ★ ★
염학풍과 조전문, 손석은 하늘 끄트머리를 올려다보며 두려움에 젖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쇄성진⋯⋯.”
손석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환가는 무슨 꿍꿍이지?”
조전문이 말했다.
“어쩌면 환가의 선조가 새로 받아 들였다는 수양딸의 위엄을 세워주기 위한 준비일지도 모르지.”
염학풍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의 가문을 멸족시키기 위해 우리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거지.”
손석이 서늘한 눈빛으로 조용히 말했다.
“멸족까지는 되지 않을 거야. 그간 자질이 뛰어난 직계 자손들을 몰래 내보내두지 않았나. 그들이 있으면 우리 세 가문은 살아남을 거야.”
“하지만 우리의 근본은 이곳 염운성에 있지 않나.”
손석이 약간 망설이며 말했다.
“허목 도우가 빨리 돌아올지도⋯⋯.”
그 말에 염학풍이 이를 갈았다.
“흥! 그자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환가에게 붙잡힐 경우 그자도 끌어들일 거야. 우리와 약속을 해두고는 이 위험한 시기에 떠나버리다니…”
조전문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고 손석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긴, 그가 돌아온다 해도 별 수 있겠나? 그가 어찌 환가 선조를 막을 수 있겠어? 듣기로는 환가에는 수련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른 자가 둘이나 있었는데 당시 뇌의 선계의 분쟁 중 하나가 죽고 한 명만 살아남았다더군. 아무튼 허목이 온다 해서 어떻게 그에게 대항할 수 있겠는가?”
세 사람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4년 전의 일에 대한 후회가 물 밀 듯이 밀려왔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염학풍이 돌연 표정이 변한 얼굴로 외쳤다.
“왔다!”
세 사람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늘에서는 파동이 확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파동에 따라 무궁무진한 압력이 내려앉았다.
도착
쇄성진을 뚫고 들어온 류미가 펼친 신식이 세 사람에게 떨어졌다.
류미는 잔잔한 수면과 같은 평온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다.
“손 형, 조 형, 우리 세 사람은 반평생을 싸워왔네.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이미 정리를 해둔 상태지. 대담하게 싸우려고 한다면 죽어도 이 생에 여한은 없을 거야!”
염학풍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안에는 전의가 어려 있었다. 하늘을 향한 그의 눈에서는 불꽃이 이글거렸다.
“하하하! 원신마저 태워버리다니, 과연 호탕하군! 나도 함께하겠네!”
조전문이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석 역시 결연한 눈빛으로 피식 웃었다.
“나라고 어찌 동참하지 않을 수 있겠나!”
세 사람의 몸에서 하늘을 뒤덮을 듯한 전의가 피어올랐다. 마치 세 개의 봉화가 염운성 위로 피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보다 열 배, 백 배, 천 배는 강한 전의가 세상을 뒤덮었다.
이 짙은 전의는 류미가 하늘 끄트머리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절정에 달했다.
“원신을 태운 건가⋯⋯?”
류미는 허공에서 세 사람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은은하고 아름다웠지만 그 안에는 기이한 힘이 가득했다.
한데 그때, 류미를 멍하니 바라보던 조전문의 눈에서 이글거리던 화염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매혹된 기색으로 바뀌었다.
선녀 같은 류미의 모습에 조전문뿐만 아니라 손석의 눈에서도 전의가 사라지더니 갈등하는 빛이 나타났다. 오직 문정기 중기 수준인 염학풍만이 가까스로 의지를 잃지 않고 있었지만 그 역시 오랫동안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았다.
류미의 목소리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처럼 귀에 닿자마자 마음으로 녹아들어 잔잔한 반응을 일으켰다.
“천환무정도!”
염학풍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원신을 태워낸 화염이 체내에서 발산돼 원기가 생성되면서 순간적으로 염학풍의 수준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요사스러운 것! 당장 멈추지 못할까!”
마치 천둥처럼 세상을 뒤흔든 염학풍의 고함에 맑은 눈빛을 되찾은 손석은 흠칫 놀랐다. 방금 전까지 그는 저 여인을 가족이라고 착각하여 모든 공격 의지가 사라졌던 것이다.
류미는 차분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너희는 내 적수가 아니다. 나와 함께 환가로 돌아간다면 살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염학풍의 온몸에서 타오르던 화염이 무너져 내렸다. 앞으로 한 발 나선 그는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허공을 후려쳤다.
콰르릉!
염가의 신통력인 장심뢰(掌心雷)가 류미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