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50
류미는 악랄하기까지 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일반인들 사이에는 이런 전설이 있지. 한 남자가 여러 자식을 잃으면 그 혼백은 평생 흩어지지 않고 그 사람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묵묵히 지켜본다고… 그러다가 죽을 때가 되면 그 혼백들의 목소리를 겨우 듣게 되는데 그 혼백들은 ‘아버지, 왜 저를 버리셨어요’하고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라던가?”
류미의 목소리에는 점차 광기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난 그 아이를 내 몸속에서 1백 년간 제련했다. 그리고 마침내 원영(怨嬰)을 만들어냈지. 아이에게 의식이 있었을 때 난 그 아이에게 너를 버린 네 아버지는 이한제라는 사람이라고 끊임없이 알려줬어! 이한제! 넌 내 도심을 망가뜨리고 내 경지를 파괴했다. 또한 내 순결한 몸을 취했다! 이 모든 것이 뜻밖의 사고라고? 그렇다면 그 뜻밖의 사고에 특수한 법보로 보복하겠다!”
류미의 특수 법보
한제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지금 그의 몸에는 마치 순간적으로 모든 생기가 뽑혀나간 듯 끝없는 죽음의 기운만이 남았다.
모완이 다시 살아날 방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받았던 것과 같은 충격이나 놀라움도 없었고 등화원을 맞닥뜨렸을 때와 같은 폭발할 듯한 감정도 없었다.
지금 한제에게 남은 것은 침묵뿐이었다. 무서울 정도로 지독한 침묵이었다.
이 순간, 하늘도 땅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지금 세상은 마치 정신술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잠잠했다.
다시 눈을 떠 선위 꼭두각시의 그림자로 포위된 안개를 바라보는 한제의 눈은 마치 그 안개 너머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했다.
“고맙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제가 불쑥 읊조렸다.
류미는 흠칫 놀라더니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한제, 마음이 아프지도 않은 것이냐!”
한제는 류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저 안개 너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넌 아이를 원영으로 만들었지만 나는 아이를 되돌려놓을 수 있다. 1천 년이 걸릴 수도 1만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고맙다, 이 아이를 내게 돌려줘서.”
전혀 예상치 못한 한제의 반응에 류미는 차게 비웃었다.
“아니, 되돌려 놓을 수 없다! 그 아이를 원영으로 만들기 위해서 나는⋯⋯.”
류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제가 입을 열었다.
“내가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다!”
한제의 눈은 이제 류미를 향했다. 그의 눈빛에는 등화원에게 복수를 눈앞에 뒀을 때 못지않은 살기가 차올랐다.
“대가를 치를 차례다!”
한제의 목소리에 담긴 한기에 주위는 한겨울처럼 싸늘해졌다.
그는 몸을 날리며 오른손 검지를 앞으로 뻗어 황천지를 발휘했다.
하늘에서 한 줄기 벼락이 떨어지면서 황천을 만들어냈다. 황천은 끝없이 긴 황룡이 되어 한제의 엄지에 녹아들었다. 도의 황천이 엄지에서 튀어나가 류미를 향해 돌진했다.
류미는 몸을 뒤로 물리며 저물대에서 거대한 거울을 꺼냈다. 환가의 선조가 준 하급 선보였다.
콰광!
황천과 거울이 충돌하면서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는 소리가 진동했다. 그때, 한제가 다시 앞으로 나섰고 칠성검진이 류미를 둘러쌌다.
“남에게 주입받은 선력에 경지의 깨달음도 없는 너는 진정한 문정기 중기 수준의 수련자에게도 미치지 못한다!”
한제는 차갑게 내뱉으며 오른손으로 적멸지를 발휘해 칠성검진과 함께 류미를 압박했다.
검광이 코앞으로 닥쳐오자 류미의 표정은 급변했다. 위기의 순간, 그녀는 혀를 깨물어 한 움큼 선혈을 토해냈다.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검은색 바늘 하나가 함께 빠져나왔다.
바늘은 곧장 류미 주위를 빠르게 맴돌면서 칠성검진과 적멸지의 바람에 맞섰다.
“네 번째 주요 혼백!”
그 바늘을 바라보는 한제의 눈빛이 더욱 싸늘하게 변했다.
“정(定)!”
그러자 검은 바늘은 순간 우뚝 멈추더니 발버둥 치듯 꿈틀거렸다.
한제는 곧장 류미의 곁에 이르러 오른손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
“크아아!”
류미는 한제의 손가락이 닿은 미간에서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비참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 한제가 이토록 강력한 신통력과 법보를 가지고 있을 줄은 예상치 못한 그녀는 무척 놀란 모습이었다.
“도망칠 셈이냐!”
한제는 다시 몸을 날리며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그리고 원신에서 천둥의 위력을 한 줄기 갈라내 손가락 끝에 응집시켰다. 단숨에 류미의 목숨을 앗을 생각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심신을 뒤덮은 순간, 류미는 원신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강력한 선력으로 차 있지 않았다면 방금 한제의 손가락이 미간에 닿는 순간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역아!”
류미가 찢어져라 소리쳤다. 그러자 선위의 그림자로 둘러 싸여있던 검은 안개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그 안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한제의 마음을 찢어발겼다.
한제의 눈에 슬픔이 차올랐다. 하지만 그는 류미를 노려보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가락을 들어 천둥의 위력을 쏘아냈다.
콰릉!
류미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어갔다.
한데 그 순간, 류미 앞에 회오리 하나가 나타났다. 마치 두껍고 짙은 구름으로 이루어진 듯한 그 회오리 안에서 비쩍 마른 팔 하나가 불쑥 나오더니 한제의 두 손가락을 막아섰다.
펑!
충돌의 여파로 한제는 유성처럼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한 움큼 피를 토해냈지만 하늘마저 얼려버릴 듯한 눈빛만은 변하지 않았다.
“허, 안 죽네?”
회오리 안에서 연로한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서 비쩍 마른 팔은 류미를 잡아끌며 회오리 안으로 돌아갔다.
“나를 방해한다면 환가는 멸족할 것이다!”
한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위로 솟구쳐 오른 한제는 능천후의 검기를 응집시켜 쏘아 보냈다. 검기는 순식간에 회오리 안으로 돌진했다.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 애송이로군. 그 꼭두각시가 있다 한들 내 적수는 되지 못한다! 더 귀찮게 군다면 용서치 않을 것이다!”
회오리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류미와 함께 그 회오리 속으로 들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능천후의 검기 역시 그 회오리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천환성 환가 저택에서 폐관수련을 하던 환가 선조 앞에 거대한 회오리가 나타났다. 한데 그 회오리는 마치 실체를 가진 듯 마디마디 잘려 나갔고 그 안에서 한 줄기 하얀 빛이 류미를 감싼 채 튀어나왔다. 폐관실 안으로 들어간 빛은 류미를 한쪽으로 밀쳐두더니 다급하게 환가 선조의 미간으로 들어갔다.
환가의 선조가 두 눈을 번쩍 떴을 때, 그 눈에는 놀란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는 곧장 오른손을 들어 올려 회오리를 세차게 내려치며 외쳤다.
“붕괴!”
본래 그는 한제에게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심지어 손짓 한 번이면 그 목숨을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허나 그의 공격에 한제는 비록 부상을 입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살아남았다. 더구나 음양이의의 경지에 오른 꼭두각시를 보고 다시 한 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꼭두각시와 맞붙는다면 능히 이겨낼 수 있지만 그랬다가는 음양이의의 경지까지 떨어진 지금 상태에서는 수준이 더욱 떨어질 터였다.
뿐만 아니라 한제는 원신 자체도 매우 기이했다. 그 원신이야말로 그가 한제를 죽이는 것을 포기한 이유였다.
류미는 그가 힘들게 길러낸 존재였다. 자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않은 다른 용도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녀가 두 번째 단계에 이르게 해야 했다.
한데 한제라는 작자가 쏘아 보낸 검기가 자신이 원신을 통해 만든 회오리를 곧장 붕괴시켰을 때, 환가 선조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더구나 검기는 회오리를 붕괴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원신을 추격해왔다.
그 놀라운 위력 안에서 정열(淨涅)에 속하는 기운을 감지한 그는 감히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두려운 검기를 없애기 위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통로 역할을 한 회오리를 곧장 없애버린 것이다.
회오리는 완전히 무너져 빛으로 흩어졌고 환가의 선조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정말 두려운 검기…”
하지만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표정이 크게 변하더니 류미를 붙잡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회오리가 사라진 곳에서 한 줄기 금빛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꽈릉!
그 빛이 나타난 순간, 밀실 안에서 수천만 개의 검기가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환가의 밀실은 그 검기의 폭발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파문은 부연 먼지를 일으키며 환가의 선조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고 선조는 류미를 잡아챈 채 긴 잔영을 그리며 빠르게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빌어먹을! 녀석은 대체 누구이기에 저런 검기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어느 정신 나간 정열기 선배가 저런 검기를 아직 수련 1단계에 불과한 녀석에게 준 거지?”
사실 그가 대항해낼 수 없는 정도의 검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매우 나약해진 데다가 수준도 대폭 낮아진 상태라 자칫하면 수준이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 분명했다.
무너져 내린 밀실 안에서 검기가 곧장 튀어나와 환가의 선조를 향해 돌진했다. 주위는 이미 그 검기에 어린 능천후의 사나운 경지로 가득 차버렸다. 그 강력함에 세상이 멈춰버린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온 천환성의 수준 높은 수련자들은 그 검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세상에 오로지 그 검광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검기에 어린 짙은 경지의 힘에 세상의 어느 신통력도 그 앞에서는 찍소리도 내지 못할 것 같았다.
이것이 패도(覇道)의 경지였으며 하늘의 위엄이었다.
눈부실 정도의 금빛을 품은 검기는 쉭 소리를 내며 환가의 선조를 추격했다.
환가의 선조는 계속해서 도망쳤지만 검기에 어린 능천후의 경지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환가의 선조는 어두운 얼굴로 류미를 뒤쪽으로 밀친 뒤 두 손을 합장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하얀 빛이 번득이면서 튀어나왔다. 그가 일생의 수련을 통해 얻어낸 도는 만환무상도(萬幻無相道)로 이는 세상 만물을 홀릴 수 있었다.
환가 선조의 손가락에서 하얀 빛이 번쩍이면서 도는 미친 듯이 강력해졌다. 이를 손가락에 응집시킨 그는 크게 기합을 지르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하압!”
하얀 빛은 번득이며 뻗어 나가 달려들던 능천후의 검기와 충돌했다.
콰르릉!
천환성 전역이 들썩이더니 하얀 빛은 흩어져 사라졌고 금색 빛에 휩싸인 검기는 전광을 번득이면서 환가 선조의 손가락을 타고 체내로 밀고 들어왔다.
“크윽!”
경련을 일으키던 환가 선조는 창백해진 얼굴로 한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를 방해한다면 환가는 멸족할 것이다!”
무심코 흘려들었던 그 말이 지금 천둥처럼 환가 선조의 뇌리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 정도 검기를 가진 자가 내뱉은 말이라면 결코 우습게 여길 수 없었다. 더구나 상대에게 이런 검기가 과연 몇 개나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만약 그자에게 이런 검기가 여섯 개 이상 있다면 내가 다시 규열기에 이르지 못하는 이상 당해낼 수 없다. 허나 그보다 두려운 것은 이 검기의 주인이다. 이런 검기를 줬을 정도라면… 어쩌면 직계 전수자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