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67
한제는 대답 없이 손을 휘둘러 부드러운 빛으로 이평과 청희를 감싸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선위 역시 그들의 뒤를 따라 모습을 감추었다.
뇌도자 역시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몸을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들이 다시 나타난 곳은 염운성 서부의 인적 없는 평원이었다.
뇌도자는 한제와 1천 척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는 나타나자마자 주위에 대량의 전광을 번득였다.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몰려든 시커먼 구름 속에서는 소름 끼칠 정도로 많은 전광이 흐르고 있었다.
“네가 누구든 저 꼭두각시를 넘긴다면 너희 셋은 살려주겠다!”
그 차가운 목소리에 한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으로 뇌도자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너는 내 아들을 죽이려 했다. 내가 한 발만 늦었더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됐겠지. 네가 누구인지는 상관없다. 넌 오늘 죽는다.”
한제의 목소리는 쇠처럼 굳고 단단했다. 짙은 살기가 풍기더니 그와 동시에 선위 꼭두각시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선위는 금색 빛을 번득이면서 뇌도자를 향해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뇌도자는 저물대에서 전광이 번득이는 그물을 꺼내 결인을 그리더니 앞으로 던졌다. 그 그물은 찰나의 순간에 끝없이 펼쳐지더니 다시 빠르게 줄어들면서 선위 꼭두각시를 감쌌다.
이 전광의 그물에서는 수많은 문양들이 번득이면서 엄청난 힘을 발휘했고 선위 꼭두각시가 아무리 주먹을 날리고 발버둥을 쳐도 찢어지지 않았다.
“나는 뇌선전의 사자다. 저 꼭두각시가 있다고 해서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은가?”
뇌도자는 콧방귀를 뀌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한제에게 한 줄기 전광을 쏘아 보냈다.
한제는 전광이 다가오는데도 덤덤한 얼굴로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전광에 닿으려는 순간, 입을 벌려 숨을 크게 들이마셔 전광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의 몸을 타고 전광이 흐르며 파지직 소리를 냈다.
“이게 다인가?”
뇌도자의 눈이 휘둥그레진 사이, 한제는 원신을 한 줄기 갈라내 오른손에 응집시켰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구체 형태의 번개가 떠올랐다.
번개 공은 주먹만 했지만 하늘에 드리운 시커먼 구름 속의 전광을 들끓게 했다. 하나하나 튀어나온 전광들은 각각이 마치 한 마리 용처럼 한제의 오른손에 떠오른 번개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를 본 뇌도자의 눈은 더욱 휘둥그레졌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번개지!”
한제는 덤덤하게 말하며 오른손을 앞으로 휘둘렀다. 번개 공은 콰르릉 소리를 내며 뇌도자를 향해 날아갔다.
“이, 이런!”
표정이 급격하게 변한 뇌도자는 망설임 없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면서 저물대에서 30척 길이의 두꺼운 검은 쇠몽둥이를 꺼냈다. 이 쇠몽둥이에는 문양이 가득했고 암적색의 얇은 실 하나가 교차해 둘러져 있었다.
한제의 번개 공이 달려든 그 순간, 뇌도자는 몽둥이를 땅에 힘껏 내리꽂음과 동시에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몽둥이에 찍었다.
“천지의 뇌(雷), 흡수!”
뇌도자의 커다란 외침이 허공에 울렸다. 그러자 미친 듯이 달려들던 번개 공은 쇠몽둥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번개 공이 닿은 순간, 쇠몽둥이에는 곧 엄청난 번개의 힘이 퍼졌고 전광이 흐르면서 문양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번개 공의 위력을 흡수하고 있는 것 같았다.
“크하하! 어떠냐? 이것이 바로 진정한 뇌선전의…”
기고만장해진 뇌도자는 껄껄댔으나, 끝까지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쇠몽둥이에서 쩌적 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그 위의 문양들에도 균열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암적색의 얇은 실 덕에 가까스로 갈라지지 않고 버텨냈다.
한편, 번개 공 안에서는 콰르릉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그러자 쇠몽둥이에 난 균열이 미친 듯이 뻗어 나가기 시작했고 암적색 실이 쇠몽둥이를 완전히 뒤덮었다. 허나 곧 쇠몽둥이가 미미한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뇌도자는 방금 본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허나 그가 믿건 말건, 수많은 번개가 터져나가면서 염운성 전역이 진동했다.
꽈르릉!
수많은 명산의 봉우리가 무너져 내리고 강들이 요동쳤다.
쏟아지는 번개의 힘에 선위를 옭아매고 있던 그물도 순간 연기처럼 흩어져버렸고 이에 선위는 다시 자유의 몸이 되었다.
허나 쇠몽둥이가 붕괴하면서 쏟아져 나온 거대한 번개의 힘에 가장 먼저 적중당한 것은 뇌도자였다. 그는 수십 보나 뒤로 밀려난 후에 가까스로 멈춰 서더니 창백해진 얼굴로 한제를 노려보았다.
“네놈이 우리 뇌선전의 사자를 사칭한 허목이로구나. 대체 네 수준이 어느 정도인 것이냐?”
한제는 덤덤한 눈으로 뇌도자를 바라보면서 느릿하게 말했다.
“내 수준은⋯⋯.”
허나 한제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그의 체내에서 선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 축기에서부터 화신기를 지나 계속해서 응집되고 쌓이더니 단숨에 영변기 절정에 이르렀다. 허나 끝이 아니었다. 선력은 폭발적으로 솟아올라 문정기 초기까지 또 한 차례 증폭했다.
한제 체내의 선력이 마구 차오름에 따라 뇌도자의 얼굴은 점점 구겨져갔다. 그에게 첫 번째 단계 수준인 수련자는 눈에 차지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노인의 수준은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대체 언제 멈출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한제 수준은 어느덧 문정기 중기에 닿은 상태였다.
폭발하듯 솟아오른 선력은 점점 안정을 찾아가면서 문정기 중기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한제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여전히 점점 강해졌고 흘러나오는 기운은 멈추지 않았다. 이 기운은 그의 경지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경지의 기운이 갈수록 짙어지자 뇌도자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갔다.
경지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치솟아 일반적인 문정기 중기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 순간, 마치 세찬 바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한제의 하얀 머리가 나풀거렸고 그의 눈에는 고민하는 기색이 더욱 짙어졌다.
거대한 기운이 한제의 몸에서 뿜어져 사방으로 퍼져나가 염운성 전역을 뒤덮었다.
그 무렵, 한제의 경지는 이미 문정기 후기 수준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뇌도자의 눈꺼풀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차올랐다. 허나 다행히도 그 순간 상대의 경지가 멈추려는 기색이 느껴졌고 뇌도자는 한시름 놓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직 수련의 첫 번째 단계에 머무른 수련자라면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한데… 저자의 수준이 정말 그 정도일까?’
그때, 하늘에 거대한 산수화가 하나 나타났다. 이 그림은 하늘을 화폭으로 땅을 그림으로 삼고 있어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이 산수화에서는 한 줄기 황천이 나타나더니 느릿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허나 이 산수화와 황천은 갑자기 방향을 휙 틀더니 한제의 정수리를 통해 흡수되면서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잠시 안정을 되찾았던 한제의 경지는 다시 미친 듯이 솟아오르더니 단번에 문정기 후기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제야 안정되었다.
뇌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제의 경지가 수련의 두 번째 경지를 돌파할까 내내 걱정하던 그였다. 만약 정말 그렇게 된 상태에서 꼭두각시의 위력까지 더해진다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터였다.
“그 정도 수준으로 감히 뇌선전의 사자를 사칭하다니!”
뇌도자는 냉소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아직도 의심이 남아 있었다. 방금 한제가 쏘아 보낸 번개 공에는 엄청난 위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번개 류의 신통력은 일반적인 수련자가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뇌선전에서도 지급(地級) 사자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신식으로 살폈을 때 상대의 존재조차 감지할 수 없었다는 점이 불길했다. 지금은 신식으로 살피면 상대의 수준을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안개로 흐려진 뭔가를 보는 듯한 아리송함이 남아 있었다.
그때, 한제가 고개를 들었다. 체내의 선력은 문정기 중기의 수준이었지만 경지가 이렇게 높아져 있을 거라고는 그조차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더구나 그는 생사윤회의 경지만 방출했고 아직 원신에 존재하는 천둥의 위력과 인과순환의 경지는 방출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뇌도자가 이전에 한제의 수준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은 그 인과순환의 경지 때문이었다. 한제의 경지는 진화해 수련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가 아니라면 간파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나 뇌도자는 수련의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를 가르는 과도기인 음양이의의 경지에 불과했다.
한편, 한제의 수준이 끊임없이 높아지던 순간,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이평의 체내에서 어렴풋한 파동이 나타났다. 이 파동은 그의 영혼에 전해지면서 이전의 추측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이평은 내심 씁쓸함이 차올랐다. 곁에 있던 청희가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
“괜찮아, 내가 항상 당신 곁에 있을 거야.”
이평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뇌도자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누가 진정한 뇌선전의 사자인지 보여주마!”
이어 그는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뇌의 선수(仙獸)!”
그 순간, 하늘 끄트머리에서부터 대량의 전광이 끝없이 뻗어 나왔다. 이 전광은 온 하늘을 뒤덮은 막처럼 펼쳐졌다가 미친 듯이 수축하면서 순간 뇌도자의 상공에 거대한 번개 공을 형성했다.
콰르릉! 쾅!
천둥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하늘의 위엄을 품은 이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진동했다. 그리고 뇌도자가 펼쳤던 신식에 여태 몸부림치고 있던 염운성의 수련자는 모두 이 천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허나 체내의 영력을 동원해도 진동하는 심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번개 공은 한 번 뒤흔들리더니 맹렬하게 수축해 마침내 용맹한 뇌수의 모습이 되었다.
뇌수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콧김을 씩씩 내뿜었고 거대한 두 눈에는 고고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마치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가장 고귀한 존재로 여기는 듯한 그 눈빛은 한제에게 닿았을 때 살짝 떨렸다.
뇌도자는 한제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뇌수가 있어야만 뇌선전의 사자라 할 수 있지! 뇌선전의 사자를 사칭한 죄로 자식까지 멸족시킬 것이다!”
한제는 뇌수를 바라보며 느릿하게 말했다.
“뿔도 없는데 저게 뇌수라고?”
이어 그는 저물대를 두드렸다. 그러자 사신차가 튀어나오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전광을 내뿜었고 세상을 파멸시킬 듯 강렬한 기운이 퍼져나가면서 엄청난 위엄을 풍기는 마수가 느릿하게 걸어 나왔다. 기린과 닮은 이 마수의 머리에 달린 은빛 뿔에서는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전광이 번득였다.
“캬아아!”
마수는 나타나자마자 포효했고 그 순간 뇌도자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어찌나 충격이 컸던지, 그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두 번째 단계의 신통력
한편, 뇌도자가 불러낸 뇌선전의 뇌수는 온몸으로 전광을 번득이면서 한제의 뇌수를 노려보며 포악하게 콧김을 내뿜었다.
“캬오오!”
사신차의 뇌수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우렁차게 포효했다.
콰르릉!
포효에 반응하듯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번개가 줄기줄기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는 천벌이 아니라 뇌수가 부린 신통력이었다.
그러자 뇌선전의 뇌수 또한 고개를 처들며 포효했다.
“캬아악!”
한제의 뇌수는 냉랭한 눈으로 앞에 선 뇌수를 노려보았다. 뇌수끼리 마주친 이상 주인이 저지하지 않는다면 곧장 목숨을 건 혈투가 벌어질 터였다. 이는 다른 선수들과 뇌수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그때, 한 줄기 전광이 한제의 뇌수 발아래에서 솟아오르더니 곧장 쏘아져 나가 뇌선전의 뇌수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뇌선전의 뇌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순수혈통은 아니었지만 녀석도 저 번개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만하기가 이를 데 없는 녀석은 뒤로 물러나는 대신 길게 포효하며 번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두 뇌수의 격렬한 싸움이 시작된 순간, 온 천지가 격렬하게 진동했고 하늘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저, 저건⋯⋯ 은각 뇌수.”
뇌도자의 눈빛이 계속해서 흔들렸다.
“뇌수도 가지고 있고 번개류 신통력에도 능통하다니.”
뇌도자의 얼굴이 씁쓸하게 변해갔다. 명을 받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면 뇌선전에서 70년 전 이곳에 사자를 보낸 적이 없다고 확신해주지 않았다면 그 역시 한제가 뇌선전의 사자라고 믿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