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68
은각 뇌수는 뇌선전에서도 드문 존재로 천급(天級) 사자들만이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저 은각 뇌수를 손에 넣는다면 자신의 지위 역시 훨씬 더 높아질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뇌도자의 눈빛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 눈으로 그는 한제를 노려보았다.
“너만 죽으면 주인을 잃은 뇌수는 내 것이 된다!”
더는 쓸 데 없는 말은 필요 없다는 듯, 그는 두 손을 합장했다가 펼쳤다. 그러자 격렬하게 번득이는 전광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 은빛의 장검 한 자루가 응결되었다. 이어서 결인을 그린 오른손을 앞으로 뻗자 은빛의 장검은 번개처럼 날아 곧장 선위 꼭두각시에게 돌진했다.
동시에 뇌도자는 몸을 날리며 손을 쫙 펼쳤다.
“뇌선겁(雷仙劫)!”
그가 외치는 순간, 한 줄기 보라색 번개가 허공에서 나타나 그물을 이루더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두 눈동자는 미미하게 변했다. 뇌도자의 선력은 굉장했으며, 번개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도 놀라울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저자의 경지 역시 천둥번개와 관련이 있겠군!”
한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저물대에서 금색의 붓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그 붓을 허공에 휘두르자 한 획의 문양이 나타났다. 한제는 멈추지 않고 붓을 휘둘러 빠른 속도로 일곱 개의 획을 그려냈다. 일곱 개의 획이 그의 한계였다. 한 획을 그을 때마다 그의 원신은 한 갈래씩 갈라져 그 획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한제의 원신은 태고의 뇌룡 반 마리를 삼킨 뒤 기이한 변화를 일으켰는데 이 때문인지 갈라져 나간 원신이 스며든 문양 또한 이전과 달리 금색이 아닌 하얀 전광을 번득이고 있었다. 그 문양에서는 선인의 위엄이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천뢰(天雷)의 위압감도 느껴졌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천둥번개의 위엄이었다. 그 위력이 확산되자 멀지 않은 곳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던 뇌수들마저 싸움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천둥번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수들은 한제가 그려낸 문양에 태고적 천뢰의 기운이 깃들어 있음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이 태고적 천뢰는 태고의 뇌룡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태고의 뇌룡은 당시 천도를 수행하는 천둥의 권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지금, 이 권리는 한제가 흡수한 태고의 뇌룡 반 마리를 따라 점차 그의 원신에 녹아드는 중이었다. 다시 말해 한제는 이 세상에 현존하는 태고의 뇌룡인 셈이었다. 그러니 그의 원신 속 천둥은 세상 모든 천둥의 위엄을 능가했다.
뇌도자가 발휘한 것이 다른 법술이나 신통력이었다면 모를까, 천둥번개 류의 신통력을 발휘하는 이상 감히 한제를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의 수준이 아무리 높다 한들 진정한 수련의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서기 전에는 한제를 이기기란 불가능했다.
한제가 붓으로 앞을 가리키자 일곱 개의 획으로 이루어진 문양은 전광을 번득이면서 뇌도자를 향해 빠르게 질주했다. 뇌도자는 급변한 얼굴로 이를 악물며 손바닥으로 보라색 천둥을 쏘아 보내 맞섰다.
쾅!
이 충돌로 뇌도자가 쏘아 보낸 보라색 천둥은 완전히 와해되었고 그는 피를 토해내면서 폭풍에 휘말린 듯 미친 듯이 뒤로 밀려났다. 반면 한제가 그려낸 문양은 엄청난 힘으로 그의 일곱 갈래 원신을 품은 채 곧장 뇌도자의 몸에 찍히며 폭발을 일으켰다.
쾅, 쾅, 쾅, 쾅!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한 줄기 원신이 뇌도자의 체내에서 휘몰아쳤고 그는 계속해서 피를 토해내며 뒤로 밀려났다.
마지막 한 줄기 원신이 체내를 휘저었을 때, 이미 뇌도자는 1천 척이나 뒤로 밀려난 상태였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충격과 혼란의 빛이 가득했다.
태어난 이래 천둥번개의 신통력으로 공격을 받고 패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심지어 마치 상대가 진정한 뇌선전의 사자이고 자신이 가짜 사자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뇌도자는 양의 수준인 수련자다웠다. 문양의 힘에 부상을 입히기는 했지만 그의 근본까지 뒤흔들지는 못했다. 그의 선력은 매우 짙었고 그 안에는 원력(元力)도 섞여 있었다. 이 원력은 체내로 들어간 천둥번개를 끊임없이 공격해 와해시키려 하고 있었다.
‘강하구나! 만약 1백 년 후에 만났더라면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뇌도자는 속으로 혀를 차고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 순간, 체내의 부상은 모두 회복되었다.
하지만 한제는 상대의 체내에 있던 원력이 상당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은각 뇌수와 꼭두각시를 넘긴다면 너희를 살려주겠다. 허나 그러지 않는다면 너희 가문을 멸족시키겠다. 내가 지금껏 발휘한 것은 일반적인 신통력에 불과하다. 두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원력의 법술을 사용한다면 너는 결코 살아남지 못한다!”
뇌도자의 싸늘한 외침에도 한제는 덤덤한 표정으로 저물대를 두드렸다. 그러자 한 자루의 거대한 검이 나타났다. 한제는 그 검을 쥐고 비스듬히 내리고는 말했다.
“덤벼라. 양의의 수준에 이른 수련자가 발휘하는 원력의 신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한제 입장에서는 음양이의의 수준에 이른 수련자와의 첫 번째 전투라 할 수 있었다. 방금 본 바로는 양의의 수준에 이른 수련자는 회복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으니 결코 방심할 수는 없었다.
뇌도자의 눈빛은 한제 너머 이평과 청희에게 닿았다. 그는 기이한 눈빛으로 피식 웃더니 느릿하게 말했다.
“죽은 사람을 위해 깨달음을 포기하려 하느냐? 정말 이해가 안 되는구나!”
“닥쳐라!”
한제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어느새 두 눈이 붉어진 그는 손에 든 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뇌도자는 눈을 번득였다. 신통력을 발휘하는 그의 눈은 한제가 아닌 그 뒤의 이평을 향해 있었다.
그 눈빛이 닿자 이평은 온몸이 서늘해졌다. 마치 실오라기 하나 걸쳐지지 않은 몸으로 상대 앞에 낱낱이 내보여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한제의 강력함에 뇌도자는 원력의 신통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생사의 관문에 놓인 상황이 아닌 이상 쉽게 사용하고 싶지 않은 신통력이었다. 이 원력의 신통력을 많이 사용할수록 원력이 소모돼 음양이의의 경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1천 년 안에 이 경지를 뚫고 나가지 못한다면 평생 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 남은 시간은 3백 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가 원력의 신통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지금 그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것은 상대의 천둥번개였다. 뇌도자는 한제의 천둥번개가 그와 경지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러니 상대의 경지를 깨뜨릴 수 있다면 이 전투에서는 원력의 신통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승리를 거둘 수 있을 터였다.
“다시 보니, 원래는 원영(怨嬰)이었던 존재로구나. 뭔가 이상하다 했지. 일반인이라면 견디지 못하고 기절해야 했을 나의 신식 앞에서도 굳건히 견뎠으니까. 꼭두각시가 도와준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군.”
뇌도자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허나 그 순간, 그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거, 검기⋯⋯ 엄청난 검기다!”
그 순간, 뇌도자는 얼른 몸을 뒤로 물렸다. 머리가 저릿해졌다. 방금 전 신통력을 발휘해 바라본 이평의 체내에는 두 갈래의 검기가 들어 있었다.
‘미친 자로군! 저자는 미친 자야. 저 정도의 검기를 혼백으로 응고시키고 육신으로 만들어 내다니. 저런 자와 싸울 수는 없다. 빨리 달아나야 해!’
뇌도자는 몸을 부르르 떨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뇌수를 향해 돌진했다. 그만큼 이평의 체내에 존재하는 두 갈래의 검기는 두려웠다.
한편, 이평은 묵묵히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제는 붉어진 두 눈으로 도망치는 뇌도자를 노려보았다. 만약 능천후의 검기가 체내에 있었다면 그것으로 진작 상대를 죽이고 말았을 것이다.
한제는 들어 올린 검을 곧장 내리쳤다. 원신과 결합된 원력은 순간 검에 녹아들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도망치던 뇌도자는 또다시 표정이 급변했다. 그는 사방에서 훅 끼쳐오는 끔찍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원력의 신통력! 네가 어떻게 원력의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지?”
얼굴이 잔뜩 구겨진 뇌도자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사실 그는 당시의 환무정과도 확연한 차이가 났다. 환무정은 진정한 수련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른 규열 초기의 수련자로 수준이 떨어진 상태였다고는 해도 일반적인 음양이의의 경지에 이른 수련자보다는 훨씬 강했다.
뇌도자는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리며 두 눈에서 하얀 빛을 쏘아냈다. 그 순간, 뇌도자의 체내에서는 갈라진 원력이 정수리를 통해 곧장 솟아올랐고 온 세상이 진동했다. 무형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뇌도자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다. 원력의 신통력을 발휘하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원력의 뇌정(雷鼎)!”
뇌도자가 낮게 외치자 그의 정수리를 통해 더욱 많은 원력이 방출되면서 하늘과 땅의 기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허상이 아닌 진정한 변화였다. 하늘은 점점 하강했고 땅은 천천히 올라갔다.
콰르릉!
거대한 천둥소리와 함께 뇌도자 발아래의 지면이 끊임없이 진동했다.
어느새 하늘과 땅의 변화가 마무리됐고 이제 하늘이랄 것도 땅이랄 것도 없이 거대한 푸른 솥 하나만 남은 상태였다. 하늘은 솥의 뚜껑이, 땅은 솥단지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원력의 신통력이었다.
이때, 한제의 뇌수와 교전을 벌이던 뇌선전의 뇌수가 포효하며 상처가 가득한 몸을 끌고 한 줄기 전광이 되어 솥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 텅 비어 있던 커다란 솥의 겉면에는 점차 뭔가가 조각되듯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뇌수였다.
“이것이 내 원력의 신통력이다!”
거대한 솥이 된 세상에서 뇌도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콰르릉!
솥 안에서 거대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수많은 천둥번개가 나타나 그 수가 점점 늘어났고 이에 따라 솥은 제련되기 시작했다.
천둥번개가 줄기줄기 내리치면서 끊임없이 한제를 때렸다. 이 천둥번개는 하늘과 땅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뇌도자의 의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그 안에는 신통력뿐만 아니라 그의 도까지 깃들어 있었다.
그때, 한제의 검이 떨어져 내리면서 기이한 기운이 솥 안 가득 퍼져 나갔다.
“참라결!”
규칙을 품고 있는 검이 내리친 것은 실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 하늘과 땅의 규칙이었다.
그 순간, 한제의 눈에 하늘과 땅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솥은 완전한 허상이 되었다. 푸른 선이 사방으로 줄기줄기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한제의 검은 솥을 이루는 요소들인 이 선들을 하나하나, 파죽지세로 무너뜨렸다.
“큭!”
뇌도자의 신음이 울려 퍼졌지만 동시에 더욱 많은 원력이 그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와 다시 선을 만들어내 솥이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했다.
윤회의 끝
뒤이어 도로 이루어진 천둥번개가 더욱 많이 내리쳤다. 천둥번개가 몸에 떨어질 때마다 한제의 몸은 경련했다. 원신의 변이가 없었다면 문정기 수련자라도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한제의 눈빛이 더욱 서늘하게 변했다. 그 순간, 선위 꼭두각시가 사방으로 주먹을 미친 듯이 날렸고 그 기세에 온 세상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솥 안의 천둥번개는 굉장히 날카로웠지만 선위 꼭두각시의 몸은 매우 강인하여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선위 꼭두각시의 주먹은 음의의 신통력에 상당한 위력을 가지고 있어 이 큰 솥에 꽂힐 때마다 뇌도자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동시에 뇌수도 포효를 내지르며 전신에서 전광을 번득였다. 은빛 뿔에서는 한 줄기 금빛이 돌면서 끝없는 천둥번개를 발산했고 몸에서 발산된 천둥번개는 사방으로 퍼져나가 이 큰 솥을 더욱 격렬하게 진동하게 했다.
“크으…”
뇌도자는 신음했고 다시 한 번 체내의 원력을 끌어모아 거대한 솥에 쏟아부었다.
“얌전히 제련되어라!”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도로 이루어진 솥 안의 천둥번개들이 내리치는 동시에 보라색 화염이 피어올라 삽시간에 솥 안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한층 강력해진 힘에 한제의 얼굴이 착 가라앉았다. 그의 원기로는 상대에게 대적할 수 없었고 참라결의 위력도 전부 발휘할 수 없었다. 환무정의 말대로 만약 두 번째 단계, 아니 음양이의의 경지에만 이르렀어도 참라결의 위력은 더욱 증폭되었을 터였다.
한제는 숨을 고르며 큰 검을 거둔 후, 온몸에서 전광을 번득이는 뇌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손가락 끝을 깨물어 피로 복잡한 문양을 그려냈다.
이 문양은 마치 태곳적의 기운을 지닌 듯했고 그 모습이 나타난 순간, 뇌수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돌려 한제를 바라보았다.
“열려라, 세 번째 봉인!”
한제가 비장하게 외치며 오른손을 휘두르자 문양이 번득이면서 모든 천둥번개를 뚫고 달려들어 뇌수의 미간에 찍혔다.
“쿠오오오!”
뇌수는 몸을 격렬하게 떨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포효했다. 등에서는 서늘한 한기가 번득이는 날카로운 가시가 한 줄 돋아났다. 그 서늘한 빛은 이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도 넓게 퍼져나갔다.
이 기운은 하늘의 뜻에 거스르는 힘을 품고 있었다. 하늘도 거스를 수 있는 힘이 원력을 거스르지 못할 리 없었다.
뇌수의 몸은 순간 몇 배로 불어났고 온몸에서 번득이는 전광은 지금까지의 은빛과 달리 검은색을 띠었다. 이 검은색 빛은 파멸적인 기운을 품은 채 뿜어져 나왔다.
“쿠오오!”
그 순간, 뇌수가 다시 포효하며 위로 솟구쳐 오르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솥에 새겨져 있던 뇌선전의 뇌수가 부르르 떨리더니 솥에서 떨어져 나와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허나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보다 몇 배는 강력한 적에게도 용맹하게 달려들던 그 뇌수는 지금 깊은 두려움을 느끼는 듯 땅에 바짝 엎드린 채 감히 고개를 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금 한제의 뇌수는 태곳적 자신의 선조와 같은 모습이 되었기에 감히 대항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