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70
선위 꼭두각시는 온몸에서 주홍색 빛을 번득이면서 주먹을 날렸다. 뇌도자가 다시 뒤로 밀려난 순간,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뇌수의 뿔에서 팔뚝 굵기의 보라색 전광이 다가왔다. 이때, 칠성검진이 쉭 소리를 내며 달려들어 뇌도자 주위를 에워쌌다.
뇌도자는 이를 악물더니 저물대에서 전광이 번득이는 옥패 하나를 꺼냈다. 그가 손에 힘을 주어 옥패를 부순 순간, 옥패 안에서 전광이 튀어나왔고 그의 온몸을 뒤덮은 막이 생겨났다.
펑! 펑!
칠성검진이 그 막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났고 그때마다 전광으로 이루어진 막은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 안에서 뇌도자는 한제를 바라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 도우, 이 일은 내가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나를 죽일 필요까지 있나? 나는 뇌선전 사람일세. 날 죽인다면 도우는 아주 곤란해질 거야!”
“너를 죽이지 않아도 내가 곤란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지.”
더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뇌까린 한제는 저물대에서 존혼번을 꺼내 들었다. 30척 크기의 깃발이 나타나자 귀신 우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원신마저 뒤흔드는 듯했다.
한제가 존혼번을 휘두르자 봉인되어 있던 혼백들이 모두 튀어나왔다. 개중에는 영변기 수준의 혼백도 있었고 더러 문정기 수준의 혼백도 있었다. 특히, 네 번째 주요 혼백이 돌아온 뒤로 그 힘은 당시 주작성에 있을 때보다 훨씬 강력해진 상태였다. 비록 아직 혼백의 수가 10억 개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강력한 혼백의 수는 그 당시보다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혼백들이 튀어나가 사방을 뒤덮으며 포위했고 강력한 혼백들이 서로 섞여들면서 순식간에 세 개의 주요 혼백을 형성했다.
이 주요 혼백 중 하나는 온몸에서 검은 기운을 번득이는 거대한 기린이었다. 서늘하게 번득이는 두 눈에서는 짙고 흉악한 화염이 이글거리는 듯했다.
두 번째 주요 혼백은 온몸이 검은 기운으로 에워싸인 30척 높이의 거인으로 영혼을 뒤흔들어 놀라게 할 법한 기운이 흘러넘쳤다.
마지막 주요 혼백은 검은색의 얇은 침이었다. 그것은 오직 신식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침의 본체는 존혼번의 가장 신비로운 네 번째 주요 혼백이었다.
이 세 개의 주요 혼백은 존혼번의 모든 혼백이 융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으로 한제가 존혼번을 조종하여 발휘할 수 있는 술법 중 지금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
“죽여라!”
한제가 낮게 외쳤다.
세 개의 주요 혼백은 몸을 훌쩍 날려 튀어나가더니 선위 꼭두각시와 뇌수, 칠성검진과 함께 뇌도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뇌도자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는 이 상태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허목! 감히 나를 겁박하느냐! 뇌선전의 사자에게는 모두 약간의 수명을 대가로 제 목숨을 지켜낼 최후의 신통력이 있다! 그러니 나를 죽이는 것은 포기하고 이쯤에서 멈추어라!”
뇌도자는 붉어진 두 눈으로 한제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러면서도 내심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실상은 원력이 충분치 않아 목숨을 구할 신통력을 사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였고 가까스로 사용해 목숨을 구한다 해도 수명도 떨어지고 원력을 대부분 잃어 영변기까지 수준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그 신통력을 발휘한다 해도 허목에게 해를 입힐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특히 두 갈래의 검기를 떠올리자 몸서리가 쳐졌다.
한제는 덤덤한 눈빛으로 느릿하게 말했다.
“네가 나를 겁박했지 내가 너를 겁박하는 것이 아닐 텐데?”
“너와 나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이냐?”
뇌도자가 날카롭게 외쳤으나, 어딘가 초조한 모습이었다.
그때, 한제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어지간히도 살고 싶은 모양이구나. 좋다, 살려주마. 대신 나를 네 주인으로 인정해라. 네 몸에 낙인을 찍어놓겠다! 아니면 그 최후의 신통력이라는 것을 사용해보던가.”
뇌도자는 발끈했으나, 이내 자신의 몸을 두른 전광의 막이 무너져 내리려는 것을 보고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동의하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내게 낙인을 찍는다 해도 오랜 시간 유지하지는 못할 터! 원력을 회복하는 순간 도망쳐 뇌선전에 보고하고 네놈을 죽여주겠다!’
“전광의 막을 풀어라!”
한제의 덤덤한 목소리에 뇌도자는 잠시 망설였다. 허나 전광의 막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기에 그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휘둘러 전광의 막을 거두었다.
그 순간, 기습적으로 저 허목이라는 자를 공격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으나,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칠성검진이 바짝 달라붙어 있었고 3촌(寸) 정도 떨어진 곳에는 선위 꼭두각시의 주먹이 있었으며, 한쪽에서는 뇌수가 전광이 번득이는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게다가 세 개의 혼백 또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끊임없이 맴돌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한제는 기이한 눈으로 뇌도자를 주시하며 저물대에서 금번을 꺼내들었다. 그가 금번을 휘두르자 금제들이 튀어나와 조합되었다. 한제가 결인을 그려 두드리자 금제의 조합은 더욱 반짝이더니 곧장 뇌도자를 향해 날아갔다.
뇌도자는 이를 악문 채 피하지 않고 눈을 부릅떴고 금제의 조합은 그의 미간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 빠른 속도로 경맥을 따라 원신으로 향했다. 그리고 뇌도자의 원신에 닿은 순간, 곧장 녹아내리더니 금제의 그물이 되어 그 원신을 감쌌다.
뇌도자는 자신의 체내를 훑어본 뒤 속으로 중얼거렸다.
‘기이한 금제로군. 허나 어떤 금제도 원력의 힘을 이겨내지는 못하지. 원력만 회복한다면 이쯤이야 곧장 파괴할 수 있어!’
그때,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한제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금제의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두 번째 단계가 남아 있지!”
한제는 말을 마친 뒤 몸을 돌려 성라반 위에 올랐다. 그리고는 은색 빛이 되어 먼 곳으로 질주했다.
뇌도자는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랐다. 멀리서 지켜보던 뇌선전의 뇌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흥! 어딜!”
한제의 코웃음 소리가 허공을 뚫고 나아갔고 뇌선전의 뇌수는 경련했다. 결국 이 뇌수 역시 도망치지 못하고 한제의 뒤를 따랐다.
한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회색 별을 향해 이동했다. 폐허가 된 수련성인 듯, 그 별에서는 영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생기도 없었다.
그 수련성 안에 들어선 한제의 눈에 들어온 것은 회색 땅이었다. 일반인이라면 잠시도 버텨내지 못할 정도의 독기가 강한 바람에 실려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한제는 오른발을 살짝 굴렀다. 그러자 콰르릉 소리와 함께 지면에 고랑이 하나 나타났고 한제는 한 줄기 검기로 그 고랑 안을 휘저었다.
잠시 후, 그 고랑 안에는 새로운 별채가 하나 나타났다.
한제는 그 별채 안으로 들어갔고 어쩔 수 없이 뇌도자도 뒤를 따랐다.
별채에는 방이 네 개였고 중앙에는 커다란 대청이 하나 있었다.
뇌도자를 훑어본 한제의 눈에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순간적으로 기이한 빛이 스쳤다.
“두 번째 금제를 찍을 뿐, 널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뇌도자는 자신을 둘러싼 뇌수와 선위 등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금제들이 줄기줄기 두 손에서 튀어나와 뇌도자의 체내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내가 금제를 찍는 동안 마음으로라도 저항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마음을 품는다면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은 취소할 것이다.”
뇌도자는 말없이 두 눈을 감고는 속으로 냉소했다.
‘흥! 네놈이 어떤 수단으로 나를 봉인하겠다는 건지 어디 한번 보자!’
그런 뇌도자를 보며 한제는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뇌도자는 선위의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자였다. 게다가 밖에는 뇌수도 있으니 제련이 성공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터였다. 설혹 실패하더라도 어차피 손해 볼 것도 없지 않은가?
한제의 입에서 한 줄기 원신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허공에서 수많은 문양이 되더니 하나하나 뇌도자의 몸에 떨어졌다. 뇌도자는 약간 경련하며 두 눈을 번쩍 떠 한제를 주시했다. 허나 잠시 후, 그는 다시 눈을 감고는 속으로 냉소하며 한제가 내보낸 원신의 기운을 체내로 받아들였다.
뇌도자가 두 눈을 감은 그 순간, 한제는 빠르게 저물대에서 곤극 채찍을 꺼내 매섭게 내리쳤다.
뇌도자는 두 눈을 번쩍 뜨면서 크게 외쳤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허나 그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곤극 채찍이 순식간에 여섯 번이나 뇌도자의 몸을 때렸다.
짝! 짝!
채찍이 닿을 때마다 뇌도자는 격렬하게 진동했고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다. 그의 몸에서는 원신이 튀어나와 7척 정도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그는 저항하려 했지만 그 순간 선위 꼭두각시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뇌수도 낮게 그르렁거렸고 세 개의 주요 혼백이 주위를 맴돌았다. 동시에 칠성검진이 빛이 되어 허공에서 내리치며 일곱 개의 검기가 뇌도자의 원신을 저지했다.
그 순간, 뇌도자의 원신에서 한제가 이전에 찍어두었던 금제가 폭발하면서 번득이는 전광의 그물이 되어 뇌도자의 원신을 단단히 옭아매었다.
가엾은 탐랑
“허목! 약속을 지키지 않을 셈이냐?”
뇌도자가 날카롭게 외쳤으나, 한제의 눈빛은 덤덤했다.
선위를 제련하기 위해서는 제련 대상자가 제련에 동의해야 했다.
“아니, 약속은 지킬 것이다. 허나 두 번째 금제는 네가 순종하지 않는 이상 걸 수가 없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네 원신을 빼내야 한다.”
덤덤하게 말을 마친 한제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두드렸다. 그러자 선위와 뇌수, 칠성검진과 혼백들이 뇌도자의 원신을 에워쌌다. 뇌도자가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행동을 한다면 공격을 쏟아부을 터였다.
한제는 뇌도자의 원신을 움켜쥐어 붙잡아 놓은 뒤 뇌도자의 저물대도 한쪽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두 눈을 감은 채 뇌도자의 육신을 향해 다시 한 번 원신의 기운을 뿜어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내 지켜보겠다.’
뇌도자는 속으로 분을 삭이며 그늘진 얼굴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한제는 원신의 기운을 끊임없이 분출했고 그 기운은 줄기줄기 뇌도자의 육신으로 스며들었다.
순식간에 며칠이 지나면서 뇌도자의 육신은 끊임없이 쇠약해지더니 결국은 뼈와 가죽만 남은 몰골이 되었다. 하지만 그 육신에서는 계속해서 전광이 흘렀고 은은한 구릿빛이 돌아 기이한 모습이었다.
뇌도자의 원신은 지난 며칠 동안 눈도 떼지 않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은 점점 경악으로 물들었다. 처음에는 허목이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알아차릴 수 없었으나, 이제 그는 상대가 자신을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놀라움은 충격으로 변해갔다. 특히 옆에 있는 선위 꼭두각시를 볼 때면 뇌도자는 아찔해졌다.
‘설마⋯⋯ 설마 이 선위도 이렇게 만들어냈나? 대체 저자는 어떻게 이런 악독한 제련법을 알고 있단 말인가!’
한제는 감탄한 눈길로 온몸에서 구릿빛 전광을 번득이고 있는 뇌도자의 마른 육신을 바라보았다.
“과연 양의 수준 수련자의 육신답구나. 금속성의 물질을 품고 있지 않은데도 동급(銅級)에 이르다니… 좋은 보물을 가지고 있다면 더 높아질지도 모르겠군.”
“허목, 대체 뭘 하려는 게냐? 난 네 노예가 되겠다고 했지 꼭두각시가 되겠다고 한 적은 없다!”
뇌도자의 원신이 이를 갈며 외쳤다. 지난 며칠 동안 벌써 몇 번이고 그렇게 외쳤지만 상대는 제련에만 집중한 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뇌도자는 자신의 육신이 제련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상대에 대한 원한이 극으로 치달았다.
그렇다고 감히 경거망동할 수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허튼 수작을 부렸다가는 뇌수와 선위 꼭두각시, 혼백들과 칠성검진의 협공에 잠시도 버텨내지 못하고 죽어버릴 테니 말이다.
“이 야비한 사기꾼 같은 놈아! 어서 나를 놓아…”
“시끄럽다!”
한제는 미간을 팩 구기며 오른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능천후의 검기 두 개가 곧장 튀어나오면서 별채 안을 패도의 경지로 가득 채웠다. 영혼까지 떨리는 듯한 느낌에 뇌도자는 결국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뇌도자는 사방을 힐끔거렸다. 자신의 원력이 본래 수준을 회복한다 해도 자신을 둘러싼 존재들, 특히 그중 저 두 개의 검기를 뚫고 나갈 자신이 없을 거라는 절망감이 들었다.
한제는 다시 신식을 펼쳐 이 폐허가 된 수련성을 가득 뒤덮었다. 한참 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위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별채가 진동했고 하늘 끄트머리에서 한 줄기 황천이 나타났다.
“황천의 힘, 흡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