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75
한제는 다시 저물대에서 대량의 승선과를 꺼낸 후, 촉수에 붙잡힌 채 발버둥 치고 있는 뇌수를 덤덤하게 바라보았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승선과들이 터져나갔고 그 과즙은 원신의 정기에 끓어올라 붉은 연기가 되었다. 한제는 이 붉은 연기를 이끌고 곧장 뇌수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내던졌다.
지면에 떨어진 붉은 연기가 퍼져 나가자 뇌수를 옭아맨 촉수들이 느슨해지면서 점차 선홍색으로 바뀌어갔다. 그 틈을 타 뇌수는 전광을 번득이면서 거대한 몸을 축소시켜 사신차로 돌아갔다. 어지간히 겁을 먹은 듯했다.
한제는 얼른 사신차를 붙잡아 저물대 안에 집어넣은 후 승선과의 과즙에 자신의 낙인을 찍어 촉수의 뿌리 부분에 스며들게 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많은 승선과가 필요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이 챙겨오지 않았다면 진즉 동이 났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한 양은 아니었기에 낭비하지 않았지만 며칠 후에는 결국 승선과가 바닥이 나고 말았다. 이 무렵, 망월의 촉수 중 7~8할은 승선과의 과즙을 흡수한 상태였다.
“승선과가 조금 더 있었더라면 모든 촉수에 승선과의 과즙을 흡수시키고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이제 내가 원할 때면 그 과즙에 섞어둔 낙인이 무너져 내리겠지.”
승선과를 더 모아 다시 돌아올까 싶기도 했지만 그 사이에 어떤 변고가 일어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그 생각은 포기했다. 망월이 완전히 깨어나 버리기라도 한다면 승선과고 뭐고 소용없을 테니 말이다.
한제는 땅 아래로 가라앉았다. 진흙에 섞여 있는 진득한 액체가 이전보다 더 많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제는 선력으로 이 진득한 액체를 헤치며 나아가 곧장 땅속 깊은 곳에 자리한 금염의 광맥을 향해 돌진했다.
한데 오래지 않아 그는 경계심 어린 눈으로 사방을 자세히 살폈다.
주위의 진흙에서 미세한 선력의 파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파동은 진흙 속 점액에 굳어져 있어 대충 살펴서는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분명 지난번에 이곳에 왔을 때도 점액이 혼탁하긴 했어도 선력은 깃들어 있지 않았다.
“지난 1백 년 동안 누군가가 이 망월 내부에 들어와 엄청난 신통력을 발휘했던 모양이군. 그러니 망월의 체내에도 선력이 남아 있는 거겠지. 망월이 두 번째 형태에서 세 번째 형태로 넘어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거야.”
한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금염의 광맥이 있는 망월의 뼈에 이르렀다.
번득이는 금염이 칠흑처럼 어두운 땅속을 은은히 밝혔다.
한제는 열망이 가득한 눈으로 망월의 거대한 뼈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바로 그가 이곳에 온 이유였다.
망월의 뼈에 손을 얹고 흡수하려던 한제는 멈칫했다.
“망월을 두 번째 상태에서 세 번째 상태로 넘어가게 했다면 이곳에 왔던 자의 수준은 상당할 것이다. 그자가 만약 살아서 어딘가 숨어 있거나 갇혀 있다면? 내가 망월의 뼈를 흡수하고 낙인을 활성화시킬 때 그자도 이를 알아차리겠지. 그렇다면 변수가 하나 더 생길 수밖에…”
한제는 손을 거둔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망월의 뼈를 따라 나아가면서 다른 수련자의 존재를 탐지하려 했다. 그는 매우 신중하게 행동했다. 작은 방심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조금도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더구나 망월의 체내에서 그 뼈를 취하려는 지금의 행동은 유독 굴곡이 많았던 한제의 삶에서도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였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면서 더욱 경계심을 드높였다.
당시 고대 신의 땅에 들어갔을 때에는 기지에 우의 선계에서는 신중함에 기댔고 요령의 땅에서는 결단력에 의지했던 그는 이제 그 모든 것을 총동원해야 했다.
망월의 뼈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던 한제는 한참 뒤 걸음을 멈추더니 전방에 있는 망월의 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거대한 균열이 하나 나 있었다. 그 균열에는 말라붙은 점액이 한층 뒤덮여 있었는데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빚어진 결과인 듯했다.
이 균열은 매우 깊어 망월의 뼈는 거의 부러질 뻔했다. 한제는 이전에 왔을 때 망월의 뼈 어디에도 이런 균열이 없었던 것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신중하게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며 망월의 뼈를 자세히 살피던 한제의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다.
“망월이 세 번째 형태로 접어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군. 이 부상은 분명 엄청 고통스러웠을 테니 망월이 분노했겠지. 망월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절대 이런 짓을 벌이지는 못했을 텐데…”
한제는 냉소를 지으며 그곳을 지나쳐 계속해서 나아갔다. 하지만 곧 다시 멈춰 서더니 고개를 돌려 다시 그 거대한 균열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한제는 잠시 고민한 끝에 균열의 옆으로 돌아가 한참 동안 그 말라붙은 점액을 살폈다. 그러더니 이내 선력이 담긴 손을 휘둘러 그 점액을 녹였고 그러자 그 안쪽으로 깊은 균열이 드러났다.
그 균열 깊은 곳에는 거대한 바위 하나가 끼어 있었는데 그 바위는 망월의 뼈와 거의 동화된 상태였다.
한제는 아까 이곳에서 선력을 느꼈다. 이전에 느꼈던 것보다 더욱 짙은 선력이었고 균열 안쪽에서 흘러나왔다.
거대한 바위를 바라보던 한제의 눈이 기이하게 빛났다.
“탐랑!”
한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바위는 당시 요령의 땅에서 탐랑이 꺼냈던, 산혼을 추출하여 공격할 때 사용한 법보였다.
“역시 내 뒤를 쫓아왔군!”
한제는 눈빛을 번득였다. 그는 이제 망월의 뼈를 취하는 데 급급하지 않았다.
“몇 명이나 온 거지? 탐랑 혼자만 온 것인가?”
한제는 망월의 뼈 사이에 끼어 있는 바위를 바라보면서 턱을 쓰다듬다가 균열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사방이 뼈로 이루어진 벽은 울퉁불퉁했고 대량의 금염이 미약한 불빛을 번득여 상당히 화려해 보였다.
“칠성검진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마당에 이 바위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지. 탐랑의 법보라면 절대 범상치 않은 것일 테니까.”
한제는 신중하게 주위를 살피며 바위 쪽으로 다가갔다.
바위 가장자리는 이미 망월의 뼈와 동화되어 약간의 금염석까지 자라난 상태였다.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오른손을 들어 바위가 어느 정도로 단단한지를 살폈다. 어찌나 단단한지 선력을 품은 손으로도 흔적조차 남길 수 없었다.
한제는 두 손가락에 능천후의 검기를 응집시켰다. 바위를 완벽하게 들어낼 생각은 없었다. 뼈에 동화되지 않은 부분이라도 가져갈 생각이었다.
한 줄기 균열이 바위에 나타나 천천히 깊은 곳으로 퍼져나가더니 마침내 작은 쩍 소리와 함께 바위의 한쪽 가장자리가 망월의 뼈에서 분리되었다. 교묘하게 바위와 뼈가 동화된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망월에게는 어떤 자극도 가해지지 않았을 터였다.
한제는 또 다른 가장자리로 이동하여 자세히 살폈다. 이쪽은 좀 전보다 망월의 뼈에 더 가깝게 붙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한제는 뼈와 동화된 부분을 따라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한데 바위를 완전히 파낸 순간, 한제는 손을 우뚝 멈추었다. 뒤에서 서늘한 바람이 훅 불어왔다. 동시에 감히 신식조차 펼칠 수 없게 만드는 서늘한 기운과 누군가가 날 선 손가락으로 미간을 찌르는 듯한 극도의 통증이 느껴졌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면서 방금 막 분리해낸 바위를 쥔 채 몸을 위로 날림과 동시에 왼손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정신술!
이 모든 것은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크아아!”
한제가 몸을 날린 순간, 먹먹한 포효가 뒤쪽으로부터 전해져왔다.
한제는 곧장 바위를 저물대에 집어넣은 뒤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진흙 쪽으로 튀어나갔고 곧장 요령의 땅에서 마주친 노인에게 배운 도주용 신통술 중 하나를 발휘했다. 뒤에서는 아까의 그 포효가 메아리쳤다.
신식을 펼친 한제는 자신의 뒤에 있던 것이 절반 정도는 진흙에 파묻혀 있는데도 밖으로 드러난 나머지 절반만으로도 그 길이가 1백 척에 달하는 어린 망월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망월은 정신술로 그 자리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한제에게는 도망칠 절호의 기회였다.
한제는 곧장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 어린 망월은 붉어진 눈으로 사방을 훑어보다가 포효하며 진흙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난 한제는 빠른 속도로 진흙을 헤치며 나아갔다. 좀 전의 일로 한제는 이곳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높아졌다.
“대체 망월이 몇 마리나 있는 거지?”
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웠다.
가장 두려운 것은 망월이 코앞으로 닥쳐올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좀 전의 망월도 세 번째 형태였지. 빌어먹을 탐랑,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그 바위를 박아놓은 것만으로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한데 열심히 도망치며 생각을 정리하던 한제가 돌연 우뚝 멈추어 섰다.
“설마⋯⋯?”
고대 신 서사의 기억에 의하면 망월의 체내에는 월화(月華)라는 것이 있다. 이 월화에는 엄청난 독이 깃들어 있어 고대 신의 피 외에는 어떤 것으로도 제거할 수 없었다.
또한 월화는 망월이 죽은 뒤 효과가 나타났다. 망월이 죽으면 월화는 망월의 온몸에 독성을 퍼뜨렸고 그럼 망월의 시체는 부풀어 올라 결국 자폭을 했다. 그래서 망월의 유해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 자폭은 위력이 엄청나, 그 주위의 성역에서 고대 신 외에는 어떤 것도 살아남지 못했다. 특히 그 위력은 망월의 몸집이 클수록 더 강했다.
월화는 망월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때문에 만약 월화를 노리는 자가 있을 경우 망월은 격노했다.
“탐랑은 보물이 없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설마… 월화를 노리고 들어온 것인가!”
표정이 어두워진 한제가 중얼거렸다.
월화는 근본적으로 망월의 체내에서 빼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꺼내기도 전에 망월이 자폭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대한 망월이 자폭한다면 나천성역 북역의 반절 정도는 남아나질 못하겠군.”
한제는 상상만으로도 몸서리를 쳤다.
망월은 누군가가 건드리지 않는 이상 수만 년이 지나도 죽지 않았다. 두 번째 형태에서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를 때도 있기는 했지만 그러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월화를 노린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 허나 탐랑이 자처한 위험이니 나와는 상관없겠지.”
한제는 콧방귀를 뀌고는 다시 탐색에 나섰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한제는 이 망월의 체내에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살폈지만 그동안 망월을 마주친 적은 없었다.
“망월이 탐랑을 산 채로 삼켰다, ‘그곳’에 가봐야겠군.”
기억의 유산을 뒤진 한제는 망월이 배설하는 곳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망월은 체내에 순환 체계가 있어서 배설물도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다시 흡수되면서 양분을 제공했다.
망월의 뼈를 추출하다
며칠 뒤, 한제는 조심스럽게 망월의 뼈 중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배설물을 흡수하는 곳에 이르렀다. 그곳의 진흙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한제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대신 가장자리에서 한참이나 머물며 신식을 펼쳤다. 한데 바로 그때, 망월의 배설물이 응집되는 곳에서 미약한 신식이 흘러나왔다.
“밖에 누구 있는가? 나 좀 살려주게! 그럼 반드시 넉넉히 사례하겠네!”
한제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신식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에게도 너무나 익숙했다.
“도우, 내게는 법보가 아주 많다네. 내 평생 모아온 것들이지. 도우가 날 구해준다면 그 법보들을 전부 넘기겠네.”
망월의 배설물이 응집된 곳에 갇힌 탐랑은 지난 1백 년 동안 이곳의 흡입력에 대항하기 위해 체내의 정화와 선력까지도 거의 다 써버린 탓에 비쩍 마른 상태였다. 만약 솥이 없었다면 그는 벌써 이곳의 다른 배설물들처럼 흩어져 사라졌을 터였다.
당시 이 운하성에서 엄청난 보물의 존재를 느낀 탐랑은 신비로운 솥만을 가지고 이곳에 이르렀다.
당시의 운하성은 안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는 안정적으로 지하에 스며들 수 있었고 곧장 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느낀 엄청난 보물은 바로 망월의 월화였다.
그러던 중 그는 자연스럽게 금염의 광맥을 발견하고는 곧장 바위를 꺼내 망월의 뼈에 박아 넣었다. 한제와 달리 운하성이 거대한 망월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탐랑은 거리낄 것 없이 방해되는 것은 가차 없이 없애버렸고 마구잡이로 뼈를 갈라 비틀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행동에 엄청난 고통을 느낀 망월은 잠에서 깨어났다. 만약 재빨리 솥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벌써 죽고도 남았을 터였다.
놀란 탐랑은 한곳에 오랫동안 숨어 있다가 상황이 안정된 후에야 다시 움직였다. 허나 감히 다시 광맥을 건드릴 엄두는 내지 못했고 처음 목표로 했던 보물, 그러니까 월화를 향해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