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76
평생 보물을 찾아 헤맨 그는 이 별에 매우 파멸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금세 눈치 챘다. 심지어 그 정도의 힘이라면 능천후라도 단번에 연기로 흩어버릴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그는 만약 자신을 이곳으로 이끈 그 보물도 여차하면 놔두고 곧장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월화를 찾아내고 그 안에 한 줄기 신식을 주입한 순간, 온 운하성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망월은 세 번째 형태로 변화했다. 그리고 탐랑은 갑자기 나타난 음산하고 거대한 입에 그대로 꿀꺽 삼켜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 배설물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이르러 있었다.
이제 그는 이 운하성이 거대한 한 마리의 마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두렵고 놀란 가운데 그는 보물에 대한 집착도 버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거대한 솥의 힘을 이용해 수차례 시도를 해봐도 그는 도망치는 데 실패했고 매번 다시 집어 삼켜져 다시 이 고약한 냄새가 나는 곳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시도했을 때에는 솥이 촉수에 뒤덮이면서 신통력을 흡수당한 듯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약삭빠른 탐랑은 이곳이 거대한 마수의 배설물이 모이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허나 어째서 이 마수가 자신을 죽이지 않고 매번 이곳에 돌아오게 하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벌써 1백 년에 달했건만 외부에서 다른 사람의 존재를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그가 얼마나 기뻤을지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도우, 제발 도와주게. 반드시 후하게 사례하겠네!”
탐랑이 신식을 통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전해왔다.
한제는 말없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몸을 돌려 떠났다.
그는 탐랑을 구하고 싶다 해도 어차피 자신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탐랑이 그곳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한제는 연맹성역에서 자신을 쫓아온 것은 탐랑뿐임을 알 수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의문이 해소된 이상 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탐랑과 얽혀봐야 득 될 것도 없었기에 한제는 망설임 없이 자리를 떴다.
바람처럼 진흙 속을 헤치며 얼마나 나아갔을까. 이전에 바위를 파냈던 자리로 돌아온 한제는 신중하게 사방을 살펴 망월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망월을 맞닥뜨린 후로는 감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의 뒤에서는 선위 꼭두각시가 신중하게 사방을 살폈다.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한제는 승선과의 과즙을 통해 녹여 넣은 낙인을 한 순간에 붕괴시켰다.
만약 우주에서 이 운하성을 내려다본다면 운하성에서 뻗어 나온 수많은 촉수 대부분이 순간 경련하는 것을 볼 수 있을 터였다. 촉수들의 뿌리에서는 선홍색의 빛이 번득였고 낙인으로 인한 통제를 잃은 승선과의 과즙들이 순식간에 전부 방출되었다.
거대한 망월은 독소를 자가 정화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일부가 아닌 대부분의 촉수가 동시에 승선과의 즙을 흡수해 정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운하성에서 뻗어 나온 대부분의 촉수는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었다가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뿌리 부분에서는 승선과의 위력이 발산되는 중이었다.
수많은 승선과가 품은 기이한 힘은 촉수 하나하나의 뿌리를 통해 망월의 체내로 흡수되어 큰 강을 이룬 듯 콸콸 흘러들었다. 그 순간, 대지는 격렬하게 흔들렸고 모든 촉수는 공격성을 완전히 잃고 취한 것처럼 느릿하게 흔들렸다.
당시 산마가 조종하는 몸으로 천환성의 혼을 빼낸 경험이 없었다면 한제는 대지가 흔들리는 것만 느끼고 망월의 혼에서부터 생겨난, 흥분한 듯한 기색은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터였다.
한제는 재빨리 두 팔을 펼쳐 망월의 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의 황천 세 번째 술법, 황천의 힘!”
한제가 기이한 눈빛을 번득이면서 외치자 순간 황천이 나타났다.
한제의 두 팔은 두 마리 황룡처럼 뻗어 나가 망월의 뼈를 뒤덮었다.
“추출!”
한제의 낮은 외침에 이어 흘러넘칠 듯한 흡인력이 황천에서 미친 듯이 솟아올랐다. 조석의 심연 안, 두 개의 성역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 힘인 황천의 세 번째 술법이 발휘되자 운하성은 격렬하게 흔들렸고 그 외부를 두른 짙은 안개도 이 순간 미친 듯이 바깥쪽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한제가 황천의 힘이 깃든 두 팔을 뻗는 순간, 망월의 뼈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더니 금색 빛을 번득이면서 격렬하게 요동쳤다.
이러한 움직임은 망월의 뼈 전체에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운하성이 전체적으로 격렬하게 진동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한제의 몸은 마치 이곳에 뿌리를 내린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편, 운하성 그 자체인 망월의 몸에서는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으나, 승선과로 인해 고통이 상당히 약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약간의 흥분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짙은 붉은 안개가 운하성의 수많은 촉수로부터 분출되면서 떨림은 계속되었다. 함성과도 같은 포효도 운하성 내부에서 느릿하게 흘러나왔다.
이 순간, 모든 촉수는 미친 듯이 부풀어 올랐고 길이 또한 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한제의 눈은 더욱 밝게 빛났고 그의 두 팔을 통해 발산되는 끝없는 흡입력은 예리한 검처럼 계속해서 망월의 뼈를 긁어댔다. 두 조각으로 부러진 망월의 뼈는 그 엄청난 흡입력에 망월의 몸에서 완전히 분리되었다.
이 거대한 망월의 떨림이 격렬해지면서 대지에는 수많은 균열이 일었고 지면의 촉수는 끊임없이 늘어나면서 땅이 뒤집혔다. 동시에 그 안에서는 노쇠한 기운이 느릿하게 피어올랐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마수가 점차 그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듯했다.
그 무렵, 진동은 점점 격렬해졌고 촉수에서 분출하는 붉은 안개도 점차 많아졌다.
짙게 피어오른 붉은 안개는 운하성 밖을 두르고 있던 안개와 하나로 융합돼 두꺼운 고치 같은 형태를 이루었다.
그 순간, 한제는 번개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두 눈에 담긴 밝은 빛에도 천둥번개의 위력이 가득 어려 있었다.
몸을 훌쩍 날린 한제는 단번에 왼쪽에 있던 망월의 뼈에 다가가 두 손을 그 절단면에 딱 붙인 채 이를 악물고 힘을 주었다.
“부러져라!”
그 순간, 한제의 두 팔에 정맥이 툭툭 불거졌고 그중 일부에서는 문양이 번득였다. 이는 선력이 발휘되면서 드러나는 흔적이었다.
두 손으로 망월의 뼈를 단단히 붙잡은 한제는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힘차게 당겼다. 순간, 대지의 흔들림이 거세졌다.
“캬아아!”
어디선가 고통에 가득 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 다만 승선과의 효력 때문인지, 거대한 망월은 그 느낌이 고통인지 무엇인지 자신조차 확실히 모르는 것 같았다.
대지가 더욱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던 그때, 한제는 손에 쥔 망월의 뼈를 3촌 정도 잡아당겼다.
불과 3촌에 불과하다고 말할 게 아니었다. 3촌이 아니라 1촌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움직였다는 것이 중요했다.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온몸의 선력을 동원했다. 그 순간…
콰르릉!
거대한 소리가 대지 안쪽에서 울려 퍼지면서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뻗어있는 망월의 뼈가 그대로 끌려 나오기 시작했다.
뼈는 빠르게 뽑혀 나오고 있었다.
그때, 한제는 전신의 선력을 미친 듯이 동원하느라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문정기 후기 수준에 이르지 않은 상태로 지금처럼 선력을 이렇게 동원했다면 체내의 경맥이 견뎌내지 못했을 터였다.
선력이 몸을 한 바퀴 돌 때마다 뼈를 쥔 손에 담긴 힘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라 쉴 수도 없었다.
한제는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다.
콰르릉!
마치 천둥소리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드디어 망월의 뼈가 완전히 뽑혀 나왔다.
그 순간, 한제는 그 뼈를 붙잡은 채 미친 듯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동시에 그의 뒤에 있던 그림자에서 선위 꼭두각시가 쑥 빠져나와 오른편에 남아 있는 망월의 뼈를 향해 돌진하더니 두 손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음의의 경지에 이른데다가 고대 신을 모방해 제련된 선위는 한제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었다.
콰르릉!
천둥소리와도 같은 소리가 끊임없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선위는 온몸에서 붉은 빛이 어린 금색 빛을 번득이면서 망월의 뼈를 그대로 뽑아내더니 한제를 따라 미친 듯이 위쪽으로 솟아올랐다.
한제와 선위는 앞뒤로 나란히 서서 긴 망월의 뼈를 가지고 빠른 속도로 진흙을 해치며 지면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것이 그들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였다.
그러는 사이, 망월은 엄청난 고통에 빠른 속도로 세 번째 형태로 변이되고 있었다. 그나마 승선과 덕분에 변이 속도가 느려진 것이 다행이었다. 또한 망월은 자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이렇게 격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진동하는 지면을 뚫고 나간 순간, 한제는 쥐고 있던 망월의 뼈를 땅속에서 완전히 끄집어냈다.
쿠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땅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 망월의 뼈는 반쪽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그 크기는 엄청났다. 거의 하나의 산맥에 가까웠고 멀리서 보면 거대한 금빛용처럼 보일 정도였다. 너무 커서 저물대에 집어넣을 수도 없었기에 한제는 뼈를 들쳐 맨 채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순간, 지면이 진동하더니 선위가 튀어나왔다. 그 역시 손에 망월의 뼈 반쪽을 든 상태로 한제를 바짝 뒤따랐다.
지금 한제는 온몸의 선력을 이용해 이미 극한에 달한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제 선력을 발휘할 때 온몸으로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 고통은 망월의 뼈를 얻었다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제는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목숨이 남아나질 않을 터였다.
깨어난 망월
지면의 촉수들은 한제를 저지하려 했지만 승선과 때문인지 움직임이 한참 둔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한제 역시 워낙 큰 망월의 뼈를 들고 이동하느라 많이 느려진 상태였기에 적지 않은 촉수들이 망월의 뼈에 달라붙어 잡아당기려 했다.
한제는 곧장 저물대에서 금번을 꺼냈다. 그의 눈에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이내 이를 악물고는 결인을 그려 금번을 가리켰다.
금번은 움찔하더니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는데 어딘가 슬픈 느낌이 들었다. 한제와 오랜 시간 함께 붙어 있는 동안 이미 이 금번에도 영혼과 지능이 생긴 상태였다. 그러나 그 소리에는 굳은 의지도 어려 있었다.
금번은 무너져 내리면서 수많은 검은색 빛 형태의 금제들을 내보냈다. 이 금제들은 서로 얽혀 하나의 검은색 유성이 되었다. 미약하게 타오르고 있는 이 유성은 망월의 뼈를 붙잡으려 애쓰고 있는 촉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금번의 자멸로 인한 엄청난 힘은 거대한 금제가 되었는데 그 안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었다. 이 영혼은 한제로 인해 생성되었다가 한제를 위해 자멸하려 했다.
순간, 망월의 뼈를 붙잡고 있던 촉수들은 힘을 잃었다. 하지만 잘라지거나 부러지지는 않았다. 그저 잠깐 저지당한 것뿐이었다.
한제는 곧장 망월의 뼈를 확 잡아당기며 운하성을 두르고 있는 짙은 안개를 향해 돌진했다. 선위가 뒤를 바짝 따랐다. 이들은 짙은 안개를 뚫고 끝없는 우주를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꽈광!
대지의 진동이 절정에 이르면서 지면에 돌연 가느다란 틈이 하나 생겨나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입처럼 벌어졌다. 그리고 하늘을 뒤흔들 듯 거대한 포효가 그 입을 통해 터져 나왔다.
“캬아아아!”
한제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방금의 그 포효에 온몸의 선력이 순간적으로 흩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심지어 선위 꼭두각시 역시 경련을 일으켰고 그의 몸에서 번득이던 금빛도 약간 흐려졌다.
한제는 이를 악문 채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한데 그 순간, 지면에 드러났던 그 거대한 균열이 미친 듯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대지와 함께 위로 솟아오르는 이 거대한 균열에 온 운하성에는 온갖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 대지 곳곳이 무너져 내리면서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는 붕괴된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던 망월이 깨어나 몸을 움직이면서 오랜 세월 육지를 형성하고 있던 흙 따위를 털어내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솟아오르고 있는 것은 대지가 아니라 웅크린 채 이 운하성의 대지를 이루고 있던 망월의 몸이었다.
이 거대한 균열과도 같은 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승선과의 효력이 남아 있어서 여기까지라도 도망쳐 올 수 있었지만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잠시만 정말 잠시만 망월을 붙잡아둘 수만 있다면…’
한제는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거대한 입을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결심한 듯 저물대를 두드리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어느덧 가까워진 거대한 균열 깊은 곳에서 한제는 매우 익숙한, 칠성검진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한제는 저물대를 두드리는 대신 결인을 그리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검진, 회전!”
신통력이 깃든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강렬한 기세를 일으키며 그 균열 깊숙한 곳에 있는 칠성검진에 이르렀다. 그러자 칠성검진은 쉭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 무궁무진한 검기가 몸을 일으키고 있는 망월의 체내를 미친 듯이 공격했다.
하지만 이 공격만으로는 망월을 고통스럽게 할 수도 저지할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