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84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뛰어댔다. 체내의 원력이 마구 돌았다.
‘이건… 대체 무슨 힘이지?’
체내의 원력이 점점 빠르게 돌았지만 그는 그것이 흩어질지 아니면 마구잡이로 소진될지에 대해서도 신경 쓸 수 없었다. 입이 바짝 말랐고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렀지만 어째서인지 상대의 눈빛을 피할 수조차 없었다.
이렇게 두려운 힘에 직면하는 것은 그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뇌선전의 전주(殿主)를 마주했을 때조차 이토록 강렬한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었다.
한편, 도를 찾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상태인 한제의 두 눈에는 수련자든 일반인이든 한낱 개미처럼 비칠 뿐이었다.
도를 찾는 꿈속, 그의 눈빛은 곧 도였다. 그의 눈빛이 닿은 발광체는 곧장 부풀어 올라 일생을 완주했다. 그리고 지금, 그 눈빛은 검은 머리의 사내에게 향해 있었다.
첫 번째 종속자
사내는 꿈속 발광체처럼 느릿하게 부풀어 오르는 대신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한 층 한 층, 흩어짐에는 끝이 없었다.
사내로서는 생사의 위기가 이렇게 가까이 닥쳐온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상대의 눈빛이 자신에게 향한 순간, 그는 원신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체내의 원력도 통제에 따르지 않고 미친 듯이 솟아올라 형태 없는 화염이 되었다.
곁에 있던 사내의 뇌수도 그만큼이나 두려움에 빠져 있었고 심지어 포효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육신이 무너져 내리려 했다.
이 모든 것은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내 한제의 눈에 남아 있던 도를 찾는 듯한 빛이 사라졌다. 그제야 한제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사내는 온몸이 텅 빈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려움에서 깨어난 그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체내의 원력은 반 이상 사라진 상태였으며, 원신도 꽤 줄어 있었다.
‘저건… 대체 무슨 눈빛이지? 저자의 수준은 대체…?’
다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싹해져, 사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내심 이곳에 온 것을 후회했다.
상대의 눈에 깃들어 있던 그 기이한 힘이 조금만 더 유지됐더라도 그는 그대로 소멸했을 것이다. 심지어 원신을 내보내 목숨을 건질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터였다.
정신을 차린 검은 머리 사내의 눈에 비친 한제는 끝없이 높고도 강한 존재였다. 사내는 심지어 이 나천성역 안에서 상대의 눈빛에 다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심지어 뇌선전의 전주라 해도…
특히 그 눈에 배어 있는 고고한 빛은 스스로를 미물로 여기게 만들었다. 본래 사내는 고고하고 오만한 성격이었으나, 지금은 눈앞의 상대에 대한 숭배만이 남아 있었다. 태어나 자신에게 이런 느낌을 들게 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상대에게 종속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해졌다.
“도염(道魘)… 그건 분명 전설 속 도염이었어.”
도염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낸 순간, 사내의 충격과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도염은 일반인으로 치자면 가위에 눌리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 도염이라는 것은 전설로만 전해져오는 것이었기에 이에 대해 사내가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주 오래 전 한 수련자가 한 가지 신통력으로 나천성역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들을 모두 패퇴시켰다고 한다. 심지어 그 수련자들 중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한 번의 신통술이나 하나의 법보를 사용할 틈조차 없이 패배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그 수련자들을 패배시킨 자는 무척 실망하고 떠났는데 당시 나천성역의 강자 중 하나가 온갖 용기를 짜내 그를 쫓아가 그 신통술의 이름을 물었다. 그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이러했다.
“이 법술의 이름은 도염. 내가 만든 것이니 너희들도 만들 수 있겠지.”
사내는 찬 숨을 들이마시며 뇌수에서 내려와 공손하게 섰다. 허나 지금 그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한제가 아니라 멀지 않은 곳의 어느 자갈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자였다.
그를 살피던 사내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꼭두각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뒤이어 그는 전광이 흐르는 연못 가장자리에 있는 은빛 뿔의 뇌수도 발견했다.
좀 전에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다른 것을 살필 수가 없었으나, 이제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 그는 더욱 충격을 받았다.
“은각뇌수! 게다가 음의 수준의 꼭두각시! 저자도 뇌선전의 사자였군.”
믿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오히려 이런 강자가 뇌선전의 사자라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때, 한제가 다시 두 눈을 떴다. 눈빛은 원상태로 되돌아와 있었다. 사실 방금 그 일에 한제 자신조차 사내 못지않게 놀란 상태였다.
‘방금 그 느낌이… 수련의 세 번째 단계인가⋯⋯?’
한제는 생각에 잠겼다. 그런 느낌은 우연히 맞닥뜨릴 수 있을 뿐,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한제는 은연중에 뭔가를 파악한 듯했지만 그의 수준이 너무 낮아 완전히 깨달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세 번째 단계의 도를 목격한 한제가 앞으로 거둘 성과는 이미 상상을 넘어선 상태였다.
“뇌선전의 2급 사자 신공호, 선배님을 뵈옵니다.”
검은 머리의 사내가 바닥에 납죽 엎드렸다. 스승을 마주했을 때에나 행하는 인사로 다른 사람이 봤다면 기겁할 광경이었다. 신공호는 거칠고 오만했으며 일을 행하는 데 악랄하기로 이름난 자였다. 뇌선전 사자들 중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자로 수많은 수련자 가문도 감히 그를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그는 천부적인 자질이 매우 뛰어났다. 뇌선전의 전주 역시 신공호의 천부적 자질은 나천성역의 수련자를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칭찬한 바 있었다.
신공호가 수련을 해온 시간은 겨우 1천 년에 불과했으나, 벌써 양의의 수준에 이르러 이제는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 엄청난 자질과 실력, 여기에 거친 성격까지 더해지자 그와 척을 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제는 덤덤한 눈빛으로 신공호를 바라보았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른 도는 그의 수준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한제의 정신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말하자면 그의 영혼이 본질적으로 달라진 상태였다. 지금의 그는 천운자 앞에 선다고 해도 전혀 긴장하지 않을 터였다.
신공호는 한제의 눈빛에 이전과 같은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덜덜 떨렸다. 지독한 두려움이 이미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을 낙인처럼 찍혀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곁에서 뇌수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뇌수 특유의 고고한 느낌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제는 시선을 거두고 덤덤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냐.”
말투 역시 변해 있었다.
한제의 짧은 물음에 신공호는 얼른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제가 손을 휘두르며 차갑게 말했다.
“별일이 아니라면 썩 물러가라.”
한제는 열린 문틈으로 살짝 그 너머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토록 놀라운 작용을 한 천역주를 지금 당장 연구하고 싶었다. 또한 방금 꾼 한 번의 꿈으로 한제의 경지는 풀어지려는 기척을 보였다. 문정기 절정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허나 한제의 그런 태도는 신공호에게 오히려 정상으로 느껴졌다. 강자는 본래 성질이 괴팍한 법이었다. 수련을 방해한 자신을 살려둔 것만으로도 감사할 정도였다.
신공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공손하게 말했다.
“선배님, 저는 나천성역 남역의 신공 가문 사람이며 뇌선전의 2급 사자이고 양의 수준의 수련자입니다. 저는 선배님께 종속되고 싶습니다.”
그가 한제의 현재 수준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끔찍할 정도로 두려운 눈빛에 상대의 수준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그런 상대야말로 진정한 강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정한 강자라면 숨긴 수준을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법이었다.
“종속?”
한제의 물음에 신공호는 얼른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수준이 부족하여 선배님께 종속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진심입니다. 제게 종속된 수련자 가문도 적지 않으니 앞으로 선배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만족시켜드리겠습니다.”
한제는 미간을 구긴 채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좀 전의 그 신통력은 자신이 원한다고 다시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제는 상대가 매우 거친 사람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만약 자신의 진짜 수준에 대한 실마리라도 알게 된다면 작지 않은 골칫거리가 될 것이었다.
신공호는 한제가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얼른 말했다.
“선배님, 전 정말 성심성의를 다할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절대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선배님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제 수준이 다음 단계로의 돌파를 앞두고 있을 때만 조금 도와주신다면 제 도의 혼이라도 뽑아 1천 년 동안 선배님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결인을 그린 두 손을 자신의 정수리에 얹었다. 순간 검은 빛 덩어리가 그의 머리 위에서 솟아올랐다. 그 안에는 그의 경지와 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천성역의 종속자는 바칠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데 도의 혼은 그중 가장 높은 단계이자 가장 엄격한 종속물이었다.
도의 혼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갈 경우 종속자의 도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다. 그러니 도의 혼을 바치는 것은 진심을 가장 잘 보이는 행위였다.
신공호는 만약 오늘 이 기회를 놓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예감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런 직감을 따랐고 그 결과는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다.
도의 혼을 바치려 하는 신공호를 보던 한제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도의 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후회하지 않겠느냐?”
신공호는 얼른 공손하게 답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한제는 더는 묻지 않고 신공호의 도혼(道魂)을 거두더니 꿀꺽 삼켰다. 신공호의 도혼은 그의 원신으로 스며들었다.
“이곳에는 왜 왔지?”
한제가 덤덤하게 물었다.
“뇌의 선계가 곧 열리지 않습니까? 하여 이곳에서 수련하면서 원력을 얻고자 왔습니다.”
한제는 원신 속 신공호의 도혼을 느꼈다. 상대의 경지는 능천후가 가진 패도의 경지와 비슷했지만 약간은 달랐다. 상대의 인생을 알지 못하는 탓에 그의 전면모를 살필 수는 없었다.
“뇌의 선계가 언제 열리지?”
“10년 뒤입니다. 뇌의 선계가 열리면 뇌정(雷鼎)을 가지고 그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지요.”
한제는 사실 뇌의 선계에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 우의 선계에 들어갔을 당시에는 선옥을 흡수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대량의 선옥을 흡수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 뇌의 선계에 들어간다면 수준을 가득 채워 나올 수 있을 터였다.
“선계가 파손되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의 수준은 제한되어 있을 텐데?”
한제의 물음에 신공호는 흠칫 놀랐다. 마치 한제의 질문에서 뭔가를 눈치챈 느낌이었다.
신공호의 생각을 읽었는지 한제는 피식 웃었다.
“난 나천성역 사람이 아니다.”
신공호는 추측이 들어맞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상대에게는 그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천성역의 뇌의 선계는 그리 심하게 파손되지는 않았습니다. 그곳에 진입할 수련자의 수준은 문정기 후기 절정까지로 제한되어 있지만 뇌선전의 비법 덕분에 수련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들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규열 초기의 수준에만 이르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한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궁금한 점들도 물었다.
뇌의 선계는 대체로 우의 선계와 비슷했다. 오래 전, 풍우뇌전 네 개의 선계는 모두 원고 시대의 선역으로 이어지는 통로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뇌의 선계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한 한제는 우물거리는 신공호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좋다. 이곳에 남아 수련하도록 해라. 단, 내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신공호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사실 그는 지금 제법 심각한 부상을 입어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라 이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부상을 치료하는데 여기보다 적절한 곳은 없었다. 어쩌면 남은 10년 안에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뇌원(雷元)을 모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