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9
음한력이 충만한 이 액체는 한제의 손짓에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주먹만 한 물방울을 이루어 음한기를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동굴 벽에 사락사락 소리와 함께 얇은 서리가 얼어붙었다.
한제가 손가락으로 물방울을 가리키자 물방울은 그의 손가락에 따라 움직이며 녹색 비검의 칼날에 부딪히더니 마치 흐르는 물처럼 그 끝을 감쌌다. 물방울에 감싸인 녹색 비검의 표면이 투명하게 반짝거렸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가 혀끝을 깨물어 피를 뿜어냈다. 그 순간 손을 흔들자 분출된 피가 안개로 변해 액체로 감싸인 비검에 스며들었다. 천천히 피안개가 스며들어가자 그 비검을 감싼 액체는 짙은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한제는 숨을 몰아쉬며 다시 피를 뿜어낸 뒤 검지로 그 피에 몇 가지 부호를 그렸다. 하나의 부호가 그려질 때마다 한제는 그 부호를 비검에 날려 그 위에 새겼다.
비검에 새겨지는 부호는 갈수록 많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뿜어낸 피를 모두 사용한 한제는 비검을 바라보며 가슴을 두드렸다. 순간 체내의 영력이 요동을 치더니 그의 가슴을 압박했고 그 압박에 한제는 정혈(精血)을 토해냈다.
“크윽”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피를 이용해 부호를 그렸다.
점점 많아지는 부호와 정혈의 작용 아래, 비검의 겉을 감싼 영력이 깃든 액체는 완전한 암적색으로 바뀌어 자줏빛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마지막 한 방울의 피로 그려낸 부호를 비검에 찍어낸 한제는 정신을 집중하며 외쳤다.
“합(合)!”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비검이 맹렬하게 진동하더니, 검신이 연속적으로 전율하기 시작했다. 그 떨림의 빈도는 점점 높아졌다. 한제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온 정신을 집중한 채 두 손으로는 끊임없이 결인을 해댔다.
이어서 비검을 감싼 액체가 보이지 않는 불에 쬐인 듯 지직 소리를 내며 하얀 연기를 피어 올렸다. 그 연기가 점점 많아지면서 액체는 줄어들었다.
결국 액체는 모두 사라졌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비검은 여전히 녹색이었지만 그 검신에는 수많은 핏빛 흔적이 남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크기도 전에 비해 반 정도로 줄어 있었다.
한제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검의 자루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사실이었다. 이전의 비검은 검 자루와 날의 비율이 1대 5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거의 1대 15정도의 비율이었다. 기본적으로 검 자루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한제는 자신과 피로 이어진 이 비검이 자신의 극의 경계가 공고해짐에 따라 천천히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허나, 시험해본 결과 비검의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빨라진 상태였다. 전력을 다해 이동시키면 육안으로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 비검의 순간이동까지 더하면 그 위력은 결코 얕잡아볼 수 없었다.
결단기에 이른 수련자라 해도 방어 법보나 방어구를 갖추고 있지 않은 이상 단칼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법보 자체의 한계를 돌파해 그 극한의 위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 또한 극의 경계가 갖는 법보상의 위력이었다.
이제 녹색 비검은 이전보다 더욱 민첩해졌으며, 짙은 푸른색의 얼음 결정이 그 비검에 시시때때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비검을 거둔 한제는 손가락을 하나둘 꼽아 날짜를 계산해보았다. 이곳에 스스로를 가두고 수련을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나 있었다.
남은 시간은 한 달. 한제는 석주 안에서의 수련을 준비했다. 그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이 동굴에서 나가는 날, 그의 수준은 축기 초기에서 벗어나 중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자신감이.
★ ★ ★
축기 중기에 진입하면 위력이 더욱 강한 법술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시음종의 옥패에 설명되어 있는 일종의 혼귀술(魂鬼術)은 영혼을 소환해내 전투 시킬 수 있는 법술이었다. 등화원과 맞붙을 때 영혼의 깃발을 빼앗아오기 위해 한제는 가진 수를 다 쓸 생각이었다.
결정을 내린 한제는 영력의 이슬이 들어 있는 조롱박 하나를 들고 석주를 어루만지며 꿈속 공간으로 들어갔다.
꿈속 공간은 오랜만이었다. 어슴푸레한 사방은 끝이 없었고 상공에는 회색 물질이 부유하고 있어 어두침침했다. 사방에 가득한 길고 많은 선형 발광체는 흐릿한 빛의 반점을 발산했다. 이전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가만히 멈춰 있었는데 물 속성 재료가 가득 채워진 뒤부터 이 발광체들은 활력을 얻은 듯 불규칙하게 둥둥 떠다니곤 했다.
가만히 서 있던 한제는 손을 뻗어 그 선형의 발광체를 만져보았다. 하지만 그의 손은 발광체를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발광체는 마치 한제와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만져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통제할 수는 있었다. 그가 생각을 하면 사방의 발광체들은 그에 따라 이동해 어떤 그림을 그려내기도 했고 사방으로 흩어지기도 하면서 한제의 생각이 모두 반영됐다.
한제는 사도환에게 발광체와 관련해 질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도환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못했다. 그는 석주 안의 공간은 굉장히 기이하며 꿈속 공간은 단지 석주의 여러 작용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한 꿈속 공간의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무슨 작용이 있는지는 사도환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사도환이 알고 있는 것은 다만 6성 수련국 최고 강자인 그의 신분으로 당시 이 석주를 손에 넣은 뒤, 그 수련성 안에 있던 어떤 사람도 감히 자신을 거스르게 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과거뿐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달랐다.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를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자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도환을 미친 듯이 추격했고 그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육신을 포기하고 석주 안에 숨어들게 압박했다. 덕분에 사도환은 다행히도 그들로부터 피할 수 있었다.
사도환은 자신을 추격했던 자들이 절대 그 수련성의 사람들은 아니라고 했다. 굉장히 단호하고 확신에 찬 말투였다. 그는 해당 수련성에 있던 웬만한 강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고 그 자신이 최고 고수라고 불리던 자였다.
그를 쫓았던 자들은 대체로 그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한 사람만은 자신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였다고 확신했다. 만약 그 자가 나서지 않았다면 자신도 육신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도 덧붙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선 뒤, 사도환은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준다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사람의 수준은 차원이 달랐다. 그 자는 분명 어느 7성 수련국에서 왔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동시에 7성 수련국 사람들이 빼앗으려 드는 물건이라면 이 석주는 굉장히 희귀한 보물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도환은 한제에게 연신 당부했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고 석주의 존재가 발각되면 두 사람은 모두 시체조차 남지 못하고 혼백도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말 것이라고…
사도환의 말대로 만약 상대가 정말로 7성 수련국의 사람이라면 그들이 6성 수련국에게 물건 하나를 찾는다는 명령을 내리는 것은 굉장히 간단한 일이었다. 그러니 반드시 방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한제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석주가 정말 다른 작용을 해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시간을 느리게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늘의 질서를 거스르는 셈이었다.
수련자는 언제나 시간과의 경주에 놓여 있다. 게다가 이는 수명과도 직결된다. 매번 다음 등급으로 넘어갈 때마다 수명 역시 그에 상응하여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신선계의 등급은 굉장히 엄격하게 분리되기 때문에 축기 수련자의 눈에 일반인과 응기는 별다를 것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듣기에는 조금 거북할지도 모르겠으나, 일반인과 응기 단계의 수련자들을 짐승처럼 여긴다고 표현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원영기 수련자의 눈에 축기와 결단기 수준의 수련자는 하찮은 미물처럼 보였으며, 영변기 고수의 눈에 화신기 이하의 수련자들도 역시 그랬다. 그들을 개미처럼 쉽게 죽이고 처리할 수 있는 것도 다 이런 시선 때문이었다.
한제의 눈빛이 견고해졌다. 신선계에서의 생존 법칙에 대해 그는 이미 충분히 겪은 상태였다. 신선계는 일반인들의 세상보다 훨씬 잔혹하고 경쟁이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상이었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이 두려워할 만큼 강해진 뒤에야 다른 사람이 업신여기지 않을 것이었다.
“만약 내 수준이 화신기나 영변기였다면 등력을 죽였어도 혹은 등가성의 모든 사람들을 다 죽였다고 해도 등화원은 내게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우리 부모님에게 손 댈 생각도 하지 못했을 텐데. 결국 모든 것이 다 힘이구나. 강한 사람이 되어야만 다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으니.”
한제의 눈에 서늘한 빛이 번득였다.
역외전장 자격경쟁
한제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두 눈을 감았다. 꿈속 공간에 신식이 펼쳐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인하고 있던 그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사방의 발광체들이 모여 들며 ‘문’의 형태를 이루었다.
석주에 물 속성이 가득 찬 뒤, 사도환이 찾아낸 하나의 작용이었다. 사방에 가득한 발광체를 이용해 하나의 진을 구성할 수 있었다. 이 진을 통해 한제는 꿈속 공간의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한제는 그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전히 꿈속 공간 안이었다. 다만 사방의 풍경이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그의 앞에는 키가 약 30척에 이르는 거인 한 명이 있었다. 그는 공중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으며, 몸은 수많은 발광체로 꽁꽁 감싸여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거인의 외모는 평범했지만 굉장히 음침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의 몸은 반쯤 투명했으며 특히 가슴팍은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처럼 거의 투명했다. 또한 그 안쪽에서 흐르는 짙은 영기의 파동을 볼 수 있었다.
거인이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갑자기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는 몸으로 한제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사도환의 원영인 이 거인을 보는 것이 처음도 아니었건만 매번 볼 때마다 깜짝 놀라곤 했다. 원영이 이렇게 클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사도환이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몸뚱이는 대체 얼마나 더 컸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사도환은 영변기는 원영이 변이되는 과정으로 이 과정 중 원영은 갈수록 커지지만 육신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을 정리한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바닥에 앉아 조롱박에 든 액체를 한 모금 마신 뒤 호흡을 시작했다.
★ ★ ★
어느새 역외 전장 자격 경쟁이 시작되기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결명곡 밖에는 벌써부터 수많은 수련자들이 속속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가장 좋은 자리를 찾아 결명곡의 유일한 출구를 바라보는가 하면 부근에 있는 시가지를 돌아다니곤 했다.
모여드는 수련자가 많아질수록 결명곡 밖은 점점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원수를 만나 달려드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나타났다.
결명곡을 중심으로 반경 1천 리의 범위 안에는 백 년에 한 번씩 자격 경쟁이 일어날 때마다 수많은 상인이 모여들었다. 이곳은 역외 전장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조나라 수련자 대부분이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각 종파의 수련자들 덕분에 시장은 아주 북적거렸다. 또한, 흔히 보기 어려운 재료와 법보들이 계속해서 좌판에 쏟아졌다.
결명곡 밖에 모인 자들 대부분은 조나라의 크고 작은 문파 소속 수련자들이었다. 한곳을 따로 차지한 몇몇의 큰 문파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한데 섞여 있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섞인 자들 중 작은 문파나 가문 소속을 제외한 대부분은 홀로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는 역외 전장에 진입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단지 역외 전장으로의 통로가 열리면 대량의 영기가 발산되는데 이를 한 번만 들이마셔도 평소에 접하는 것의 몇 배에 해당하는 영기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 때문에 몰려든 것이었다.
통로가 열릴 때가 점차 가까워오면 , 시장 내의 사람들도 분분히 결명곡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 정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마치 온통 파란 비단을 내건 듯 깨끗했다. 날은 점차 뜨거워져 찌는 듯 더워졌다. 하지만 결명곡 밖의 수련자들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모두 결명곡의 출구만 바라본 채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경험 있는 수련자들은 정오가 바로 결명곡의 출구가 열리는 시간임을 알고 있었다.
결명곡은 하늘에서 바라보면 조롱박 형태였는데 그 주둥이가 바로 출구가 있는 곳이었다. 출구에는 두 개의 높은 봉우리가 서 있는데 그 사이에만 작은 길이 나 있고 그 길의 끄트머리에는 거대한 팔각형의 진이 있었다.
그때 진이 갑자기 밝아지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몇몇 마도 문파의 원영기 고수들이 모여 있었다.
비쩍 마른 등화원도 그들 사이에 있었다. 살기로 점철된 그의 두 눈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은 점점 밝아졌고 천천히 그 안에서 여덟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들을 본 등화원의 눈에 실망이 담겼다. 그는 오른손을 흔들어 검은색 깃발을 소환해냈다. 그 깃발에 새겨진 얼굴을 하나 쥐자 순간 그 안에 봉인되어 있던 영혼 하나가 산산이 흩어져 사라졌다.
진 밖으로 걸어 나오는 여덟 명의 사람들을 본 결명곡 밖의 수련자들은 각자 손가락질을 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왔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종파는 자격을 잃은 종파지. 이번에는 어떤 종파인지도 모르겠군.”
“음? 사람들이 왜 이렇게 적지? 이전까지는 처음으로 나온 종파 사람들이 가장 많았는데…”
“나왔군. 주유가 보인다. 표묘종의 제자인데.”
정도와 마도 양측의 여덟 개 종파 중 원영기 고수가 목숨을 잃은 바람에 참가조차 하지 못한 적멸종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개 문파의 시조들이 분분히 이곳에 모여든 상태였다.
표묘종의 시조 신해는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결명곡 밖으로 나오는 제자들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묘종의 제자 여덟 명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은 빽빽하게 몰려든 사람들과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까지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이고 풀 죽은 걸음으로 신해의 곁으로 다가왔다.
신해는 화를 억눌렀다. 이번에 그가 큰 결심을 하고 결명곡에 보낸 제자는 총 스물다섯 명이었다. 축기 후기 수준의 제자가 세 명이었고 중기 수준의 제자가 여덟 명, 나머지는 비록 축기 초기의 수준이었지만 신해는 그들에게 대량의 법보까지 나누어주었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자격을 차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남은 것은 겨우 여덟 명뿐이었다. 신해는 여덟 명의 제자들을 훑어보았다. 그때 옆에 있던 원천파 시조 중 한 명인 상관운이 웃으며 말했다.
“신형, 자격을 얻지 못한 것이 뭐가 대수입니까. 역외 전장의 정리 작업은 굉장히 위험한 일 아닙니까. 보낸 열 명 중 한 명만 돌아온다고 해도 훌륭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 신형도 너무 크게 상심 마십시오. 백 년만 더 기다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신해가 냉소하며 말했다.
“상관운, 이런 자리에서 그리 비아냥거릴 필요 없네. 패배한 것은 패배한 것이니, 나도 다른 억지를 쓰지는 않겠어. 이전에 했던 약속은 꼭 지킴세.”
말을 마친 그는 여덟 명의 제자들을 향해 낮게 뇌까렸다.
“너희들의 대사형은, 죽었느냐?”
그들 중 한 명이 철퍽 소리가 나도록 바닥에 꿇어앉아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희 외의 다른 제자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나머지 일곱 명의 제자들도 모두 그를 따라 바닥에 꿇어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