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95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말을 마친 청년은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곁에서는 쏟아지던 빗방울들이 응집되어 화살이 되었다. 그러더니 비를 뚫고 기이한 쉭 소리를 내면서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청년의 수준은 음의에 이르러 있었다. 비록 절정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중반부에 이른 상태였다. 게다가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기까지 감안한다면 더욱 강렬한 신통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당시의 뇌도자라 해도 눈앞의 이 청년보다 뛰어나다 확신할 수 없었다.
화살이 된 빗방울 안에는 살기가 잔뜩 배어 있었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면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 오른손으로 전방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수많은 번개가 나타나 서로 연결되더니 공 모양을 이루었다. 그러더니 한제의 손짓 한 번에 빗방울로 이루어진 화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펑!
비의 화살과 충돌하기 직전, 번개 공은 곧장 자폭하면서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그 파동에 비의 화살들은 그대로 와해되어 다시 빗방울로 변해 버렸다.
“재미있군.”
청년은 피식 웃었다.
한데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제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사실 한제는 통로에 갇혀 있는 동안 최대한 감정을 통제했으나, 무척 화가 난 상태였다. 한데 기껏 탈출하자마자 처음 보는 작자가 난데없이 살의를 내뿜으며 달려들자 한제는 자신이 마치 동네북이 된 듯했고 이는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나천성역에서 내가 너무 겸손하게 군 모양이군.”
만약 상대의 수준이 양의의 경계에 이르렀다면 한제는 곧장 뒤로 물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음의의 수준인 수련자를 죽여 본 경험이 있는 그로서는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었다.
‘산마(散魔)와도 싸워본 적 있는 내 앞에서 마공을 발휘하려 하다니!’
한제는 한달음에 허공을 밟고 올라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원신을 빠르게 가동하여 천둥의 위엄을 발휘했다. 순간 그의 체내에서 천둥번개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콰르릉!
요란한 소리 속에서 천둥번개가 순식간에 한제의 오른손에 응집됐다. 그리고 곧 남색 번개 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에 수많은 천둥의 힘이 배어 있는 까닭에 그 공이 나타나자마자 주위에 변화가 일었다.
이곳은 뇌의 선계로 천둥번개의 힘이 가장 풍부한 곳이었다. 한제가 만들어낸 번개 공의 기운에 대지에 흐르는 전광이 줄기줄기 모습을 드러냈고 하늘에서도 수많은 미세한 번개들이 파지직 소리를 내며 번개 공에 끌려왔다.
“나를 죽이겠다고 했느냐? 어디 한 번 해보거라.”
한제는 싸늘하게 내뱉으며 번개 공을 힘껏 내던졌다.
쉭!
번개 공은 순식간에 마기의 허상 위에 선 청년을 향해 달려들었다.
청년은 약간 놀란 듯했다. 그러나 눈에 담긴 살기는 오히려 더욱 짙어졌다. 그는 양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번개 공이 코앞으로 닥쳐온 순간 낮게 외쳤다.
“삼켜라!”
그러자 마기의 허상이 곧장 두 갈래 빛을 뿜어냈고 그 순간 녀석의 몸에 한 가닥의 균열이 일었다. 이 균열은 마치 입처럼 갈수록 커지더니 단번에 짙은 천둥의 위엄을 풍기며 달려든 번개 공을 삼켜버렸다.
“겨우 이 정도의 천둥번개라니, 마염을 발휘할 필요조차 없었겠구나.”
청년은 오른손을 들고 곧장 사방의 빗방울을 응집시켰다. 응집된 빗물이 그의 손에서 꿈틀거리더니 순식간에 긴 창이 되었다. 허나 빗물로 만들어진 창에서는 먹물을 풀어놓기라도 한 것처럼 새카만 빛이 흘렀다.
청년이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짙은 마기를 품은 한 줄기 수막이 나타나 곧장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말 나를 동네북으로 아는 모양이군.”
한제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저물대에서 선계의 바위를 꺼냈다. 이 돌은 나오자마자 거대해졌다.
수막이 가까워진 순간, 한제는 손으로 바위를 꾹 눌렀다. 그러자 바위의 혼이 실처럼 하나둘 뽑혀 나와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한제는 들어 올린 손을 펼쳤고 그러자 손바닥에 선산의 혼이 안개 덩어리의 형상을 이룬 채 오래된 기운을 발산했다.
한제는 번개처럼 움직여 안개 덩어리를 손에 쥔 채 다가오는 수막에 적중당했다. 그의 체내로 들어온 수막은 곧장 셀 수 없이 많은 냉랭한 마기가 되더니 거대한 하나의 물방울처럼 삽시간에 한제를 감쌌다.
“어리석은 놈. 감히 내게 덤빈 우매함을 탓…”
청년은 한심하다는 듯 한제를 비웃으려 했으나, 그때 한제가 손에 쥐고 있던 안개 덩어리가 짙은 선기의 파동을 발산시켰다. 그리고 그 파동은 곧장 한제를 수막 밖으로 밀어냈다.
밖으로 나온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에 쥐고 있던 안개 덩어리를 가볍게 던졌고 그 안개 덩어리는 한 줄기 호가 되어 곧장 청년에게로 달려들었다.
“흠!”
청년은 순간적으로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손에 쥔 창을 휘둘렀다. 창은 한 마리 흑룡이 된 듯 곧장 튀어나와 격렬한 포효를 내지르며 단번에 안개 덩어리를 관통하려 했다.
“흩어져라!”
그때, 앞으로 튀어나가던 한제가 낮게 외쳤다.
안개 공은 흩어진 순간 몇 배로 불어나 짙은 안개가 되더니 눈 깜짝할 사이 흑룡과 같은 창을 포위해버렸다.
“제법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청년은 싸늘한 표정으로 결인을 그리며 새로운 신통력을 발휘하려 했다.
한데 그때, 한제가 서늘한 눈빛으로 낮게 외쳤다.
“천둥, 폭발!”
그러자 좀 전에 마기의 허상이 삼켰던 번개 공이 곧장 맹렬한 천둥번개의 위엄을 떨치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설마 와해되지 않았던 것인가!”
청년이 외치는 사이, 마기의 허상의 뱃속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며 발산됐다. 그 빛은 점점 더 밝아졌고 결국 거대한 천둥소리를 울렸다.
콰르릉!
그 한 번의 폭발로 마기의 허상은 안에서부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청년은 그 순간 곧장 그 자리에서 떠났지만 그가 몸을 뒤로 물린 그 순간 한제가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또한 선위 꼭두각시가 그림자에서 빠져나와 온몸으로 금빛을 번쩍이며 뒤를 따랐다. 금빛은 흐르는 물처럼 꼭두각시의 오른손에 응집됐다. 마치 태양을 손에 쥔 것만 같은 모습으로 선위는 앞으로 나아가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청년에게 생각할 여유도 주어지지 않았다.
선위의 주먹은 엄청난 폭풍을 형성했다. 특히 그 폭풍에 감도는 금빛은 감히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하게 만들었고 원신 또한 그 빛에 찌르는 듯한 고통을 받을 정도였다.
그 한 번의 주먹질은 선위 꼭두각시의 필살기였다. 그 주먹질의 위력은 마치 이 세상을 다 부숴버릴 듯했고 믿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연속적인 변고에 청년은 속수무책이었고 아주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생사의 위기를 직감했다. 그는 안색이 흙빛으로 변해 곧장 몸을 뒤로 날렸다. 선위 꼭두각시가 날린 주먹은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저 주먹에 적중당한다면 반드시 죽게 될 터였다.
직접 가격당하는 것은 피했으나, 선위 꼭두각시의 주먹에 담긴 힘이 폭발했다. 이에 청년은 혀끝을 깨물어 원신의 정혈을 한 움큼 토해냈다. 그 정혈에는 천지의 원력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크게 외쳤다.
“동림의 막!”
그가 뱉어낸 정혈은 끓는 기름에 들어간 물처럼 격렬하게 펑펑 소리를 내며 빠르게 피 안개로 변했다. 그 피 안개는 청년 앞에 미친 듯이 응집되어 선위 꼭두각시의 주먹을 막았다.
쾅!
주먹이 그 피 안개에 내리꽂힌 순간, 대륙 전체를 뒤흔들 법한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한 충돌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온 대륙이 한 층 깎여 나가버렸다. 대량의 흙과 모래가 사방으로 튀면서 지면에는 이전까지 지하에 존재했던 통로와 선력을 발산하는 법기의 파편이 드러났다.
피 안개가 걷혔다. 꼭두각시는 땅에 착지하고도 수십 척을 더 밀려난 후에야 겨우 멈추었다. 하지만 전신에 흐르던 금빛은 기력을 다한 듯 흩어진 상태였다. 또한 그 몸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한편, 짙은 살기를 피워 올리던 청년은 마치 유성처럼 땅에 처박혔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모래 먼지가 솟아올랐고 그 안에서 청년은 새카만 연꽃 한 송이가 흘러넘치는 듯한 마염을 발산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5천 년 만에 처음이구나, 이 허봉한에게⋯⋯.”
한데 청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공에서 나타난 산혼의 안개 덩어리 안에서 묵직한 소리가 퍼져나갔다. 그러더니 격렬한 메아리가 들려왔고 안개 덩어리가 흩어지면서 다시 얇은 실 형태가 되어 바위 안으로 돌아갔다. 그 안의 흑룡은 모든 힘을 잃고 빗물이 되어 대지로 후두둑 떨어지며 흩어져 사라졌다.
허봉한은 말없이 와해되는 자신의 창을 바라보았다. 피어오르는 모래 먼지 속에서 걸어 나온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두 눈에는 짙은 한기와 살기가 가득했다.
“훌륭하구나, 훌륭해.”
묵직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첫 번째 단계의 수련자에게 이렇게까지 당하다니, 치욕이로다.’
지금 그는 일찍이 이곳에 온 목적인 깊은 구덩이 속의 법보 조각도 잊은 상태였다. 현재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상대를 죽이고 말겠다는 집념뿐이었다.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수준으로 두 번째 단계의 수련자를 죽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전까지 계산하고 일련의 공격을 한 것도 모두 선위 꼭두각시에게 공격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허나 이 공격은 음의의 수준에 이른 수련자에게는 부상만 입혔을 뿐, 죽이지는 못했다.
‘뇌도자보다 훨씬 강하군.’
한제는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고민하면서도 흙 속에 드러난 법보의 조각을 챙겨 저물대에 집어넣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눈빛은 줄곧 허봉한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기이한 마염의 연꽃에 꽂혀 있었다.
더없이 뛰어난 도의 전쟁
허봉한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손가락 하나를 펼쳐 하늘을 가리키며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꼭두각시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가지고 있는 법보가 아무리 많다고 한들 음의의 수준에 이른 나의 도념으로 만들어낸 연꽃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 마연(魔蓮), 첫 번째 회전!”
허봉한의 서늘한 목소리에 허공에서 마염을 발산하던 연꽃이 느릿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꽃에서 피어오른 마염이 짙어져 갔다. 마치 하늘을 그 검은 빛으로 뒤덮을 듯한 기세였다.
한제는 심각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마치 연꽃이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위의 온 세상이 회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는 그저 느낌일 뿐이었으나, 현실처럼 생생했다. 마치 자신을 이 세상의 티끌과도 같은 존재로 바꾼 뒤 세상의 회전에 따라 무정하게 지워지게 할 것 같았다.
‘저게 회전하도록 둬서는 안 돼!’
한제가 마음을 다잡은 그때, 하늘에서는 천둥과 같은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 줄기 황천이 허공에 나타났다. 황천은 마치 하늘에 생겨난 거대한 강 같았고 그 안에서는 원한의 기운과 곡성이 흘러나왔다. 이 순간, 세상은 짙은 원한으로 가득 찬 듯했다.
황천은 허공에 나타나 기세를 떨치던 연꽃과 대치했다. 그러자 세상이 회전하는 듯한 느낌이 점차 사라졌다.
허나 한제의 눈에 담긴 경계심은 한층 짙어졌다. 도념과 그것을 실질화할 수 있는 수련자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한제는 잘 알고 있었다.
허봉한은 허공에 나타난 황천을 응시하며 느릿하게 말했다.
“너도 도념을 실질화할 수 있는 자로구나. 바위의 혼도 뽑아낼 수 있고 또 법보도 그렇게 많은 것을 보면 분명 너도 두 번째 단계의 수련자일 터. 다만 모종의 변고로 수준이 떨어져 문정기 절정에 이르렀을 뿐이겠지.”
이는 허봉한이 납득할 수 있는 유일한 추측이었다.
“저 꼭두각시가 네 본체고 지금의 너는 분신인 모양이로구나. 부상이 너무 큰 탓에 원신이 본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게야.”
허봉한은 말을 이어갈수록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추측에 대한 확신도 더욱 커져 갔다.
“자 그럼 볼까? 너와 나의 도념 중 누구의 것이 더 강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