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97
그는 선검을 거둔 뒤 구덩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안에 있던 모든 법보의 파편들이 그의 손으로 끌려왔다.
한제는 곧장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허나 뒤를 돌아본 그는 황천 안의 마연이 기이하게도 사라지지 않고 황천력 안에서 제련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됐고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념이 실질화되어 만들어진 것은 법보로 제련할 수 없단 말인가?”
한제는 이동하면서 신식을 펼쳤다. 좀 전의 전투는 분명 다른 수련자들의 주의를 끌었을 것이다.
신중하게 주변을 살피면서도 속도를 높인 그는 수만 리를 이동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지금 그가 있는 이 뇌의 선계의 조각은 매우 광활했고 우의 선계보다 훨씬 안정적인 것이 분명했다. 만약 우의 선계였다면 좀 전의 전투로 이 조각은 벌써 무너져 내리고도 남았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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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사흘을 날아간 후에야 한제는 이 조각의 가장자리가 도달했고 그는 그제야 멈춘 후 지면을 한 번 훑어보았다. 멀지 않은 곳의 산봉우리 위에서 전광이 번득이고 있었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그 산봉우리로 향했다. 그곳에 선검으로 동굴을 하나 파낸 후 그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좌선한 채 호흡을 시작했다.
허봉한과의 전투로 한제는 세 번째 눈의 신통력을 사용했으며 원신 안의 원력도 소모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이전에 선뢰를 두 갈래 반이나 삼켜놓은 데다가 그것을 제련하지 않고 아직 체내에 보관해두고 있는 상태였다. 최대한 빨리 그것을 제련한다면 소모된 원력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을 터였다.
또한 이곳은 뇌의 선계로 풀 하나, 나무 한 그루, 돌 하나에 모두 천둥번개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이곳에서의 수련은 어디서보다도 효과가 클 것이다. 지금의 그는 물 만난 물고기나 다름이 없었다.
수련을 하는 사이 한제는 황천 안에서 연꽃을 꺼내 보았다. 연꽃은 어두워져 있었고 황천에서 꺼내지자마자 금방이라도 흩어질 듯했다.
잠시 살피던 한제는 다시 황천 안에 집어넣었다.
이어서 그는 통로에서 발견한 모든 법보의 파편을 꺼냈다. 자세히 보니 원래는 물주전자 모양의 법기였음이 분명했다. 그 파편에 어려 있는 선력의 파동은 무척 기이해 선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 파편들을 바라보던 한제는 흠칫 놀랐다.
“설마, 깨진 원기(源器)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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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천성역 안, 한 줄기 붉은 빛이 번쩍이며 엄청난 속도로 날았다. 이 빛은 어느 암적색의 별에 이른 후에야 멈췄다.
거대하고 기이한 기운을 발산하는 별이었다. 이 기운은 선기도 마기도 그렇다고 요기도 아니었다. 또한 이 별은 느릿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붉은 빛이 흩어지고 나자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마흔 전후의 사내는 머리도 눈썹도 심지어 옷도 붉었고 외모가 무척 준수했다.
생각에 잠긴 얼굴로 암적색 별을 둘러보던 그는 잠시 후 포권을 하며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요낙동의 아들 요공, 본래의 호적으로 입적합니다!”
사위는 여전히 고요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암적색 별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그 안에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아비가 가문을 배반할 때 그랬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다 해도 절대 돌아오지 않겠노라고⋯⋯.”
요공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자신도 나천성역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물론 아버지가 남긴 나천석을 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은 딸, 요석설을 위한 일이었다.
사내는 다름 아닌 혈조였다.
“저는⋯⋯.”
그는 입을 열었으나 먼저 말문을 연 거친 목소리에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곳을 떠나 네 아비가 선택한 연맹성역으로 가라. 우리 가문에 요낙동이라는 이름은 없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 단호하여 어떤 반박의 여지도 찾을 수가 없었다.
“조부님! 제 외동딸 요석설이 누군가에 의해 연맹성역에서 납치되는 바람에 생사조차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도 우리 요 씨 가문의 혈통 아닙니까!”
혈조가 주먹을 바르쥐며 소리쳤다.
거친 목소리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요석설⋯⋯.”
목소리는 아주 작아진 상태로 한참이 지난 뒤에야 다시 말을 이었다.
“뇌의 선계에 있을 것이다. 가서 나의 증손녀를 데려오너라. 뇌의 선계는 이미 열려 있다. 내 영패를 가지고 뇌선전으로 가면 그들이 널 그곳으로 보내줄 것이다. 허나 이미 늦었다면 그들도 너를 들여보내줄 수 없어.”
뇌의 선계의 한 조각, 그 거대한 대륙 가장자리에는 수시로 전광을 번득이는 산봉우리가 하나 있었다.
번득이는 전광들은 각각이 은빛 뱀처럼 산봉우리 위로 끊임없이 흘러 두려우면서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어두운 하늘에서도 수시로 천둥번개가 내리치며 산봉우리로 흘러들었다. 마치 산봉우리와 하늘이 천둥번개로 이어져 있는 듯했다.
우르릉! 쾅!
천둥소리 역시 끊임없이 울려댔다.
산봉우리 중턱에는 동굴이 하나 있었다. 한제는 그 동굴 안에 가부좌를 튼 채 부상을 치료 중이었다. 동굴 입구의 선위 꼭두각시 역시 좌선하며 부상 치료와 경계를 동시에 했다.
한제가 두 눈을 번쩍 떴을 때, 크기가 서로 다른 기이한 파편 여러 개가 느릿하게 떠올라 있었다. 그는 뇌의 선계에 존재한다는 원기(源器)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이 파편들이 원기의 조각일 가능성이 7할이 넘을 거라 생각했다.
한제는 그중 하나의 조각을 쥐고는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이내 내려놓았다. 그리고 또 다른 조각을 집었다.
이렇게 각각의 조각을 모두 마음에 깊이 새긴 후 다시 두 눈을 감은 그는 머릿속으로 금제를 풀 듯 정확한 조합 방법을 탐구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한 시진 뒤 다시 두 눈을 번쩍 뜬 한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그 파편들을 바라보았다.
“이것만으로는 완전한 법보를 조합해낼 수 없어. 뭔가가 모자라.”
잠시 침묵하던 한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눈앞의 조각들은 선력에 휘말려 서로 교차되며 연결되었고 순식간에 물주전자 비슷한 모양을 이루었다.
각각의 파편에는 상처 같은 균열들이 남아 있었고 한쪽은 비어 있어 완전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잠시 그 주전자를 바라보던 한제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두드렸다. 파편들은 다시 떨어져 나와 저물대 안으로 들어갔다.
“허봉한은 음의의 수련자였지. 그런데 그에게서는 저물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는 큰 의문이었다. 허봉한을 죽인 뒤 신식으로 사방을 훑었지만 결국 그는 저물대를 찾지 못했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 정도로 수준 높은 자가 뇌의 선계에까지 오면서 법보는커녕 단약하나 없다니… 게다가 이 뇌의 선계에서 뭔가를 찾아낼지도 모르는데 손에 들고 갈 생각이었단 말인가.”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어떤 이유가 있는 거야. 어쩌면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물건을 보관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황천 안에 들어 있는 그 마연(魔蓮)이 떠오른 것이다.
“혹시⋯⋯.”
한제는 얼른 황천을 소환해냈다. 황천은 그의 도념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크기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었고 이번에는 아주 작게 만든 후 오른손으로 허공을 때렸다. 그러자 황천에서는 원한의 기운이 끓어올라 허봉한의 마연을 떠받쳤다.
허나 이 연꽃은 황천과 오래 떨어져 있을 수 없었다. 자칫하면 그대로 흩어져 사라질 듯했기 때문이다. 오직 황천 안에서만 분해 속도가 느려졌다.
연꽃에서 피어오르던 마염은 이미 완전히 꺼진 상태로 남은 것이라고는 빛을 잃고 어두워진 연꽃뿐이었다. 한제는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두 눈을 쓸었다. 그러자 선력이 두 눈에 응집되었고 그런 눈으로 다시 살핀 연꽃은 혼탁한 기체로 가득 찬 듯했다. 그 기운은 느릿하게 회전하고 있었는데 한제의 시선이 닿자 더욱 빠르게 회전했다. 또한 누군가의 포효가 그 안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했다. 한제의 시선에 뻗어 나오려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흥!”
한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코웃음을 치더니 일부러 빈틈을 보였다. 그러자 그 기운은 한 줄기 검은 기운으로 변해 뻗어 나오더니 마혼과 같은 모양으로 변해 한제를 집어삼키려 달려들었다.
허나 그 마물은 돌연 흠칫 멈추었다. 그리고는 마치 뭔가 불가사의한 일을 본 듯 날카롭게 절규하더니 얼른 방향을 틀어 연꽃 안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한제의 정수리로부터 솟아오른 원신이 짙은 전광을 이끌고 곧장 마혼을 뒤쫓아 단번에 마물을 잡아챘다. 마물은 다급하게 비명을 지르면서 한제의 원신에 의해 끌려나왔다.
“산마는 제련할 수는 없지만 너처럼 작은 마혼이야 간단하지.”
한제는 원신에 잡힌 마물을 덤덤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물의 비명은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에는 완전히 사라지더니 원신에 삼켜지고 말았다.
보통의 수련자라면 마도의 공법을 익힐 때가 아니면 절대로 마물을 삼키지 않을 터였다. 이는 당시 탄혼이었던 한제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마혼을 삼킨 한제의 눈빛은 은연중에 한 줄기 마기를 품은 듯 검게 번득였다. 그러나 그 마기는 눈에서 전광이 번득인 순간 흩어져 사라졌다.
입술을 핥던 한제는 이제 원신 안의 원력이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황천 안의 마연은 그 검은 기운을 잃은 뒤로는 더 이상 혼탁하지 않았다. 그 연꽃을 바라보던 한제는 그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공간 안에는 빛의 구슬이 네 개 들어 있었는데 무척 불안정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중 하나가 펑 하고 무너져 내리더니 흩어져 사라졌다.
한제는 곧장 손을 뻗어 나머지 구슬을 꺼내려 했으나, 두 개를 꺼내는 사이 나머지 하나는 결국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마연에서 빠져나온 구슬들은 더 이상 붕괴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한제는 그 구슬들을 신식으로 훑다가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기묘한 신통술이로군. 도념으로 이것을 만들어내 저물대로 삼았구나!”
한제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는 이제야 허봉한이 왜 저물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도념으로 공간을 만들어 진귀한 것들을 그 안에 넣어둔 거야. 그 안에 든 것들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
그때 빛의 구슬과 검은 기운마저 잃은 마연은 한순간에 1천 년의 세월이 지난 듯 바짝 말라버리더니 결국 흩어져 사라졌다.
한제는 오른손을 움켜쥐어 빛의 구슬 하나를 깨뜨렸다. 그러자 약병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약병은 아직 열지 않은 듯 봉인되어 있었다.
봉인을 열자 한 움큼의 선기가 풍겨 나와 그 기운을 들이키는 순간 온몸이 편안해졌다. 약병 안에는 단약 한 알이 들어 있었는데 그 구체적인 약효는 알 수 없었으나 척 보기에도 보통 단약은 아니었다.
한제는 그 단약을 잘 챙겨두고 또 다른 빛의 구슬을 깨뜨렸다. 거기에는 한 장의 부적이 있었다. 무척 평범해 보이는 부적으로 간단한 문양 하나만 그려져 있었다.
“이게 뭐지?”
한제는 멍한 얼굴로 그 부적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이 부적은 일찍이 그가 막 수련계에 입문했을 때 봤던, 저급한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부적과 거의 똑같아 보였다. 허나 허봉한이 도념 안에 보관했을 정도라면 절대로 그런 저급한 물건은 아닐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