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1
그들은 허공에 떠 있는 청년의 수준이 급속도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한제의 수준은 축기 초기에서 순식간에 중기로 또 후기로 상승하더니 곧이어 축기를 돌파해 결단기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고 나서도 그의 수준은 끊임없이 올라갔다. 결단기 초기, 결단기 중기, 결단기 후기.
결단기 후기에 이르렀을 때, 보이지 않는 파문이 한제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1척 높이의 원영 하나가 그 청년의 머리 위에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가 곧장 되돌아갔다.
사방이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모든 사람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눈앞의 광경을 넋 놓고 보았다. 축기 초기 수준이었던 누군가가 한달음에 원영기 수준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제는 두 손을 들어 올린 채 곧게 섰다. 원영기에 이른 그의 수준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원영기 중기에 진입하고 나서야 겨우 멈추었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는 사악한 기운이 감돌았고 머리카락은 기이하게 흔들렸다. 한손으로 등화원을 가리킨 그는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너, 감히 내게 대적할 생각이냐?”
한제의 몸에서 발산되는 위압감은 짙고 묵직했다. 심지어 현장의 원영기 고수들도 충격을 받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임학은 살찐 아래턱을 매만지며 허공에 떠 있는 그 청년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5성 수련국 환성의 천환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분명 만만치 않은 사연을 가지고 있겠군. 그런 천환 법보는 환성 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세 개의 급으로 나뉘어 있고 원영기에서 영변기까지 수준이 올라갈수록 법보의 급도 높아지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등화원의 얼굴이 구겨졌다. 한제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그는 이제야 임학의 말에 담긴 뜻을 깨달은 듯 몸을 훌쩍 날렸다가 1백 척 정도 밖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뒤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제, 네가 정말로 원영기 수준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정말 네가 원영기에 이르렀다면 어찌 결명곡에 들어갈 수 있었겠느냐? 결명곡에 있는 진은 그 수준의 수련자를 절대로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 ★ ★
등화원은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도 내심 불안하고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한제가 원영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지만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을 마냥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상대의 기운과 신식은 원영기 수준의 수련자가 가진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방금 상대는 원영기에 이르러야만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이동도 하지 않았던가. 그런 모든 상황은 상대가 원영기 고수라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만약 그의 수준이 원영기 초기였다면 등화원은 단박에 달려들었을 것이다. 허나 상대가 보이는 수준은 분명 중기였으니, 여기서는 신중해야만 했다.
그 자리의 사람들은 모두 한제에게 집중하느라 결명곡으로 통하는 진이 다시 밝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반짝이던 진에서 한 청년이 걸어 나오더니, 곧장 통로 안의 어두운 곳에 숨어, 허공에 떠 있는 등화원과 그가 들고 있는 검은색 깃발을 여러 차례 흘끔거렸다.
등화원은 허공에 떠 있는 청년에게 완전히 집중하고 있어 한제와 연결되어 있는 저주의 힘이 떨리고 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상대방을 바라보던 그는 오른손에 든 깃발을 휘둘러 영혼 하나를 뽑아낸 뒤 잔인하게 웃으며, 그 영혼을 꽉 쥐어 산산조각 냈다. 잠시 후,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은색 깃발이 번쩍이더니 저물대 안으로 돌아갔다.
바로 그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순식간에 시커먼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이 땅을 압박하듯 가라앉았다. 뒤이어 시커먼 구름 사이에서 뻗어 나온 거대한 한 쌍의 손이 구름을 양 옆으로 치웠고 거대한 머리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3개월 전에 나타났던 그 거인이었다.
그는 허공에 떠 있는 청년을 보고 기괴한 표정으로 뭐라 중얼거리고는 다시 조나라 수련자들에게 소리쳤다.
“3개월 전에 약속한 대로 역외 전장의 통로를 열겠다.”
말을 마친 그의 눈에서 두 갈래의 검은색 빛이 나오더니 마치 두 마리의 뱀처럼 서로의 꼬리를 물고 허공에서 거대한 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원이 나타난 순간, 세상은 일체의 빛을 잃고 어둠에 뒤덮였다. 그 순간 세상에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허공에 떠있는 그 원뿐이었다.
“쾅!”
거인이 큰 손을 흔들어 돌 하나를 소환해냈다. 그 돌은 나타나자마자 폭발하듯 쪼개졌고 그 부스러기 하나하나가 질박한 부호를 만들어냈다.
“피융!”
그리고 그 부호들이 빠르게 날아가 원에 박혔다. 이어서 조나라 경계 내의 모든 영기가 짙은 안개 형태로 변하더니, 사방팔방에서 끊임없이 모여들어 모두 그 원에 흡수됐다.
영기를 흡수하자 원에 찍힌 부호들은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얇은 막과 같은 물질이 나타났다. 이 얇은 막은 거의 투명해서 그 안쪽의 공간이 드러나 보였다. 조각난 수많은 시체와 부서진 법도 버려진 재료들이 그 막의 다른 한쪽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이때 한제는 결명곡 통로의 어두운 곳에 서 있었기 때문에 하늘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전혀 보지 못했다. 그는 그저 등화원의 허리춤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검은색 주머니가 걸려 있었다.
예상치 못한 하늘의 변화는 그의 계획을 허물어뜨렸으나, 오히려 한제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거인이 오른손 검지 끝을 찔러 피를 냈다. 그의 손가락에서 배어나온 피 한 방울은 마치 유성처럼 원 안의 얇은 막 위에 뿌려졌다. 끓는 물을 끼얹은 눈처럼, 얇은 막은 빠른 속도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한제의 눈에 서늘한 빛이 번득였다. 백치가 준 그 법보를 손에 쥐고 있던 그는 손을 꽉 쥐어 그 법보에 영력을 주입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공격!’
한제는 외부와 단절한 채 수련을 했던 두 달 동안 그 법보를 자세히 연구했다. 그리고 그 법보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환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환상으로 만들어진 한제의 또 다른 모습은 영력을 흡수한 뒤, 자신과 등화원을 연결하고 있던 저주마저도 일부 가져갔다.
원영기 고수
허공에 떠 있던 한제, 정확히는 한제의 환영이 두 손을 휘두르자 보라색의 거대한 용 한 마리가 그의 몸을 뚫고 나갔다. 언뜻 보면 마치 그가 거대한 용으로 변신한 것 같았다. 이어 그 거대한 용은 포효했고 사방으로 그 우렁찬 소리가 퍼져나갔다.
“크아앙!”
등화원의 얼굴에 변화가 일었다. 그는 이제 상대가 원영기 중기 고수라는 사실을 완전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강력한 기운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크아악! 슈~웅”
몸을 훌쩍 날린 거대한 용은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등화원을 향해 돌진했다. 날카로운 이빨과 시뻘건 입이 피비린내를 풍기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등화원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혀끝을 깨물어 피 안개를 뿜어냈다. 그의 피 안개는 곧장 거대한 모기로 변해 거대한 용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저지하려 했다. 이어 등화원은 저물대를 두드려 7척 길이의 거대한 깃발을 꺼내들었다.
서늘하고 음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깃발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등화원이 오른손으로 이 거대한 깃발을 흔들자 깃발에 새겨진 사람들이 깃발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얼굴만 달린 영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거대한 용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눈에는 죽음을 갈구하는 빛이 어려 있었다.
턱을 쓰다듬으며 깃발을 바라보던 임학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3만 개 정도의 영혼으로는 가망이 없지.”
흑천은 옆에서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자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당시 저는 역외 전장에서 천만 명의 영혼을 봉인한 영혼의 깃발을 봤는데 그 위력은, 정말이지 엄청났습니다.”
임학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거 역시 4성 수련국의 작은 영혼의 깃발에 불과해. 5성 수련국인 비로국(毗盧國)의 연혼종(煉魂宗)에서는 영혼의 깃발을 중요한 보물로 가지고 있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 깃발에 봉인된 영혼은 10억 개를 넘는다고 하더군. 수천 년의 시간을 들여 겨우 만들어낸 보물인 게지.”
등화원은 영혼의 깃발을 흔들어 3만 개의 영혼으로 거대한 용을 공격했다. 눈 깜짝할 사이, 영혼은 거대한 용을 빽빽하게 둘러싸더니, 그 거대한 용의 체내로 파고들었다.
바로 그때,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그 영혼들은 조금의 저항도 받지 않고 가볍게 용의 체내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마치 허공을 파고드는 것처럼 이쪽에서 파고들었다가 저쪽으로 빠져나왔다.
★ ★ ★
용이 마치 허상처럼 3만 개의 영혼을 그냥 통과하는 모습에 등화원은 넋을 놓았다. 그렇게 거대한 용은 미동도 없이 어느새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등화원의 표정에서는 감정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는 미처 깊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그는 계속해서 다급하게 여러 개의 방어 법보를 내던져, 거대한 용의 기습을 가로막으려 했다.
하지만 어떤 법보도 용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용은 방어 법보들을 관통하며 거대한 포효 소리와 함께 한 입에 등화원을 삼켰다.
“크아악”
임학은 묘하게 변한 표정으로 허공에 떠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거인을 바라보았다. 임학과 눈이 마주친 거인은 허허 웃으며 거대한 용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등화원은 새빨간 용의 입이 자신을 덮쳐오는 순간, 미약한 바람을 느꼈다. 그러나 엄청난 기세를 자랑하던 용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등화원의 등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환술?, 젠장!”
“이런 쳇! 젠장할”
등화원의 얼굴은 새파래졌다가 새빨개지더니, 결국 못 참겠다는 듯 욕을 내뱉었다. 그는 결단기에 이른 이후 지난 수백 년 동안 이렇게 직접적으로 나쁜 말을 내뱉은 적이 없었다.
조나라의 모든 수련자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환상에 속아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게 되다니. 등화원의 분노는 극한까지 치솟았다. 그는 그늘진 얼굴로 저물대를 뒤져 이 씨 가문 사람들의 영혼이 담긴 깃발을 꺼내 들었다.
한데 그때, 빛의 반점들이 허공에서 하나로 모여 들더니 한제의 모습이 나타났다. 한제는 곧바로 한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초록색 검이 번쩍이며 스산한 한기가 등화원에게로 향했다. 이에 등화원은 냉소하며 앞으로 나서면서 손을 움켜쥐며 외쳤다.
“한 번은 속아 넘어가도 두 번은 아니지. 한제, 이런 허튼 수작을 연이어 부리려 하느냐!”
그의 손이 비검을 쥐었다.
순간 초록색 빛이 번쩍이더니, 그의 손에 쥐어졌던 비검이 사라졌다. 그 비검은 등화원의 등 뒤에서 다시 나타났다. 이어 예리한 날이 곧장 그의 등을 찔렀다.
“팅” 하는 소리와 함께 비검은 마치 금속에 부딪힌 듯 저 멀리 튕겨나갔다. 비검에 잘린 등화원의 옷 안쪽으로 금색의 갑옷을 볼 수 있었다.
등화원은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전진했다. 등화원은 한제에게로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 마침내 허공에 떠 있는 한제의 앞에 이른 그는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나온 여러 갈래의 검은색 실이 한제를 움켜쥐려는 듯 뻗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등화원은 왼손을 휘둘렀다. 피처럼 붉은 여덟 갈래의 빛기둥이 순간 두 사람 곁에 나타나더니 서로 교차되며 새장과도 같은 우리를 만들었다.
허나 한제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당황한 기색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등화원의 손이 가까이 닥쳐오던 그때, 그의 몸은 곧장 그림자로 변해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한제가 있던 자리에는 두 알의 옥색 쌀알이 떠오르더니 서로 부딪혔다.
등화원의 얼굴이 급격하게 구겨졌다. 바로 그때, 짙은 푸른색의 파문이 “솨아” 하는 소리와 함께 반경 수백 장 밖까지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범위 안은 순식간에 푸른 얼음바다로 바뀌어 버렸다.
임학은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흥미롭군. 환성의 천환에다가 황천종(黃泉宗)의 얼음 감옥까지, 저 비검 역시 예사롭지 않고… 모조품이라고 해도 엄청난 위력인 것은 분명해.”
하늘에 떠 있던 거인 역시 흠칫 놀란 기색이었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결명곡의 통로 쪽을 바라보다가 입을 벌려 기괴하게 웃었다.
두 마리의 검은 뱀으로 이루어진 원 안에 나타났던 얇은 막은 이미 거의 다 녹아서 곧 완전히 열릴 것 같았다.
등화원을 둘러싼 붉은색의 빛기둥은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얼어붙어 버렸다. 누군가를 가둬놓는 우리와 같은 기능도 효력을 잃었다. 그와 동시에 얼음이 그의 두 발부터 시작해 빠르게 타고 올랐다.
“으드둑, 으드둑!”
등화원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서늘한 기운에 손발이 얼어붙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추위는 그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체내의 영력을 한 번 돌리자 얼어붙었던 손과 발이 점차 회복됐다.
그때, 결명곡 통로의 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한제가 눈을 번득였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간이동 기회는 이제 한 번만 남아 있었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푸른색 얼음의 파문이 퍼져나가고 있는 순간이었다. 한제의 몸은 음한기에 완벽히 적응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파문에도 전혀 영항을 받지 않았다. 그는 어느새 소리 없이 등화원의 곁에 나타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이 원영기 고수에게 필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상대는 손 하나만 까딱해도 자신을 수차례나 죽일 수 있었다. 때문에 한제에게 그를 죽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는 그저 오른손을 뻗어 등화원의 허리춤에 매인 저물대를 잡아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