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21
“좋지 않은 조짐이로군. 이건 금제의 진법이야!”
한제는 금제를 탐색했다. 원력이 그의 몸 밖에서 한 층의 보호막을 이룬 덕분에 달려드는 검기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잠시 후, 한제는 금제를 간파해냈고 몸 밖에 금제를 만들어내 널리 퍼뜨렸다.
이때, 마수의 뼈에 둘러싸인 비검에서 피어오른 검기가 옆에 놓인, 비검으로 둘러싸인 마수의 뼈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의 원신은 다시 한 번 검기를 따라 여덟 갈래로 나뉘었고 여덟 자루의 선검에 스며들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느낌이었지만 이번에는 검기가 훨씬 많았다.
자모도고(子母道枯)
사흘 뒤, 여덟 자루의 선검은 동시에 검기를 발산해 그 중심에 놓인 마수의 뼈에 응집됐다.
한제의 원신은 검기에서 튀어나가 가장 큰, 네 개의 가시를 가진 마수의 뼈 안으로 들어가 하나로 융합함과 동시에 그 안에 낙인을 하나 남겼다.
모종의 깨달음이 한제의 원신에서 떠올랐고 그 순간 한제는 이 마수를 자신의 신체 일부분처럼 완전히 이해하고 파악하게 됐다.
한참 뒤, 한제의 원신은 마수의 뼈에서 빠져나와 육신으로 되돌아왔다.
두 눈을 번쩍 뜬 한제의 얼굴에는 흥분한 기색이 가득했다.
“과연 선인의 법보답군. 특정한 방법이 없다면 이 안에 신식의 흔적을 남길 수 없지만 신식으로 낙인을 남기기만 하면 사용 방법까지 알 수 있군.”
자리에서 일어난 한제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휘둘렀다. 거대한 마수의 뼈가 날아와 그의 앞에 둥실 떠올랐다.
“이것의 이름은 자모도고(子母道枯).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진정한 선인의 법보다! 안타깝게도 당시의 주인이 고신과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죽음을 맞이한 까닭에 여태까지 완벽히 회복되지 못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하다. 지금 나의 단계에서는 가장 강력한 법보야!”
한제가 오른손을 뻗자 마수의 뼈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한제를 향해 날아들었더니 그의 손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한제의 오른손 손등에 생동감 넘치는 문양으로 나타났다.
한제는 안개를 거두지 않은 채 이원을 바라보았다. 그의 상처는 많이 회복된 상태였고 원신은 원력과 융합되면서 마지막 돌파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성공할지 어떨지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이원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면서 한제는 방금 죽인 세 사람의 저물대를 살폈다. 여인의 저물대에 든 것들은 눈에 차지 않았기에 선옥만 챙긴 뒤 한쪽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요가 청년의 저물대에 든 물건 중에는 부적 한 장만이 한제의 관심을 끌었다. 이것은 그가 나천성역에서 두 번째로 보는 종이 부적이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자신의 저물대에서 부적을 하나 꺼냈다. 두 부적의 크기는 비슷했지만 그 위에 그려진 획이나 문양은 전혀 달랐다.
“이게 대체 뭐지?”
한데 신식을 펼쳐 두 부적을 훑은 순간, 한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부적에서 미세한 원력의 파동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흔적이었다.
“재미있군. 이것도 법보란 말인가?”
결코 범상치 않은 물건일 것임을 직감한 한제는 부적들을 조심스레 챙겨 넣었다.
마지막 저물대를 손에 쥔 한제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노인이 뇌의 선계에 온 목표는 요가의 명을 받드는 것이었지. 그의 주인이 뇌의 선계 안에 있는 장결각(藏訣閣)에서 선술을 얻게 하기 위해…”
그 노인의 생각을 통해 한제는 아주 오래 전 나천성역의 4대 유물이 선계 수련자 가문들의 연합에 의해 뇌의 선계 어느 조각에 봉인되어 있음을 파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봉인된 조각의 대륙에는 장결각이 있는데 그 안에는 선술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다만 장결각은 당시 뇌의 선계 선제와 수하들이 함께 만든 것으로 그 안에는 전혀 다른 규칙이 적용되고 있어 그 안에 들어간다 해도 선술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4대 유물과 선계의 수련자 가문은 그 규칙을 깰 수 없었고 오직 그 대륙을 봉인하는 것만 가능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번 뇌의 선계가 열릴 때마다 가문 사람들을 보내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장결각은 4대 수련자 가문의 전유물처럼 되어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에 뇌의 선계에 들어온 요가 사람들은 무려 열 개 조에 달했다.
“장결각이라⋯⋯.”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그때, 이원의 호흡이 거칠어지며 힘겹게 눈을 뜨더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허 형, 정말 감사합니다. 다만 이 이원은 음의의 수준과 연이 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제 원신이 그렇게 많은 원력을 수용하지 못하는군요.”
이원은 자신의 잘려나간 팔을 바라보며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한제는 원기를 녹여 넣은 안개를 거두며 웃었다.
“이 형,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마시오. 체내의 원력이 원신을 보양하고 있으니 그 원력을 전부 흡수하고 나면 음의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얼마가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은 반드시 올 겁니다!”
이원의 눈이 밝게 빛났다. 그러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제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허 형의 은혜가 너무도 큽니다. 이 은혜는 마음속에 깊이 새겨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원의 말은 간결했으나, 한제는 그가 얼마나 감사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한제는 빙그레 웃으며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아직 살피지 않은 저물대 하나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한제는 신식으로 대충 그것을 훑어본 뒤 이원에게 건네주었다. 동시에 한쪽 땅에 놓여 있던 아홉 자루의 선검도 이원 곁으로 날아갔다.
“물건이 제 주인을 찾았군요. 이 저물대는 가지셔도 좋습니다. 그 안에 있는 것들은 이 형에게 더 필요한 것 같으니…”
이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검을 챙겨 넣고 저물대를 집어 들더니 그 안에서 뭔가를 끄집어냈다. 오래된 거울이었다.
“이것의 이름은 파금고경입니다. 대부분의 금제를 파괴할 수 있는 법보로 그 수가 굉장히 적지요.”
말을 마친 그는 파금고경을 한제에게 건넸다. 한제는 빙그레 웃으며 그 거울을 챙겨 넣었다.
“허 형의 수준은 이제 제가 살필 수도 없게 됐군요. 그 짧은 시간에 장족의 발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자는 잘 처리하셨습니까?”
이원은 잠시 망설이다 한제에게 물었다.
“혈조 말이군요. 아직 살아 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소. 이제 그자 때문에 위험에 빠질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말이 이원의 귀에는 무시무시하게 들렸다. 명석한 그는 그 짧은 말에서 한제의 수준이 맹렬하게 성장한 것이 혈조와 깊은 관계가 있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형, 저는 이제 뇌의 선계를 돌아다니며 선술을 찾을까 하는데 저와 함께 다니며 금제를 풀어주시겠습니까?”
한제가 웃으며 물었다.
이제 뇌의 선계에서 그를 위협할 자는 많지 않았다. 허나 이원은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라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가 자신보다 뇌의 선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금제술이 실로 훌륭하니 함께 다닌다면 선술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될 터였다.
이원 또한 기쁜 듯 웃었다.
“허 형이 원한다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이 뇌의 선계에 있는 어떤 금제든 풀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요! 예컨대 이곳에도 이전에는 선인의 유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원의 왼손이 가리킨 곳은 넓은 평원이었다. 땅에는 잡초와 마른 나무들이 있어 바람이 불면 솨아아 소리를 냈다. 전혀 특이할 것 없는 광경이었다.
이원은 한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지금 그의 체내에는 원력이 충분해,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왔지만 그간 노예 낙인 때문에 발휘할 수 없던 금제도 이제는 원하는 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평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솟구쳐 올랐고 이원의 금제가 그 위에 떨어지자 천천히 깨지면서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 드러났다. 폐허 앞에는 망가진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었고 그 위에는 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인선부(引仙府)
“선술은 구결을 아는 것만으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이가 파멸금의 심금술은 몇몇 선술이 발휘된 흔적을 통해 그 선술을 어느 정도 추론해낼 수 있지요. 비록 이 술법을 사용하면 몸이 상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발휘하지 않지만 허 형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하겠소.”
한제는 망가진 비석을 자세히 살피다가 가까이 다가갔다.
이원이 그 뒤를 바짝 쫓아와 비석을 훑어보더니 폐허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웃었다.
“허 형, 내 생각이 맞는다면 이 인선부라는 곳은 당시 뇌의 선계가 무너지기 전 선인들이 교역을 하던 곳인 모양입니다.”
한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느긋하게 폐허로 다가갔다. 누각의 잔해들로 보아 일반인들의 도시에 비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곳이었던 듯했다.
이곳은 매우 조용해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잔해 사이사이를 오가면서 우는 듯 스산한 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였다. 바람이 스칠 때면 작은 회오리가 일어 모래 먼지를 사방으로 퍼뜨리곤 했다.
사방의 잔해들을 통해 이곳에 여러 채의 누각들이 세워져 있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고 심지어 곳곳에는 금제의 파동도 남아 있었다.
이 폐허 도시의 안쪽을 자세히 한 번 훑어본 한제는 특별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 뇌의 선계가 여러 번 열리는 동안 이미 누군가가 왔다 간 것이 분명했다.
“이런 거래의 장소였다면 여러 가게들이 있었을 테고 그중 가장 큰 가게는 동쪽 끝에 있겠지요!”
이원이 동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허의 동쪽 잔해들은 더욱 엉망으로 널려 있어 건물이라고 할 법한 것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너져 내리고 남은 벽만이 간간히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이원은 도시의 동쪽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더니 무너져 내린 커다란 돌 하나를 들어 올려 자세히 살피고는 추산을 하듯 왼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한제는 잠자코 다가가 신식을 펼쳐 사방을 훑어보았지만 별다른 것을 찾지는 못했다.
잠시 후, 이원이 굳은 눈으로 널린 폐허 중 한곳을 가리켰다.
“허 형, 신통술로 저곳을 공격해보십시오!”
한제는 말없이 손을 들어 한 줄기 보라색 번개를 쏘아 보냈다. 번개는 광기 어린 용으로 변해 이원이 가리킨 곳으로 달려들었다.
콰릉!
대지가 진동하면서 돌조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지면에서 어떤 파동도 없는 도안이 하나 나타났다. 이 도안은 마치 하나의 진법처럼 누군가가 새겨둔 상태였다.
이를 본 한제의 눈빛이 기이하게 변했다.
이원은 그 진에 다가가 잠시 몇 번 살피더니 웃으며 말했다.
“선인의 가게에는 숨겨진 공간이 있다더니 과연 그렇군요.”
한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오래 전에 만들어져서 선력이 이미 다 소모된 모양이군요. 그러니 어떤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던 거겠죠.”
이원은 손으로 진의 먼지를 닦아내고는 계산을 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게다가 이 모래 먼지로 볼 때, 한참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허 형 말대로 선력이 소모되면서 생기를 잃고 사진(死陣)이 됐군요. 허나 나는 생기를 회복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지요. 시간이 좀 필요한 일이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말을 마친 이원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왼손 손가락 끝을 깨물었다. 이어 깊게 들이마시더니 진을 향해 내뿜었다.
이원의 손에서 원력의 파동이 일어나면서 핏방울이 천천히 흘러나오더니 진 안으로 스며들어 천천히 퍼져나갔다.
한제는 잠자코 한쪽에 서서 이 잔해를 바라보았다. 감개무량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 뇌의 선계는 엄청난 장관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고 선인의 수도 셀 수 없이 많았을 터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정도 규모의 교역장이 있을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게다가 점포도 매우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