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23
당언운은 낮게 외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원룡이 입을 벌리려던 순간, 마수의 두개골에 뚫린 두 개의 눈구멍에서 두 덩어리의 화염이 일어났다.
마수의 뼈는 되살아난 듯 강렬한 살기(煞氣)를 번득였는데 이 살기는 나타나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눈 한 번 깜빡이기도 전에 발생한 일이었다. 살기가 사라진 그때, 마수의 뼈를 삼키려 달려들던 흑룡의 두 눈이 경악한 듯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녀석의 거대한 몸은 그대로 굳어버린 듯했다.
이어서 녀석의 꼬리에서부터 회색빛이 미친 듯이 퍼져나갔고 거의 순식간에 몸 전체가 회색으로 변해 버렸다. 마치 그대로 돌이 되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쾅!
허공에서 떨어져 내린 흑룡의 석상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사방의 수련자들은 이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져 찬 숨을 들이마셨다.
“저⋯⋯ 저건 무슨 법보지⋯⋯?”
당언운은 멍하니 땅에 처박힌 석상을 바라보면서 넋을 잃었다.
내 이름은 허목
1만 척 밖에 있던 수련자들은 자신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은 분분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자신들이 있던 이곳이 마수로부터 너무나 가까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싸움으로 이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생각도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들의 이마에서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특히나 조가의 형제들은 자신들이 1만 척 안의 범위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만약 그 말을 무시하고 들어섰더라면 자신들은 지금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을 것이다.
한제는 몸을 날리며 오른손을 들어 마수의 뼈를 거두었다. 마수의 뼈는 다시 그의 손등에 문양의 형태로 돌아갔다. 한제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단번에 당언운 앞까지 다가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후 한 줄기 원력을 품은 힘을 앞으로 날렸다.
놀란 당언운은 이를 갈며 순간이동을 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한제가 반경 1천 척 안의 범위에 짙은 원력을 일으켰다. 그 압박감에 당언운은 더 이상 순간이동을 할 수 없었다.
이 신통력은 한제가 직접 만들어낸 것으로 원력의 압박감을 이용해 순간이동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한제의 손가락이 당언운의 미간에 닿았다. 한데 그때, 저 멀리서 여러 갈래의 빛줄기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누군가가 냉랭하게 호통을 쳤다.
“당언운을 죽인다면 너 역시 함께 묻히게 될 것이다!”
허나 한제는 마치 아무것도 못 들은 듯 손가락에 원력을 불어넣었고 당언운의 몸은 순식간에 피 안개로 흩어졌으며, 원신 역시 단번에 붕괴됐다.
“1만 척 안에 들어오는 자는 모두 죽는다!”
한제는 그 말만을 남기고는 동굴을 향해 걸어갔다.
1만 척은 그가 설정해놓은 금지(禁地)였다. 그가 있는 한 다른 이들은 누구도 그 안에 들어올 수 없었다. 지금의 한제에게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이때, 이원이 동굴에서 나오더니 흑룡의 석상을 바라보고는 곧장 한제를 향해 말했다.
“허 형, 아래쪽의 보물들은 제가 다 챙겼습니다. 그리고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는 비밀 통로도 찾았습니다!”
그때, 아까 호통을 쳤던 사람의 일행들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중 한 남자는 용모가 매우 준수했으나 입술이 상당히 얇아 각박하고 냉정해 보였다.
그는 바로 선계의 대문 앞에서 주인을 모신 신공호를 비웃었던 당언풍이었다.
“1만 척 안은 금지라고? 누구 마음대로?”
당언풍의 곁에 있던 중년 남자가 냉소하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단번에 금지 안으로 진입했고 이어서 다른 청년 한 명도 발을 들여놓았다.
한제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원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동굴 안으로 돌아가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 결인을 그렸다. 그가 왼손을 미간에 얹자 검은 선이 튀어나와 하나하나 금제가 되더니 사방에 떨어졌다.
그는 수준이 부족한 관계로 직접 나섰다가는 오히려 한제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었지만 시간만 충분하다면 단시간 안에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게 하는 금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제에게 퇴로를 만들어줄 셈이었다.
그때, 중년 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 한 걸음에 수백 척을 뛰어넘은 그는 곧장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습군. 이 뇌의 선계 안에서 어느 누가 감히 반경 1만 척의 금지를 만든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그 순간 한제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한제의 눈빛은 냉정하리만치 침착했다.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 중년 남자의 눈에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동을 멈췄고 그 순간 주위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상대의 두 눈만이 남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 눈빛에는 어떤 살기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년 남자는 가늘게 온몸을 떨었고 원력은 제멋대로 몸속을 빙빙 맴돌았다. 그렇게 해야만 상대의 눈빛을 통해 느껴지는 위기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눈빛이 자신에게 닿았을 때, 그는 마치 벌거벗은 몸으로 상대방앞에 선 듯 상대방이 모든 것을 꿰뚤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됐다. 너무나 강렬한 느낌이라 심지어는 체내의 오장육부와 원신까지 상대의 눈앞에 전부 다 드러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느낌은 점점 짙어져 이제 원신마저 사라지고 한 덩어리의 원기만 남게 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존재마저 사라지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쿨럭!”
중년 남자는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냈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얼굴은 병색이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피를 토해낸 후에야 맑은 눈빛을 되찾았으나, 이제 그 눈에는 짙은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한제의 눈빛을 목격한 그 순간부터 중년 남자가 선혈을 토해낼 때까지는 단 한 호흡 정도의 시간만이 지났을 뿐이었기에 다른 이들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 실마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한제는 침착하게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그 한 걸음에는 아무런 기운도 어려 있지 않았지만 다시 한 번 표정이 급변한 중년 남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물러났다.
‘저 걸음… 저 걸음이 마치… 나의 원신을 짓밟는 것만 같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에 심신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그가 좀 전에 당당히 금지 안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일행들 덕분이었다. 당언풍도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혼자서 양의의 수련자에 맞서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곧장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한제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단숨에 열 보 정도의 거리를 뛰어넘어 상대에게 다가갔다.
중년 남자의 얼굴은 갈수록 창백해졌다. 상대의 걸음걸음마다 심신이 진동하며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상대의 걸음이 이어질수록 그 박동은 빨라지고 또 격렬해지면서 결국에는 하나의 소리로 이어졌다.
열 걸음을 걸어온 한제는 살짝 멈춰 서더니 서서히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중년 사내와 눈이 마주친 순간 피식 웃으며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 순간, 중년 남자는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내면서 미친 듯 뒤로 밀려났다.
그는 자신이 일찍이 한제가 설정해놓은 금지 밖까지 물러났다는 것은 알아채지 못했다. 한제의 마지막 걸음이 땅에 닿은 그 순간, 중년 남자의 심장 박동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쿵쾅, 쿵쾅… 펑!
그의 심장은 터져버렸고 체내의 원력은 통제에 따르지 않고 미친 듯이 휘몰아치다가 원신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
일대는 적막에 휩싸였다. 당언풍의 눈빛도 한층 신중해졌다. 그가 수련의 길에 오른 이래 이토록 신중해진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또한 무척 놀란 상태이기도 했다. 한 번의 눈빛만으로 한 사람을 저렇게 무너져 내리게 하다니… 그 엄청난 신통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식견이 넓고 깊어서, 중년 남자의 죽음이 원력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대는 원력을 운용하는 데 신묘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원력의 압박감이 위엄을 형성하면서 결국에는 중년 남자의 심장을 쥐어 터뜨려버린 것이다.
곁에 있던 여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감히 금지로 들어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순간, 그 금지는 진정한 죽음의 땅이 된 것만 같았다.
한제는 중년 남자로부터 시선을 거둬 그 뒤를 따라 금지로 들어섰던 청년에게로 돌렸다.
청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제 막 음의의 수준에 들어선 청년은 좀 전의 중년 남자보다 약했고 체내의 원력은 부족한 데다가 불안정하기까지 했다.
한제의 눈빛을 맞닥뜨린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물러나 금지 밖으로 벗어나더니 얼른 포권을 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선배님이 계신 곳으로부터 1만 척 안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어긴다면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왼손을 들어 올려 체내의 원력을 가동했고 그 순간 새끼손가락이 피 안개로 터져버렸다.
한제는 그 청년을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청년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안고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새끼손가락 하나로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대가가 싼 것이다.
막 음의의 수준에 오르면서 차올랐던 흥분감은 삽시간에 사라졌고 앞으로는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됐다.
한제는 1만 척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몸을 돌려 다시 동굴 쪽으로 향했다.
그때, 당언풍이 돌연 입을 열었다.
“도우의 이름은 무엇인가?”
“허목!”
짧게 답한 한제가 안으로 들어서자 금제의 빛이 번득이며 동굴 입구를 봉쇄했다.
“허목⋯⋯ 기억하고 있겠다!”
당언풍은 공격하고 싶은 마음을 끝내 눌러 참았다. 상대에게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목⋯⋯.”
금지 밖에 머물러 있던 모든 수련자들 역시 그 이름을 뇌리에 새겼다. 평생동안 잊을 수 없을 이름이었다.
“허 씨라고?”
당언풍의 곁에 있던 여인이 예쁜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어두운 얼굴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 당언풍은 무표정한 얼굴로 한제가 봉해놓은 동굴 입구를 응시하며 느릿하게 말했다.
“너 역시 그런 생각을⋯⋯?”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천성역 안에서 허 씨는 적지 않으나 대부분 알려져 있지 않죠. 양의의 수준에 이른 데다가 저렇게 강한 자라면 분명 동림성의 허가일 겁니다. 동림성의 후손들은 오랜 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낸 적 없는데 설마 저자는⋯⋯.”
여인의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고 그녀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이 말이 없던 당언풍이 이내 입을 열었다.
“강한 자다. 동림성의 후손이 아니라 해도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될 자야. 당가 사람들은 모두 명심하라.”
“그럼 죽어버린 당가의 두 사람은요?”
여인이 당언풍을 바라보며 물었다.
“죽은 건 죽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