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32
백발 괴인
백발의 괴인이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수련자들을 죽여 버리고는 피와 살뿐만 아니라 원신까지 흡수하는 광경을 목격한 수련자들은 표정이 급변했다.
괴인이 선계의 대문으로 달려드는 동안 누구도 감히 그를 저지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데 바로 그때, 선계의 대문에 가장 가까이 있던 몇몇 수련자 중 한 명이 튀어나왔다. 금의(金衣)를 입를 입은 중년 남자로 그의 눈빛은 번개처럼 번득였다. 음의의 수준인 그는 저물대에서 열세 자루의 비검을 꺼내들었다.
그의 손짓에 열세 자루의 비검은 일제히 백발의 괴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도우들, 함께 싸웁시다! 저자가 대문을 막으면 누구도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 중년 남자에 이어 몇몇 수련자들도 이를 악물고 각자의 법보를 든 채 달려들었다.
“크하하하! 재미있는 아이들이로구나!”
백발의 괴인은 껄껄 웃더니 몸을 훌쩍 날려 세상과 하나로 녹아들며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이미 거대한 붉은 번개 형태의 대문 앞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곧장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그 붉은 번개를 내리쳤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음산한 바람처럼 주위에 있던 모든 수련자들의 귀에 내리 꽂혔다.
그 거대한 붉은 번개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무렵, 사방의 수련자들이 분분히 각자의 법보를 꺼내들고 일제히 그 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중 음의의 수련자는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뇌의 선계의 문이 닫혔다. 너희들은 모두 나의 먹이가 될 것이다!”
백발의 괴인은 음산한 눈빛을 번득이며 몸을 날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움직인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한 문정기 수준 수련자의 뒤쪽이었다.
그 수련자의 표정에 두려움이 들어찼다. 허나 그가 몸을 채 돌리기도 전에 백발 괴인의 오른손이 가슴팍을 꿰뚫었다.
빠각!
그 수련자는 자신의 가슴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처 도망치지 못한 채 백발 괴인의 손에 잡힌 자신의 원신이 무너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뒤이어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생명의 기운을 잃어갔다.
백발 괴인은 원신과 함께 수련자의 육신까지 삼켜버렸다.
“형편없는 원력이로군!”
백발 괴인은 몸을 다시 날리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가장 먼저 그를 공격하자고 나섰던 금의의 중년 사내 앞이었다.
중년 사내는 창백해진 얼굴로 생각할 겨를 없이 뒤로 미친 듯이 물러났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크하하! 좀 전의 패기는 어디로 간 것이냐?”
괴인은 껄껄 웃으면서 몸을 날리더니 핏빛 그림자가 되어 사내의 체내로 뚫고 들어갔다. 순간 펑 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면서 금의의 사내는 피 안개로 변해 흩어졌다.
그 피와 살덩이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백발 괴인은 금의의 사내의 원신 역시 한입에 집어삼켰다.
그는 두 눈을 밝게 번득이며 웃었다.
“나쁘지 않군. 이게 연기사지!”
입술을 핥던 그는 다시 사라졌다.
근방의 수련자는 수가 1백 명이 넘었고 멀리서는 더 많은 수련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에 괴인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빠르게 움직이면서 순식간에 또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수련자들은 서로 연합조차 할 수 없었고 점차 공포에 잠식되어 갔다. 특히 뇌의 선계의 대문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이제는 거의 사라질 지경이라 그 끔찍한 분위기는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방의 수련자들은 괴인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선계의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백발 괴인은 음산하게 웃으면서 또 몇 명의 수련자를 흡수해버린 뒤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선술 화신(化身)!”
순간, 백발 괴인의 몸은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넷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서른두 개로 늘어났다.
이 서른두 개의 분신은 단번에 세상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끄아악!”
“컥!”
이에 선계의 문을 중심으로 반경 1만 척은 참혹한 비명으로 가득 찼다.
1만 척 안에서는 수많은 수련자가 분분히 무너져 내린 뒤 괴인에게 원신을 흡수당했다.
수련자들의 반항은 괴인에게 어떤 실질적인 작용도 하지 못했고 대부분은 공격을 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수련자들이 선계의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것만이 유일한 살길이기 때문이었다.
“재미있군! 너희 중 과연 탈출하는 놈이 있을지 지켜봐야겠구나! 하하하!”
백발 괴인은 크게 웃으며 몸을 날렸고 이번에는 어느 음의 수준의 수련자 뒤에 나타났다. 그러자 그 수련자는 이를 악물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원신을 자폭시켰고 이에 그의 육신은 원신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도망칠 수도 없고 죽음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죽더라도 존엄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 유일한 방법은 바로 자폭이었다.
자폭의 폭발 소리에 백발 괴인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몸을 뒤로 물리지 않고 맹렬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자폭의 여파로 멀리까지 퍼져나간 그 수련자의 원력은 모두 그의 입안으로 흡수됐다.
“강단 있는 연기사로군!”
선계의 대문이 줄어들다가 완전히 사라지려는 그때, 참상은 절정에 이르렀다. 수련자들은 끊임없이 몰려들었고 선계의 대문으로부터 1만 척의 범위 안에 들어와 도주를 시도했다. 선계의 대문이 유일한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발 괴인의 서른두 개 분신 때문에 음의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수련자들은 1천 척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1천 척 안으로 들어간 음의의 수련자들 역시 백발 괴인에게 하나씩 목숨을 잃어갔다.
이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참상 속에 계속해서 수련자들의 육신과 원신을 흡수한 백발 괴인은 몸이 점차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체내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모습이 너무도 끔찍해 보였다.
괴인의 체내에서 발산되는 기운은 점점 강력해져 갔고 눈에서는 번득이는 붉은 빛도 갈수록 짙어져 갔다. 피비린내 나는 기운도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중이었다.
선계의 대문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했고 대부분의 수련자는 절망했다. 저 붉은 번개 형태의 대문이 사라지면 뇌의 선계는 완전히 봉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때, 먼 하늘 끄트머리에서 열 개가 넘는 검광이 짙은 원력을 풍기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전공열이 튀어나왔고 그를 뒤따라온 열 명이 넘는 음의의 수련자들 역시 백발 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방향에서도 여러 갈래의 빛이 날아들었다. 선두에 있는 이는 당언풍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이들 중에는 당가 사람뿐만 아니라 당가와 관계가 좋은 다른 가문의 수련자들도 있었다. 그 수는 많지 않았지만 모두 음의의 수준이었다.
이 두 무리는 백발 괴인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고 당언풍과 전공열을 중심으로 각종 원력을 이용한 신통력과 법보를 통해 밀물과 같은 공세를 펼쳤다.
백발 괴인은 붉은 빛이 번득이는 두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그들의 공격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앞으로 튀어나가 당언풍의 무리 사이에서 나타나더니 오른손으로 한 사람을 움켜쥐었다.
“큭! 이 괴물아, 네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에게 잡힌 수련자는 기개 넘치는 눈으로 백발 괴인을 노려보며 자폭했다. 허나 백발 괴인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채,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며 자폭한 수련자의 원신을 흡수하려 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한 줄기 날카로운 검광이 먼 곳에서 날아들었다. 짙은 천둥번개의 위엄을 품고 있는 검광을 날린 이는 다름 아닌 신공호였다.
“포위해!”
당언풍이 크게 외치며 몸을 뒤로 물리자 그의 가문 사람들이 전력으로 백발 괴인을 포위하려 나섰다. 동시에 전공열은 강렬한 살기를 품은 동정(銅鼎)을 쥔 채 백발 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당언풍은 신공호와의 사적인 원한은 잊고 소매를 휘둘러 하얀 안개를 소환해 사방으로 퍼뜨렸다. 그리고 두 눈을 번득이며 앞으로 돌진했다.
신공호와 전공열 또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안개 속으로 돌진했고 세 양의 수련자는 동시에 백발 괴인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이곳에 양의의 수련자가 신공호를 비롯한 세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곁에 있던 양의의 수련자 두 명도 망설이지 않고 하얀 안개 속으로 달려들어 분분히 각자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원력의 신통술을 발휘했다.
열 명이 넘는 음의의 수련자들 역시 각자의 신통력과 법보를 이용해 포위에 나섰다.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이가 나타나자 모든 수련자들은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백발 괴인을 포위하려 했다.
바로 그때, 백발 괴인이 소환한 서른두 개의 분신이 미친 듯이 난동을 피우며 수련자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수련자들 중 일부는 이 상황에 동참했다가 화를 입을 것이 두려워 선계의 대문만을 노리고 있던 이들도 있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품은 자가 결코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선계의 대문으로부터 1만 척 안에 들어서자마자 백발 괴인의 분신에게 무참히 살해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수련자가 선계의 대문을 뚫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곳으로 모여드는 수련자의 수가 점점 많아짐에 따라 이런 현상은 절정에 달하게 됐다.
한편, 한제는 백발 괴인이 나타난 순간 이원을 데리고 뒤쪽으로 멀리 달아난 상태였다.
적당한 곳에서 참상을 바라보던 한제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다.
신공호 등이 나타났을 때는 약간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곁에 있는 이원을 바라본 그는 결국 공격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원의 안색은 완전히 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허 형⋯⋯ 우리는 이곳에서 떠나지 못하는… 걸까요?”
한제는 대답할 수 없었다.
백발 괴인은 너무도 강했다. 혈조보다도 최소한 한 단계 이상 높을 터였다. 더구나 저자는 수련자의 원신을 흡수할 때마다 수준이 높아지고 있었다. 때문에 감히 그의 수준을 판단할 수조차 없었다.
“이 형, 나를 믿습니까?”
한제가 이원을 바라보다 불쑥 물었다.
이원은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허 형의 말이라면 뭐든 믿지요! 한데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겁니까?”
“한 가지 술법을 알고 있기는 하나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한 사람 정도는 데리고 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모두를 데리고 뇌의 선계에서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이 형이 동의한다면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
한제의 이야기에 이원은 생각에 잠겼다.
저 백발 괴인은 너무도 강해 자신은 절대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이원은 잘 알고 있었다. 허목이 곁에 있다 해도 괴인이 공격해 온다면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도 힘들 터였다.
어쨌든 이곳에 남는다면 분명 죽게 될 것임을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허 형, 그 신통술을 써주십시오. 그 가능성에 한 번 걸어 보도록 합시다!”
이원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