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34
한제는 대답 대신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체내의 원력을 대폭 가동시켰다. 그러자 검은 바람이 백발 괴인을 향해 돌진했고 다섯 갈래의 균열은 그 바람에 날려 경미하게 진동하더니 속도가 느려져 버렸다.
흑룡이 토해낸 바람은 백발 괴인에게 바짝 가까워진 상태였다. 백발 괴인은 처음으로 표정이 신중하게 변하더니 흑룡이 된 검은 바람을 곧게 바라보다가 결인을 그린 양손을 양옆으로 뻗으며 외쳤다.
“열지(裂地)!”
그 순간, 뭔가가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그러더니 백발 괴인의 앞에 갑작스레 커다란 균열이 나타나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무나 깊은 이 균열은 허공을 돌진하는 용처럼 끝없이 퍼져나가 한제가 검은 바람으로 만들어낸 흑룡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한제는 검은 바람을 모두 쏟아내 그 거대한 균열과의 충돌로 인한 엄청난 충격을 막아냈다.
“큭!”
한제의 몸은 마치 끈 떨어진 연처럼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그때, 백발 괴인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곧장 한제를 향해 순간이동을 했다.
한제는 뒤로 밀려나는 와중에도 이를 악물고는 한손으로 옆을 가리켰다.
순간 한 줄기 붉은 번개가 그의 손에 소환되더니 저 멀리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검은 바람이 흩어져 사라진 순간, 거대한 균열도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한제를 추격하던 백발 괴인의 눈빛이 굳어졌다. 그러더니 그는 한제가 날려 보낸 붉은 번개를 응시하다가 그 번개를 뒤쫓았다.
번개를 손에 쥔 그는 그것을 곧장 자신의 오른쪽 눈에 집어넣었다.
이어서 그는 한 걸음 움직여 그대로 세상에 녹아들었고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나고 있는 한제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 순간, 한제는 입을 벌려 모래알 하나를 토해냈다.
이 모래알은 곧장 부풀어 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 거대한 인장이 되어 한제의 손짓 아래 백발 괴인을 짓누르려 달려들었다.
“흥!”
백발 괴인은 콧방귀를 뀌며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순간, 그 인장은 허공에 우뚝 멈춰버렸다.
‘아직 남은 것이 있다.’
한제는 재빨리 결인을 그리고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등에서 마수의 뼈가 나타났다.
머리에 네 개의 가시가 돋아 있는 거대한 마수의 뼈는 눈구멍이 있는 곳으로부터 어스름한 빛을 뿜어내면서 엄청난 살기(煞氣)를 풍기며 백발 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소자요의 자모도고!”
백발 괴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홉뜬 눈으로 마수의 뼈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백발 괴인의 발치에서 회색 빛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그의 온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크크큭. 재미있는 놈이로군.”
백발 괴인은 음산하게 웃으며 발을 세게 굴렀다. 그 순간, 그의 체내에서 펑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회색 빛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혈신
“아주 흥미로운 녀석이구나!”
툭 내뱉은 백발 괴인은 잔상을 남기며 빠르게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반사적으로 곧장 방향을 틀어 후퇴함과 동시에 저물대에서 선검을 꺼내 휘둘렀다.
참라결(斬羅訣)이 발휘된 순간, 사방의 모든 허공은 사라지고 그 검광만 남게 됐다. 이 검광은 허공을 갈라놓았고 그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백발 괴인의 표정이 급변했다.
“이건⋯⋯ 우의 선검의 검기(劍技)!”
백발 괴인은 처음으로 미간을 찡그렸고 곧장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참라결 역시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한제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참라결이 무너진 순간, 다시 몸을 뒤로 물렸다. 허나 백발 괴인은 냉소를 흘리며 단번에 그를 추격해 붙잡았다.
“이제 도망칠 수 없겠지? 클클클.”
한제는 백발 괴인의 음산한 웃음에 이를 악물더니 저물대에서 반쪽짜리 혈신을 꺼내 대량의 원기를 흡수했다. 그러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원신을 모든 모공을 통해 폭발시켜 하나의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폭발!”
한제의 외침에 그가 만들어놓은 소용돌이는 곧장 무너져 내리며 강력한 힘이 됐다. 백발 괴인은 멈칫했고 한제를 쥔 손이 순간적으로 느슨해졌다.
그 기회를 틈타 빠르게 뒤로 물러난 한제는 오른손으로 반쪽짜리 혈신을 쥔 채 왼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의 두 눈은 광기로 번득이고 있었다. 백발 괴인은 너무나 강해 그의 어떤 법보나 신통술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한제는 왼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풍(風)!”
오른손으로 흡수한 엄청난 원력은 순간 그의 체내에서 맴돈 뒤 왼손을 통해 빠져나가 신통술로 발휘됐다. 순간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고 거대한 검은 바람이 나타났다.
‘아직 부족해!’
한제는 검은 바람 속에서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면서 오른손으로는 원력을 계속해서 흡수했다.
혈신은 순식간에 오그라들었다. 한제는 자신이 그 원력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생각지도 않고 미친 듯이 흡수해댔다.
그 순간, 검은 바람은 몇 배로 증폭되어 이제 온 세상을 뒤덮을 기세였다.
“호풍(呼風)!”
두 눈이 새빨갛게 물든 한제가 크게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검은 바람을 뚫고 포효처럼 울려 퍼졌다.
순간, 검은 바람이 변화를 일으켜 흉측한 두 마리의 흑룡이 됐다. 이 흑룡들은 곧장 백발 괴인에게 달려들더니 입을 쩍 벌려 음산한 바람을 토해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그 어떤 신통술과 법보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던 백발 괴인이 음산한 바람에 닿자 몸을 부르르 떤 것이다. 하지만 그의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모자라, 더 흡수해야 해!’
반쪽짜리 혈신은 훨씬 쪼그라들었고 그와 동시에 한제의 체내에서는 그 원력을 감당하기 벅찬 듯 펑,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견뎌내야 한다!’
한제는 이를 악물었고 검은 바람이 그의 온몸 땀구멍에서 분출되더니 이내 미친 듯이 응집됐다. 순간, 또 한 마리의 흑룡이 나타나 앞선 두 마리와 함께 백발 괴인을 포위한 뒤 입을 벌려 서늘한 바람을 뿜어냈다.
백발 괴인이 아무리 도망쳐도 이 세 마리 흑룡은 계속해서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귀찮게 구는구나!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백발 괴인의 악에 받친 목소리를 들으며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였다. 그러더니 반쪽짜리 혈신에 원력을 불어넣어 붕괴 직전으로 만든 뒤, 흑룡들에게 포위된 괴인에게 내던졌다. 그리고 혈신이 괴인에게 가까워진 순간, 짧게 외쳤다.
“폭발!”
그러자 혈신은 붉은 빛을 번득였고 그 안에 주입된 한제의 원력이 곧장 무너져 내리며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혈신의 붉은 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력해졌고 이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세 마리 흑룡이 뿜어내고 있는 바람 아래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이 가해졌고 이에 온 허공은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공간 전체가 무너져 내리려 했다.
한제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모든 법보를 거뒀다. 그가 걸음을 디딜 때마다 발아래에서는 파문이 줄기줄기 일었다.
한제는 억지로 마음을 안정시킨 후 세상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와 백발 괴인의 전투에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격렬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모든 수련자들은 이 광경들을 목격했다. 한제의 인영은 마치 낙인처럼 그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고 절대로 흩어지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신공호는 격렬한 흥분이 가득한 눈으로 저 멀리서 물러나고 있는 한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불타오르는 듯한 숭배심이 다시 솟아올랐다.
전공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두 눈은 한제에게 고정된 채 떨어질 줄 몰랐다.
한편, 당언풍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찬 숨을 들이마셨다.
‘당시 저자를 공격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로군. 만약 그랬다면 지금쯤 나는⋯⋯.’
그 무렵 한제의 발밑에서 일어나는 파문은 갈수록 많아졌고 그의 몸이 세상과 녹아들기 시작했다.
‘저자는 너무 강하다. 죽일 수가 없어. 도망쳐야 해!’
한제는 맹렬히 뒤로 몸을 날렸고 그의 모습은 천천히 흩어져 사라졌다.
한데 그때, 갑자기 그의 모습이 더 이상 흩어지지 않고 실체로 응결됐다. 마치 세상에 녹아들려는 그를 누군가 강제로 끄집어낸 것만 같았다.
“나와 연이 닿은 녀석이 어딜 그리 급히 도망치려 하느냐? 지금은 그곳에 갈 수가 없는 상태이니 네 몸을 잠시 빌리마!”
한제의 심신 속에서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오직 한제만이 느낄 수 있는 힘이 뒤쪽 허공에서 나타나 그의 체내에 전달됐다. 그리고 한제와 그의 육신 사이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그 힘 아래 한제의 원신은 압축됐고 그의 육신 안에서는 기이한 힘이 미친 듯이 응집되면서 눈 깜짝할 사이 또 다른 원신을 드러냈다. 그 원신의 모습은 뇌수를 가지고 간 신비의 노인과 똑같았다.
노인의 원신은 단번에 한제의 육신을 장악했다.
이 찰나의 순간, 한제는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짙은 위압감을 체내에서 폭발시켰다.
한제는 제삼자가 된 것처럼 자신의 육신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몸을 날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충격에 의해 무너진 허공에서는 온몸이 새카만 조각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그 안에서 쩌적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미간 부분에 한 줄기 균열이 나타났다.
균열은 점차 더 커지고 수도 늘었다. 그러더니 그 균열 안쪽에서 두 개의 손이 쑥 튀어나와 균열을 더욱 넓혔고 까만 머리의 사내가 천천히 그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몸에는 작은 상처 하나 없었지만 그 눈에서는 짙은 살기가 번득였다.
“백범의 선술에 청상의 선검, 소자요의 법보에 선왕(仙王)에 비할 수 있을 법한 육신이라… 넌 내가 깨어난 뒤 마주친 가장 강한 연기사로구나. 네 이름을 밝힐 자격이 있어!”
흑발의 중년인은 백발 괴인과 무척 닮은 외모로 마치 그의 젊은 시절 모습과도 같았다.
그가 손으로 툭툭 두드리자 조각상은 그대로 녹아내려 검은색의 긴 창으로 변했다.
“일개 선인 주제에 말이 많구나! 설령 네가 선군이라고 해도 그리 뻐길 일은 아니지. 게다가 지금 네 수준은 일개 선왕 정도일 뿐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느냐?”
한제는 자신의 육신이 노인과 같은 말투로 호통 치듯 외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말투에 엄청난 자신감이 깃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