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38
이번에는 거울에 연속으로 몇 갈래 균열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눈부신 빛이 번득였고 두 개의 원신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 두 개의 원신은 약간 어두웠고 미간에서는 한 줄기 봉인이 어스름한 빛을 발했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원력이 실체화된 듯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큭! 엄청난 압력이군.’
한제가 다시 뒤로 밀려나고 있을 때, 흑발 청년이 지금까지의 여유로운 모습과 달리 약간 표정이 굳은 채 입을 열었다.
“1품 선군.”
한제는 천운자와 같은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두 원신을 창백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염뇌자는 신중하게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낮게 외쳤다.
“두 번째, 세 번째 영혼, 제자리로!”
두 개의 원신은 냉랭한 눈으로 염뇌자를 힐긋 보더니 대지로 스며들었다.
그 두 원신이 사라진 순간, 오래된 거울이 지금까지보다 훨씬 크게 진동했고 결국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한 중년 남자의 원신이 걸어 나왔다.
그 중년 남자는 매우 평범해 보였고 어떠한 원력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하늘과 땅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처럼 짙은 살기가 폭발했다. 그 살기는 규칙의 일부가 된 듯 사방으로 녹아들었다.
“큭!”
한제는 피를 토했고 온몸의 원력을 가동하며 빠르게 물러났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우(雨)의 선계의 6품 살육 선군!”
흑발 청년의 표정도 급변했다.
중년 사내는 덤덤한 눈으로 염뇌자를 힐긋 바라보았다.
염뇌자는 그 눈빛을 받아내며 손을 들어 대지를 가리켰다.
“첫 번째 영혼, 제자리로!”
중년 사내는 말없이 염뇌자를 바라보다가 서서히 땅에 착지했고 곧 사라졌다.
그 순간, 온 선계에 걸쳐 배치된 진의 중심인 첫 번째 조각이 살기를 폭발시켰다. 이 살기는 사방의 모든 조각들을 뒤덮었다.
“선진, 집합!”
염뇌자는 흥분한 기색이 어린 눈으로 크게 외쳤다. 그러자 뇌의 선계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법령을 가진 49개의 조각들은 순식간에 손바닥만 하게 줄어들어 염뇌자에게로 모여들었다. 그러더니 모든 조각은 한 줄기 신식을 펼쳐 빠르게 염뇌자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모든 신식이 녹아들자 염뇌자의 몸은 밝게 번득이면서 응결되기 시작했다.
염뇌자는 뇌의 선계를 제련하기 위해 자신의 원신을 일찍이 49갈래로 분리해 각각의 조각에 섞어 넣은 상태였기에 그 모든 조각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의 원신을 회수해 하나로 응집시켜 본체를 형성하는 중이었다.
현재 그의 주위에서는 49개의 조각이 맴돌면서 불가사의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발산했다. 이에 염뇌자는 엄청난 위엄을 가진 존재처럼 보였다.
“훌륭하다!”
흑발 청년은 염뇌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허나 이 진은 강하긴 해도 날카로움이 부족해. 그것이 나를 이곳으로 불러들인 이유겠지!”
청년의 말에 염뇌자는 피식 웃으며 날카롭게 외쳤다.
“청수 선군, 난 네 극의 경계가 필요하다!”
청년은 미간을 찡그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난 청수가 아니야!”
“난 선계에 수백 차례 들어오면서 선계의 비밀들을 조사했다. 덕분에 뇌의 선계에 청수라는 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 그의 수준은 매우 높고 전설에나 존재하는 극의 경계를 가졌으며, 상고 시대 수련계 청수국의 군주이기도 했다!”
염뇌자의 말이 이어졌지만 청년의 표정은 덤덤했다.
“선계로 승천한 뒤 그는 뇌의 선계에 와서 선군이 됐어. 하지만 선계가 붕괴하기 전 알 수 없는 변고를 맞아 살육을 일삼는 자가 됐지! 선계의 선인들이 그를 에워싸고 공격했지만 극의 경계에 무참히 살해당했다. 결국 선제(仙帝) 백범이 나서서 전투를 끝냈지만 그도 청수를 죽이지는 못했어!”
한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하던 한제는 어느새 염뇌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청수는 자신이 수많은 선인들을 학살한 것을 깨달았지. 그중에는 벗과 제자 자신의 후손도 있었다! 심지어 자신과 수만 년을 함께 한 정인도 포함되어 있었지. 이 참혹한 광경에 그는 정신이 아득해졌고 깊이 내재된 마념이 깨어나려 했다. 결국 그의 내부에서는 자신과의 엄청난 갈등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원신과 육신이 무너져 내렸지.”
염뇌자의 말이 이어질수록 흑발 청년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해갔다. 그러나 염뇌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막힘없이 말을 이어갔다.
“또한 극의 경계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는 자신의 법보를 이용해 봉인의 소용돌이를 만들고 스스로 원신과 육신을 아홉 조각으로 나누어 그 안에 봉인했다. 이에 선제 백범은 슬퍼하며 아홉 개의 봉인에 치료용 진을 배치했다. 언젠가 그가 완전히 깨어날 날을 기대하면서… 선제 백범이 그리한 것은 청수가 자신의 유일한 제자이자 뇌의 선계에서 가장 유력한 선제 후보였기 때문이지!”
말을 마친 염뇌자는 저물대 안에서 옥패를 꺼냈다. 상당히 오래된 듯한 옥패였다.
“선제 백범이 남긴 옥패다. 제자 청수의 생애에 관련한 내용이 들어 있지. 보면 알 거다!”
염뇌자는 청년을 향해 옥패를 내던졌다.
옥패를 받아 든 청년은 혼란스러운 듯 눈빛이 흔들렸다.
한데 그 순간, 청년의 눈빛이 피처럼 붉게 변했고 붉은 빛은 순식간에 그의 온몸을 뒤덮었다. 선옥패를 쥔 그는 그것을 삼킨 뒤 고개를 들어 염뇌자를 바라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염뇌자는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직감하고 오른손으로 전방을 빠르게 후려쳤다. 바로 그때, 흑발의 청년, 청수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며 포효했다. 그 포효에는 짙은 위엄이 어려 있었다.
“크아아!”
그 짧은 포효 한 번에 콰르릉 하고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대량의 균열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 균열은 곧장 염뇌자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허공의 균열 속에서 서늘하고 음산한 쉭쉭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성난 하늘이 토해낸 폭풍과도 같은 그 음산한 바람 또한 염뇌자를 향해 돌진했다.
“흥! 네가 청수라 해도 별수 없을 것이다!”
염뇌자는 코웃음을 치더니 49개의 조각들은 회전시켰다. 순간 거대한 흡입력이 나타나면서 갈라진 균열과 음산한 바람을 흡수했다.
“청수, 난 네가 당시의 일을 떠올릴 수 있도록 옥패를 주었다! 네게는 악의가 없단 말이다!”
한편, 그들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벌린 한제는 뒤로 더 물러나면서 두 손으로 결인들을 그려냈다.
“죽여주마!”
그때, 청수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포효하며 엄청난 속도로 튀어 올랐고 손을 뻗어 허공을 찢어버렸다. 그리고 어느덧 염뇌자의 뒤에 나타나 시뻘건 눈에 살기를 번득이며 그를 움켜쥐려 했다.
염뇌자의 주위에 있던 49개의 조각들이 곧장 청수의 손을 막아섰다.
쾅!
거대한 충돌음과 함께 청수는 저만치 밀려났다. 허나 전보다 더욱 붉어진 두 눈으로 염뇌자를 노려보며 포효했고 다시 튀어나갔다.
염뇌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금 저자는 마념(魔念)에 점령된 것인가?’
염뇌자는 속으로 한탄하며 재빨리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49개의 조각들이 맹렬히 흩어졌고 한 줄기 금빛이 번득이며 하나의 진을 형성했다.
“선진(仙陣), 법의 전환!”
염뇌자의 낮은 외침에 금빛을 번득이는 진은 49개의 조각으로부터 떠올라 빠른 속도로 날아들어 청수의 주위를 맴돌았다.
“크아아! 죽여 버리겠다!”
청수는 그 자리에 고정된 채로 포효를 내질렀다.
그 순간, 염뇌자가 눈을 번득이며 외쳤다.
“도선자(屠仙刺)!”
그러자 금빛 진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수많은 금빛 가시가 나타나 미친 듯이 청수를 찔러들었다. 그 가시 안에는 파멸적인 기운이 배어 있었는데 한참 멀리 떨어진 한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셀 수 없이 많은 금빛 가시들의 자극에 청수의 얼굴은 전보다 더 일그러졌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붉은 빛이 번득이는 청수의 눈에 깊고도 짙은 슬픔이 들어찼다.
협정
“호풍(呼風)!”
청수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순간, 한제는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한 줄기 검은 바람이 나타나 청수 주위로 몰려들더니 회오리를 이루어 바깥으로 확장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콰르릉!
순식간에 금빛 진은 붕괴됐고 검은 바람은 여덟 마리의 흑룡의 머리가 되어 사방을 휩쓸었다.
흑룡들이 입을 쩍 벌린 채 염뇌자를 향해 달려드는 순간, 세상을 파멸시킬 듯 음산한 바람이 불어 닥쳤다.
염뇌자는 어두워진 얼굴로 몸을 뒤로 물리며 결인을 그렸다.
“선진(仙陣), 원력 응집!”
그러자 49개의 조각들 대량의 원력을 피어 올리며 응집되어 49갈래의 빛을 이루었다. 이 빛들은 일제히 날아올라 허공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쾅, 쾅!
거대한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며 사방으로 엄청난 위력을 퍼뜨렸고 한제는 그때마다 끊임없이 뒤로 밀려났다. 심신이 떨려왔고 얼굴의 칠공에서는 피가 흘렀지만 밝게 빛나는 두 눈은 청수와 염뇌자 쪽으로 고정된 채였다.
‘저것이야말로 호풍의 진정한 위력이구나!’
그 거대한 소리는 총 49차례 울려 퍼졌고 염뇌자는 창백하게 질린 채 뒤쪽으로 수십 척이나 물러났다. 조각으로 구성된 진을 가동하는 것은 그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됐다.
‘보통 선술이 아니구나!’
염뇌자는 청수가 발휘한 호풍에 놀라고 말았다.
“뇌의 선계가 무너졌을 때, 선제 백범이 기이한 죽음을 맞았다는 소문이 있었지. 넌 백범의 제자로서 스승의 기이한 죽음을 파헤치고 복수할 마음조차 없는 것이냐?”
염뇌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사실 그는 가능한 한 선군인 청수와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이는 그의 본래 계획과도 거리가 멀었다.
청수는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몸을 날렸고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후 가슴팍을 두드렸다. 이어서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