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45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폭발음과 함께 문양이 허공에 줄기줄기 나타나더니 그의 주먹 주위에 배열을 이루었다. 기이한 진법 같은 느낌이었다.
“덤벼라! 네게 정말 선인이라 불릴 만한 능력이 있는지 보자!”
한제의 눈이 차갑게 번득였다. 상대는 술주사(術咒師)가 아니라 강인한 육신을 가진 전주사(戰咒士)였다.
상대의 주먹이 다가오자 한제는 자신을 둘러싼 공기가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이한 힘에 둘러싸이자 모든 퇴로가 막힌 듯했다.
허나 한제는 피식 웃었다.
“나쁘지 않군. 허나 아직 부족하다!”
한제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오른발로 지면을 가볍게 굴렀다.
콰쾅!
그 작은 움직임에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한제의 발이 닿은 곳을 중심으로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 그러자 한제를 에워쌌던 힘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타산은 잠시 넋이 나간 듯했고 강하게 불어닥치는 바람에 그의 기세 역시 한층 누그러지고 말았다.
한제는 앞으로 한 걸음 성큼 다가가 타산 앞에 이르더니 가볍게 그의 가슴을 내리쳤다.
“으헛!”
그 순간, 타산의 온몸 가득한 문양이 눈부신 빛을 발했다. 허나 그는 단번에 수십 보나 뒤로 밀려났다.
그의 가슴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으나 그의 체내는 폭풍이 일어난 듯한 상태였다. 다만 문양 덕분에 잠시의 휴식을 통해 본래 상태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네… 네가 감히…”
타산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크게 기합을 넣으며 오른손을 뻗어 전방을 후려쳤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타산의 온몸 가득한 문양이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하나하나 허상으로 피어나 타산의 1백 척 안을 가득 채웠는데 그 모습은 보기에 끔찍했다.
“죽여주마!”
타산이 성큼 걸음을 내딛자 문양의 허상들 역시 그의 뒤를 따라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한제는 내심 감탄했다. 상대의 육신은 선위 그림자에 맞먹을 정도로 강인했던 것이다.
한제는 싸늘하게 웃으며 오른발을 다시 앞으로 내딛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의 지척에 섰다.
두 사람이 접촉한 순간, 타산은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주위의 공간이 휘청거렸고 그의 주위를 맴돌던 문양들 역시 번득이면서 하나하나의 신통술이 되어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는 침착하게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순간 정신술이 발휘됐고 사내의 몸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한제는 그 사이에 손가락 두 개를 펼쳐 타산의 가슴팍을 다시 두드렸다.
쾅!
그 작은 동작에 타산은 뒤로 나가떨어지면서 피를 토해냈다. 주위를 맴돌던 문양들은 이미 그와 함께 나가떨어진 상태였고 그의 두 눈은 충격으로 물들어 있었다.
주위의 수많은 선선족들 역시 깜짝 놀라 아무런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안개 마수
“상선님, 부디 타산의 목숨을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노인은 초조한 얼굴로 얼른 입을 열었다.
“됐습니다!”
타산은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뒤로 1백 척 정도 물러난 뒤에야 안정적으로 자세를 갖추었다. 뒤이어 고개를 들며 기합을 넣은 그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자신의 가슴팍을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그의 몸 밖에 나와 있던 문양들이 기이하게 꿈틀거리면서 다시 그의 체내로 돌아갔다. 하지만 피부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검은 갑옷처럼 그를 감싼 형태였다.
그 갑옷이 나타나자 음산한 기운이 가득 퍼졌고 심지어 타산의 뒤쪽에서는 마신(魔神)처럼 보이는 검은 허상도 하나 떠올랐다.
“선사영갑(仙賜靈甲)! 영갑을 제련해낸 것이냐!”
노인이 찬 숨을 들이켰다.
한제는 흥미로운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저 갑옷은 분명 당시 요령의 땅에서 산마가 입었던 것과 매우 비슷했다. 상대의 갑옷에서 피어오르는 마기는 다른 힘으로 억눌린 듯 그리 짙지 않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다른 점이었다.
타산은 잔뜩 분노한 채 몸을 날렸다. 강인하고 거대한 몸에 갑옷까지 입은 그에게서는 원고 시대의 거인 같은 느낌이 났다.
담이 작은 사람이었다면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겁했을 터였다. 특히나 칠흑처럼 검은 갑옷은 영혼을 빼앗아갈 것만 같은 느낌을 풍겼다. 또한 그의 뒤에서 잔뜩 일그러지고 잔인해 보이는 마신의 허상이 피어났다.
타산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위엄과 기세가 담긴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순간, 뒤에 있던 마신의 허상이 뒤틀리더니 셀 수 없이 많은 연기로 변해 타산의 주먹을 맴돌며 해골 같은 검은색 그림자가 되어 한제를 삼키려 했다.
허나 한제는 덤덤하게 이를 바라보다가 순간 입을 쩍 벌려 모래알 하나를 토해냈다. 그 모래알은 밖으로 나온 순간 거대한 조각이 되어 곧장 타산을 향해 날아들었다.
길이가 1천 척에 달하는 조각에서는 짙고 묵직한 위압감이 피어났다. 모든 것을 그 자리에 묶어둘 것만 같은 강력한 위압감이었다.
뇌의 선계의 조각이 처음으로 바깥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흘러넘칠 듯한 선력이 터져 나왔고 선선족 노인은 감격한 표정으로 바닥에 꿇어 엎드렸다.
타산은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이를 악물고 조각에 그대로 충돌했다.
“부서져라!”
그의 주먹에 쾅 하는 소리가 울렸지만 거대한 조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산이 몸을 바르르 떨며 피를 토해내더니 뒤로 물러났다.
눈앞의 조각이 이렇게까지 강력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그는 모든 힘을 쏟아 부었는데도 조각이 망가지기는커녕 반동으로 자신의 기혈만 거꾸로 돌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주먹을 맴돌던 마신의 허상도 그 진동에 흩어질 듯했다.
한제는 냉랭한 얼굴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조각은 하늘로 솟아올라 회전하면서 회오리바람을 일으켰고 강렬한 기세가 사방으로 몰아쳤다.
그 거대한 조각이 떨어져 내린 순간, 타산은 포효하며 두 손을 하늘로 뻗었다.
“떨어져라!”
콰르릉!
한제의 덤덤한 목소리에 조각은 굉음을 내며 지면에 떨어져 내렸다. 이에 온 대륙이 진동하면서 바닥에는 쩌적 하고 균열이 일었다.
한데 그 균열들 안쪽에서 새카만 안개가 솟아오르더니 한데 모여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응집된 그 검은 안개는 꿈틀거리면서 기이한 모양을 이루었다.
“안개 마수!”
선선족 구성원들이 일갈하며 미간에서 식물의 허상을 번득였다. 그 식물의 허상들은 잎을 펼치자 그 안에는 주둥이가 긴 주전자 형태의 법보가 있었다.
안개가 완전히 응집되면서 눈 깜짝할 사이 하늘에는 1백 마리가 넘는 검은 마수가 나타났다.
모양은 각기 달랐으나 하나같이 음산한 기운을 풍겼고 심신을 꿰뚫는 듯 낮고 느리게 그르렁거렸다.
선선족의 선조인 노인은 어두운 얼굴로 자신의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한 줄기 새카만 빛이 튀어나와 그의 손에서 주전자 형태를 이루었다. 그 법보를 손에 든 노인은 하늘로 솟구쳐 오르면서 크게 외쳤다.
“모두 전투에 임하라! 인간 형태의 마수가 나타나지 않도록 1각 안에 모두 몰아내야 한다!”
이어서 그는 가장 가까이 있던 마수에게 달려들며 법보를 휘둘렀다. 순간 그 주전자의 주둥이에서 강력한 흡입력이 나타났고 아직 눈도 채 뜨지도 못하고 있던 안개 마수는 몸부림을 치다가 연기가 되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주전자 안에서는 펑 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다른 부족원들도 각자 법보를 들고 다급히 안개 마수들에게 달려들었다.
말없이 이를 지켜보던 한제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가리켜 거대한 조각을 들어 올렸다.
그 아래에는 타산이 쓰러진 채, 곳곳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여전히 전의가 불타는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제는 시선을 안개 마수들에게로 돌렸다. 마수들은 응결되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깨어난 상태는 아니었다.
선선족 구성원들은 안개 마수를 상대해본 경험이 많은 듯 재빠르고도 숙련된 대응을 보였고 대부분의 안개 마수가 이미 그들의 법보로 흡수되었다.
한데 그때, 어느 선선족의 법보로 흡수되던 안개 마수가 두 눈을 번쩍 떴다. 방금 나타난 마수들 중 처음으로 눈을 뜬 놈이었다.
안개 마수의 두 눈에 동공 대신 여섯 개의 검은 점이 있었다. 그 외의 다른 부분은 잿빛으로 굉장히 무정하고 냉랭해 보였다. 한제는 여태 그런 눈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마수를 처리하고 있던 부족원은 겁에 질린 듯 곧장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몸을 뒤로 물린 순간, 안개 마수가 그를 따라잡고 얼굴에 달라붙더니 그의 칠공을 통해 미친 듯이 체내로 뚫고 들어갔다.
“끄아악!”
그 부족원의 참혹한 비명이 울려 퍼졌고 어느 순간 그의 몸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몸이 터져나가면서 흩어진 피 안개 속에서 안개 마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긴 혀로 입술을 핥더니 곧장 다른 선선족 부족원에게 달려들었다.
뒤이어 다른 마수들도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선선족 부족원들에게 덤벼들었다.
“선진(仙陣), 멸살!”
하늘로 떠오른 선선족의 선조는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안개 마수를 피하며 초조한 얼굴로 외쳤다.
“캬오오!”
그때, 한 마리 안개 마수가 심신을 후벼 파는 듯한 포효를 내지르며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한제는 차게 웃으며 몸을 날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안개 마수의 옆에 이르렀다. 그러더니 곧장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마수의 미간을 두드리며 체내의 원력을 일으켜 마수를 폭파시켰다.
펑!
하지만 무너져 내린 마수는 흩어지지 않고 셀 수 없이 많은 가닥의 안개가 되어 비틀리고 왜곡되면서 다시 응집하려 했다.
한제는 당황하지 않고 한 걸음 나서며 체내의 원신으로부터 천둥번개의 위엄을 일으켜 손가락 끝에 응집시켰다. 그러자 번개 공 하나가 생겨나더니 응집되고 있는 안개에 녹아들었다.
펑! 펑! 펑!
연달아 폭발음이 들려오는가 싶더니 안개가 무너져 내렸다. 한제는 곧장 결인을 그려 앞으로 뻗었다. 또 한 차례 강력한 천둥번개의 힘이 발산되더니 결국 남은 안개 가닥까지 모두 와해시켰다.
이때, 하늘에서 수많은 안개 마수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한제에게로 몰려들었다.
“캬아아!”
귀를 파고드는 포효에도 아랑곳 않고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몸을 훌쩍 날리며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황천(黃泉)!”
콰르릉!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한 줄기 황천이 허공에 나타나 짙은 원한의 기운을 뿜어냈다.
“황천력(黃泉力)!”
한제가 짧게 외친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흡입력이 황천에서 흘러나왔다. 안개 마수들은 거칠게 포효하며 저항했지만 결국 그 안으로 끌려 들어가 버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