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48
하지만 영혼과 연결시킨 법보가 망가질 경우 그 주인은 중상을 입어 원신이 분리되거나 심각하게는 혼이 흩어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영혼과 연결된 법보를 가진 자는 적지 않았다. 일단 영혼과 연결시키면 법보의 위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수련자의 성장에 따라 법보 역시 강력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제는 일찍이 몇몇 고서를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상고 시대 어느 수련자는 평범한 비검을 자신의 영혼과 연결시켰고 결국 그의 수준이 끊임없이 높아짐에 따라 결국 그 비검도 함께 성장해 굉장한 위력을 발휘했다.
‘세 번째 사신차는 이전의 두 개와는 달라.’
한제는 생각에 잠긴 채 사신차의 검은 빛 속에서 번득이는 일곱 개의 문양을 바라보다가 저물대에서 흡혈 마수를 꺼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흡혈 마수는 잔뜩 흥분한 듯 주위를 몇 바퀴 맴돌았다.
이어서 뇌와도 튀어나왔다. 허나 뇌와는 흡혈 마수와 달리 곧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엎드렸다. 꼼짝도 하기 싫다는 듯 게으른 모습이었다.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선검을 꺼내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러자 허이국이 튀어나왔다. 허이국은 알랑거리는 표정으로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한제의 눈빛에 입을 꾹 다물었다.
“법보를 제련할 것이니 반경 1천 척 안에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한제의 덤덤한 말에 허이국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슴팍을 내리치며 충성 어린 얼굴로 말했다.
“주인님, 걱정 마십시오. 그 누구도 이 허이국의 시체를 밟지 않고서는 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겁니다. 이 허이국은 충성심에 죽고 충성심에 사는 존재죠. 천하에 충성심으로 이 허이국에 비할 자는 없을 겁니다. 저는⋯⋯.”
허이국은 싸늘해진 한제의 눈빛에 얼른 입을 다물고 알랑거리며 물러났다.
금지의 가장자리에 이른 허이국은 곁눈으로 한제를 힐끔거리며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 속으로 중얼거렸다.
‘요즘 너무 소홀하긴 했지. 아첨에도 연습이 필요한 법인데 부쩍 어색해졌어. 예전 같았다면 저 녀석도 저렇게 차갑게 굴지는 않았을 텐데… 앞으로는 꾸준히 연습해야겠군. 아첨은 이 허이국의 가장 큰 신통력! 언젠가 저 녀석으로부터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 능력은 큰 도움이 되겠지.’
허이국은 생각을 굳힌 뒤 금지로 지정된 범위 안을 지킴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다면 어렴풋하게나마 그가 무슨 말을 중얼거리는지 들을 수 있었다.
“주인님의 신통력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진정한 신선 같으셔요. 이 허이국으로서는 정말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아니, 이게 아닌데… 와, 주인님의 그 수법은 정말 놀랍군요. 굴복할 수밖에 없는 능력⋯⋯. 이것도 아니야.”
허이국은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을 더 꿍얼거렸다.
“엇!, 이건 뭡니까? 이⋯⋯ 이건 주인님의 법보의 위력 아닙니까? 주인님, 주인님께서는 정말 이 허이국이 봐온 그 모든 수련자 중 가장 대단하신 분입니다. 주인님 곁에 있기로 한 것은 제 평생 가장 잘한 선택이었어요!”
눈웃음을 쳐가며 중얼거리는 허이국의 아첨은 점차 유창해져갔다.
한편, 한제는 흡혈 마수와 뇌와 그리고 허이국까지 내보낸 후에야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사방에 여러 개의 금제를 배치했다. 그리고 나서야 마음을 놓은 그는 사신차를 바라보며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그의 미간에서 붉은 빛이 번쩍 튀어나왔고 그의 정수리로부터는 원신이 빠져나왔다.
그의 원신은 육신에서 빠져나온 뒤 태고의 뇌룡과 같은 상태가 되어 사신차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사신차 주위를 맴돌며 검은 빛의 바깥쪽을 선회하다가 입을 쩍 벌려 일곱 개의 문양 중 하나를 삼켜버렸다.
순간 미친 듯한 힘이 한제의 원신에서 포효했지만 곧 제압됐다.
그러나 문양은 굉장히 완강해 제압된 상태에서도 무너져 내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면서 저항하려 했다.
“흥!”
한제는 차게 코웃음을 쳤고 이어서 그의 원신 안에서 펑 하는 요란한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때마다 천둥번개의 위엄은 배로 강해져 극강에 이른 후 한 줄기의 강력한 힘이 되어 삼켰던 문양을 공격했다.
쾅!
끊임없이 저항하던 문양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때, 더욱 강렬한 천둥번개의 위엄이 나타나 붕괴하고 있는 문양을 계속해서 공격했다.
잠시 후, 그 문양은 완전히 흩어져 사라지며 기이한 힘 한 줄기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한 줄기 힘은 이내 한제의 원신에 녹아들었다.
첫 번째 문양을 흡수하는 데에는 1각도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 문양은 훨씬 더 강력했지만 약 1각 정도 시간이 지나자 흡수할 수 있었다. 한제는 멈추지 않고 눈을 번득이며 곧장 세 번째, 네 번째 문양을 한꺼번에 삼키고 제련했다.
한 시진 뒤, 한제의 원신 안에는 네 개의 문양에서 제련된 네 갈래의 기이한 힘이 존재하게 됐다.
다섯 번째 문양은 한제의 원신에 들어가자마자 미친 듯한 힘이 되어 곧장 원신 안을 미친 듯이 활보했다.
“흥! 어딜!”
한제는 차게 콧방귀를 뀌더니 태고의 뇌룡과 같은 원신으로 똬리를 틀고 천둥번개의 위엄을 일으켜 문양을 공격했다.
이번에는 두 시진 내내 끊임없는 공격을 퍼붓고 나서야 문양은 완벽하게 제련됐고 기이한 힘 한 가닥이 되어 한제의 원신에 녹아들었다.
한제의 원신은 약간 어두워진 상태였다. 그는 육신으로 돌아가 호흡을 통해 회복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착실히 흘러 눈 깜짝할 사이 5일이 지나갔다. 지난 5일 동안 한제는 꼼짝도 않고 호흡하면서 원신을 천천히 회복시켰다.
그동안 선선족의 타산과 선조 노인을 비롯한 수많은 부족원들이 이곳에 두 번 다녀갔으나 흡혈 마수와 뇌와, 허이국의 거친 기세에 1천 척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특히 허이국은 선선족 부족원들을 보며 당시 청령성(靑靈星)에서의 즐거웠던 일을 떠올렸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한제가 호흡을 하고 있던 그때 금지의 가장자리에서 그 근처에 있던 부족원들을 안쪽으로 들어오도록 꾀려 했다.
하지만 그 선선족 부족원들은 허이국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온통 사신차에 고정되었고 그 강력한 위압감에 큰 충격을 받을 뿐이었다.
두 눈을 번쩍 뜬 한제는 사신차를 향해 다시 원신을 날려 보냈다. 그리고 그의 원신이 육신 밖으로 나온 순간, 1천 척 밖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태고의 뇌룡의 모습을 한 원신은 선선족(仙選族)에게는 경이로운 존재였다.
선선족의 선조 노인은 복잡한 심경이 어린 눈으로 한제의 원신을 바라보며 몇 걸음 나아가 포권을 했다.
“사⋯⋯ 상선님. 소인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제는 노인을 본 척도 않고 긴 뇌룡의 몸으로 사신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문양을 삼켜버렸다.
그 광경에 선선족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때 허이국이 눈알을 굴리며 곧장 날아올라 그들에게 호통 치듯 외쳤다.
“우리 주인님께서는 법보를 제련하고 계신다! 이 허이국의 시체를 밟고 가지 않는 이상 이 안으로는 반 발짝도 들어올 수 없어!”
힘 있는 목소리였다. 게다가 정말로 죽음을 불사하겠다는 듯 표정은 엄숙했고 그 강력한 기세는 마치 폭풍처럼 떨쳐나갔다.
선선족 선조 노인은 얼른 몇 걸음 물러났다.
“반경 1천 척 안으로는 들어서지 않았다. 다만 여쭙고 싶은 것이 있을 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이국이 꾸짖듯 말했다.
“닥쳐라! 이 허이국의 시체를 밟고 가지 않는 이상 너희는 우리 주인님을 조금도 방해할 수 없다! 주인님은 이 허이국에게 삶을 선사해주셨고 나를 깊은 물속과 뜨거운 불구덩이에서 구해주셨다. 내게 신통력을 가르쳐주신 것도 유산을 전수해주신 것도 내가 지금과 같은 수준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신 것도 모두 주인님 덕분이다. 누구든 우리 주인님을 방해하려는 자가 있다면 이 허이국은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허이국은 마치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처럼 근엄하게 외쳤다.
이에 선선족 선조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허이국의 말에 그는 깊은 감응을 느꼈다. 선선족은 사실 선인의 종과 다르지 않은 부속이었다.
‘충성의 개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군. 우리 선선족 역시 그렇다!’
허이국을 향한 노인의 눈에는 존중의 빛이 담겨 있었다.
‘이 영체(靈體)가 충성의 의미를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군. 굉장한 충성심이야. 이런 종을 거느리고 있는 것 역시 상선님의 행운이다!’
비천한 종
한편, 노인 곁에서 멍하니 허이국을 바라보는 타산의 심경은 꽤 복잡했다.
“우리 부족이 충성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충성을 바친 이가 우리를 버린 것이다. 그에 비하면 이 영체는 충성을 바칠 만한 이를 모시고 있구나.”
허이국은 그 말에 뿌듯해했지만 안타깝게도 한제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지금 한제의 원신은 천둥번개의 체내로 삼켜버린 두 개의 문양을 제련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펑! 펑!
그의 원신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두 개의 문양 중 하나는 천둥번개의 위엄 아래 완전히 제련되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붕괴는 단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것이었다.
그 붕괴가 진행되는 동안 사신차에서 발산된 검은 빛은 끊임없이 번득였고 결국 세상 모든 빛을 집어삼킬 듯 강렬하게 번쩍거렸다. 그리고 그 빛 위에 떠 있는 한제의 원신에 선선족 사람들은 심신이 떨려왔다.
허이국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틈을 타 곁눈으로 한제의 상태를 힐끔거린 뒤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냥 문양을 삼키는 것뿐인데 뭐 그리 대수라고… 이 허이국은 사람도 삼킬 수 있다!’
허이국은 불쾌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숭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겉모습만 볼 때는 그저 주인의 신통력에 놀란 충성스러운 종처럼 보였다.
그런 허이국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다시 한숨을 내쉰 타산의 심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선조 노인 또한 허이국이라는 영체의 충성심에 탄복했다.
사실 선선족은 이곳에서 유구한 세월을 보내면서 외부인과의 접촉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 멍청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지능으로 따졌을 때 허이국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허이국은 교활했고 수도 없이 신념을 바꿔온 이였다. 지난 1천여 년 동안 온갖 일을 겪으면서 그쪽으로는 한층 뛰어난 능력을 갖췄고 이에 어지간해서는 그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한참 뒤 한제의 원신은 맹렬하게 움직였다. 그 안에서 들려오는 천둥번개 소리는 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상태였고 절정에 이르러 콰르릉 소리가 돌연 우뚝 멈추었다.
한제의 원신은 마지막으로 제련했던 두 개의 문양을 체내로 완전히 흡수했다. 이제 그의 눈앞에는 중요한 선택이 남아 있었다.
‘이 법보와 영혼을 연결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원신에 녹여 넣은 일곱 갈래의 기이한 힘을 융합시켜 하나의 독특한 문양을 만들어냈다. 그 문양은 그의 가슴팍에서 떠올랐고 그 순간 사신차의 검은 빛이 응집되어 그의 가슴팍에 찍혔다.
“사신차, 봉인 해제!”
한제의 원신이 외치자 사신차의 검은 빛이 끓어오르듯 그의 체내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사신차에서 뻗어 나온 수많은 가시가 다시 번득였고 하나의 허상이 그 위에 빠르게 응집됐다.
그것은 한 마리의 혼수(魂獸)였다.
“크아아!”
키가 약 1천 척에 달하는 그 거대한 마수가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지르자 선선족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미간에서 식물의 허상을 번득이며 뒤로 밀려났다.
흡혈 마수는 온몸의 솜털을 쭈뼛 세우며 혼수를 바라보다가 소리를 낮췄다. 뇌와는 배를 불룩하게 부풀리면서 강력한 신통력을 발휘하듯 끊임없이 쿠르릉 소리를 냈다.
오직 허이국만은 혼수의 포효에도 몸부림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이 허이국의 시체를 밟고 가지 않는 이상⋯⋯.”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혼수가 고개를 돌려 허이국을 직시했다. 그리고 그 시선에 허이국은 깜짝 놀라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난 원고 시대의 검기를 전수받은 존재다! 내가 그 검기를 다 흡수하고 나면 너 따위는 조금도 두렵지 않아!’
허이국은 속으로 욕을 지껄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뒤로 물러섰다.
한편, 한제의 원신은 덤덤한 표정으로 혼수를 바라보며 육신으로 되돌아간 후 하늘로 떠올랐다.
“캬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