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53
노인은 타산을 바라보다가 이를 악물더니 맹렬하게 몸을 돌려 사방의 모든 선선족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선선족 여러분, 타산의 말이 맞았습니다! 우리가 대대손손 이곳을 지켜온 대가가 무엇입니까? 안개 마수였지요! 우리 부족 사람들을 죽였던 안개 마수말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선인들의 짓입니다. 우리는 선인들의 눈에 안개 마수의 먹이에 불과했던 겁니다!”
사방은 고요했다. 모든 선선족 사람들은 분노에 가득한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힘은 무르익어 가고 있었으며 축적되고 있었다.
“타산은 일찍이 제게 선인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선계는 이미 무너져 내렸다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도 저는 여러분께 줄곧 숨겨왔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말해야겠습니다!”
노인의 눈에 광기가 차올랐다.
모든 선선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노인의 고백에 그들은 놀랐고 체내에서 무르익고 있던 힘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나리,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노인은 한쪽에 서 있던 한제에게 물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이 한제에게로 향했다.
두 달 전 한제가 선인을 죽인 뒤부터 노인은 그를 나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제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계는 이미 무너졌고 선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선인이 있다 해도 극소수일 뿐이다!”
“선계는 무너졌고 선인들이 우리를 이렇게 대하는데 우리가 저항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죽더라도 타산처럼 존엄하게 죽도록 합시다!”
노인이 잔뜩 흥분한 채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영혼까지 뚫고 들어갈 법한 힘이 어려 있었고 그 말을 들은 선선족 사람들의 눈에 강한 의지가 들어찼다.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죽음을 불사하더라도 다시는 다른 이의 노예로 살아가며 마수의 먹이가 되지는 않겠다는 의지였다.
“싸우자!”
한 명이 하늘로 주먹을 뻗으며 외쳤다. 그러자 뒤를 이어 더 많은 이들이 그를 따라 외쳤다.
“싸우자!”
“싸우자!”
하나하나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다가 결국 하나로 합쳐져 폭풍을 형성했다.
한제는 한참이나 타산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저자를 죽지 않게 할 수 있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선선족 사람들은, 특히 선조 노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몸을 떨었다. 그는 한제로부터 1백 척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가오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리, 정말이십니까?”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확률은 5할 정도다. 허나 그 신통술이 성공한다면 타산은 죽지 않을 것이다. 허나 의식 없는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결국 의식을 되찾을지 그러지 못할지는 타산 그 자신에게 달려 있지.”
한제의 그 말에 노인을 비롯한 선선족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주위에는 적막이 내려앉았다.
“그러길… 원합니다⋯⋯.”
그때, 나무 대 위에 뉘여 있던 타산이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제는 나무 대로 다가가 엉망이 된 몰골로 거의 죽음에 이른 타산을 바라보았다.
타산의 몸에는 더 이상 문양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몸에 가득했던 문양들은 이미 그의 체내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어 그를 죽이는 중이었다.
“이 신통술은 대상의 굳건한 의지와 진심으로 원하는 마음이 필요해. 조금의 망설임이라도 있어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실패할 테니까.”
한제의 덤덤한 목소리에 타산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더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그러길 원합니다!”
한제는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고 타산을 들쳐 맨 뒤 허공으로 떠올랐다.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제가 입을 열었다.
“세 달 동안은 아무런 방해도 말도록!”
노인은 복잡한 눈길로 한제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결국 이를 악물고 몸을 돌리더니 다른 선선족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세 달 후, 결과가 어떻든 우리는 현음정으로 들어가 이곳을 떠납시다!”
한제는 법보를 제련했던 곳으로 돌아가 타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원신의 기운을 한 움큼 토해내 타산을 뒤덮더니 저물대에서 존혼번을 꺼내 휘둘렀다. 그러자 한제가 뇌의 선계에서 얻은 천귀(天鬼)가 나타났다.
“크아아!”
천귀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포효하면서 몸부림쳤지만 한제의 오른손에 나타난 인과의 채찍으로 몇 번 얻어맞고는 다소 얌전해졌다.
이어서 한제는 저물대에서 거대한 선옥 몇 개를 꺼내 사방에 배치했다. 그리고 열 개가 넘는 두개골을 꺼냈다.
그 두개골의 미간에는 모두 복잡한 문양이 번득이고 있었다. 주작성 선유족 선조에게서 얻은 두개골이었다.
“선옥의 기운으로 네 몸에 영양을 공급하고 천귀의 혼으로 네 혼을 보조할 것이며, 네 선조의 두개골로 네가 문양과 완벽하게 부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타산, 난 네게 엄청난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네 운이 따르지 못하는 것뿐이다!”
한제는 원신의 기운으로 뒤덮인 채 제련되고 있는 타산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콰르릉!
거대한 소리에 주거지의 선선족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집에서 뛰쳐나와 한제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장 앞서서 뛰어나온 이는 선조 노인이었는데 그는 두 달 전보다 깡말라 몇 년은 더 늙어 보였다.
한제가 있는 평원 위에 모래 먼지가 부옇게 일면서 키가 20척에 이르는 거구의 청년이 서서히 걸어 나왔다. 그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대지가 진동했고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눈썹이 굵은 거구의 청년은 온몸에서 금빛을 번득이는 거인 같아 보였다. 그의 몸에는 어떤 문양도 새겨져 있지 않았지만 미간에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문양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사내의 눈에서는 지능이 반짝였다.
그 청년의 뒤로 피곤한 표정의 한제가 뒤따르고 있었다. 허나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한제의 표정은 못내 아쉬운 듯했다.
‘아쉽군, 결국 규열기로 돌파하지 못하고 양의의 절정 수준에 멈추었으니.’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청년의 어깨 위에 서더니 청년을 선선족이 모여 사는 건물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했다.
‘대량의 선옥을 소모한 것은 타산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함이었는데 체구까지 이렇게 커질 줄이야. 만약 천귀가 아니었다면 두 번째 단계에서 실패했을 거야.’
한제는 청년의 어깨 위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선위를 만드는 데 성공한 두 번 모두 천귀를 이용했어. 둘 사이에 뭔가 관련이 있는 걸까. 천귀를 사용하면 성공률이 더 높아지기라도 하는 것인가?’
타산은 한 걸음에 수백 척을 움직여 마치 광풍처럼 빠르게 나아갔다.
‘그리고 그 선유족 선조의 두개골도 기이했어. 녹아들 때 서로 모여들면서 하나의 문양을 이루었지.’
멀리서 선선족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타산을 바라보았다. 특히 선조 노인은 희열에 찬 표정으로 다가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타… 타산!”
허나 청년은 냉랭한 표정으로 노인을 본 척도 않고 한제의 명에 따라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땅에 착지했다.
“나리, 타산은⋯⋯?”
“전에 말했다시피 의식이 돌아올지 어떨지는 확신할 수 없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의식을 되찾을지도 모르지.”
한제는 덤덤하게 말했다. 이는 사실이었다. 그는 타산의 의식을 지우는 대신 그것을 부수어 선위의 체내에 보존해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노인은 흠칫 놀라며 뭔가를 더 물으려 했지만 한제가 끊어버렸다.
“제단의 문을 열도록. 이곳에서 떠나겠다!”
한제의 말투는 단호했다.
노인은 멍하니 타산을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한제는 단숨에 제단 입구로 달려 나갔다. 그러는 도중 그는 뇌와와 흡혈 마수를 저물대에 거두었다. 선위가 된 타산도 빠르게 그를 뒤쫓았다. 노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뒤따랐고 다른 선선족 사람들도 분분히 따라붙었다.
주거지를 지나칠 때 많은 여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뒤따랐다.
곧이어 한제는 제단이 있는 곳에 이르렀고 노인은 한제의 명이 떨어지기도 전에 나서서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의 미간에서 식물이 번득이더니 하나의 문양이 되어 대문에 떨어졌다.
콰르릉!
대문은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열렸다. 그리고…
“끼야아아!”
칼날처럼 날카로운 비명이 흘러나왔다.
한제는 미리 준비해둔 세 개의 작은 보라색 깃발을 내던졌다. 그러자 깃발들은 한제의 주위를 맴돌면서 보라색 회오리를 이루었다. 날카로운 비명은 그 회오리에 녹아들면서 흩어져 사라졌다.
“타산, 저 영혼을 파괴해!”
한제가 낮게 외치자 타산은 두 눈에서 금빛을 번득이면서 대문 안으로 돌진했다. 그는 냉랭한 표정으로 그 안에 들어서자마자 주먹을 날렸는데 그 위력은 예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상태였다.
콰르릉! 펑!
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통로 안에 확산되어 있던 검은 안개는 광풍에 휘말린 듯 뒤로 밀려났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앞으로 나서더니 번개처럼 빠르게 대문 안으로 달려들어 통로를 따라 내달렸다.
선선족 사람들도 굳건한 눈빛으로 그 뒤를 따랐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관
잠시 후, 한제는 현음정이 있는 통로의 끄트머리에 이르렀고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여인의 허상을 볼 수 있었다. 여인의 허상은 안개 상태로 타산의 주위를 맴돌며 끊임없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허나 타산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는 선위로 원신이 육신 안으로 무너져 녹아든 상태였다. 그러니 원신을 노린 공격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물론 날카로운 비명은 육신에도 해를 끼쳤으나, 타산의 육신은 매우 강건했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한제 또한 원신이 고신의 피갑으로 보호되고 있었기 때문에 여인의 비명은 체내로 들어온 순간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타산의 주위를 맴돌던 여인의 허상은 곧장 목표를 바꿔 폭풍과도 같은 비명을 내지르면서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가소롭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