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54
한제는 냉소하면서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그의 주위를 맴돌던 세 개의 작은 깃발이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 거대한 보라색 기운으로 이루어진 회오리를 형성해 음파에 저항했다.
동시에 한제는 뒤로 물러나 현음정 위에 이르렀고 그와 마음이 연결된 타산 역시 성큼 다가왔다.
타산은 다가온 순간 주먹을 들었다. 그 주먹에 타산은 선위가 된 이래 가장 강력한 힘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미 선위가 되었지만 아직 선선족으로서의 본능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오랜 시간 무르익은 현음정에 대한 한이 이 순간 주먹에 응집된 것이다. 미간에서 복잡한 문양이 살아 있는 듯 번득이더니 곧장 튀어나와 그의 주먹에 녹아들었다. 이에 그의 주먹에서는 법술의 파동마저 일었다.
콰르릉!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자갈과 모래가 떨어져 내렸다. 이어서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현음정에 수많은 균열이 일더니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이때, 세 개의 작은 깃발이 이룬 회오리에 가로막혀 있던 여인의 허상이 미친 듯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더니 앞뒤 가리지 않고 한제를 저지하려는 듯 무작정 달려들었다.
그 사이, 타산은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콰르릉!
그 주먹질에 현음정은 무너져 내렸고 수많은 파편으로 부서져 사방으로 튀었다. 한 덩이 짙은 검은색 기운이 그 안에서 튀어나와 고리 모양으로 확산됐지만 곧 맹렬하게 수축하더니 결국 그 작은 전송진으로 흡수되듯 사라졌다.
보라색 회오리에 휘말린 여인의 허상 역시 그 전송진 안으로 흡수됐다.
한제는 재빨리 전송진에 발을 들이고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외쳤다.
“허이국, 안 돌아올 셈이냐!”
그러자 선선족 사람 중 하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의 미간으로부터 한 덩이 검은 기운이 빠져나와 허이국의 모습으로 변했다. 녀석은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한제에게 돌아갔다.
한제의 뒤를 이어 타산도 전송진에 들어섰고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방은 고요했다. 부연 모래 먼지가 떨어져 내렸고 제단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선선족의 선조 노인은 고개를 돌려 부족원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전송진 안으로 들어섰고 곧 사라졌다. 뒤를 이어 다른 선선족 사람들도 모두 전송진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그들은 대대손손 지키며 살아온 곳을 떠나갔다.
★ ★ ★
지하 마수의 체내, 칠흑처럼 어두운 허공에는 거대한 진이 하나 떠 있었다. 진을 이룬 암적색 피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라 수정으로 만들어진 중앙의 관으로 스며들었다.
그 관에는 시체가 한 구 들어 있었다. 준수한 용모의 20대 사내였다.
진으로부터 빨아들이고 있는 검은 기운은 끊임없이 관으로 녹아들어 그 사내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진 밖의 허공에는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는 머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품이 넉넉한 검은 옷으로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좌선하고 있는 그는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서 진 안의 수정 관을 지키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때, 그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과연 왔군. 허나 지금 진을 파괴하기에는 힘이 모자라. 그러지 않았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는 눈을 번득이며 한 줄기 검은빛을 소환해냈다. 잠시 후, 하나의 허상이 그의 미간에서 나타나더니 1백 척 밖으로 나아가 인간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 인간 형상은 점차 응결되더니 검은 옷의 사내와 똑같은 분신이 됐다.
두 눈을 번쩍 뜬 분신은 오른손을 휘둘러 푸른 옷을 입었다. 그리고는 몸을 훌쩍 날려 먼 곳으로 달려 나갔다.
검은 옷의 사내는 멈추지 않고 다시 더 많은 분신을 만들어냈다. 처음에 만들어낸 것을 포함해 총 다섯 개의 분신은 모두 먼 곳으로 나아갔다.
★ ★ ★
검은 옷의 사내로부터 수만 리 떨어진 곳.
오색찬란한 빛이 번득이더니 거대한 회오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한제가 그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주위를 유혼과 같은 형태의 허이국이 맴돌았다.
타산이 그 뒤를 바짝 따라 회오리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선선족 사람들도 분분히 회오리에서 빠져나왔다.
한제는 나타나자마자 신식을 펼쳤다. 한데 그 순간, 그의 눈빛이 굳어졌다. 저 멀리 허공에서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들이닥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른 옷을 입은 다섯 분신 중 하나였다.
“이전에 죽였던 것은 분신이었구나!”
한제는 상대를 본 순간 자신이 죽였던 선인은 분신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곧장 타산을 보내 그 청의의 사내와 맞서게 했다.
청의의 사내는 싸늘한 표정으로 결인을 그려 한 줄기의 반짝이는 빛을 소환해냈다. 그 빛이 긴 창으로 변하자 사내는 곧장 움켜쥐고는 타산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그때, 저 멀리서 네 갈래의 인영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한제는 싸늘한 눈으로 몸을 날리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 순간, 그의 손등에 새겨진 문양이 일렁이더니 마수의 뼈 허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그 마수의 뼈를 본 순간, 다섯 개의 분신은 동시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스승님의 자모도고(子母道枯)!”
그 순간, 수만 리 밖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던 검은 옷의 사내의 두 눈에서도 밝은 빛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자모도고(子母道枯)가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면서 순식간에 살기(煞氣)를 퍼뜨리자 타산이 상대하고 있던 분신은 곧장 뒤로 물러났다. 그러더니 나머지 네 분신과 모여들어 함께 결인을 그리며 복잡한 주문을 중얼중얼 외웠다.
어스름한 빛이 번득이면서 살기(煞氣)가 퍼져 나가던 그때, 다섯 분신의 체외에 빛의 장막이 한 층 나타났고 뒤이어 그 빛의 장막은 회색빛으로 물들며 석화되기 시작했다.
완전히 석화된 장막에는 균열이 나타나더니 쩍 하고 갈라졌다. 다섯 분신은 약간 창백해졌고 두 눈은 충격으로 물들었다.
이 다섯 분신은 곧장 뒤로 물러나 도망치듯 멀어져갔다.
그때, 한제는 한 걸음 내딛어 그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한 분신 옆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곧장 입을 쩍 벌려 한 줄기 금빛을 쏘아냈다.
그 금빛 안에 들어 있던 작은 인장(印章)은 곧장 부풀어 올라 눈 깜짝할 사이 1백 척 크기가 됐다. 그리고는 한제가 가리킨 분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거대한 인장의 충격적인 기세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했고 가까이 있던 분신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모든 힘이 그대로 봉인되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그 분신은 하늘의 위엄을 맞닥뜨린 것 같은 착각까지 받게 됐다.
콰쾅!
“크윽!”
거대한 굉음과 함께 인장이 떨어져 내렸고 분신은 신음을 흘리며 무너져 내렸으며, 원신이 튀어나와 곧장 도망치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거대한 인장에서 번득이던 금빛이 어두워졌다가 빠르게 밝아지면서 반경 1만 척을 눈이 시릴 정도의 밝은 빛으로 채웠다.
그 순간, 그 거대한 인장은 태양이 된 것만 같았다.
“크아아!”
도망치려던 원신은 비참한 비명을 흘리며 곧장 금빛에 관통당해 수많은 봉인에 뒤덮였고 마치 흡수되듯 곧장 인장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이를 지켜본 나머지 네 개의 분신은 모두 충격을 받고는 뒤로 물러났다.
인장을 통제해 이들을 추격하려던 한제는 멈칫하더니 차게 웃었다.
“날 유인하려는 속셈이군?”
한제는 추격을 멈추고는 허공에 가부좌를 틀었다. 타산이 다가와 보호하는 동안 한제는 두 눈을 감고 신식을 펼쳐 끊임없이 사방으로 확산시켰다.
잠시 후, 두 눈을 번쩍 뜬 그는 한쪽 어딘가로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그때, 도망치고 있던 네 개의 분신이 방향을 틀어 한제를 향해 돌진해왔다. 가장 가까운 분신은 1만 척 정도의 거리로 가까워졌을 때 단호한 눈빛으로 육신과 원신을 불태우며 수준을 미친 듯이 증폭시켰다. 이에 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순식간에 한제로부터 1백 척 거리까지 좁혀온 그 분신은 곧장 자폭했다.
쾅!
양의 절정의 분신이 자폭하자 그 위력은 엄청났다. 파멸적인 기운을 품은 힘이 미친 듯이 한제를 향해 뻗쳐왔다.
한제는 밝은 눈빛을 번득이며 빠르게 몸을 뒤로 물렸고 동시에 저물대에서 세 개의 작은 깃발을 꺼냈다.
깃발들은 서로를 맴돌며 보라색 회오리를 형성했다. 그 순간, 한제는 산수도가 그려진 병풍을 꺼냈다.
순식간에 주위의 모든 것이 산수도로 변해버렸고 자폭의 위력은 그 범위 안에 들어오는 순간 왜곡되면서 적지 않게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여전했다. 한제가 펼친 것은 진정한 산수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제의 주위를 맴도는 보라색 회오리는 자폭의 힘을 어느 정도 상쇄시킨 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틈이 생겨났다. 이에 그 파멸적인 힘은 그 틈을 뚫고 들어와 한제의 몸에 떨어지더니 곧장 그의 원신으로 달려들었다.
한제는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지만 두 눈에 담긴 것은 두려움이 아닌 살기였다.
‘고신의 피갑이 있어서 다행이군. 안 그랬다면 중상을 입었을 거야.’
이 무렵, 나머지 세 개의 분신도 이미 가까워져 있었다. 그 분신들은 모두 결연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자폭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파멸적인 힘이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한제를 죽이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 순간, 한제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같은 방식에 또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는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돌진하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순간 그의 곁에 자모도고가 번쩍 튀어나왔다. 그 마수의 뼈는 어스름한 빛을 드러내면서 살기를 사방으로 퍼뜨렸고 달려들던 분신 중 하나는 그 살기에 노출된 순간 두 다리부터 회색빛을 번득이면서 빠르게 석화되기 시작했다.
한제는 번개처럼 몸을 날려 두 손가락으로 석화된 분신의 미간을 두드렸다. 분신은 곧장 셀 수 없이 많은 돌조각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때, 나머지 두 개의 분신이 가까이 다가온 상태였고 자폭으로 인해 발생한 힘은 절정에 이르러 활활 타올랐다.
위기의 순간, 한제는 냉철한 상태를 유지하며 오른손으로 허공을 두드렸다. 그러자 정신술(定身術)이 발휘되면서 또 하나의 분신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리고 그때, 타산이 훌쩍 몸을 날려 그 분신을 끌어안고 멀리 달려 나갔다.
콰쾅!
폭발음과 함께 그 분신의 자폭으로 인한 힘이 쏟아졌고 타산은 창백해진 얼굴로 휘청거렸지만 끝끝내 버텨냈다.
그때, 마지막 남은 분신이 무너져 내리면서 강렬한 폭풍을 이루어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는 재빨리 봉선인(封仙印)을 끌어왔고 순식간에 1천 척까지 불어난 인장이 마치 거대한 방패처럼 한제의 앞에 버티고 섰다.
콰쾅!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자폭의 힘이 거대한 인장에 떨어졌다. 한제는 거대한 인장과 함께 3백 척이나 밀려난 뒤에야 멈추었다.
한제는 극도로 짙은 살기를 품은 채 몸을 훌쩍 날려 마치 타오르는 유성처럼 허공으로 날아들었다. 그의 뒤로는 타산이 따라붙었다. 위로는 자모도고가 아래로는 봉선인이 있었다.
한제는 이전에 신식으로 찾아둔 목표가 있는 곳까지 수만 리를 단번에 좁혀 들어갔다. 짙은 살기가 담긴 그의 눈에 수정으로 된 관이 놓인 거대한 진이 들어왔다.
진 밖에는 음침한 느낌의 사내가 있었다.
거대한 봉선인이 다가오면서 미친 듯한 바람이 일어났고 사내가 입은 품이 넉넉한 검은 옷이 휘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