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55
그 순간, 한제는 흠칫 놀랐다. 그 흑의(黑衣)의 사내는 옷 밖으로 드러난 머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신체 부위가 뼈만 남아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뼈
바람이 지나가자 검은 옷자락이 다시 사내의 전신을 뒤덮었다. 사내는 음침한 시선으로 한제를 보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순간 한 줄기 검은 빛이 사내의 미간에서 튀어나오더니 한 자루 단검이 되어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흑의의 사내는 두 입술을 끊임없이 달싹이면서 소리 없이 뭔가를 중얼거렸고 이에 검은 빛이 계속해서 그의 미간에서 튀어나와 단검들로 변했다. 그리고 그 단검들은 곧장 한제에게로 돌진했다.
한제는 경계심을 높인 채 상황을 살폈다. 그가 보기에 저 사내의 수준은 음의나 양의 정도가 아닐 듯했다.
허나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가 백골이라는 점을 통해 상대가 전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해도 그 수준은 규열기 초기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열 자루가 넘는 단검이 달려들던 찰나, 한제는 마음속으로 명을 내렸다. 그러자 뒤에 있던 타산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이전의 자폭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듯, 타산은 온몸으로 금색 빛을 발하면서 튀어 올라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회오리가 나타나 한제를 향해 날아들던 단검들을 휩쓸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금방 회오리를 뚫고 나온 단검들은 영민한 뱀처럼 타산의 몸을 찌르려 했다.
펑! 펑!
연이은 폭발음 속에서 타산은 냉랭한 표정으로 두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주먹이 떨어질 때마다 단검들은 부르르 떨리며 뒤로 밀려났다. 몇몇 단검은 주먹을 피해 타산의 몸에 꽂혔지만 그는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은 듯했다.
한제는 훌쩍 몸을 날려 손가락으로 자모도고를 가리켰다. 마수의 뼈는 두 눈구멍에서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면서 한제보다 앞서 흑의의 사내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자 사방을 채운 살기(煞氣)가 더욱 짙어지면서 넓게 퍼져 나갔고 흑의의 사내에게서도 회색 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흑의의 사내는 복잡한 눈빛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뭔가를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
“스승님의 법보를 본 지 오랜 시간이 흘렀군.”
그러더니 그는 옷에 가려졌던 손을 들었다. 음산한 백골로 이루어진 손이었다. 보기만 해도 몸서리 쳐지는 그 손으로 결인을 그리자 그의 몸으로 확산됐던 회색 빛은 우뚝 멈추더니 빠르게 뒤로 물러나 이내 말끔히 사라졌다.
그 회색 빛이 사라진 순간, 흑의의 사내는 입술을 달싹여 한 줄기 하얀 빛을 미간에서 쏘아냈다. 그 빛은 하얀 깃털로 이루어진 부채로 변하더니 펄럭였고 그러자 한 줄기 광풍이 일었다. 그 안에서는 심지어 천둥소리도 들려왔다.
미친 듯한 천둥번개를 품은 그 광풍은 순식간에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한제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뒤에 있던 봉선인이 순식간에 날아올라 위쪽을 매섭게 후려치며 기이한 힘을 발휘했다. 그 힘은 곧장 흑의의 사내를 향해 날아들었다.
동시에 한제는 몸을 뒤로 물렸고 천둥번개를 품은 바람이 들이닥치는 순간 미간에서 태고의 뇌룡 형상을 한 원신을 내보냈다. 원신은 입을 쩍 벌려 그 광풍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한제는 다시 뒤로 물러났고 천둥번개를 품은 광풍을 삼켜낸 원신은 육신으로 되돌아갔다. 한제의 안색은 살짝 붉어져 있었고 그의 전신에는 전광이 흐르면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흑의의 사내의 표정은 진중했다. 그의 위쪽에서는 봉선인이 모든 것을 짓누르는 하늘의 위엄처럼 떨어져 내렸고 사내의 옷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굉음이 울려 퍼졌다.
사내는 표정이 일그러진 채 뼈로 된 양손을 들어 결인을 그리며 낮게 외쳤다.
“정천(鼎天)!”
그 순간, 반경 1만 리 허공에서 기이한 힘이 줄기줄기 나타났고 이내 형태 없는 연기처럼 사내의 두 손 사이로 몰려들었다.
흑의의 사내는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리며 손을 더 뻗었다.
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멀리 떨어져 있던 선선족(仙選族) 사람들은 모두 우뚝 멈춰서더니 몸을 떨었다. 그리고 엄청난 충격에 휩쓸린 듯 모두 뒤로 밀려났고 개중에는 칠공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자도 있었다.
아래로 떨어지던 봉선인도 진동하며 우뚝 멈추었다.
흑의의 사내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진 상태였다.
한제는 잠시 멈추었다가 곧장 쏘아지듯 튀어나가며 저물대에서 선검을 꺼내 들고는 곧장 휘둘렀다.
참라결(斬羅訣)!
그 순간, 사내의 눈빛이 굳어졌고 그는 이내 두 눈으로 검은 빛을 응집시켰다. 그 빛은 곧 사내의 두 눈에서 튀어나가 참라결에 떨어졌다.
펑!
폭발음과 함께 참라결의 힘은 흩어져 사라졌다.
“겨우 이 정도냐? 나를 자리에서 움직이게 할 정도의 힘도 없다면 넌 스승님의 법보를 가지고 있을 자격이 없다!”
사내의 거친 목소리에는 음산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한제는 사내의 도발에도 표정의 변화 없이 하늘을 가리키며 낮게 외쳤다.
“봉인 해제!”
그러자 봉선인에서 쩌적 소리와 함께 한 줄기 금빛이 쏘아져 나왔고 이내 또 다른 금빛이 한 줄기 터져 나왔다.
곧이어 더 많은 금빛들이 번득였고 봉선인은 이내 태양처럼 밝게 빛났다.
그리고 엄청난 압력과 더불어 봉선인에는 금색의 문양들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인장을 빽빽하게 채운 그 문양의 수는 수십만 개는 되어 보였다.
“떨어져!”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가볍게 외쳤다.
그 순간, 봉선인은 폭발적인 굉음과 함께 다시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 어떤 신통력도 그 기세를 막지 못했다.
흑의의 사내는 표정이 급변해 얼른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크게 외쳤다.
“십룡(十龍), 정천(鼎天)!”
사내의 미간에서 검은 빛이 번득이더니 열 마리의 흑룡이 튀어나왔다. 그 꼬리가 사내의 미간과 연결된 흑룡들은 요란하게 포효하면서 봉선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쾅! 쾅!
엄청난 굉음이 이어졌다. 열 마리 흑룡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고 매번 나가떨어지면서도 더욱 거세게 포효하며 몸을 내던졌지만 봉선인의 추락을 전혀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제 봉선인과 흑의의 사내와의 거리는 1백 척도 되지 않아 금방이라도 그를 짓누를 듯했다.
흑의의 사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벌떡 일어났다. 까마득히 오래 전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래 처음으로 일어선 것이다.
사내는 두 눈에서 서늘한 빛을 번득이며 차게 코웃음을 친 뒤 봉선인이 내리 떨어지려는 곳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때, 한제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짧게 외쳤다.
“봉인!”
그러자 봉선인에서 번득이던 금빛이 순간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빛이 사라졌고 이에 사방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곧바로 이전보다 더욱 눈부신 금색 빛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 봉선인에 금빛 문양들이 나타나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이내 반경 1만 척을 금빛으로 뒤덮었다.
흑의의 사내는 얼른 1만 척 밖으로 벗어나려 했지만 사방의 금색 문양이 돌연 수축하면서 모두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엇!”
사내가 당황한 사이 그는 문양으로 이루어진 봉인에 그대로 갇히게 됐다.
그의 눈에 처음으로 두려움의 빛이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몸을 두른 금빛 문양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고는 이내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미간에서 뻗어 나온 열 마리의 흑룡이 격렬하게 포효하면서 체내로부터 눈을 자극할 정도로 요란한 검은 빛을 발산했다.
파멸적인 기운이 퍼져 나가는 사이, 흑의의 사내가 낮게 외쳤다.
“십룡, 쇄공(碎空)!”
그러자 열 마리의 흑룡 중 한 마리가 온몸으로 검은색 빛을 번득이면서 체내로부터 파멸적인 힘을 발산하며 자폭해버렸다.
콰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흑의의 사내를 가두었던 금색 문양이 약간 밀려났다. 그때, 또 하나의 흑룡이 자폭했고 이어서 나머지 여덟 마리의 흑룡도 자폭했다.
열 마리의 흑룡이 자폭하면서 낸 상상을 초월한 힘에 사내를 가두고 있던 금색 문양은 바깥쪽으로 밀려났고 봉선인도 위로 떠밀렸다.
한제는 몸을 빠르게 뒤로 물렸고 타산은 재빨리 단검들과의 교전을 멈추고 한제의 앞으로 다가가 두 팔을 벌렸다.
그 충격에 타산은 한 움큼 선혈을 토해냈고 이내 안색도 어두워졌지만 그의 거대한 몸이 막아준 덕분에 한제는 어떤 충격도 받지 않았다.
흑의의 사내는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훌쩍 날려 결국 그 금색 문양으로 이루어진 봉인으로부터 달아났다.
‘강한 법보로군! 선계에 있었어도 유명세를 떨쳤겠어!’
봉인으로부터 벗어난 사내는 몸을 날려 하늘로 떠올랐다.
한제는 살기 어린 눈으로 선검을 고쳐 잡더니 한 줄기 번개가 되어 곧장 사내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연속으로 열 번이나 선검을 내리쳤다. 그렇게 쏘아진 열 줄기의 참라결은 하나로 합쳐져 흑의의 사내에게로 날아들었다.
일정한 속도로 봉선인을 향해 솟구쳐 오르던 사내는 자신을 추격하는 한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려 뒤로 날렸다. 순간 거대한 선력이 응집되어 하나의 막을 이루었다.
“그 법보는 네게 과분하다. 내게 넘겨라!”
사내의 말에 한제는 싸늘한 눈빛으로 다시 선검을 들어 열 번을 내리친 뒤 참라결을 따라 선막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쾅!
선막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균열이 생겨났고 뒤이어 두 번째 참라결이 떨어지자 쪼개지기 시작했다. 그때, 선막에 몸을 던지며 뛰어든 한제는 선검을 내던졌다.
선검은 번개처럼 이미 봉선인의 상공에 이른 흑의의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사내는 미간을 찌푸리며 허공을 움켜쥐었다. 번개처럼 달려드는 선검을 붙잡으려는 듯했다.
한데 그때, 한제의 외침이 천둥처럼 콰르릉 하고 사방에 울려 퍼졌다.
“정(定)!”
그 순간, 사내의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 날아들던 선검이 그대로 사내의 오른쪽 팔을 베어버렸다.
뼈만 남은 팔은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뒤 곧장 가루로 변해서는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이는 교묘한 전술이었다. 만약 선검이 흑의의 사내 가까이 이르지 않았다면 정신술(定身術)을 발휘했다 해도 공격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웠을 터였다. 정교하고도 정확한 순간에 이루어진 공격이기에 성공한 것이다.
흑의의 사내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오른쪽 팔이 있던 곳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두 눈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분노가 담겼고 그 분노는 짙은 살기로 변해갔다.
“난 이곳을 수만 년 동안 지켜오면서 겨우 완전한 골격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오른팔을 없애다니!”
흑의의 사내는 광기 어린 모습으로 곧장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얼굴은 전에 없이 잔뜩 일그러진 상태였다.
사내가 남은 왼손을 휘두르자 어둠으로 가득 찬 허공에는 쩌적 소리와 함께 한 줄기 균열이 일었다.
한제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