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56
“호풍(呼風)!”
한제 체내의 원력이 빠르게 가동됐다. 지금 그는 원력이 얼마나 소모되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오른손 위에 소환한 바람을 사방으로 퍼뜨려 격렬한 검은색 바람을 형성했다.
한기 어린 바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흑의의 사내에게까지 불어닥쳤다.
그 순간, 사내의 표정이 급변했다. 지금 그의 얼굴에 드러난 충격은 자모도고를 발견했을 때보다 더 컸다.
“선제의 술법인 호풍! 너⋯⋯ 넌 대체 뭐하는 녀석이냐!”
흑의의 사내는 곧장 몸을 뒤로 물렸다. 그는 호풍의 위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호풍은 그에게 당시의 악몽을 불러일으킨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자신이 선계의 규칙을 어겼을 때, 스승이 나서서 간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선제 백범이 신통력을 통해 자신을 벌했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선제는 그 신통력에 저항할 수 있다면 목숨은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때 선제 백범이 발휘했던 신통력이 바로 호풍이었다. 그리고 사내의 육신은 무너져 내려 뼈까지 흩어져 버렸다. 만약 스승인 소자요가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았다면 머리까지도 흩어져 사라졌을 터였다.
그 후, 사내는 스승 소자요에 의해 이곳으로 보내졌다. 스승은 그에게 관을 지키면서 이 진의 도움을 받아가며 오랜 시간 좌선을 한다면 원신 안에 남아 있는 호풍을 몰아내고 골격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이런 기억이 있으니 호풍을 본 그는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었다.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난 그는 입을 벌려 뭔가를 토해냈다. 그것은 남색 단약이었는데 그 단약이 토해진 순간 사방의 모든 것은 남색으로 물들어버렸다.
피천관(避天棺)
“선제 백범과 무슨 사이냐!”
흑의의 사내가 크게 외쳤다. 그의 전방에서는 남색의 단약이 부드러운 빛을 발하면서 검은 바람에게서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한제는 더욱 짙은 살기를 내뿜으며 대답 없이 돌진했다. 지금의 그는 검은 바람과 한 몸이 된 듯 순식간에 흑의의 사내에게 달려들며 손을 뻗었다. 순간, 검은 바람이 그의 손을 따라 뻗어 나갔다.
흑의의 사내는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앞에 있던 남색 빛이 약간 어두워지자 낮게 기합을 넣으며 두 손을 휘둘렀다. 순간 남색 단약이 회전하면서 남색 빛을 번득였고 그 빛은 회오리를 이룬 듯 불어닥치는 검은 바람을 흡수했다.
‘저자의 호풍은 그리 강력하지 않다. 허나 결코 닿아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닿았다가는 체내에 남아 있는 호풍의 위력도 활성화될 것이야!’
호풍은 굉장히 잔인하고 강력한 술법이라 일단 체내에 들어가면 그것을 완벽히 제거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만약 다시 한 번 그 술법에 노출된다면 사내는 당시 무참히 당했던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빌어먹을! 대체 저자가 어떻게 호풍을 가지고 있는 거지? 이제 스승님이 주신 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겠군!’
남색 단약이 검은색 바람에 저항하고 있는 사이 흑의의 사내는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빠르게 몸을 뒤로 물렸다.
그때, 사내를 예의 주시하던 한제는 저물대에서 사신차를 꺼냈다. 사신차는 곧장 그의 앞에서 오색찬란한 빛을 드러내더니 이내 나비로 변했다.
나비는 모습을 나타나자마자 느릿하게 날갯짓을 하며 오색찬란한 가루를 사방으로 퍼뜨렸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때, 한제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뒤로 물러나고 있는 흑의의 사내를 가리켰다. 그러자 나비가 앞으로 느릿하게 날아가며 날개를 팔랑였다.
그때였다. 멀리서 빠르게 달아나고 있던 사내가 우뚝 멈춰버렸고 그가 화들짝 놀라는 사이 왼팔이 펑 하고 회색 재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그 회색 재는 한 마리의 회색 나비로 변했다.
회색 나비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날갯짓을 하는 것을 본 사내는 완전히 핏기가 가신 얼굴로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두 다리가 동시에 무너져 내려버렸다.
“이… 이게 무슨…?”
그의 눈에 드러난 충격의 빛은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나비가 다시 날갯짓을 하자 그의 남은 몸 중 절반 역시 와르르 붕괴했다.
그 순간, 붕괴로 인한 추진력을 이용해 몸을 날린 사내는 저 멀리 진의 가운데 놓인 수정 관 위에 이르렀다.
그가 상반신만 남은 몸으로 진에 떨어지자 그 진을 이루고 있는 암적색 피에서 검은 기운이 줄기줄기 피어오르더니 그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이내 허상으로 이루어진 그의 하반신이 형성됐다.
그때, 나비가 다시 날갯짓을 했다. 그러자 나지막한 펑 소리와 함께 방금 허상으로 형성된 사내의 하반신이 다시 무너져 내렸다. 허나 곧바로 진에서 피어오른 검은 기운으로 허상의 신체가 생겨났다. 그리고 다시…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고 이제 진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은 그 중앙의 관이 아니라 흑의의 사내에게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사내의 하반신은 허상이었던 상태에서 점점 실체화되면서 결국 살까지 갖게 됐다.
그때, 한제가 몸을 날리며 손을 뻗어 호풍을 다시 발휘했다. 연속으로 두 차례 호풍을 발휘하기에는 체내의 원력이 부족했기에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지만 눈에서는 끊임없는 살기가 번득였다. 상대를 죽이지 않고서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이런!”
흑의의 사내는 호풍의 검은 바람을 보고는 표정이 급변해 빠르게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나비의 왼쪽 날개가 살짝 팔락였다.
“안 돼!”
절규와 함께 허상으로 이루어진 사내의 몸이 펑 하고 무너져 내렸고 그가 입고 있던 품이 넉넉한 검은 옷도 와르르 흩어져 버렸다. 이제 사내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머리뿐이었는데 두 눈에는 놀라움을 넘어 거의 허탈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규칙 파괴… 이것은 규칙을 파괴하는 힘의 법보 아닌가!”
흑의의 사내는 놀라 중얼거리더니 곧장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때, 검은 바람이 휙 하고 사내를 덮쳐들었다.
“아… 안 돼!”
사내의 눈에는 절망이 차올랐다. 만약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였다면 아니, 육신만 있었더라도 상대가 어떤 법보를 가지고 있건 단박에 죽여 버렸을 터였다.
짙은 한이 서린 눈으로 그는 검은 바람이 자신을 덮쳐드는 순간 큰 숨을 불어냈다. 그 숨에는 원신의 정기가 어려 있었다.
쾅!
원신의 정기와 검은 바람이 충돌하면서 폭발을 일으켰고 사내는 그 힘을 이용해 빠르게 물러났다.
그는 결심을 내린 듯 이를 악물더니 진의 중심에 있는 관 옆에 이르더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스승님, 이 제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관을 열지 않으면 스승님의 제자가 죽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관을 향해 돌진했고 곧장 관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 누워 있던 청년의 육신은 흩어져 버렸고 삽시간에 관은 텅 비어 버렸다.
“용도자 넌 선계의 규칙을 어기고 선제에게 벌을 받았다. 이 스승도 너를 구할 수는 없어. 네 머리와 원신을 봉인하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다. 이곳에 남아 이 관을 지켜라! 난 선계에 큰 재난을 일으킬 생각이니 어쩌면 여기 남는 것이 네게 더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스승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이것은 원고 시대 선역의 보물로 내가 큰 위험을 무릅쓰고 손에 넣은 피천관(避天棺)이다. 선인이 되기 전, 내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난 그 아이에게 큰 빚을 졌지만 그 아이의 혼백 한 자락밖에는 거둬두지 못했지. 선인이 된 뒤에는 수련도 인연도 포기하고 이 피천관을 찾는 데에만 몰두했어.
아이의 혼을 관에 넣고 혼백과 육신을 응집시키면 다시 살릴 수 있다. 아이가 다시 살아나면 그 아이를 주인으로 모시고 절대 배반하지 말거라. 때가 되면 너 역시 이 관에서 육신을 응집시키고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게다!”
흑의의 사내, 용도자는 당시 스승이 남긴 말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스승님, 용서해주십시오.”
용도자는 이를 악물더니 관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관의 뚜껑이 저절로 날아와 닫혔고 관은 한 번 진동하더니 한 줄기 밝은 빛이 되어 진에서 벗어나 먼 곳으로 날아갔다.
한편, 관 안에 있던 청년이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진 것과 흑의의 사내가 그 안으로 들어간 순간 빠른 속도로 육신이 응결되는 모습을 본 한제는 눈을 홉떴다.
“이… 이건⋯⋯?”
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결인을 그렸고 그러자 나비가 된 사신차가 발아래로 내려와 그를 이끌고 관을 추격했다. 동시에 한제는 왼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이에 봉선인이 쉭 소리를 내며 그의 뒤를 바짝 쫓아왔다.
타산도 한 줄기 허상이 되어 뒤쪽에 녹아들었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면서 관을 바짝 쫓았다.
“저 관은 대체 무엇이기에 육신을 다시 응결시키는 거지?”
한편, 수정으로 된 관 안에서 용도자의 육신은 빠르게 응결되고 있었다. 그로서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세월 만에 육신을 가진 느낌이 들었다.
그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서늘하게 웃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스승님, 이 용도자는 육신도 없는 상황에서 관을 수만 년이나 지켜왔습니다. 한데 이 안에 잠시만 누워 있어도 육신을 되찾을 수 있는 거였군요! 그런데도 스승님은 어째서 당시 제가 고통 속에 살게 두신 겁니까? 제가 육신을 회복하면 관을 지키지 않을까 걱정되셨습니까?
이제 더 이상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죄송하지도 않군요. 지금껏 스승님의 은혜에 감읍해왔고 지난 수만 년을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관에는 조금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지요. 허나 이제야 그간 제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확실히 알겠습니다!”
용도자는 이를 갈며 외쳤다. 동시에 그는 편안함과 동시에 자신의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제와의 교전을 할 때 그는 양의와 규열기의 사이, 즉 1품 천선(天仙) 급이었다. 한데 이제 규열기 초기, 그러니까 3품 천선 등급에 이르러 있었다.
“소자요, 네가 나를 속였구나!”
용도자의 눈에 살기가 들어찼다. 체내의 수준은 맹렬하게 솟아 눈 깜짝할 사이에 6품 천선에 이르렀고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높아졌다.
그를 추격하던 한제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관 안에서 거대한 선력이 미친 듯이 응집되며 갈수록 강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건 대체 무슨 보물이란 말인가!”
한제는 놀란 표정으로 찬 숨을 들이마셨다.
용도자는 비릿하게 웃으며 체내의 선원력(仙元力)을 가동했고 순간 수준이 미친 듯이 솟아오르면서 9품 천선 등급에 이르렀다. 이는 그가 당시의 선계에서 이루었던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순간, 그의 수준은 증폭되면서 천선의 등급을 돌파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 아래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용도자의 눈은 관을 관통하여 그 밖을 내다볼 듯 반짝거렸다.
이때 그의 수준은 천선을 벗어난 선왕(仙王) 급에 이른 상태였다.
“3품 선왕! 소자요, 너는 9품 선왕이었지. 이제 이 용도자 역시 선왕이 됐다. 난 저 녀석을 죽이고 법보를 빼앗은 뒤 선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넓으니 넌 어디에서도 날 찾지 못하겠지! 크하하하!”
용도자는 광소하며 손으로 관 뚜껑을 밀었다.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은 날아갔고 그는 관에서 튀어나왔다.
한제는 곧장 그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이내 굳은 눈빛으로 저 먼 곳을 바라보았다.
용도자는 관에서 튀어나온 순간,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흘러넘칠 듯한 힘이 그의 체내에서 발산됐는데 혈조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매우 강력했다. 마치 짙은 선력의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듯했다.
“풋내기 녀석, 죽여주마! 크하하!”
용도자는 미친 듯이 웃으며 돌진해왔다.
한데 바로 그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그가 움직인 두 발이 순간 흩어져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 두 다리와 상반신, 두 팔까지 모두 가루가 된 듯 부서져 버린 것이다. 마치 관 속의 청년이 사라진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어떻게 이런⋯⋯ 이럴 수가!”
용도자는 그대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는 고개를 숙였으나 보이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이제 머리마저 흐릿해지기 시작하더니 셀 수 없이 많은 가루로 부서져 내려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어째서 이런⋯⋯ 스승님, 어째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용도자는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목구멍이 찢어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스승님! 저는 당신의 자식을 수만 년이나 지켜왔습니다! 그런 저를 어찌 죽이려 하십니까! 이 피천관에 한 줄기 잔혼만 넣어둬도 그 안에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소생할 수 있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육신까지 되찾았는데… 어째서… 어째서입니까!”
이어서 그는 고개를 쳐들고 외쳤다.
“소자요! 당시 내가 너를 위해 피천관을 찾는 데 필요한 단서를 얻어내지 않았다면 선계의 규칙을 어겼겠느냐? 그런데 네가 내게 이런 짓을 하다니! 내가 약속을 지켜 네 아들이 깨어난 뒤에 육신을 되찾았더라도 결국 이리됐겠지! 넌 어떻게든 나를 죽일 생각이었구나!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그 말을 끝으로 용도자의 머리는 천천히 흩어져 갔고 원신 역시 무너져 내려 허공의 일부 돌아갔다. 먼지는 먼지로 흙은 흙으로 돌아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