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60
하지만 지금은 이 차이를 연구하기에 좋은 때가 아니었다. 그는 곧장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몸을 날렸고 자신을 포위하려는 수련자들 사이에서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살아남은 스무 명의 수련자 중 일곱 명은 문정기 절정 수준이었는데 이들은 그 유명한 허목의 진면목을 실제로 마주하고는 겁을 잔뜩 먹은 상태였다.
동시에 허목과 관련한 소문들이 하나둘 떠오르며 두려움은 더욱 커졌고 이에 곧장 뒤로 물러나 순간이동으로 도망치려 했다.
“어딜 도망가느냐!”
한제가 신식으로 외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면서 반경 1천 척의 공간이 빠른 속도로 왜곡되기 시작했고 순간이동을 하려던 일곱 명의 수련자는 허공에서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한제는 기다렸다는 듯이 긴 빛을 그리며 그들을 하나씩 관통했다.
펑! 펑!
연달아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일곱 수련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눈치채지 못한 채 죽어갔다.
안개처럼 뿌려지는 피를 배경으로 한제는 핏빛으로 물든 눈을 번득이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이제 열세 명 남았군.”
남은 수련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절반 이상이 당해버린 것이다.
‘요가의 명령 따위 받는 게 아니었어!’
가슴속에서 후회와 분노가 뒤섞인 한 음의의 수련자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체내의 원력을 가동했다. 그러자 하얀 빛 한 줄기가 나타나 이내 한 자루의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 그 수련자는 원신의 정기를 한 움큼 토해내 그 거대한 검에 날카로운 기운을 더했다.
곁의 다른 수련자들도 일제히 기합을 내질렀고 타산과 맞붙은 노인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남은 양의의 수련자는 저물대에서 수많은 검은색 침을 꺼냈다. 그 침들은 그의 손짓에 따라 일제히 한제에게 날아들었다.
나머지 수련자들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각자 신통력을 발휘하며 돌진했다. 그 속도가 매우 빨라 거의 순식간에 한제 곁에 이르렀다.
한제는 다시 한 번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한데 그 순간, 양의의 수련자가 두 팔을 양쪽으로 쭉 뻗었고 이를 신호로 하듯 모든 수련자가 순간이동을 했다.
그러자 그들의 모습은 보일 듯 말 듯 흐릿해졌고 그와 동시에 짙은 파문이 반경 1천 척에서 요동치며 응집돼 순간 그 안에 존재하는 힘을 대대적으로 왜곡시켰다.
한꺼번에 순간이동을 함으로써 파문을 일으켜 한제의 신통술을 방해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계획임이 분명했다.
‘영리하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제는 내심 감탄하면서도 그런 파문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한 걸음 내딛어 어느 수련자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한 손을 뻗는 순간, 상대는 과감하게 육신을 버리고 원신만 빠져나갔다.
펑!
그 수련자의 몸이 터져나가는 사이에 미리 빠져나간 원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주하며 외쳤다.
“허목 도우, 앞으로 우리 영명성(靈冥星)의 모든 수련자 가문은 절대 도우와 요가 사이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테니 용서해주시오!”
한제는 그 원신을 추격하지 않았다.
한데 그때, 양의 수준의 수련자가 낮게 기합을 넣자 그가 뿌렸던 검은 침들이 어두운 빛을 번득이며 한제를 향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한제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자모도고가 모습을 드러내며 살기(煞氣)를 발산했다. 이에 한제에게로 달려들던 검은 침들은 회색 빛에 뒤덮여 돌로 변하더니 우수수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양의의 수련자를 포함한 세 명의 수련자가 살기의 범위에 들어갔고 이들의 발아래에서 회색 빛이 번득였다.
그 세 수련자가 몸이 석화(石化)되는 사이 한제는 번개처럼 달려들어 그들의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그들은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죽음을 맞았다.
요장동
“이제 아홉 명.”
뼈에 사무칠 정도로 음산한 한제의 목소리에 나머지 수련자들은 오싹할 지경이었다. 타산과 분투하고 있는 노인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은 이번 작전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요가가 제공하기로 한 보상보다는 자신들의 목숨이 중요했고 애초에 상대는 그들의 적수가 아니었다.
여덟 명의 수련자들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 각각 다른 방향으로 질주했다.
그들을 살피던 눈에 어린 살기가 더욱 짙어지더니, 한제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사방의 힘을 교란시켰다. 그러자 주위 공간에서 당분간 순간이동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그 틈에 한제는 봉선인을 회전시키며 한 수련자를 뒤쫓게 했고 동시에 자모도고 역시 다른 한 사람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한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저물대에서 선검을 꺼냈다. 그러자 허이국은 한제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선검에 스며든 채 도망치는 수련자 하나를 뒤쫓았다.
기세 좋게 쫓고는 있지만 사실 허이국은 상당히 두려웠다. 원고 시대 검기를 전수받았지만 여태 음의의 수준인 수련자와 싸워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섣불리 나서지 않았을 터였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덤벼라. 덤벼!’
세 가지 법보로 세 명의 수련자를 뒤쫓게 한 한제는 또다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한제는 도망치고 있던 한 수련자 곁에 나타났다. 그 수련자는 화들짝 놀라며 뭔가 말하려 했지만 이미 한제의 손이 미간에 닿은 후였다.
손을 거둔 한제는 곧장 모습을 감추었고 잠시 후 봉선인과 자모도고도 돌아왔다. 오직 허이국만 끊임없이 욕설을 지껄이며 선검을 이끌어 공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허이국에게 쫓긴 수련자는 얼굴이 어두웠다. 동료들이 하나하나 죽어가는 것을 본 그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그 와중에 저 검령이 공격을 해올 때마다 욕설을 내뱉는 통에 더욱 짜증이 났다.
이에 그 수련자는 체내의 원력을 가동해 허이국과 선검을 밀어냈다. 그는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는 최대한 빨리 반경 1천 척 밖으로 벗어나 순간이동으로 도망칠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막 원하는 곳까지 이동해 순간이동을 하려던 그때, 그의 미간에는 어느덧 한제의 오른손 손가락 두 개가 닿아 있었다.
펑!
폭발음과 함께 그 수련자는 무너져 내렸고 원신도 사로잡혔다.
한제는 냉랭한 표정으로 선검 위의 허이국을 힐긋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내게는 약한 녀석은 필요 없다.”
그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허이국은 얼른 자신의 가슴팍을 탕탕 두드렸다.
“주인님, 걱정 마십시오. 저는⋯⋯.”
그러나 허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제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 타산과 노인이 교전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너 하나만 남았구나!”
서늘한 살기를 품은 목소리가 왕왕 울렸다. 타산과 싸우던 노인은 심신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한데 그때, 멀리서 수십 척 두께의 검광이 허공을 가르며 날카로운 기세로 다가왔다.
양의 수준의 노인은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침내 요가 사람이 왔구나. 내가 허목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 거야.’
검광 속에 있는 사람은 이전에 현진성의 중년 사내 앞에 허상으로 나타난 그 청년이었는데 그의 두 눈에는 살기와 함께 옅은 흥분이 배어 있었다.
“허목! 이 요장동이 네 덕에 큰 상을 받게 되겠구나!”
한제의 눈빛이 굳어졌다. 그는 일찍이 자신을 막아선 스물여덟 명의 수련자 중 요가 사람이 없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요가에서 약속한 보상에 혹한 이들일 뿐이었다. 그러니 그들을 몽땅 죽여 봐야 요가에는 아무런 피해도 없다. 정말 요가에 고통을 안기려면 요가 사람을 죽여야 했다.
‘요가에서 날 죽이려 한다면 내가 먼저 그들을 멸하리라!’
한제의 서늘한 눈에 살기가 들어찼다.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요가 청년의 수준은 음양이의를 넘어 규열기에 이르러 있었다.
‘규열기 초기!’
한제의 눈에서 불길이 이글거렸다. 진정한 규열기 수준의 상대와는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었던 그는 어느 때보다도 강한 살기와 전의가 솟아올랐다.
한편, 양의 수준의 노인은 이미 임무를 완수한 셈이니 더 이상 위험을 무릅쓸 마음이 없었다. 이제 요가 청년이 도착하면 힘을 좀 보태고 후한 보상을 받는 일만 남았다.
한데 그가 뒤로 물러서자 타산이 따라붙었다. 뒤이어 그는 온몸으로 금빛을 번득이면서 두 주먹으로 끊임없이 공격을 해왔다.
콰콰쾅!
타산의 주먹이 허공을 수놓았고 노인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면서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신통술을 부리며 맞섰다.
한제는 번개처럼 몸을 날려 두꺼운 검광을 탄 채 다가오고 있는 요가의 청년을 향해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요장동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 미소에는 경멸의 빛마저 어려 있었다.
양의 수준의 노인은 그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한층 신중해졌다. 한제의 신출귀몰한 능력에 이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이제 요가 사람이 왔으니 허목은 내게 신경을 쓰지는 못하겠지.’
노인은 타산과 교전을 벌이면서도 한제의 거동을 살폈고 요장동에게 돌진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조금씩 마음이 놓였다.
한데 바로 그때, 돌연 타산의 온몸에서 번득이던 금빛이 수십 배나 밝아지더니 미친 듯이 발산되기 시작했다.
그 금빛이 어찌나 강한지 양의의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노인은 순간적으로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노인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신식이라도 펼치려 했지만 타산의 공격이 미친 듯이 이어지는 바람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노인이 잠시 눈을 질끈 감은 그 순간, 요장동에게 돌진하던 한제의 발아래 파문이 이는가 싶더니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노인은 눈으로도 신식으로도 이런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강렬한 불길함에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는 곧장 체내의 원력을 빠르게 발산했다.
쾅!
원력이 붕괴하며 노인을 중심으로 반경 1백 척의 공간에서 엄청난 힘이 맹렬하게 회오리쳤다.
하지만 이미 한 발 늦은 상태였다. 그 순간, 한제는 노인의 뒤에서 짙은 살기를 품은 채 나타나 원력이 응집된 손가락으로 매서운 일격을 날렸다.
노인의 원력이 미처 회오리의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한제의 손가락이 그의 등 복판을 가격했다. 순간, 노인은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 채 한 움큼의 피를 토해냈고 한제가 불어넣은 원력이 그의 체내에서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크윽!”
노인은 이를 악물고 재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허나 그 순간, 타산의 온몸에서 금빛이 밝게 번득이면서 미간의 문양이 녹아내리듯 오른쪽 주먹에 흘러들었다. 그 주먹은 곧장 노인을 향해 날아들며 엄청난 음폭을 일으켰다.
쾅!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 노인은 원신의 정기를 뱉어내 방패를 만들어냈다. 타산의 주먹과 충돌하자 방패는 그대로 쩍 부서졌고 노인은 또다시 피를 토해냈다.
허나 노인은 양의의 수련자답게 자신이 뿜어낸 피를 이용해 하나의 핏빛 인영이 되더니 귀신처럼 훌쩍 몸을 날려 한제와 타산의 공격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도망칠 수 없다!”
노인이 혈둔술(血遁術)을 발휘한 순간, 한제가 참라결을 발휘했다. 그러자 펑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도망치던 핏빛 인영이 둘로 갈라져 버렸다.
“크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