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62
“겨우 이 정도냐? 그렇다면 오늘 너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크하하!”
요장동의 비웃음에도 아랑곳 않고 한제는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주위를 맴돌던 검은 바람이 하늘을 뒤덮었다가 한 마리 흑룡이 되어 포효를 내지르며 입을 쩍 벌려 음산한 바람을 분출했다.
“헛!”
그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검은 바람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요장동은 원신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느낌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허나 검은 바람은 그의 뼛속으로 파고들 기세로 바짝 따라붙었다.
요장동은 두려움을 느끼며 재빨리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낮게 외쳤다.
“선술, 구름의 재앙!”
콰르릉!
거대한 굉음이 들려오는가 싶더니 요장동 근처에서 엄청난 양의 구름이 생겨났다. 안에서 전광이 번득이는 그 구름은 요장동을 똘똘 감싸며 방어했다.
허나 흑룡이 분출한 바람에 닿자 그 구름은 곧장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그 안에 있던 요장동은 경악했다.
“이⋯⋯ 이건 무슨 선술이란 말인가!”
요장동은 이를 악물고 한 움큼 원신의 정혈을 토해낸 후 오른손으로 그 피를 휘저으며 크게 외쳤다.
“혈혼육전(血魂六轉)!”
이는 그의 선조인 혈신자가 전수해준 것으로 당시 선계의 선조가 사용했던 신통술이라고 했다. 높게는 혈혼십구전(血魂十九轉)까지 발휘할 수 있었지만 요장동의 수준으로는 육전(六轉)이 한계였다. 이마저도 엄청난 원력이 소모돼 요장동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요장동이 뿜어낸 정혈은 요동치면서 회오리를 형성하더니 돌연 강한 힘을 품은 채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음산한 바람이 불어와 그 붉은 회오리에 달려들면서 곧장 서로를 상쇄시켰다.
요장동은 그 음산한 바람 너머로 한제를 바라보면서 이를 악물더니 저물대에서 부적 한 장을 꺼냈다.
“선조께서 주신 부적이다. 네가 얼마나 많은 신통력을 알고 있든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부적이 날아올랐는데 그 위에는 암적색으로 복잡한 명문(銘文)이 그려져 있었다.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요장동은 혀끝을 깨물어 체내의 원력을 가동하는 동시에 한 움큼의 선혈을 그 부적에 뿜어냈다.
그 순간, 부적은 곧장 핏빛으로 물들었고 그 위의 복잡한 명문은 살아 있는 것처럼 기이한 빛을 번득였다. 그러면서 부적은 자연발화하여 타오르기 시작했다.
“제선부(帝仙符)! 저자를 죽여라!”
요장동은 손을 들어 한제를 가리키며 거칠게 외쳤다. 그러자 부적은 번득이며 곧장 튀어나가더니 피의 회오리와 음산한 바람을 뚫고도 전혀 손상을 입지 않은 채 한제의 미간을 향해 날아들었다.
한제의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부적이 너무나 눈에 익은 탓이었다. 그것은 저물대 안에 들어 있는 두 장의 부적과 완전히 똑같았다.
게다가 저 부적은 폭발적인 기운을 발산했고 한제는 심신을 바르르 떨었다. 정말이지 두려운 기운이었다.
‘막을 수 없어!’
한제는 전신의 털이 쭈뼛 섰고 강력한 위기감이 휘몰아쳤다. 그는 곧장 뒤로 물러났지만 부적은 더욱 빠르게 달려들었다.
위기의 순간, 한제는 반사적으로 저물대에서 사신차를 꺼냈고 동시에 요장동을 가리켰다. 뒤이어 저물대에서 눈앞의 부적과 똑같이 생긴 부적을 꺼내고는 방금 전 요장동이 했던 것처럼 혀끝을 깨물어 피를 뿌렸다.
정혈이 녹아든 부적은 요장동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붉은 빛을 번득이면서 화염으로 뒤덮이더니 요장동의 부적과 충돌했다.
쾅!
엄청난 기세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한제가 날린 부적은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타올라 재로 흩어졌다.
하지만 요장동의 부적은 흩어지지 않고 손톱 크기로 줄어든 채 놀라운 속도로 달려들어 한제의 미간에 떨어졌다.
“큭!”
한제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미간에 떨어진 화염의 열기가 느껴지는가 싶더니 상상을 초월하는 봉인의 힘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한제의 원신과 원력은 모두 꽁꽁 봉인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 이것은 선유족(仙遺族)의 문양의 힘이다! 하지만 선유족의 문양이 이렇게 강할 리가 없어!’
한제는 찬 숨을 들이마셨다. 온몸의 원력이 봉인된 그는 지금 일반인과 다를 것 없이 허약해지기 시작했다.
타산이 얼른 다가와 받쳐주지 않았다면 한제는 이대로 이 무한한 허공에서 끝없이 낙하했을 터였다.
혈신자의 마음 (2)
한제가 원력을 잃자 그 원력에 영향을 받고 있던 그의 모든 법보도 곧장 효력을 잃었고 호풍 역시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그의 곁에서는 나비가 된 사신차가 날개를 팔랑이고 있었다. 아무런 위험도 느껴지지 않았다.
“크하하하! 이제 끝이다, 허목!”
요장동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의 두 손가락을 펼친 채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한제 앞에 이른 요장동의 오른손에는 짙은 원력이 깃들어 있었다. 그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한제의 육신은 그대로 무너져 내릴 뿐만 아니라 원신 역시 흩어져버릴 터였다.
한데 요장동의 손이 한제의 미간에 닿기 직전, 나비가 가볍게 날갯짓을 했다. 원력도 없는 날갯짓이었지만 요장동은 순간 움직임이 우뚝 멈추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팍이 터져나갔다.
동시에 요장동은 1백 척이나 밀려났고 그때 나비가 다시 날갯짓을 했다. 일단 가동이 되면 저절로 위력이 반복적으로 발휘되는 사신차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요장동은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더니 저물대에서 또 한 장의 부적을 꺼내 자신의 미간에 붙였다. 순간 강력한 힘이 부적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와 요장동의 몸을 뒤덮었고 뒤이어 큼직한 문양들이 그의 주위에 허상처럼 나타났다.
펑! 펑!
나비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그때마다 주위의 문양은 몇 개씩 무너져 내렸지만 요장동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채로 다시금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저자는 고작 양의 수준임에도 불고하고 이토록 강력하다. 언제고 규열기에 이른다면 나로서는 절대 저자에게 대항할 수 없어!’
가부좌를 튼 한재를 왼손 위에 올린 채 타산은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다. 허나 요장동의 속도는 너무도 빨라 어느덧 지척까지 거리가 좁혀졌다.
한편, 한제의 두 눈은 한없이 침착하고 덤덤했다. 그는 다가오는 요장동을 보다가 조용히 두 눈을 감으며 읊조렸다.
“나의 도는 처음에는 생사윤회였다가 그 후에는 인과가 됐다. 세상의 일이란 생사윤회에서 벗어날 수는 있어도 인과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법!”
원력이 없어도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 힘은 신통력도 아니고 법보의 힘도 아니다. 바로 수련자의 도 즉 일종의 신념이자 깨달음이다.
1천여 년의 수련으로 한제가 깨달은 것은 바로 그의 경지였다.
삶과 죽음이 갈릴 이 위기의 순간, 한제는 자신이 아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경지의 도를 발휘했다.
경지의 전투는 곧 도의 전투다. 도는 변화무쌍하여 승부를 가릴 수 없으며, 그로 인해 가를 수 있는 것은 오직 삶과 죽음뿐이었다.
두 손을 펼친 한제는 덤덤하게 말했다.
“내 왼손에는 세상의 원인이, 오른손에는 천지의 결과가 쥐어져 있다. 이것이 바로 인과… 나의 인과다!”
순간 한제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왼쪽 눈에는 태양이, 오른쪽 눈에는 달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그 눈으로 요장동을 바라보며 왼손을 들어 그를 가리켰다.
원인이 나타났다.
경지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우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사방의 모든 것 역시 사라졌다. 요장동의 모습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눈에 비친 한제는 이 순간 비할 데 없이 높고 거대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의 두 손에는 허상의 채찍 하나가 들려 있는 듯했는데 꼬리와 머리가 서로 이어져 하나의 원을 이루고 있는 채찍이었다.
그 원이 바로 인과였다.
요장동은 지금 이대로 달려든다면 상대의 경지에 빠져들게 될 것 같다는 강렬한 직감이 들었다. 그럴 경우 상대를 죽인다 해도 자신 역시 그 현묘하고도 현묘한 도에 빠져 영원히 인과에 잠식돼버릴 터였다.
도의 전투에는 오직 도로만 대항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의 도를 완전한 상태로 발휘할 수 있는 자는 매우 드물었다.
이는 수준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세상에 대한, 인생에 대한, 스스로의 도에 대한 깨달음이 관건이었다.
상대가 경지를 발휘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요장동은 표정이 급변해 뒤로 물러나지 않고 30척 정도 떨어진 곳에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았다. 순간 금빛의 허상이 그의 정수리 위로 떠올랐다. 그 금빛 허상은 고아하고 우아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선인이었다.
“최후의 발악인가? 좋다. 그렇다면 네게 우리 요가의 도를 보여주마! 우리 가문은 선계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선인은 경지를 갖지 않지만 그 훌륭한 선인들의 후손이라는 영광이 바로 우리 가문의 도다!”
요장동의 위에 떠오른 선인의 허상은 점점 응결되더니 결국 그에게서 떠나 한제의 인과의 도로 이루어진 원을 향해 나아갔다.
“우리 가문 사람은 선인을 선조로 두었다는 영광을 신봉한다. 세상 모든 경지는 그 영광 아래 빛을 잃게 되지!”
요장동의 얼굴에 광기 어린 숭배심이 드리웠다. 그의 광기에 따라 허상으로 나타난 선인은 더욱 실체화되어 갔다.
“한낱 과거의 영광일 뿐. 지금은 어떠한가? 세상 만물 인과가 따르는 법. 그 원인은, 선인의 영광이로군!”
한제는 덤덤한 표정으로 왼손을 내려놓고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 결과는, 선계의 붕괴지!”
한제는 오른손을 가볍게 움켜쥐며 침착하게 말했다.
“네가 영광스럽다고 생각하는 그 선인들은 어쩌면 아직 존재할 수도 있다. 허나 네 도가 인과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
한제의 앞에 나타난 인과의 원이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회오리를 형성했다. 이 회오리의 바깥쪽이 원인이고 그 안쪽이 결과였다.
“선인의 멸망 역시 인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그들의 후손 역시 인과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수많은 선술을 가지고 있다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느냐? 영광의 도라니, 우습구나!”
한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상대의 도를 간파한 상태였다. 영광이라는 허황된 것을 도로 삼고 광기 어린 숭배심을 경지로 삼다니… 이는 결국 끝까지 선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인과의 원은 곧장 허상으로 이루어진 선인에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 부근에 이른 순간, 그대로 멈춰버리고 말았다.
“선인은 경지를 갖지 않는다. 강력한 선력만 믿고 하늘을 억지로 열려 한 것이 실수였지! 그러지 않았다면 선계가 어찌 붕괴했겠느냐? 강력한 선제도 하늘에 덤빈 결과로 죽었다. 선제가 경지를 갖지 않은 것이 원인이고 그렇게 미쳐 죽은 것이 결과다!”
한제의 목소리는 덤덤하지만 힘 있게 공간을 가득 메웠다.
“요가의 선조라는 선인은 수준도 신분도 선제보다 아래일 것이다. 신통력 역시 선제보다 약하겠지. 그런데도 경지는 갖지 않은 채 하늘을 열려 하다니… 모든 선인이 하늘에 의해 소멸됐는데 그들에게 대체 어떤 영광이 남아 있다는 말이냐? 선조의 죽음에 대해 그 원인을 찾아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영광으로 삼다니, 이는 너나 요가의 선조 모두 헛됐다는 뜻이다. 요가는 결국 멸망하게 될 것이다!”
한제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요장동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그런데도 요장동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머뭇거리기까지 했고 일순 분노가 치솟으면서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인과의 원 밖에서 선인의 허상은 흩어져 사라질 것처럼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넌 맹목적으로 영광을 추종하고 이를 도로 삼았다. 허나 그 영광은 헛된 것! 네가 정말 네 선조를 영광스럽게 여겼느냐? 정말 그런 선조를 두었다는 영광을 실감했느냐? 그런 실감 없이 그저 영광이라 생각한 것뿐이라면 그보다 허황된 것이 있겠느냐? 너는 그 높은 수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도에 대한 깨달음을 조금도 갖고 있지 않다! 모두 공허하게 꾸며진 것일 뿐! 한데 어찌 내게 대항하려 드느냐!”
한제의 계속된 외침에 요장동은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고만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한제의 질타는 이어졌다.
“나는 가족과의 이별로 느낀 슬픔, 피에 사무친 원한,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 아들을 잃은 한을 통해 세상 모든 일이 삶과 죽음의 반복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됐지. 그리고 그 반복이 사라져야 함을 깨닫고 운명에 저항했으며, 이를 통해 생사윤회의 경지를 완벽하게 깨쳤다! 또한 그 후 경지에 변화를 일으켜 인과의 경지까지 얻게 됐지! 허나 네 경지는 그저 헛된 것일 뿐. 그 영광은 일찍이 네 선조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고,선계의 붕괴와 함께 흩어져 버렸다. 요장동, 넌 틀렸어!”
요장동은 몸을 휘청이며 또다시 한 움큼 선혈을 토해냈다. 이제 그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핏기 하나 없었고 두 눈은 어둡고 멍했다. 또한, 인과의 원 밖 선인의 허상은 더욱 흐릿해진 상태였다.
“너희 요가에서 나를 죽이려 한 것이 원인이고 네 도가 내 도로 파괴된 것이 그 결과다! 네 영광의 도는 내 인과의 도 아래 파괴될 것이다!”
한제는 크게 외치며 두 눈에 기이한 빛을 번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