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63
그 순간, 요장동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선인의 허상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에 따라 사방의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우주와 반짝이는 별들이 눈에 들어온 그때, 요장동은 수만 년의 시간이 단숨에 지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과의 도 역시 사라졌고 요장동의 미간에 붙었던 작은 부적 또한 흩어져 사라졌다.
한제는 다시 돌아온 원력을 가동해 훌쩍 튀어 올랐다. 그 순간, 곁에 있던 나비가 가볍게 날개를 팔랑였고 요장동의 몸은 펑 하고 피와 살로 흩어졌다. 저물대 역시 그 엄청난 힘에 파괴됐다.
요장동은 세상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그렇게 사라졌다.
“우웩!”
한제는 원력을 회복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 채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도의 전쟁은 너무도 위험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광의 도는 사실 그의 말처럼 헛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요장동이 인생의 천태만상과 각종 고초를 겪지 않은 온실 속 화초 같은 존재였기에 그 도심이 불안정했을 뿐이었다.
이런 면에서, 같은 수준이라면 연맹성역의 수련자들이 나천성역의 수련자들보다 훨씬 강했다. 연맹성역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일개 수련자를 위해 스승과 문파가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조금이라도 신중하지 못하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약육강식과 살육이 그곳의 유일한 규칙으로 나천성역처럼 가문의 힘을 등에 업은 수련자 대부분은 연맹성역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상상도 못할 터였다.
만약 나천성역 수련자들이 연맹성역으로 넘어간다면 수준이 매우 높은 자들이 아닌 이상 살아남기도 힘들 것이 분명했다.
한제는 숨을 고르며 법보를 거두었다. 타산은 그의 그림자에 녹아들었다.
한제는 허약해진 상태에도 불구하고 두 눈만큼은 살기로 더욱 번득였다.
“요가 이 이한제를 죽이려 한 이상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한제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딛어 파문을 일으키며 세상에 녹아들었다.
한데 그가 사라진 순간, 허공에서 파문이 일더니 하얀 옷을 입은 냉랭한 얼굴의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의 외모는 매우 차가워 보이면서도 동시에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그녀는 곧장 한 걸음 내딛으며 그대로 사라져 세상에 녹아들더니 한제를 뒤쫓기 시작했다.
★ ★ ★
나천성역 동쪽 구역 어느 핏빛 수련성의 거대한 사당. 그 옆에는 살기를 번득이는 ‘요’ 자가 새겨진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사당 안에는 한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는데 길게 늘어진 노인의 눈썹은 붉은 빛이었다. 그의 뒤에는 영패들이 놓여 있었는데 각 영패에서는 짙은 원력이 발산되고 있었다.
한데 그때, 돌연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그중 가장 아래쪽의 영패가 둘로 갈라졌다.
노인은 날카로운 두 눈으로 그 영패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결국 한 놈이 죽었군. 연맹성역에서 온 이한제, 네가 끝끝내 몇이나 죽이는지 내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절대 이 혈신자를 실망시키지 마라!”
노인의 눈에서 음산한 눈빛이 번득였다.
그가 손으로 깨진 영패를 가리키자 영패에서는 한 줄기 하얀 기운이 흘러나왔고 노인은 그 기운을 소매 안으로 거두었다.
“그래, 계속 죽여라.”
요빙운
나천성역, 별빛이 반짝이는 우주 어딘가에서 파문이 일더니 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약간 비틀거렸고 얼굴도 창백했다. 요장동과의 전투는 자칫하면 죽음에 이르렀을 만큼 위험한 싸움이었다.
‘규열기 초기 수련자답게 나와의 차이도 엄청났다! 허나 내가 규열기에 이른 상태였다면 그를 죽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거야.’
한제의 눈이 날카롭게 번득였다. 세상에 녹아든 상태를 장시간 유지할 수 없었던 그는 모습을 드러낸 뒤 빠른 속도로 날아가다가 잠시 후 다시 세상에 녹아들며 모습을 감췄다.
“일단은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부상을 치료한 후에 요가를 처리해야지!”
한제의 모습이 사라진 순간, 그 근처에서 파문이 일더니 냉랭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냉랭한 눈으로 한제가 사라진 허공을 바라보았다.
“연속으로 두 번이나 축지성촌을 쓰다니. 저자는 세상의 자연적인 힘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군!”
여인의 이름은 요빙운, 나천성역 동쪽 구역에서 삼봉(三鳳)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수련자였다.
요빙운은 요가의 세 번째 세대 구성원 중 수준이 세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실력자로 성심이 워낙 냉담하고 차가운 탓에 같은 가문 사람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녀의 천부적인 자질은 요가에서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도에 대한 갈망은 상상을 초월했다. 스스로의 도를 찾기 위해 문정기에 이른 뒤 가문에서 전해지는 폐신(閉神) 선술까지 수련했을 정도였다.
폐신 선술은 스스로의 신식과 칠공을 봉인하여 눈과 입, 귀, 코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요가의 3대 금술(禁術) 중 하나다. 이 술법이 금술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이 술법을 수련한 사람이 신식을 봉인한 상태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요가에서는 이 술법을 수련하다 죽은 사람도 제법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폐신 선술을 수련하는 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허나 요빙운은 폐신 선술을 사용한 상태로 요가의 금지(禁地)중 하나인 한빙성(寒氷星)에서 5백 년간 폐관수련을 진행했다.
폐관수련을 마친 그녀는 전보다 더욱 냉정해졌고 항상 한기를 몰고 다녔다. 도를 향한 여인의 의지와 끈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굳고 단단했다.
요가의 세 번째 세대 사람들 중 축지성촌을 파악한 이는 단 둘뿐으로 그중 하나가 요빙운이었다. 둘 중 축지성촌을 더욱 깊이 파악한 것도 그녀였다.
요빙운은 계속해서 한제를 추격했다. 이런 상황은 열흘 동안 계속됐고 한제는 점차 이상한 낌세를 눈치채고는 더욱 신중하게 굴었다.
원래 요빙운은 가문에서 발송한 천궁령 따위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으로 그저 폐관수련을 하면서 천도를 깨닫는 데에만 집중했다. 허나 가문의 선조인 혈신자는 이번에 천궁령을 발송하면서 누구든 허목을 죽이는 자에게는 요가가 전력을 다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것이 바로 요빙운을 움직이게 만든 원인이었다.
‘동생아⋯⋯ 내가 반드시 널 구해줄게.’
입술을 꼭 깨문 요빙운은 세상으로 녹아들며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한편, 나천성역 전역에서는 허목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여러 가문이 연합한 가운데 총 스물여덟 명의 수련자가 그를 가로막았는데도 허목은 그중 스물여섯 명을 죽였고 오직 두 사람만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 역시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허목을 막아섰던 연합세력중 세 명은 양의, 아홉 명은 음의의 수준이었으며, 나머지 열여섯 명은 문정기 절정 수준이었다.
여기서 살아남은 두 명 중 한 명은 수련성으로 돌아온 뒤 자신의 가문과 수련성에 절대로 허목과 요가 사이의 일에 끼어들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살아남은 다른 한 명은 양의의 수련자였는데 그는 더욱 끔찍한 몰골로 원신마저 손상을 입은 채 가문으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곧장 폐관수련에 들어가면서 마찬가지로 허목에 관해서는 절대 관여하지 말라고 선포했다.
이 일련의 일들로 허목이라는 이름은 나천성역 전역에 자리한 수련자의 기억 속에서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요가의 세 번째 세대 구성원인 규열기 초기 수준의 요장동이 허목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사람들은 허목이 뇌의 선계에서 쌓은 명성이 결코 허명(虛名)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이 일에 대한 요가의 반응도 재빨랐다. 수많은 요가 사람들과 그에 연계된 다른 수련자 가문들이 나천성역 서쪽 구역으로 몰려들었다. 수많은 수련자들은 하나의 봉쇄선을 이룬 듯 끊임없이 범위를 좁히며 포위해 나갔다.
이 무렵, 한제는 매우 신중하게 움직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녹아든 채 끊임없이 쫓아오고 있는 누군가를 떼어버리기 위해서였다. 이에 한제는 세상에 녹아든 채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방향을 바꾸며 나아갔다.
이제 한제와 그를 쫓는 자 중 누가 더 천도에 대한 깨달음이 깊은지를 겨루는 형국이었다. 천도에 대한 깨달음이 깊을수록 세상에 녹아든 상태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먼저 세상에 녹아든 상태에서 빠져나오면 한제는 자연스레 주도권을 쥐고 자신의 방향을 숨길 수 있을 터였다.
한제는 뇌도자에게 육체를 통제당한 상태에서 육신과 원신이 오랜 시간 세상에 녹아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반면 요빙운은 세상에 녹아드는 술법에 대해 깊게 파악하고 있긴 해도 한제와 같은 경험은 없었기에 16일째 되던 날 결국 버티지 못하고 허공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순간, 한제에게 고정시켰던 그녀의 신식 역시 흔적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요빙운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했다. 그녀는 저물대에서 작은 거울을 꺼내 든 채 왼손으로 결인을 그리고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세상으로 녹아들었다.
한제는 나천성역 서쪽 구역과 북쪽 구역 경계의 한 폐허가 된 수련성에서 번쩍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오랫동안 세상에 녹아든 채 도주한 탓에 요장동과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은 더욱 심해진 상태였다.
그는 자신을 뒤쫓던 추격자를 완전히 따돌렸음을 확인한 후에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벌써 요가에서 행동을 개시한 모양이군. 이제 거동이 더욱 힘들어지겠어!”
그가 도착한 수련성에는 영기가 전혀 없었다. 곳곳의 흔적을 통해 아주 오래전에 번영했던 곳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한제는 조용한 곳을 찾아 가부좌를 튼 채 저물대에서 존혼번을 꺼내 검은 안개로 자신을 감쌌다. 이어서 일련의 금제를 쏘아 보내 경계를 강화한 뒤 두 눈을 감고 호흡을 시작했다.
그의 그림자에서 타산이 나타나 곁에 가부좌를 틀었다. 타산의 오른팔은 부러진 상태였고 곳곳의 상처를 통해 많이 약해졌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허나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최대한 빨리 부상을 치료하고 상태를 최고조로 올려두어야만 했다. 살아남으려면 그래야만 했다.
한제는 존혼번의 검은 안개에서 음의 수준의 원신 하나를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원신을 부수어 한 덩어리의 원력으로 만들어 꿀꺽 삼켰다.
무려 어섯 시진에 거쳐 호흡을 이어가면서 네 개의 원신을 삼킨 그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여러 개의 저물대를 꺼냈다.
요장동과의 전투에 앞서 상대한 스물여덟 명의 수련자들을 처리하면서 챙긴 것이었다. 그는 곧장 그 저물대들의 낙인을 지우고 그 안의 모든 법보를 꺼내 부순 후 액화하여 타산의 체내로 흘려 넣었다.
이틀이 지난 후에야 타산의 뼈는 원상태로 복구됐다.
타산이 아직 약간 힘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는 상태임을 확인한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렸다. 타산은 그의 뒤를 바짝 따르며 그의 그림자에 녹아들었다.
한제는 몸을 날림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고 이에 검은 안개는 한 데 응집되더니 한제의 오른손 안에서 길이가 1백 척에 달하는 거대한 깃발이 됐다. 한제는 그것을 휘두르며 저물대에 챙겨 넣었다.
바로 그때, 한제가 머물던 수련성 밖에서 요빙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냉랭한 얼굴로 오른손에 들고 있던 작은 거울을 살짝 흔들었다.
그 거울 안에 비친 것은 지면으로부터 튀어 오른 한제의 모습이었다.
요빙운은 검지로 거울에 비친 한제를 누르려 했다. 한데 그 순간, 거울에 쩍 하고 균열이 생기더니 이내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 나갔다.
동시에 한 줄기 살기가 수련성에서 튀어나왔다. 그 살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한제였다. 곁에는 수없이 많은 보라색 번개 공이 떠 있었고 이 공들은 콰르릉 소리를 내면서 그의 속도를 배가시켜주었다. 그 상태로 한제는 요빙운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요빙운은 여전히 침착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한제를 응시하다가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순간 한 줄기 남색 얼음 결정이 그녀의 손에서 응집되더니 나선형의 기운을 발산했다.
“빙파(氷破)!”
요빙운이 가볍게 외쳤다.
그녀의 손에서 발산된 서늘한 기운이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이 순식간에 순간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를 본 한제는 두 눈동자가 순간 졸아들었지만 뒤로 물러나는 대신 주위의 보라색 번개 공을 맹렬하게 쏘아 보냈다.
앞으로 돌진한 번개 공들은 퍼져 나가고 있던 얼음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쾅! 쾅!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