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74
한데 지금, 망월은 그 이후로는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당시의 위기감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경계심이 곤두서기에는 충분했다.
“크오오오!”
셀 수 없이 많은 촉수들을 뻗친 망월의 포효는 태곳적 하늘과 땅이 갈릴 때처럼 우렁차 온 우주를 깨부술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의 망월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소리였다. 약하고 작은 생명체 앞에서는 이런 소리까지 낼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분노와 동시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전에 없던 강한 포효를 내질렀다. 그래야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포효에는 인간의 언어와 같은 복잡한 소리도 섞여 있었다. 그 소리가 이어짐에 따라 우주를 붕괴시킬 것 같은 신통력들이 하나하나 발현됐고 붕괴 또한 끊임없이 확산됐다.
붉은 옷을 입은 향가 노인은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10만 척 반경의 팔각형 진에 녹아들더니 망월의 위쪽에서 따라 움직이며 천둥번개를 끊임없이 쏘아댔다.
동시에 네 명의 소년들의 정수리 위로 떠오른 붉은 전광을 형성하여 망월의 움직임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공손가의 검은 옷의 중년 사내는 한 마리 거대한 매가 되어 포효하더니 예리한 발톱을 세운 채 주위를 맴돌며 계속해서 망월을 공격했다.
나천성역에서 손꼽히는 강자인 그의 공격은 어지간한 수련성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신공가의 선조는 한 발 앞으로 나서 망월 근처에 이르더니 두 손을 뻗으며 전광을 줄기줄기 발사했다.
호를 그리며 날아가던 전광들은 뇌룡(雷龍)이 됐다. 모두 태고의 뇌룡과 생김새는 달랐지만 뇌령(雷靈)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었다.
신공가 선조를 중심으로 포효하며 튀어나간 1만 마리가 넘는 뇌룡은 망월의 온몸에 솟아난 촉수들에게 미친 듯한 공격을 퍼부어댔다.
전가의 열운자는 하얀 옷을 입은 채 마치 유령처럼 빠르게 이동하며 손에 쥔 은색 세검(細檢)으로 망월의 몸을 찔러 들었다.
검은 망월의 몸에 파고들 때마다 눈이 멀 것만 같은 강력한 은빛을 번득였고 그 상태에서 끝없이 늘어나더니 망월의 몸을 곧장 관통하며 반대편으로 뚫고 나왔다.
이것이 바로 나천성역에 열운자의 이름을 널리 퍼뜨린 선술, 심동(心動)이었다. 이 선술을 발휘한다면 그가 원하는 이상 그 어떤 것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오채도인(五彩道人)은 다섯 갈래의 빛이 됐는데 이 빛들에는 막대한 신통술이 어려 있는 듯 회전하면서 거대한 회오리를 이루었다.
회오리는 온 세상을 뒤덮을 듯 끝없이 늘어났는데 그 안에서 99명에 달하는 소녀들의 허상이 나타났다.
소녀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튼 채 극도로 음울한 힘을 발휘했다. 이 힘은 맹렬하게 솟구치다가 하나로 응집되어 거대한 악귀가 되더니 곧장 망월에게로 달려들었다.
혈신자는 냉랭한 얼굴로 몸을 날리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짙은 핏빛으로 변했다. 이 핏빛은 넓게 확산되어 피 안개가 되더니 망월을 포위했고 동시에 미친 듯이 촉수 하나하나를 타고 체내로 파고든 후 격렬한 파괴력을 발휘했다.
콰르릉!
거대한 폭발음이 망월의 몸 안에서부터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염뇌자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수없이 많은 조각들을 소환해냈다. 선계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이 조각들은 나타나자마자 즉각 회전하면서 망월을 포위했다. 이에 짙은 선계의 힘이 일어나더니 강력한 폭풍이 되어 온 우주를 뒤덮었다.
이 공격을 위해 뇌선전은 온 나천성역 북역을 몇 개월에 걸쳐 깨끗하게 비워둔 상태였다.
“크오오오!”
체내로부터 격렬한 통증이 전해지자 망월의 포효는 갈수록 격렬해졌다. 망월은 거의 폭주하는 상태였다. 정말이지 오랜 세월 이런 고통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그 옛날 들었던 그 소리를 제외하고는 그에게 이런 고통을 준 존재는 없을 정도였다.
분노로 가득 찬 망월은 입을 쩍 벌려 작은 망월들을 토해냈다.
그중에는 길이가 10만 척에 이르는 망월이 여덟 마리였고 나머지는 1천 척에서 1만 척까지 각기 달랐다.
이 작은 망월들은 모체의 격렬한 포효에 따라 모호한 고대 신의 언어로 무언가를 중얼중얼 뱉어냈다.
작은 망월들도 크기를 막론하고 고대 신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망월의 분노는 고대 신의 손짓과 같다.’
그 복잡한 고대 신의 언어에 모든 망월의 앞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빛들이 번쩍 하고 나타나 순식간에 한데로 모여들더니 고대 신의 손가락들이 허공에 나타났다. 이는 망월이 발휘할 수 있는 극강의 신통력 중 하나였다.
고대 신의 손가락은 종횡무진하며 망월을 중심으로 미친 듯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강력한 힘에 여섯 수련자의 표정은 급변했다.
망월의 신통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고대 신의 손가락을 소환해낸 뒤 망월의 거대한 몸은 격렬하게 비틀거리더니 낮은 소리로 여러 번 포효했다.
그 거대한 몸은 체내의 모든 생기를 뽑아 흡수하려는 것처럼 미친 듯이 수축했고 펑,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전신의 촉수들은 뿌리 부분부터 끊어져 버렸다.
망월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수많은 촉수들이 꿈틀거리면서 미세한 촉수들이 솟아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 길이가 10만 척에 달하는 망월들로 변했다.
망월의 체내로 스며든 탓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혈신자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수련자의 심신은 급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염뇌자 역시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이⋯⋯ 이건 대체…? 고서에 달의 마수가 이런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는 나와 있지 않아!”
망월을 봉인하다
한편, 바로 그 순간, 한제가 숨어 있는 곳에서는 모든 생기가 빨린 일반인과 수련자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좁고 긴 길을 가득 채우다시피 한 촉수들은 모든 생기를 흡수한 뒤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특히 갓난아이의 모습인 고대 신을 휘감은 촉수들이 생기를 흡수하는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각각의 촉수들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면서 고대 신의 힘을 게걸스레 빨아먹었다.
동시에 모든 촉수들이 진동하는가 싶더니 그 위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털들이 자라나 눈 깜짝할 사이에 고대 신의 체내로 뚫고 들어갔다.
“저 고대 신의 아이가 바로 이 망월의 생명의 근원이로군!”
한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결인을 그려 손을 앞으로 뻗으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돌연 사라졌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한제의 원신 안에서 울려 퍼졌다.
“공격하지 마라. 나와 망월은 이미 한 몸이 되어 있다. 네가 날 공격하면 너 또한 다치게 될 것이다. 빨리 이곳을 떠나 내 유산을 받을 수 있는 핏줄을 데리고 오거라.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 노쇠한 목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허약하게 느껴졌고 갈수록 약해지더니 마지막에는 촉수들이 내는 소리에 뒤덮여 거의 들리지 않았다.
“네 힘으로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으니 이것을 주마.”
수많은 촉수들에 뒤얽힌 고대 신의 아이는 돌연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미간에서 회전하던 여덟 개의 흐릿한 반점 중 하나가 펑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이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이 마치 폭풍처럼 좁고 긴 길의 입구에 있는 회오리까지 불어 닥쳤다.
한제는 뒤로 밀려나면서도 그 폭풍이 회오리에 이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 회오리 안에서 대량의 붉은 빛이 솟아오르더니 혈신자의 인영이 순식간에 응결됐다. 그때, 폭풍이 된 고대 신의 힘이 그와 충돌했다.
쾅!
“크윽!”
그토록 강력한 수련자인 혈신자조차 신음을 흘리며 무너져 내리려 했다.
그때 그와 영혼으로 연결된 존재인 기이한 힘이 그를 뒤덮으며 앞을 가로막아 고대 신의 힘을 저지해주었다.
이 기이한 힘의 존재는 두 눈을 홉뜬 채로 고대 신이 쏘아 보낸 폭풍을 바라보다가 펑 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 충격에 혈신자는 뒤로 밀려났다.
회오리 밖에서 다시 모습을 응집시킨 혈신자는 창백한 얼굴로 한 움큼 선혈을 토해냈다. 그리고 곧장 몸을 뒤로 물렸는데 그 와중에도 몇 번이나 피를 토했다.
잠시 후, 그는 원신에 큰 중상을 입은 상태로 무척 수척해져 있었다. 좀 전의 그 기이한 존재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그는 진즉 죽었을 터였다.
혈신자의 두 눈에는 충격과 공포가 어려 있었다.
“고대 신…”
혈신자의 뒤로 기이한 존재가 다시 나타났는데 그 두 눈에도 혈신자와 마찬가지로 충격과 공포가 가득했다.
망설임 없이 뒤로 물러나던 혈신자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핏빛으로 변했고 그의 뒤를 따르던 기이한 존재 역시 함께 핏빛에 숨어 달아났다.
★ ★ ★
망월의 모체에서 생겨난, 10만 척에 달하는 촉수들이 망월로 변하는 광경에 여섯 명의 수련자들은 찬 숨을 들이켰다.
염뇌자는 망설임 없이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순간 셀 수 없이 많은 선계의 조각들로 형성된 법보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염뇌자가 낮게 기합을 넣자 그 조각들로부터 기이한 힘이 빠르게 발산됐다.
각각의 조각들은 강력한 영성(靈性)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힘은 조각을 따라 회전하기 시작했다.
망월의 모체와 작은 망월들은 모두 그 범위에 휩싸여 격렬하게 회전하면서 온 우주를 덮을 만한 거대한 회오리를 이루었다.
향가 노인은 소매를 휘둘러 순식간에 망월을 거대한 팔각형의 진으로 뒤덮었다. 그러자 진은 펑 하고 무너져 내려 수없이 많은 파편으로 나뉘더니 이내 망월들에게로 떨어졌다.
그 파편들이 천둥번개와 같은 기세로 떨어지는 와중에 향가 노인은 몸을 훌쩍 날려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더니 한손으로 결인을 그려 심신을 잘게 쪼개 각 파편에 섞어 넣었다.
네 명의 소년은 더욱 굳건하게 망월의 사방을 에워쌌다. 그들의 정수리 위로 떠오른 붉은 단은 서로 연결된 채 망월의 퇴로를 봉쇄했다.
전가의 열운자는 곧장 소년들의 봉쇄선을 관통해 들어가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망월들을 손에 쥔 번득이는 은빛으로 공격했다.
허나 이 모든 공격은 고대 신의 손가락 앞에 그 힘을 잃고 말았다.
수없이 많은 망월들의 앞에 각각 응집된 고대 신의 손가락은 순간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쾅! 쾅! 쾅!
거대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특히 망월의 모체 앞에 나타난 고대 신의 손가락은 세상을 가를 듯 강력한 힘을 발산하여 네 소년이 이루고 있는 봉인에 직접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결국 그중 한 소년이 창백해지면서 한 움큼 선혈을 토해냈고 그의 정수리 위에 떠 있던 홍단(紅丹)에는 쩌적 하고 균열이 나타났다.
짙은 붉은 안개가 그 균열 안으로부터 흘러나와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쿨럭!”
이번에는 그 맞은편의 소년 역시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휘청거리다 곧장 고꾸라졌다.
하지만 그의 미간에서는 한 줄기 붉은 빛이 눈부실 정도로 번득이면서 튀어나와 정수리 위에 떠 있던 홍단 안으로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