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75
한데 그 붉은 빛이 미간에서 빠져나온 순간, 그 소년의 육신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향가 노인이 만들어낸 팔각형 진들도 수많은 고대 신의 손가락에 공격을 받으면서 허약해지다가 모두 붕괴했다.
동시에 이 적의의 노인 역시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피를 토해냈다.
염뇌자는 두 눈이 붉어진다 싶더니 이를 악물고 두 손으로 그리던 결인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순간 선계의 조각들이 그 안에서 무궁무진한 힘이 흘러넘치는 듯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반경 수만 리에 거쳐 뇌의 선계가 다시 나타난 듯한 광경이었다.
망월의 상하좌우 모든 방향이 선계의 조각으로 가득했다. 이 조각들은 뇌광(雷光)으로 서로 연결된 채 망월을 포위하더니 가운데로 몰려들었다.
그 순간, 온 나천성역 북쪽 구역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이 우주 공간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도우들, 나를 도와 저 마수를 봉인하세!”
염뇌자의 목소리가 하늘을 가르는 벼락처럼 콰르릉 하고 울렸다. 이내 그는 두 팔을 벌린 뒤 푸른 정맥이 돋아난 얼굴로 자신의 모든 힘을 발휘했다.
순간, 한 줄기 기운이 염뇌자의 체내에서 맹렬하게 솟아올랐다. 이 기운은 한 줄기에 불과했지만 포위되어 있던 망월의 눈빛이 변했다.
아주 오래전 기억 속의 그 두려운 소리에도 이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그 당시의 소리에 어린 기운에 비해서는 훨씬 옅었지만 망월로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과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캬오오오!”
격렬한 포효가 망월의 입에서 터져 나왔고 녀석은 거대한 몸을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망월은 분노하여 기이하고 낮은 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 순간, 사방의 모든 망월들이 만들어낸 고대 신의 손가락은 전부 망월의 모체 앞에 융합됐다.
수없이 많은 고대 신의 손가락들이 융합되자 더 이상 허상이 아니라 실체를 갖춘 존재가 된 것만 같았다. 거친 피부에는 문양과 같은 균열들이 나 있었다.
“캬오오!”
망월의 포효와 함께 고대 신의 손가락은 허공을 내리눌렀다.
그 순간, 망월을 에워싸고 있던 세 명의 소년은 펑 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들의 정수리 위로 떠올라 있던 홍단 역시 모두 부서져 피 안개로 흩어졌다.
봉쇄선이 사라지자 망월들은 분노 섞인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바로 그때, 앞으로 나선 신공가의 선조가 온몸으로 전광을 번득이면서 순간 천둥번개의 힘을 발휘했다. 그 힘들은 수많은 뇌룡(雷龍)으로 변해 폭주하는 망월들을 저지하려 했다.
콰르릉!
나천성역 북쪽 구역 전반에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공간들이 대대적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붕괴는 10만 리 밖 뇌선전 사자들이 이룬 방어선에도 영향을 미쳐 균열을 만들어냈지만 균열은 곧 뇌광으로 뒤덮였다.
그때, 오채도인(五彩道人)의 신통술로 이루어진 괴물 또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망월에게 달려들었다.
공손가의 중년 사내가 오채도인을 뒤따르며 검은 매가 되어 입을 쩍 벌리더니 커다란 종을 하나 토해냈다. 이 허상의 종은 거대한 매를 뒤덮은 채 우렁차게 울렸다.
콰앙!
엄청난 힘을 품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무너져 내리고 있던 우주가 격렬하게 망월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공격은 거의 실체를 갖춘 고대 신의 손가락 앞에 곧장 붕괴했다.
전가의 열운자는 자신이 휘두른 은빛 검이 고대 신의 손가락과 충돌한 순간, 체내로부터 무언가 무너지고 터져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우웩!”
그는 피를 토해내면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1백 척 정도 물러났을 때, 분노로 두 눈이 뒤덮였고 더는 물러나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그는 무척 높은 수준의 수련자로 고대 신의 손가락 앞에서도 원신만 조금 다쳤을 뿐이었다.
그 무렵, 고대 신의 손가락이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에는 향가의 노인이 피로 이루어진 구름처럼 퍼져나갔다가 팔각형의 붉은 진을 형성하여 고대 신의 손가락과 충돌했다.
때를 같이해 오채도인이 만들어낸 괴물 역시 곧장 달려들더니 고대 신의 손가락과 충돌하려던 찰나 펑 하고 검은 안개가 되었다.
이 안개는 통째로 삼켜버리려는 듯 고대 신의 손가락을 뒤덮었다.
신공가의 선조는 다급히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사방에 나타난 수많은 뇌룡이 빠르게 응집되어 두께가 1백 척에 달하는 거대한 번개가 되더니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고대 신의 손가락에게로 날아들었다.
검은 매로 변신한 공손가의 사내도 맹렬하게 돌진해 우렁찬 종소리가 퍼져나가던 순간 다른 이들의 공격과 함께 고대 신의 손가락에 돌진했다.
나천성역의 최고 수준 수련자 다섯 명이 동시에 발휘한 힘은 한 수련성을 넘어 나천성역 북쪽 구역 전체를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폭풍을 이루었다.
이 폭풍을 본 뇌선전의 사자들은 10만 리 밖에 있었음에도 표정이 굳었고 그중 음의의 수준에 불과한 이들은 피를 토하며 물러나야 했다.
이 폭풍은 거의 실체화된 고대 신의 손가락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쾅!
나천성역 북역을 가득 매울 만큼 강력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의(白衣)가 붉게 물든 채 열운자는 계속해서 피를 토해내면서 뒤로 매섭게 떠밀렸다.
공손가의 사내는 매의 형태에서 원상태로 돌아왔고 허상으로 나타났던 거대한 종 역시 뒤로 나가 떨어졌다.
신공가의 선조는 체내에서 무언가 갈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창백해진 얼굴로 몇 번이나 피를 토해내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팔각형 진 역시 무너져 내렸고 향가 노인 또한 초췌한 몰골로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가장 큰 중상을 입은 것은 좀 전의 강력한 공격에 가담한 다섯 수련자 중 가장 수준이 낮은 오채도인이었다.
자신의 신통력이 파괴되자 그는 온몸을 덜덜 떨면서 계속해서 피를 토해냈다.
다섯 수련자는 모두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나 고대 신의 손가락 역시 그들의 연합 공격에 무너져 내렸다.
이 강력한 신통술들의 충돌은 성난 파도와 같은 충격을 일으키며 고대 신의 손가락을 중심으로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 우주는 콰르릉 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무너져 내렸고 맹렬하게 파문이 휘몰아쳤다.
그 파문의 여파는 10만 리 이상 퍼져나가 그 범위 안의 폐기된 수련성들을 쪼개버렸고 뇌선전의 사자들은 피를 토하며 물러나야 했다. 그들이 형성하고 있던 봉쇄선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심지어 뇌선전의 사자들보다도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봉쇄선을 이루고 있던 적의와 흑의의 수련자들 또한 그 힘의 영향을 받았고 이 두 봉쇄선도 무너져 버렸다.
한편, 그 순간 망월 체내의 고대 신의 아이는 온몸을 격렬하게 떨었고 촉수들은 미친 듯이 그의 생기와 힘을 흡수했다. 이에 미간의 반점 중 또 하나가 펑 하고 무너져 내렸다.
반점이 무너져 내린 순간, 거대한 힘이 촉수에 의해 흡수됐다.
고대 신의 아이는 기이한 눈빛으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반점이 무너져 내리면서 발현된 힘 중 한 줄기가 분리되더니 매우 오래된 전송진을 하나 형성했다.
“가라, 나의 동족아. 어서 가서… 나의 진정한 동족을 데리고 돌아와라.”
한제는 극도로 허약해진 고대 신의 아이를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다가 전송진 안으로 한 발 내딛었다. 이내 한제의 모습이 사라졌고 그 순간, 셀 수 없이 많은 촉수가 허공에서 뻗어 나와 전송진을 휘감더니 힘을 흡수했다. 전송진은 이내 무너져 내렸다.
청령성(靑靈星)으로 돌아가다
열운자를 비롯한 다섯 수련자가 저지하고 있는 틈을 타 염뇌자는 눈을 번득이며 두 팔을 뻗어 소용돌이를 형성했다.
“봉인!”
그러자 사방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거대한 선계의 조각들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망월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캬아아아!”
망월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르며 거대한 몸을 움직였다. 그 분노는 망월의 온몸을 불살랐고 염뇌자로부터 느껴지는 위기감에 녀석은 폭주했다.
돌연 망월의 온몸이 바르르 떨리더니 일체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지금껏 보지 못한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망월이 보고 있는 우주는 일찍이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강력하고 서늘한 바람과 함께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온몸이 흐릿한 허상의 형태라 그 생김새를 명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으나, 사내임이 분명한 그는 한 걸음씩 허공을 걸었다.
그가 나타난 순간, 열운자 일행의 표정이 급변했다. 오만하고 고고한 열운자마저도 마음속에서 거센 파도가 이는 것을 느끼면서 공경심이 가득한 얼굴로 감격한 듯 외쳤다.
“그다! 염뇌자가 정말 그를 초빙했어!”
염뇌자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기쁨에 가늘게 떨었고 나머지 네 사람의 표정도 한없이 공손했다.
허상의 사내는 느긋하게 망월에게로 향했는데 망월의 거대한 몸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는 분명 두려움으로 가득한 떨림이었다.
망월은 느릿하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한편 그 순간, 망월로부터 수백만 리 떨어진 허공 속에서 파문이 일더니 한제가 튀어나왔다.
그는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망월의 급격한 변화에는 분명 원인이 있어. 누군가가 녀석을 공격하기라도 한 걸까? 아무튼 고대 신은 내게 자신의 유산을 전승받을 수 있는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했지. 허나 본체는 연맹성역에 있다. 정말 안타깝군. 한데 그 고대 신은 정말 전수를 하려는 걸까? 아니면 전수하는 척 몸을 빼앗으려는 걸까?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니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 어쨌든 우선은 망월의 몸에서 벗어났으니 당분간은 누구도 내 종적을 찾을 수 없겠군.”
생각을 정리한 한제는 유성처럼 질주했다.
발아래에서 파문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세상에 녹아든 한제는 자취를 감췄다.
★ ★ ★
나천성역 북쪽 구역, 망월이 있는 곳으로부터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청령성(靑靈星) 밖의 허공에 파문이 일더니 한제가 나타났다.
“마침내 돌아왔군!”
감개무량한 눈으로 이 익숙한 수련성을 바라보던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곧장 청령성으로 향했다.
한데 돌연 청령성으로부터 적대적인 몇 갈래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허나 그 신식들은 한제에게 고정됐다가 곧바로 흩어졌고 뒤이어 열 명이 넘는 수련자가 다가왔다.
한제가 청령성에 들어서자 10여 명의 선선족(仙選族)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중 선조 노인은 한제를 보자마자 감격한 표정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나리!”
한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