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78
빗속에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웅덩이의 물결을 흩었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였을 뿐, 행인들의 발에 또 한 번 물결이 일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저 멀리, 하얀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슬프게 곡을 하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 뒤로는 관이 하나 따르고 있었고 이들은 내리는 비를 맞으며 성문 쪽으로 향했다.
울음 섞인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자 행인들이 비켜섰다.
사람들은 노란 종이를 뿌렸다. 망자의 가족들이 저승으로 향하는 길을 열고 망자에게 평안한 저승길이 되기를 바라며 하는 행동이었다.
그들의 울음 섞인 노랫소리에는 진실도 있고 거짓도 있었으며 슬픔도 있었고 흥분도 있었다.
그때, 맑은 바람이 불어왔고 뒤이어 노련한 목소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죽음은 인과의 끝⋯⋯ 모든 인과는 죽음과 함께 멸하게 된다.”
그 곡성 속의 슬픔과 기쁨, 진실과 거짓은 말이 없었다. 스스로의 질문에 답을 한 그 목소리는 점차 흩어져 사라졌다.
★ ★ ★
황제의 성. 천군만마가 궁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 앞에는 노란 옷을 입은 중년 사내가 분노한 눈빛으로 서 있었는데 그에게서는 짙은 슬픔이 느껴졌다.
그 아래에 도열한 병사들 중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갑옷을 입은 그는 매우 엄숙했는데 노란 옷을 입은 사내와 상당히 닮은 외모였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많이 늙으셨습니다. 이제 왕위에 대한 집착을 버리세요!”
노란 옷을 입은 중년 사내의 눈에 담긴 슬픔이 더욱 짙어졌다. 한데 그때, 맑은 바람 한 줄기가 황궁에 불어왔다. 그 순간, 사방에 도열한 병사들의 눈빛이 멍해졌다.
“이것은 또 어떤 종류의 인과인가⋯⋯?”
작은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황궁에서 멀어져갔다. 바람은 온 세상을 맴돌며 일반인의 인생과 천도의 변화를 느꼈다.
한제는 여태까지 계속해서 스스로의 도를 검증했다. 때로는 혼란스러웠고 때로는 의심스러웠으며 때로는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거대한 천도에 끝은 없었고 그것을 모색하고 탐구하기란 어렵고도 어려웠다.
한제는 한바탕 꿈을 꾼 듯했다. 그 꿈속에서 그는 청령성주가 되어 그 안의 모든 일반과 마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다.
그는 갓난아이의 출생을 보고 노인의 죽음을 보고 부모의 사랑을 보고 연인들의 애정과 이별, 재회를 보고 인간의 선함과 끝없는 악 역시 보았다.
허나 그 모든 것을 보았으나 답은 없었다. 그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찾고 검증하면서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무엇이 도란 말인가⋯⋯?”
한편, 그 무렵 청령성의 영력(靈力)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그 안에는 혼란함이 배어있어 그 영력을 흡수하는 사람은 모두 현묘한 경지에 빠져들게 됐다. 호흡을 하면 마치 청령성의 일부가 된 것만 같았고 그들의 생각은 순간 기이한 힘에 통제당해 일종의 결과를 찾기 시작했다.
한제의 탐구는 계속됐고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 청령성 안에서 끝없이 맴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해가 지던 때였다. 어느 마을의 서당 안, 대부분의 아이들이 떠난 가운데 한 소년만이 남아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때 미풍이 불어왔고 소년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밝은 눈빛으로 훈장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훈장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 묻고 싶으냐?”
방문이 열리고 인자한 일반인 노인이 걸어 나오며 물었다.
“훈장님, 도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소년은 노인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물었다.
“도?”
노인은 흠칫 놀라며 소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가르친 것은 인륜이지 도가 아닐 텐데?”
소년은 침묵하다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이내 소년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원래의 눈빛을 되찾았다.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 ★ ★
어느 작은 도시 안, 뭇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노인이 있었다. 깊은 밤, 등불에 불을 붙인 그는 두루마리를 펼쳤다.
한데 그때, 맑은 바람이 불어오면서 등불이 깜빡거렸다. 그리고 누군가의 노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이 도시의 현자라 불린다지. 그렇다면 무엇이 도인지 아느냐?”
사 씨 성의 이 노인은 순간 창백해져 손에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떨어뜨렸다. 그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덜덜 떨며 말했다.
“이⋯⋯ 이놈! 사람이냐, 귀신이냐!”
“무엇이 도냐고 물었다.”
노련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 순간, 노인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어느 정도 침착함을 되찾았다.
“저는 무엇이 도인지 잘 모릅니다.”
한숨을 내쉰 목소리는 이내 사라졌고 방은 원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노인은 마음이 가라앉질 않아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수도의 학당, 수많은 학생이 책을 들고 인륜을 낭독하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하얀 옷을 입은 노인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인지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 맑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더니 학생 중 한 소년이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덤덤하게 물었다.
“선생님, 도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 순간, 사방이 적막에 휩싸였다.
노인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가셨고 불쾌한 기색이 담겼다.
“이 하늘이 곧 도다.”
노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소년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앉았고 이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맑은 바람은 청령성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그 순간 온 청령성의 일반인들 중 소위 학식이 높고 똑똑한 자들은 모두 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들은 각기 답을 내놓았지만 그중 정답은 없었다.
아직도 혼란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제는 이 꿈속에서 끊임없이 탐색을 이어갔다.
한편, 그 질문을 받았던 사람 중 하나인 사 씨 노인은 집안에서 뒤척이며 한참이 지나도록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그는 여태 귓가에 울렸던 그 노련한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길게 한숨을 내쉰 그는 기름을 먹인 종이로 만든 우산을 들고 비가 내리는 도시를 배회했다.
“무엇이 도일까⋯⋯? 난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세상 모든 것을 다 깨우쳤다 생각했는데… 그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도는 무엇일까?”
혼란에 빠진 노인은 부지불식간에 성 북쪽의 강가에 이르렀다. 그 강에는 한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도롱이를 입고 삿갓을 쓴 노인은 강가에 앉아 그물을 던지고 있었다.
사 씨 노인은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도라는 것은 대체 뭘까?”
그때, 도롱이를 입은 노인이 기쁜 듯 소리를 지르며 그물을 끌어올렸다.
그물에는 여러 마리의 큰 물고기가 잡혀 있었다.
이 물고기들은 끊임없이 파닥이며 강물에 입을 뻐끔거렸다.
그물에서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있는 힘을 다해 몸을 펄떡거리는 그 눈에는 절망감이 어려 있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사 씨 노인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에 노인은 몸을 부르르 떨며 그물에 잡힌 물고기와 그 그물을 던진 노인을 바라보았다.
“저⋯⋯ 저것이 바로 도가 아닌가! 난 물고기고 도는 그물이며, 강은 하늘이다. 그리고 그물을 던진 노인은 운명을 집행하는 조물주인 것이다.”
사 씨 노인은 심신이 급격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미친 듯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그 광풍에 그물을 끌어올렸던 노인은 화들짝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 씨 노인 역시 몇 걸음 물러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꿋꿋이 버티고 서 있었다.
그때, 광풍이 한데 응집되더니 사람의 형상을 이루었고 이내 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그물에서 빠져나와 강으로 돌아간 물고기들을 보던 그의 눈에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빛이 담겼다.
그는 한손으로 사 씨 노인을 가리켰다.
순간 한 줄기 영기가 노인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넌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그러니 나도 네게 선물을 주마.”
하늘과 땅이 갈리던 그때처럼 우렁찬 천둥소리가 마음속에서 콰르릉 울려 퍼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깨달았다.
‘이 세상 도는 모두가 검증할 수 있고 모두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이야. 하늘은 도가 아니다. 도는 하늘과 땅의 의지로 형성된 것이며 이 의지는 세상 그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강 속의 물고기처럼… 물고기는 하늘과 땅을 거스르지 않고 음양을 건드리지 않으며 그 자체로 편안하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강은 곧 이 세상이며 물고기는 곧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이야!’
한제의 두 눈에 점차 밝은 빛이 차올랐다.
‘하지만 그물이 나타나 강 속에서 살던 물고기들을 강에서 끌어낸다. 이 그물이 바로 도이며 세상의 규칙이다. 세상 어디에 있든 그 도에서 벗어날 수 없어! 이 그물은 언젠가 강 속의 물고기를 끌어내고 강물에서 벗어난 물고기는 그 규칙과 도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규칙과 도에 순응하느냐 반항하느냐를 택하게 된다.’
한제는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수련자는 펄떡이는 물고기다. 더욱 격렬하게 펄떡이며 날뛸수록 그 규칙, 그 도에 거스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다. 생사윤회도 그렇고 인과의 경지도 그렇고 모두 도념으로 이루어진 것! 내가 곧 인과인 것이야!’
변화
광풍이 불어와 한제의 깨달음을 싣더니 그를 데리고 하늘 끄트머리로 사라졌다.
그 아래 강변에는 두려움에 질린 채 멍하니 선 도롱이 차림의 노인과 몸속을 채운 온기를 느끼고 있는 사 씨 노인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저자는 사람인가 귀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