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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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 안이 한 줄기 빛을 발하더니 영혼의 기운이 천천히 피어올랐다. 그리고 뒤를 이어 전송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 밖의 유혼들은 뒤로 물러나 재빨리 자취를 감추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마지막 전송진일 것이었다.
진 안에 모여 있던 수련자들의 얼굴에 드디어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들은 하나둘 전송진 안에서 사라졌다.
한제는 줄곧 진 안의 동정을 살피며 한 사람이 사라질 때마다 묵묵히 시간을 계산했다.
전신전의 세 사람은 떠나야 할지 어째야 할지 알 수 없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 한제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먼저 가서 저 끝에서 날 기다리도록 해라.”
세 사람은 즉시 옥패를 꺼내 들고 영력을 살짝 내뿜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모습 역시 사라졌다.
줄곧 진 안의 모든 수련자들이 떠나기를 기다리던 한제는 진 안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되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3초!”
동시에 눈을 번득인 그는 몸을 훌쩍 날려 곧장 전송진으로 뛰어들면서 동시에 오른손을 흔들어 마량의 옥패를 쳐들었다. 단숨에 전송진에 다다른 그가 빛의 장막에 닿은 순간, 사방에서 검은색 실이 나타나 번개처럼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한제는 이를 피하지 않았다.
검은색 실이 몸에 닿은 그 순간, 한제의 미간에서 빛이 나더니 그의 몸에서 49개의 부호가 나타났다. 검은색 실들은 연이어 43개의 부호를 파괴한 뒤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제는 무사히 진으로 들어갔다. 손에 든 옥패에서 밝은 흰색 빛이 번쩍이며 전송진에 연결됐다.
한제는 조급했다. 그가 자세히 관찰한 결과 옥패와 전송진이 연결되는 데 3초가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잘 넘기기만 한다면 성공적으로 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1초! 수십 개의 검은색 실이 불쑥 나타나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덤벼들었다. 한제는 아직 몸을 크게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멋대로 움직였다가는 전송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검은색 실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이 모든 것에 대해서 한제는 이미 계산을 마친 상태였다. 그는 49개의 부호로 구성된 진법을 불러냈다.
한제는 진 안에 뛰어들기 전 총 21개의 진법을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진 안으로 진입하는 순간 파괴된 진법을 포함해 그는 총 1천 개가 넘는 부호로 방어되고 있었다.
쨍그랑.
거울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면서 한제의 몸을 감싼 부호들은 빠르게 깨져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단 1초 만에 수십 개의 검은색 실이 9백 개에 달하는 부호를 깨트렸다. 허나 이제 검은색 실도 그 수를 다해 사라졌다.
한제는 숨 한번 제대로 쉬지 않고 더욱 집중했다. 앞서 긴 시간동안 해왔던 준비로 겨우 이 1초를 버틴 것이다. 남은 2초는 스스로 버텨내야 했다.
그는 세 개의 저물대를 신식으로 훑었고 순간 수많은 법보가 번쩍이며 그의 사방에 나타났다. 대충 살펴보아도 수백 개는 되는 것 같았다. 쓸 만한 물건도 꽤 있었다. 한제의 신식은 별 어려움 없이 이 많은 법보를 동시에 통제했다.
전송용 옥패와 진의 연결은 이미 중간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시간상으로는 이제 막 2초에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사방에서 소리 없이 수백 개의 검은색 실이 나타나 한제에게로 몰려들었다. 이제 채 1백 개도 남지 않은 부호는 별 쓸모가 없어서, 검은색 실에 닿는 순간 곧장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이어서 법보들도 콰르릉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법보들을 완전히 정복한 상태가 아니라서, 위력을 완벽하게 발휘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이 법보들 덕에 수백 개의 검은색 실 중 반 정도가 사라졌다. 남은 검은색 실들은 곧장 한제의 몸 안으로 파고들어 폭발적인 힘을 내뿜었다. 한제의 신식은 순간 그 힘에 완전히 파괴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한제는 2초가 지나는 동안 완강하게 저항했다. 끝까지 버텨낸 그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경계 법칙이든 뭐든 덤벼! 난 이미 한 번 죽었던 사람이다. 누구도 날 막지 못해!”
붕괴되고 있는 역외 전장에 갑자기 엄청난 벼락이 떨어졌다.
콰르릉.
그렇게 전장의 반절이 파괴되었고 수많은 공간의 조각들에 균열이 일었다. 거대한 압력은 허공을 통해 전해졌다. 한제의 이웃이었던 세 신식체는 지금 온몸을 떨며 소멸의 공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 역시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가 없었다. 유혼들은 겁에 잔뜩 질려 가까운 공간의 균열을 통해 재빨리 소멸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이 무렵, 옥패와 전송진의 연결은 이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3초에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한제의 눈빛은 광기와 냉정함이 뒤섞여 흉악함으로 번뜩였다. 그 상태로 엄청난 위압감을 견뎌내며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그의 신식은 거의 파괴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말로 형언하기 힘든 어떤 기운이 충만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이는 극의 경계의 기운이었다. 지금 한제의 온몸에는 조금의 영력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혼 신식에서는 극의 경계에 따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3초에 진입했을 때 검은색 실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이 허공에서 뻗어 나와 한제를 움켜쥐었다. 그 손을 이룬 검은색 실이 몇 개인지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
그 순간, 역외 전장은 완전히 붕괴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얼음 조각이 가장자리에서부터 깨지듯 조각조각 부서졌으며, 셀 수 없는 공간의 조각들이 공간의 균열로 빠져들었다.
역외 전장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남아 있는 네 개의 전송진만이 외롭게 허공에 떠 있었다.
3초가 흐르는 순간, 극의 경계와 경계 법칙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한제의 신식은 거대한 손이 압박해오는 순간 곧장 무너져 내렸으나, 그 찰나 극의 경계는 신비로운 힘을 끌어내 완강하게 저항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제는 다시 한 번 ‘극’의 느낌을 확실히 체험했다.
첫 번째 체험은 숲의 폐허 속에서, 두 번째 체험은 결명곡 안에서, 세 번째 체험은 소멸의 공간에서 영혼이 다시 살아나면서…
이번이 네 번째였다. 그리고 매번 체험할 때마다 극의 힘이 증가하는 것 역시 느낄 수 있었다.
극의 경계의 근원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역사상 극의 경계를 가졌던 수련자들이 영력에만 극의 흐름을 가졌던 것과 달리 한제는 신식에 극의 낙인이 찍혔다는 점이었다.
우연의 일치로 인한 것이긴 했지만 신식에도 극의 경계가 함유된 결과 경계 법칙이 만들어낸 거대한 손을 완벽하게 밀어낼 수 있었다.
한제의 영혼이 석주와 융합된 후 신식에는 아주 묘한 극의 흐름이 생겨 있었다. 만약 외부의 압력이 없었다면 한제가 다시 영력을 수련해낸다고 해도 이 ‘극’은 결국 천천히 사라졌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한제의 외부에서 강력한 압박이 가해져오면서 신식은 점점 축소되었고 극의 경계는 오히려 점차 확대되면서 결국 그 둘은 완전히 융합을 이루게 된 것이었다. 이 융합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극은 일종의 경계였고 이 경계는 단 하나만의 성질을 가졌다. 말하자면 영력이 극의 경계를 가지면 모든 발전은 그 영력 위에서 이루어졌다.
마찬가지로 지금 한제의 신식에는 극의 경계의 낙인이 찍혀 있으니, 그의 영력은 앞으로 이전과는 다른 위력을 갖게 될 것이었다.
허나 현재 한제의 극의 경계는 경계 법칙에 비교해보면 정말 하잘 것 없었다. 검은색 실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한제의 신식이 붕괴되는 속도가 재생되는 속도를 점차 따라잡았고 결국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제의 신식이 붕괴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근본에 가까운 극의 신식만이 남게 됐다.
만약 경계 법칙이 없었다면 한제에게 극의 신식이 나타났을 리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조건이 갖춰지는 바람에 자연스레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 순수한 극의 신식 출현에 거대한 손도 멈칫할 수밖에 없었고 이때 3초가 모두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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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이 열린 그 순간, 한제의 몸이 사라졌다.
거대한 손은 곧장 무수히 많은 검은색 실들로 변해 전송진 안에서 한동안 배회하더니 결국 흩어졌다.
극의 경계 덕분에 한제는 소멸의 공간에서 생명의 공간으로 진입한 최초의 탄혼이 됐다. 그의 신식은 극의 신식으로 응집되었지만 탄혼이라는 본질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국 타향
3성 수련국 화분국은 주작성 남부에 위치했고 수마해(修魔海)와 가까이 붙어있었다. 또한 화분국 내의 종파는 전신전, 사마종(邪魔宗), 낙하문(洛河門) 그리고 시음종 이렇게 딱 넷뿐이었다.
화분국 중심에 있는 분천화산 꼭대기의 거대한 전송진에는 전신전 사람들이 서 있었다. 여섯 명의 원영기 고수가 소속돼 있는 전신전은 화분국의 최고 문파였다. 당시 역외 전장 진입 자격 경쟁전에서도 전신전은 유일한 영패를 차지했었다.
이번에 이 진으로 향하는 대열을 이끈 것은 원영기 고수가 아니라 결단기 초기에 이른 장로 곽홍비였다. 항상 신도(神道)를 수련하기 때문인지, 그는 2백 살이 넘었는데도 외모가 당당했고 풍채도 범상치 않아 4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신도는 전신전의 최고급 수련 비법으로 축기에 이르러야만 배울 수 있다.
소문에 의하면 결단기로 올라갈 확률도 높여준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구체적인 것은 외부인들이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껏 전신전의 결단기, 원영기 고수들이 모두 화분국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니, 분명 그 신도에 뭔가 신비로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물론 이를 훔쳐보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신전의 힘이 너무 강해 그럴 수 없었다.
그러나 신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지자 전신전에서는 결국 어느 정도 타협해 20년마다 한 번씩 관람회를 열기로 했다.
축기 수준의 수련자라면 어느 문파 소속이든 일정한 양의 영석만 지불하면 와서 관람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신전은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고 별도로 적지 않은 수입도 올리게 됐다.
곽홍비가 익힌 신도는 사실 1천 년도 더 전에 전신전의 한 천재가 반평생을 들여 만들어낸 공법이었다. 이 공법은 오랜 시간 수련이 필요한 대신 위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늙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어 전신전 제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곽홍비 곁에는 여러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 미모의 젊은 여자였다. 낭창한 몸매와 아름다운 외모로 그녀는 사내들에게 주목을 많이 받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곁에 있는 청년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전송진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몰렸다. 빛은 점점 더 밝아졌고 마침내 그 안에서 세 사람의 인영이 나타났다.
곽홍비는 미간을 살짝 구기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며칠 동안 역외 전장이 굉장히 불안정해져서 언제든 붕괴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기에 그는 이미 제자들 중 살아 돌아올 이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허나 겨우 세 사람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해뒀다고는 해도 속이 쓰려오는 것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나마 그 세 사람 안에서 자홍을 발견하고는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자홍은 그의 제자로 성격이 강인한 편이었다. 그녀가 역외 전장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을 때, 곽홍비는 단칼에 거절했지만 결국 제자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몇 개의 진귀한 법보를 챙겨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세 사람은 전송진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마음이 무거웠다.
그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한제의 생사였다. 이들은 이미 영혼의 정혈을 한제에게 준 상태였기 때문에 그가 죽는다면 그들 역시 함께 죽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장로 곽홍비는 세 사람을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
“좋아. 각자의 수준이 크게 향상했구나. 자홍이와 양웅은 축기 후기에 이르렀고 임두도 거의 그 정도에 도달했어. 잘했다.
역외 전장에서의 갖은 어려움을 견뎠으니, 앞으로 너희의 수준은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음, 다만 안타깝게도 돌아온 사람의 수가 너무 적구나. 아니, 그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지.”
한숨을 내쉰 곽홍비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한데 너희 셋은 어째서 외모에 조금도 변화가 없는 것인지 궁금하구나.”
세 사람이 수련한 공법에는 외모를 늙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변하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 의아할 만도 했다.
양웅이 곽홍비의 질문에 대답했다.
“전에 마량 사제가 한 알만 먹어도 백 년간 외모를 늙지 않게 유지할 수 있다는 단약을 주었고 저희 모두 각자 두 알씩 복용했습니다.”
주변에 모여 있던 전신전 제자들은 그 말에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특히 그 미모의 젊은 여자는 자홍이 모습을 드러낸 뒤부터 줄곧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양웅의 말을 듣자마자 곧장 주홍에게 물었다.
“사저, 그 단약 아직 가지고 있습니까?”
자홍은 냉담한 시선으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짧게 대답했다.
“그건 마량 사제에게 묻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