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83
천벌을 집어삼켰다.
그 순간, 한제의 원신은 격렬하게 진동했고 엄청난 천벌의 힘이 그의 원신 안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태고의 뇌룡은 천둥번개에서 태어난 존재였다. 녀석은 포효를 내지르며 체내로 돌아왔고 한제는 전광을 번득이면서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천벌은 강했지만 그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그 천벌의 절반을 요운이 부담하고 있지 않은가.
한편, 요운을 감싼 고요는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고 우주를 채운 천벌의 구름은 미친 듯이 확산됐다.
고요는 천벌의 번개를 모두 삼켰지만 그 위력에 모습이 한층 더 흐릿해졌다. 그가 소리 없는 포효를 내지르며 어찌나 빨리 물러났는지, 심지어 천벌도 그를 완전히 뒤덮지는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고요는 요운을 말아 쥔 채 천벌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만 같았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크게 외쳤다.
“요운, 요빙운과 요몽운 자매를 기억하느냐? 혈신성에서 등잔이 혼을 삼키던 그 장면을 기억하느냐 말이다.”
신념을 품은 한제의 목소리는 왕왕 울려 퍼지며 물러나던 요운의 귀에 닿았다. 그러자 요운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격렬하게 몸을 떨더니 그대로 멈춰버렸다.
“내 몸에서 나가!”
요운의 얼굴에서 푸른 정맥이 울툭불툭 튀어나왔다.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다시 외쳤다.
“네가 누구든, 내 몸에서 꺼지라고!”
요운은 맹렬하게 고개를 쳐들며 붉은 두 눈으로 허공을 올려다봤다. 그 눈빛은 자신에게서 뻗어 나온 고요를 향해 있는 듯했다.
고요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냉랭하게 한제를 노려보며 음산한 기운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요운의 몸에서 빠르게 뻗어 나와 한제를 집어삼키려는 듯 달려들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입을 벌려 한 줄기 하얀 기운을 토해냈다. 그 기운에 깃든 봉선인(封仙印)이 곧장 부풀어 오르면서 한제의 앞을 막아섰다.
이어서 한제가 결인을 그린 오른손을 휘두르자 봉선인에 새겨진 수십만 개의 금색 문양들이 미친 듯이 확산되어 고요를 막아섰다.
그 순간, 하늘에서 천벌의 구름이 다시 응집되더니 붉은 번개를 이루었다. 각각의 번개는 그 두께가 수십 척에 달했고 우주를 붕괴시킬 만큼 엄청난 위력을 품고 있었다.
수십만 개의 금빛 문양과 천벌의 번개에 고요는 기이한 눈빛으로 소리 없이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그의 몸은 더욱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고요의 상태가 묘연해지자 수십만 개의 금빛 문양은 목표를 잃고 그 자리에 멈춰버렸고 천벌의 번개는 하나로 응집되더니 방향을 틀어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르릉!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묘연해졌던 고요가 음산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한제는 침착하게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멈춰 있던 금색 문양들이 빠르게 방향을 바꿔 돌진하더니 그를 봉인했고 그 순간 하늘에서 열 개가 넘는 번개가 떨어졌다.
한제가 돌연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때, 그의 몸 밖에서 빛이 번득이더니 큰 솥의 허상이 나타났다. 순식간에 고대 신의 기운이 짙게 풍겼고 고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겨우 너 같은 고요는 내 눈에 차지도 않는다. 환위(換位)!”
솥 안에서 기인한 기운이 흘러나왔고 이내 한제와 함께 경악하고 있던 고요의 흐릿한 모습이 동시에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둘은 서로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크아아!”
고요는 순식간에 수십만 개의 금빛 문양으로 뒤덮였고 동시에 열 개가 넘는 붉은 번개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의 몸은 순식간에 거의 무너져 내리더니 기묘한 낙인으로 변해 곧장 요운의 미간으로 향했다.
흐릿한 그 낙인은 매우 약해 보였다.
그때, 요운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꺼져!”
그의 체내에서 원력이 폭발적으로 솟아올라 그 낙인이 미간으로 들어오려는 것을 저지했다.
한제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천벌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고요를 막았으니 이제 그 영향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데 그때, 한제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사방에서 짙은 피비린내 섞인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천벌이 두렵지도 않은지 그 범위 안까지 쳐들어온 기운은 삽시간에 반경 10만 척을 피 안개로 가득 채워버렸다.
“끝내야만 한다.”
안개 속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비쩍 말라붙은 팔이 요운의 뒤쪽에서 쑥 빠져나와 그를 틀어쥐더니 그 미간을 꾹 눌렀다.
“혈신자!”
한제의 두 눈동자가 졸아들었다.
그 순간, 저 멀리 뇌선전에서 좌선하고 있던 청수 선군(仙君)이 돌연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비릿하게 웃으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혈연(血燕)
우주를 가득 채운 천벌의 구름이 거대한 위압감을 뿜어내 반경 10만 척을 휘감았다. 허나 천벌의 힘은 이제 막 발현되기 시작했을 뿐으로 그 힘은 이전에 겪었던 몇 차례의 천벌을 훨씬 능가했다.
나천성역 남쪽 구역 안의 수준 높은 수련자들은 모두 그 거친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파문에 체내의 원력에 대한 통제를 잃을 것만 같았던 수많은 수련자는 재빨리 가부좌를 튼 채 자신의 원력을 봉쇄했다.
요운의 미간에서 번득이는 기이한 문양은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그의 두 눈은 멍했고 잔뜩 일그러졌던 표정도 조금씩 풀렸으며, 울툭불툭 솟았던 푸른 정맥도 서서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허나 그의 두 눈 저 깊은 곳에는 강렬한 저항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분명 그의 광기 어린 포효를 들을 수 있을 터였다.
이때 그의 앞에 붉은 빛이 모여들더니 그 안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품이 넉넉한 붉은 옷과 붉은 머리,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기이한 기운이 감도는 노기 어린 얼굴… 다름 아닌 요가의 선조, 혈신자였다.
노인이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요운의 미간에서 문양이 즉각 밝아졌다. 그 순간, 요운은 몸을 격렬하게 떨었고 눈 속 깊은 곳에 깃든 저항의 기운은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졌다.
혈신자가 나타난 순간 빠르게 뒤로 물러난 한제는 최대한 빠르게 달아나면서 저물대를 두드렸다. 이곳에 천벌이 강림하지 않았다면 그는 곧장 세상에 녹아들어 달아나려 했을 터였다.
혈신자는 덤덤한 얼굴로 손을 들어 올려 한제를 가리키며 말했다.
“망월의 체내에서 가져온 것을 넘겨라.”
그 한없이 침착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 순간, 성난 하늘의 천둥처럼 콰르릉 소리가 울려 퍼지며 상상을 초월하는 폭풍이 생겨났다. 이 천둥의 폭풍은 너무도 강력해서 공간이 격렬하게 뒤흔들렸다.
이때 이 혈신자의 목소리는 천벌 아래 존재하는 하늘의 위엄 같았고 그 어떤 저항도 허락하지 않았다.
콰르릉!
붕괴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우주가 급변하기 시작했고 하늘을 채운 천벌의 구름도 계속해서 움츠러들었다. 이 모든 것은 혈신자의 목소리에 담긴 규칙의 힘 한 자락 때문으로 이는 순식간에 반경 10만 척의 규칙을 바꾸었다. 그의 마음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은 전부 붕괴할 터였다.
‘언출법수(言出法隨)!’
한제는 찬 숨을 들이켰다. 이 신통력을 이 정도 수준에 이르도록 수련하다니,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한제는 혈신자의 말에 깃든, 규칙을 바꾸는 힘에 대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가 말을 내뱉은 그 순간 수천수만 개의 참라결이 동시에 발휘된 듯한 느낌을 똑똑히 받았다.
육신마저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에 한제는 곧장 고대 신의 솥을 소환했다. 그러나 그 순간, 피를 한 움큼 토해내고야 말았다.
‘혈신자도 분명 부상을 입은 상태일 터! 고대 신의 아이가 반점을 무너뜨린 충격은 절대 짧은 시일 안에 회복하지는 못했을 거야!’
한제는 피를 토해낸 뒤 더욱 빠르게 물러나면서 외쳤다.
“선배님 같은 분이 저처럼 보잘것없는 후배를 공격하시다니, 작은 것을 잡자고 너무 큰 대가를 치르시는 것 아닙니까? 그랬다가는 이것을 손에 넣어봐야 오히려 요가의 이름만 더럽혀질 것입니다.”
혈신자는 대답 대신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네가 나의 선술을 피할 만큼 운이 좋다면 너를 놓아주마.”
말을 마친 순간, 그의 오른손에서 붉은 빛이 번득이며 튀어나오더니 한 마리 핏빛 제비, 즉 혈연(血燕)이 되어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한제는 창백해진 얼굴로 공장 뒤로 물러나며 저물대를 두드렸다. 그러더니 눈을 질끈 감고 선계의 바위를 내던졌다.
“혼폭(魂爆)!”
이 선계의 바위는 탐랑의 손에서 얻은 것으로 그 혼을 뽑으면 무궁무진한 위력을 갖는 것이었다.
지금 한제가 던진 바위에서는 혼을 뽑지 않은 상태였기에 자폭의 위력은 더욱 강력했다.
혈연이 나타난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강력한 폭풍이 회오리를 형성하며 파멸적인 기운을 미친 듯이 발산했다.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물러나면서 입을 쩍 벌려 봉선인(封仙印)을 토해냈다. 그리고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자 봉선인은 곧장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이어진 광경에 한제는 헛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헛!”
바위의 붕괴로 형성된 폭풍과 충돌한 순간, 혈연이 입을 쩍 벌리더니 대수롭지 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그 엄청난 폭풍은 삽시간에 쪼그라들면서 모두 혈연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폭풍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혈연이 다시금 자신에게로 돌진해오는 것을 본 한제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봉선인에 새겨진 수십만 개의 금빛 문양을 쏘아냈다. 이 문양들은 곧장 혈연에게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혈연이 다시 입을 쩍 벌린 순간, 방금 흡수한 폭풍이 튀어나와 혈연의 통제에 따라 사방을 휩쓸며 금색 문양들과 충돌했다.
“저건 대체 무슨 선술인가! 내 신통력을 흡수하고도 멀쩡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거꾸로 활용하다니!”
한제는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혈연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는 저물대에서 세 번째 사신차를 꺼냈다. 세 번째 사신차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오색찬란한 나비로 변했다.
그 나비가 나타난 순간 혈신자의 표정이 구겨졌다.
모든 금색 문양을 피한 혈연이 곧장 돌진해 한제의 코앞에 이른 순간, 나비가 날개를 팔락였다.
순간 혈연의 두 붉은 눈동자가 번득였다. 그러고는 우뚝 움직임을 멈추더니 작은 입을 벌려 나비를 빨아들이려 했다.
나비가 다시 한 번 날개를 팔락였다. 그 날갯짓에 다채로운 색의 가루가 퍼져나갔다.
“캬아악!”
그 순간, 혈연은 고통에 찬 포효를 내지르며 나비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비는 날갯짓을 계속했다. 그때마다 혈연의 속도는 자꾸만 느려졌다.
그때, 혈신자가 냉랭한 얼굴로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순간 혈연은 온몸이 전보다 몇 배는 더 짙게 번득였다. 그러더니 어떤 속박에서 벗어난 듯 녀석은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앞쪽으로 달려들었다.
나비는 슬쩍 움직여 앞으로 날아가더니 혈연이 달려든 그 주변을 맴돌았다. 나비의 날갯짓 아래 다채로운 색의 가루가 퍼져나갔고 이에 제비의 몸에서 번득이는 붉은 빛은 점점 어두워지다가 결국 오색찬란한 빛을 내며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더니 이내 나비를 따라 움직였다.
그 무렵, 나비의 오색찬란한 빛 역시 적지 않게 어두워져 있었다. 상대의 신통력에 대항하는 것은 나비로 변한 사신차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혈연은 나비를 따라 한제 곁으로 다가왔지만 그를 공격하기는커녕 춤을 추면서 그 주위를 끊임없이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