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97
피할 틈도 없이 한제의 체내로 뚫고 들어간 뱀은 상상을 초월하는 두 갈래 힘이 되어 곧장 원신으로 향했다.
그중 한 마리는 더욱 빠르게 한제의 원신에 이르더니 독니를 드러내며 집어삼키려 했다.
허나 녀석의 입이 고신갑에 닿은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독니가 무너져 내리며 푸른 연기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은 거칠게 한제의 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또 한 마리의 뱀이 다가왔다. 그 순간…
콰르릉!
고신의 피갑이 굉음과 함께 진동했고 뱀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푸른 연기로 무너져 내려 그 근처를 맴돌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했으나 방금 까딱하면 죽었을 상황을 넘긴 한제는 창백해진 얼굴 너머로 살기를 번득이며 오른손의 두 손가락만 뻗은 채 나소를 향해 몸을 훌쩍 날렸다.
“말도 안 돼!”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던 나소는 경악했다.
규열기 중기 수준인 자신이 신식을 이용해 공격했음에도 상대는 조금의 손상도 입지 않았다. 이는 수천 년 동안 수련해온 그의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일이었다.
‘내 수준은 저 녀석보다 한 단계 높다. 원신을 보호하는 선보(仙寶)가 있다 해도 수천 년간 수련한 내 공격에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을 수는 없어!’
그때, 포효하며 달려든 두 마리 흑룡이 입을 쩍 벌려 그를 삼키려 했다.
“어딜!”
나소는 저물대에서 작은 북을 하나 꺼내 위로 던졌다. 그러자 북은 곧장 부풀어 올랐다.
둥-! 둥-!
두 마리 흑룡이 달려든 순간 북소리가 울리며 사방으로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허나 흑룡들이 내뿜은 음산한 바람에 그 북은 우뚝 멈췄고 북소리도 뚝 끊겼다.
몸을 뒤로 물리며 북을 가리킨 나소가 낮게 외쳤다.
“붕괴!”
그러자 북은 진동하다가 곧장 무너져 내렸고 그 안으로부터 엄청난 힘이 발산되며 흑룡 한 마리와 충돌했다.
꽝!
하늘을 뒤흔들 듯 엄청난 소리에 주위의 수련자들은 귓가에서 천둥이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북은 무너져 사라졌고 흑룡 한 마리도 수천 갈래의 파편으로 찢겨 흩어졌다.
한제는 재빨리 몸을 날려 남은 흑룡에 올라 탄 채 나소를 향해 돌진했다. 그는 나소의 신식에 틈이 생겼고 심신도 진동으로 인해 망가졌음을 눈치 챘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특히 상대가 원력을 이용한 신통력을 발휘한다면 위험해질 터였다.
청수가 있으니 자신이 죽지는 않겠지만 다음 관문으로 넘어갈 자격은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앞으로 돌진한 한제는 오른손을 들었다. 순간 봉선인이 나타나 엄청난 속도로 나소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나소는 창백해진 얼굴로 곧장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흘러넘칠 듯한 원력이 응집된 손바닥에서 한 덩어리 번개가 나타나 한제에게로 날아들었다.
한제는 덤덤하면서도 낮게 외쳤다.
“정(定)!”
그 한 마디에 나소는 자신을 두른 공간에서 미세한 실들이 나타나 자신을 옭아매는 것을 느꼈다. 몸부림을 쳐보아도 그 족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봉선인이 달려들었다. 동시에 봉선인에 새겨진 수십만 개의 금빛 문양이 나소를 뒤덮었다.
나소는 마음이 묵직해졌다. 원력을 이용한 신통술은 그의 장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신력의 신통술은 눈앞의 상대에게 아무런 작용도 미치지 못했다.
정신술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순간, 나소는 손에 쥐고 있던 불타는 번개를 내던졌다. 번개는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눈 깜짝할 사이 수백 척까지 커지더니 화염으로 타오르는 입을 쩍 벌려 봉선인을 집어삼켰다. 허나 그 화염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매섭게 압박을 가했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봉선인이 짓누르는 가운데 나소는 몸을 날려 피했다. 그는 엉망이 된 옷차림에 안색도 어두웠고 두 눈은 약간 붉어져 있었다.
“신식을 이용한 신통술에 영원히 저항할 수 있겠느냐?”
그는 곧장 한제를 향해 몸을 날림과 동시에 신식을 두 손에 응집시키더니 허공을 후려쳤다. 그러자 신식으로 이루어진 층층의 파문이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편, 한제는 정신술이 파괴되는 모습에 흠칫 놀랐고 그 반작용으로 원력이 크게 소모됐다. 그는 저물대에서 꺼낸 존혼번의 원신 하나를 집어삼켜 원력을 보충했다.
나소는 물러서는 대신 계속해서 달려들며 신식의 파문을 쏟아냈다.
곤극 채찍이 허공을 찢었고 파문 중 상당수가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채찍을 피한 파문들은 그대로 한제의 육신에 떨어졌다.
“큭!”
한제의 얼굴도 약간 창백해졌다. 고신의 피갑은 강력했지만 그럼에도 원신이 떨리는 것까지 막아주지는 못했다. 그는 전보다 더욱 살기 어린 눈으로 두 손에 원력을 응집한 뒤 결인을 그려 참라결을 층층이 발휘했다.
나소와 한제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신식을 통한 공격과 원력을 통한 저항, 원력을 통한 공격과 신식을 통한 저항이 반복됐다.
펑! 펑!
끊임없이 폭발음이 울려 퍼지면서 둘 사이의 전투는 점점 격렬해졌다. 한데 두 사람의 교전이 절정에 이른 그때…
“그만!”
염뇌자의 낮은 외침에 이어 강력한 원력 한 줄기가 발산되어 두 사람 사이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힘에 한제와 나소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청수의 편애
한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갑작스럽게 폭발하면서 온몸이 뒤흔들림과 동시에 뒤로 밀려났고 창백한 얼굴로 울컥 피를 토해내며 몇 걸음이나 밀려났다.
허나 나소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 역시 피를 토해내며 떠밀려 나갔다. 한제를 죽일 듯 노려보는 그의 눈에 짙은 살기가 드리웠다.
한데 한제가 피를 토한 순간, 청수의 눈에서 불꽃이 번득였다. 붉게 빛나는 그의 오른쪽 눈에서 살기 어린 붉은 빛이 짙어지는가 싶더니 한 줄기 극의 경계가 발출됐다.
“네겐 그를 죽일 자격이 없다!”
극의 경계가 발산되자 하늘과 땅의 색이 변하면서 얼음장처럼 서늘한 기운이 사방을 뒤덮었다. 그 기운에는 엄청난 힘이 깃들어 있어 수준 높은 수련자들도 대번에 안색이 변했다. 청수 선군(仙君)의 가장 큰 신통력을 경험하는 것은 그들에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만!”
염뇌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나소는 시야가 붉어지는가 싶은 순간 한 줄기 붉은 번개가 체내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고 순식간에 자신의 원신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끄아아악!”
나소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몸부림쳤고 그의 원신은 그 붉은 번개에 관통당한 순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무너져 내렸다. 또한, 육신이 피 안개로 터져나갔다.
그는 어떻게든 자신을 죽인 사람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결국 반도 돌아서지 못한 채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숨을 거뒀다.
나소의 시체에서 붉은 빛이 번득였고 그의 원신을 파괴한 그 빛은 다시 청수의 체내로 돌아갔다. 청수의 안색은 약간 붉어졌다.
사방이 적막에 휩싸였다. 방금 전의 광경에 수련자들은 모두 찬 숨을 들이켰다.
“청수!”
염뇌자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자네가 나의 사제를 공격했으니 나는 저자의 목숨을 앗은 것뿐이다.”
청수는 덤덤하게 대꾸했다.
“청수, 방금 난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네. 허나 자네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좌시할 수 없어!”
염뇌자는 청수를 노려본 채 말했다.
“실수였을 뿐이네. 허나 나와 싸우고 싶다면 기꺼이 응해주지.”
청수는 오른쪽 눈에서 붉은 빛이 번득였다. 천벌을 흡수하여 극의 경계를 회복한 그에게서는 당시의 그 거침없는 성격이 점차 또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가 나소를 죽인 유일한 이유는 한제에 대한 편애였다. 그는 스승의 은혜에 조금도 보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하고 있었다.
당시 스승이 실없이 던진 농담이라도 뼛속까지 되새길 기세였다. 그런 그에게 허목은 자신과 같은 스승을 모신 사제였다.
자신이 있는 한 그 누구도 사제를 건드리게 둘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나소의 눈에서는 분명히 살기가 번득였다.
한제는 침묵한 채 청수를 바라보며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형!”
그 말은 고요했던 사방에 순간 거센 파문을 일으켰다.
“사형? 저⋯⋯저 허목이 청수 선배님의 사제란 말인가?”
“정말 믿을 수가 없군! 청수와 허목이 같은 문파 출신이라니… 청수의 스승은 선제(仙帝) 백범이 아닌가? 그렇다면 허목도 백범의 제자란 말인가?”
허정은 어두운 얼굴로 입술을 핥으며 한제를 바라보았다. 여러 생각이 뒤섞였지만 결국 청수의 눈빛을 보고는 결정을 내렸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수련자와 머리 큰 소년도 깜짝 놀라 저마다의 생각에 잠겼다.
한편, 서자봉은 쩍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제와 청수의 관계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인지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한숨이 나왔다.
“내 신분으로는 저분과… 아무런 연도 맺을 수가 없겠구나.”
“주인님이 선제 백범의 제자였다니! 청수 선군의 사제였다니!”
지금 신공호의 눈에 드러난 공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광적이었다.
전공열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이었고 남궁한은 쓰게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허목과 청수 성군이 동문이라니. 보아하니 앞으로는 저자와 친하게 지내야 내게 득이 되겠군.’
그들뿐만 아니라 백옥으로 된 자리의 수련자들도 눈을 번득였다. 그들 모두 무척 놀란 상태였다. 오직 혈신자만은 냉소하고 있었다.
사방의 웅성거림을 말없이 듣던 염뇌자가 피식 웃었다.
“실수였다? 좋아, 이 일은 후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허나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게.”
청수는 말없이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본 염뇌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