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98
자신이 봉인을 열고 데려온 청수는 아직 수준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에게 어떤 힘이 숨겨져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는 극의 경계는 아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두려웠다. 그러니 염뇌자도 이런 일로 청수와의 관계가 틀어지기를 원치 않았다.
‘게다가 그 달 마수를 거둔 선배님 또한 내게 절대 청수를 화나게 하지 말라고 했지. 저자의 스승이었던 백범도 결국 굴복시키지 못해 좋게 다스리고 통제하려 했던 자니까. 그나저나 저 오만한 나소 녀석의 신식을 통한 신통력이 아깝긴 하군.’
염뇌자는 이내 한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자에게는 분명 원신을 보호하는 극강의 보물이 있는 모양이군. 청수가 준 것일까?’
이어서 염뇌자는 덤덤하게 말했다.
“허목, 합격!”
염뇌자는 새로운 문지기를 소환하여 나머지 사람들의 시험을 주관하게 했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문지기는 나소의 일로 충격을 받은 탓인지 총 325명의 후보들 중 196명을 합격시켰다.
나머지 수련자들은 전송진과 함께 사라지면서 뇌선전 밖으로 방출됐다.
“두 번째 관문은 지(地)의 관문이다!”
염뇌자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가 결인을 그린 후 광장을 꾹 눌렀다. 그러자 한 줄기 허상이 나타나 광장에 떨어졌고 그 순간 거대한 광장에 엄청난 굉음과 함께 수많은 푸른 전광이 흘렀다. 마치 전광으로 채워진 연못 같은 모습이었다.
이 전광들은 은빛 뱀처럼 계속해서 번득이면서 광장 안에 흘렀고 우렁찬 소리와 함께 서로 응집됐다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내 광장 중앙에는 30척 반경의 공터가 나타났다.
“15초를 버티면 통과다!”
광장을 채운 전광은 포효를 내지르듯 요란하게 맴돌다가 수없이 많은 전광으로 이루어진 허상의 뇌령(雷靈)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30척 반경의 공터 밖에 응집된 뇌령은 슬슬 움직이면서 질식시킬 듯한 기운을 발산했다.
모든 수련자의 눈빛이 한제에게로 향했다. 과연 한제가 두 번째 관문에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는 전광의 연못은 뇌선전에서 사자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할 중요한 관문이라더군. 뇌선전 사자는 네 등급으로 나뉘는데 20초를 버티면 4등급, 80초를 버티면 1등급이고 100초 이상을 버티면 뇌선전 안채의 사자가 될 수 있다는 거야! 허목 저자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기대되는군.”
“글쎄? 잘해야 20초 남짓이겠지.”
“전광의 연못에서는 수준을 엄밀하게 시험하지. 나는 오히려 동림성에서 온 허정이 더 궁금한 걸!”
사방의 수련자들은 잔뜩 기대에 부푼 채 구경에 나섰다.
전광으로 채워진 광장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뇌령(雷靈)을 몇 번 살피던 한제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서자봉은 입술을 깨문 채 그와 광장을 번갈아가며 살피기 시작했다.
불쑥 걱정이 솟구쳐 오른 그녀는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저물대를 두드리며 이를 악물고는 몸을 훌쩍 날렸다.
분홍색 나비처럼 날아오른 그녀는 주위 수련자들의 의아해하는 눈빛 속에 쟁탈전 참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곧장 한제가 있는 곳으로 날아간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저물대에서 푸른 옥패 하나를 꺼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걸 드릴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옥패를 한제의 손에 쥐어준 뒤 전보다 더욱 붉어진 얼굴로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동안 그녀는 심장이 쿵쾅쿵쾅 요란하게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렸다.
한편, 이 광경을 본 서가의 선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광의 연못으로 입장!”
염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광장을 채운 전광은 격렬하게 용솟음치면서 중앙의 30척 반경 공터까지 다 채워버렸다. 이제 광장은 완전한 연못이 되어 버렸다.
물결치는 전광의 기세는 놀랄 만했고 대부분의 수련자들을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저릿했다.
특히 뱀처럼 전광 속을 유영하는 뇌령은 수시로 포효를 내뱉었다.
허정은 차게 코웃음을 치며 가장 먼저 연못으로 들어갔다. 그의 두 발이 연못에 닿은 순간, 수많은 전광이 그의 다리를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삽시간에 그는 그 전광으로 뒤덮여 버렸다.
허정은 몸을 부르르 떨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다섯 걸음 정도 안으로 걸어 들어간 뒤 가부좌를 틀었다.
다음은 신공호 차례였다. 그의 수준은 천둥번개와 관련이 있었고 일찍이 전광으로 가득한 땅에서 수련한 경험이 있었기에 무척 여유로운 얼굴로 전광의 연못 안에 들어선 뒤 가부좌를 틀었다.
뒤를 이어 계속해서 사람들이 연못으로 진입해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그러나 수준이 부족한 몇몇은 연못에 발을 들인 순간 격렬하게 경련을 일으키면서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심한 내상을 입은 듯 얼굴이 창백했다.
한제는 자신에게 옥패를 건넨 후 저 멀리서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는 서자봉을 힐긋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신식으로 그 안의 내용을 훑어본 한제는 이 옥패가 극강의 천둥번개에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물건임을 파악한 상태였다.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침묵하던 그는 옥패를 품 안에 넣고 연못으로 들어갔다.
서자봉은 고개를 숙이고는 있었지만 곁눈을 통해 한제의 거동을 살필 수 있었다. 그녀는 한제가 옥패를 품에 넣는 것을 본 순간 심장이 더욱 빠르게 박동하는 것을 느꼈다.
허나 그녀는 자신의 사촌 오라버니인 청의의 잘생긴 사내가 연못 안에 들어서더니 증오에 가까운 적대심이 어린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고 있음은 알지 못했다.
한제는 덤덤하게 연못에 들어섰다. 그의 오른발이 전광의 연못에 닿은 순간, 엄청난 천둥번개의 힘이 그의 다리를 타고 체내로 흘러들었다. 동시에 상쾌함이 곧장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의 걸음마다 연못에 흐르는 전광이 번득이면서 그의 몸을 끊임없이 배회했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빈자리를 찾은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두 번째 관문이 시작됐다. 북으로 시간을 재겠다!”
염뇌자의 목소리가 떨어지자마자 하늘에서 두 명의 뇌선전 사자가 나타났고 그들 사이에 검은 빛이 번득이는가 싶더니 거대한 북으로 변했다.
둥!
첫 번째 북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여태 끊이지 않던 천둥소리를 대체하는 듯했다. 한 번의 북소리는 곧 1초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드넓은 연못에는 2백 명 정도의 수련자가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첫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짐에 따라 연못 안의 전광은 진동하듯 3촌 정도 솟아올랐고 격렬한 천둥소리를 내면서 번쩍였다. 마치 연못 안에 천둥의 폭풍이 일어난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그 폭풍 속에서 전광으로 응집되어 형성된 뇌령은 더욱 민첩하게 움직였고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천둥의 위엄을 발산했다.
그 위엄이 퍼져나간 순간, 연못에 깃든 힘은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며 대량의 전광이 수련자들의 체내로 뚫고 들어왔다.
수련자들은 버텨내거나 방어 법보를 꺼내 들었다. 순간 이 드넓은 연못 안에서 눈부신 빛이 번득였다.
허정의 주위에서는 검은 기운이 맴돌며 그 전광의 힘이 체내로 침범하는 것을 막았다.
한제는 대량의 힘이 체내로 쏟아져 들어온 순간, 원신을 자양시켰다. 덕분에 이전에 나소와의 전투로 손상을 입었던 그의 원신은 빠르게 회복됐다. 그는 아예 두 눈을 감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둥!
두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전광의 힘은 더욱 짙어졌다. 뇌령은 포효를 내지르며 마치 채찍처럼 가닥가닥 굵은 전광을 휘둘렀고 이에 가격당한 수련자들은 격렬하게 몸을 떨었다.
누가 누구를 삼키나
북소리가 이어졌다. 세 번째, 네 번째⋯⋯. 그렇게 열 번째 북소리가 울렸을 때, 연못을 채운 천둥번개의 힘은 놀라울 정도였고 전광들은 높이 솟아올라 광장 전제를 채웠다.
그때, 남쪽 영역에서 온 수련자 한 명이 창백한 얼굴로 한 움큼 피를 토해내면서 엄청난 힘에 떠밀리듯 곧장 나가떨어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는 것이 심한 내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허정의 근처에서 맴도는 검은 안개는 훨씬 진해졌다.
허정은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으나, 강렬한 눈빛으로 한제를 주시했다. 그는 한제가 전광의 연못 안에 들어온 이후의 거동에 의아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허목 저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아무런 법보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저 폐관수련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지. 더구나 천둥번개의 힘이 저자의 체내로 들어간 뒤 그냥 사라져버리다니, 이상한 일이군.’
머릿속에는 각종 추측들이 떠올랐지만 한제가 저토록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는 진짜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하늘에 떠 있던 뇌선전의 사자 두 명 중 한 사람이 다시 한 번 검은 북을 때렸다.
둥-!
열한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연못 안의 모든 전광이 진동하더니 한쪽으로 응집되면서 길이가 1천 척에 달하는 어떤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뱀 같기도 하고 용 같기도 한 그것은 온몸으로 천둥번개의 위엄을 짙게 발산했다.
이것이 바로 뇌령이었다.
“쿠오오!”
뇌령의 포효에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고 수련자들의 심신이 진동했다.
허정은 주위를 맴돌던 검은 기운이 무너져 내릴 뻔하자 다소 놀란 듯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더 많은 기운을 미간에서 발산했다.
허정이 이럴 정도이니 다른 수련자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온 세상을 뒤흔들 듯 요란한 소리에 열 명이 넘는 수련자가 피를 토하며 뒤로 떠밀렸다.
뒤이어 열두 번째, 열세 번째, 열네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뇌령은 더욱 격렬하게 포효했다. 그리고 마지막 열다섯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진 찰나, 뇌령은 몸을 날려 연못을 향해 입을 쩍 벌리더니 대량의 전광을 토해냈다.
콰르릉!
주위에서 구경하던 수련자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들은 시험장 밖에 있었음에도 그 뇌령의 포효에 저항할 수 없는 하늘의 위엄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응집되던 그 하늘의 위엄은 뇌령이 토해낸 전광 아래 절정에 이르렀고 이에 연못에 남아 있던 수십 명의 수련자들은 피를 토하며 뒤로 떠밀렸다.
신공호는 힘겹게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는 뇌선전의 사자로 발탁됐을 당시 딱 15초를 버틴 바가 있었다.
전공열 역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이를 악문 채 버티고 있었다.
여섯 개의 손가락을 가진 수련자와 머리 큰 소년도 힘겹게 버티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아직 전력을 다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제처럼 여유로운 모습은 아니었다.
이 무렵 한제는 원신의 손상이 거의 다 회복됐을 뿐만 아니라 당시 요빙운과의 전투로 얻은 숨겨진 병 역시 말끔히 제거된 상태였다.
심지어 뇌령의 포효에 깃든 천둥번개의 위엄이 떨어졌을 때, 한제는 마치 어떤 아이가 자신을 향해 포효하는 것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상한 느낌이기는 했지만 분명 그랬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강력한 존재처럼 보였지만 한제가 보기에는 그저 아기일 뿐이었다. 뇌룡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아기…
한제는 착실하게 천둥번개의 힘을 흡수했고 태고의 뇌룡과 같은 모습을 한 그의 원신은 점차 강력해졌다.
열다섯 번째 북소리가 울리자 뇌령은 모종의 속박에서 벗어난 듯 더욱 크게 포효했고 몸을 날리면서 뇌광의 파도를 일으켰다. 그 파도에 부딪힌 열 명이 넘는 수련자들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뒤로 나가떨어졌다.
득의양양한 뇌령은 포효하며 다시 몸을 날렸다. 이번에 그 기세에 휘말린 이들 중에는 한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뇌령이 1천 척에 달하는 몸을 날린 순간,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뜨고 뇌령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세상 물정 모르고 뛰노는 아이를 보는 어른의 눈빛이었다.
뇌령은 한껏 득의양양해 있던 와중 한제의 눈빛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