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99
그 눈빛은 곧장 그의 몸을 관통하여 뇌혼(雷魂)에 떨어졌고 그것은 깊은 곳에 있던 강력한 힘을 폭발시키듯 솟구쳐 오르게 했다.
동시에 뇌령은 혼비백산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우뚝 멈춰선 채 몸을 잔뜩 웅크렸다.
이는 본능으로 좀 전에 느껴진 한 줄기 힘에 물러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제는 그 뇌령에게 관심도 두지 않은 채 두 눈을 감았다.
그는 이 뇌령이 분리되어 나온 하나의 뇌혼임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뇌선전을 지키는 뇌령은 이 정도가 아닐 터였다.
한편, 뇌령은 놀란 듯 몸을 잔뜩 웅크렸다. 일찍이 지능을 갖게 된 녀석은 수련자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 전, 마치 조상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는 태어날 때부터 뇌혼 안에서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기억이었다.
태고에 하늘은 뇌룡에게 천둥번개의 힘을 부여했고 이로 인해 만 가닥의 천둥번개를 영혼으로 삼는 뇌령이 태어났다. 세상의 모든 천둥번개의 힘은 뇌룡의 것이었다.
하지만 뇌룡은 불사의 존재가 아니었다. 녀석은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죽음 역시 천둥번개 속에서 맞았고 죽은 뇌룡은 뇌령이 되어 허공으로 돌아가 다시 천둥번개의 힘이 됐다.
그러던 중 뇌의 선계의 뇌령 하나가 한 선인의 신묘한 방법에 따라 흩어지지 않고 뇌선전을 지키는 신수(神獸)가 됐다.
뇌령은 한제를 보자마자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충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한제가 눈을 감은 뒤로는 태고의 뇌룡과 같은 위엄을 발산하지 않았다.
그저 전광을 흡수할 따름이었다. 이에 한시름 놓은 뇌령은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성난 포효를 내질렀다.
한편, 검은 기운 속에서 이 광경을 똑똑히 지켜본 허정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눈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저 허목이라는 자는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존재였다.
“마⋯⋯ 말도 안 돼. 뇌령이 눈빛 한 번에 저렇게 겁을 먹다니…”
신공호 역시 놀라움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동시에 한제를 처음 봤던 당시가 떠올랐다.
전광이 흐르는 뇌옥(雷獄)에서 걸어 나오던 상대의 모습을 그는 평생 잊을 수가 없었다.
검은 머리가 사방으로 나부끼던 그의 눈에서는 상대의 온몸을 그대로 붕괴하게 할 법한 눈빛이 번득였다.
전공열 또한 그 뇌옥에서 펼쳤던 신공호의 교전이 떠올랐다. 당시 신공호는 한제의 지시에 따라 단번에 천둥번개의 규칙을 파악한 듯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 광경을 목격한 이들은 하나같이 심신이 급격하게 진동했고 경악하기까지 했다.
한제는 다른 모든 것은 잊은 듯 천둥번개의 규칙을 살피고 점차 그 안에 침잠해가기만 했다.
이 모습에 광장 밖의 백옥 좌석에 앉아 있던 청수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반면 염뇌자는 흠칫 놀라며 쓰게 웃었다.
‘저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뇌령으로 제련됐을지도 모른다. 그걸 깜빡하고 있었군. 그러니 이 지(地)의 관문은 녀석에게는 제 집 마당을 쏘다니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인지도 모르지.’
염뇌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쓰게 웃었다.
‘저 녀석에게 뇌수를 빌린 값이라 치지. 청수도 이걸로 이전 관문에서의 불쾌함을 잊을 테니 잘된 일 아닌가?’
한편, 뇌령은 마치 선배에게 한 마디 꾸지람을 듣고 엄한 곳에 화풀이하는 어린아이처럼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다른 수련자들에게 달려들었다.
녀석이 가장 먼저 달려든 대상은 서자봉의 사촌 오라비였다. 이에 푸른 옷을 입은 잘생긴 청년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세 개의 푸른 옥패를 소환해냈다. 그를 향해 달려든 전광은 모두 그 옥패들에 흡수됐다.
“캬오오!”
더욱 화가 치솟은 뇌령은 포효하며 직접 돌진해왔다. 이 포효에는 모든 분노를 담은 듯 강력한 힘이 배어 있었다.
청의의 사내는 표정이 크게 변해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결국 이를 악물었고 버티어 섰다.
순식간에 1천 척에 달하는 뇌령과 청의의 사내가 충돌했다.
콰르릉!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세 개의 옥패는 쩍 갈라지더니 펑 하고 가루가 되어버렸고 청의의 사내는 피를 토해내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잔뜩 화가 난 뇌령은 끝까지 그를 뒤쫓으며 입을 쩍 벌렸다. 그 입안은 무수한 천둥번개로 가득했다.
청의의 사내는 더욱 빠른 속도로 내달려 겨우 광장을 벗어났다. 그러자 뇌령은 약이 오른 듯 몸을 훌쩍 날려 다른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
하늘에서는 열여섯 번째, 열일곱 번째, 열여덟 번째 북소리가 울렸다. 이에 뇌령은 미친 듯이 움직이며 광장의 수련자 대부분을 몰아냈다.
우렁차게 포효하며 몸을 날리던 뇌령은 이번에는 신공호와 전공열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쓰게 웃으며 곧장 도망쳤다. 이어서 열아홉 번째 북소리가 울리는 동안 머리 큰 소년과 손가락이 여섯 개인 수련자도 광장을 떠났다. 지금 저 뇌령을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제 이 광장 안에는 단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
허정의 몸을 맴도는 검은 기운은 더욱 짙어진 채 반경 30척을 가득 채웠고 달려드는 전광을 가로막고 있었다.
1천 척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한제가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는 내내 눈을 감은 상태로 줄기줄기의 천둥번개가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 안에서 사방으로 머리카락이 나부끼는 모습은 마치 뇌선(雷仙) 같았다.
허정은 속으로 씁쓸함을 삼켰다. 천둥번개의 힘은 갈수록 짙어져 자신으로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허나 맞은편에 꼼짝 않고 버티고 있는 한제보다 먼저 광장에서 나가기도 싫었다.
‘어째서 저토록 여유롭단 말인가? 절대 질 수 없다!’
허정의 미간에서 더욱 짙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뇌령은 한제는 아예 내버려둔 채 허정을 노려보더니 낮게 으르렁거리며 몸을 날렸다. 그 거대한 몸이 사방의 전광을 흡수하더니 상고 시대 천둥번개의 위력이 깃든 듯 강력해져서는 입을 쩍 벌린 채 허정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허정의 몸을 맴돌던 검은 기운이 흩어져 사라졌다.
허정은 창백해진 얼굴로 결국 광장 밖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인정할 수 없어! 허목 저자가 분명 무슨 수작을 벌인 것이 분명해!”
경기장 밖으로 벗어난 허정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뇌령은 허정을 쓱 훑어본 뒤 몸을 돌려 한제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혼란이 깃들어 있었지만 낮게 그르렁거리면서도 녀석은 감히 한제 근처로 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한제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때, 한제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그 순간, 두 갈래의 천둥번개가 두 눈에서 발산되었다.
한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광장의 중심까지 걸어갔다. 좀 전에 어렴풋하게 무언가를 잡은 듯한 느낌을 받은 그는 광장 중앙에 가부좌를 틀더니 다시 눈을 감고 좌선을 시작했다.
이 광경에 다른 수련자들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그러는 동안에도 북은 계속해서 울렸으나, 한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뇌령은 그 주위를 어슬렁거릴 뿐 다가서지는 못했지만 점차 두 눈이 험악하게 변해갔다. 상대를 집어삼키고 싶다는 충동이 점점 강해져간 것이다.
“저자를 삼키면 너는 뇌룡이 될 수 있다!”
그때, 뇌령의 뇌혼 속에서 누군가가 외쳤고 그 목소리에 뇌령은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녀석은 낮게 포효하며 광장의 모든 전광을 미친 듯이 응집시켰다.
천둥번개의 힘을 행사하다
“캬오오오!”
결국 뇌령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르며 돌진했다. 응집된 전광이 뇌룡에게로 모여들었고 광장의 바닥에는 쩍 하고 큰 균열이 일었다.
그 순간, 한제의 미간에서 전광이 번득이더니 태고의 뇌룡과 같은 형태의 원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고의 뇌룡은 세상 모든 천둥번개의 사자였다.
한제는 그 뇌룡에 완전히 융합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만약 완전히 융합된다면 모든 천둥번개의 힘을 장악할 수 있게 될 터였다.
태고의 뇌룡이 출현하자 뇌령은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한제의 원신으로부터 뇌령으로서는 감히 저항할 수 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녀석은 다른 모든 수련자를 집어삼킬 수 있었지만 이 선조의 기운 앞에서는 조금도 저항할 수가 없었다. 영혼에서 울려 펴지는 포효만 갈수록 격렬해졌다.
“저자를 삼키면 뇌룡이 될 수 있다니까!”
그때, 태고의 뇌룡과 같은 형상을 한 한제의 원신이 뇌령을 한입에 삼키려 들었다.
뇌령은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영혼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거의 실성한 채 큰 소리를 내지르며 마주 달려들었다.
태고의 뇌룡과 뇌령의 돌진에 광장에는 엄청난 전광의 파도가 일었고 전에 없이 강력한 힘이 발산됐다.
한제의 원신과 뇌령은 뒤얽힌 채 서로를 삼키려 들었다. 뇌령이 몸집이 훨씬 컸으나 아직 완전히 자라지는 않은 상태였고 뇌룡은 강했지만 한제와 완벽하게 융합되지 못한 상태였기에 둘은 거의 대등한 형세를 이루었다.
“크아아!”
태고의 뇌룡은 성난 포효를 내질렀고 뇌령은 전광이 흐르는 몸을 뒤틀며 반격하려 했다.
얼음장만큼이나 차가운 눈빛을 번득이던 태고의 뇌룡은 뇌령의 반격에도 아랑곳 않고 입을 쩍 벌리며 다시 달려들었다.
한제의 원신에는 당시의 탄혼(呑魂)의 특성이 남아 있었다. 이 특성은 태고의 뇌룡에 섞여 든 뒤 더욱 강력해진 데다가 지난 오랜 세월 수련을 거치면서 더욱 거칠고 포악해진 상태였다.
대립이 계속되던 중, 뇌룡은 뇌령의 절반 정도를 집어삼켰다.
“키야악!”
절반으로 줄어든 뇌령은 비참한 비명을 내지르고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광기 어린 포효를 내질렀다.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분노의 포효는 천둥이 됐고 그 위력은 더욱 거세어졌다.
굉음이 맹렬한 폭풍을 이루어 사방을 휩쓸었고 그 기세에 푸른 돌로 이루어진 바닥이 무너지면서 부연 먼지가 일었지만 그 먼지 역시 곧장 파괴되어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 한제가 가부좌를 틀고 있는 돌을 제외한 광장 바닥의 모든 돌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폭풍은 전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바깥쪽으로 다시 한 번 퍼져나갔다.
그러는 동안 광장 바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천둥번개의 힘이 솟구쳐 올라 뇌령에게로 달려들었다.
마치 천벌이 뇌선전에 내리 떨어진 듯한 이 광경에 수련자들은 표정이 급변해 뒤로 물러났다.
그 폭풍을 응시하던 염뇌자는 쓰게 웃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가 슬쩍 내렸다. 그러자 엄청난 광풍이 달려들어 광장의 폭풍과 충돌하더니 거대한 소리와 함께 둘 모두 사라졌다.
한편, 지하에서 솟아오른 천둥번개의 힘이 뇌령에 응집된 그때, 뇌령의 반절 정도를 삼킨 태고의 뇌룡은 어떤 충동을 느꼈다.
한제로서는 이전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던 충동이었다.
뇌령을 삼키면서 원신으로 스며든 거대한 천둥번개의 힘이 원신을 가득 채웠고 이제 더 이상 그 충동을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마치 그 힘이 체내에서 뚫고 나와 하늘을 향해 포효하려는 것만 같았다.
“크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