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02
염뇌자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으로 저물대에서 팔각형의 나무 조각을 꺼내 던졌다. 그 순간, 이 팔각형의 나무 조각은 급격하게 불어나더니 오색찬란한 빛을 번득이며 허공을 맴돌았다.
“광장으로 입장!”
염뇌자의 외침에 남은 112명의 수련자는 다시 광장으로 들어섰다.
뒤이어 염뇌자가 결인을 그리자 팔각형의 나무 조각에서 발산되던 오색찬란한 빛이 그 수련자들을 비추었다.
그 순간, 한제를 포함한 모든 수련자들은 심신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이내 의식을 잃었다.
그곳은 울창한 숲이었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 있었고 잎과 가지는 마치 커다란 그물처럼 하늘을 뒤덮었다.
드문드문 나 있는 틈을 통해서만 햇살이 떨어져 내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나하나의 빛기둥 같았다.
지면에는 썩은 잎들이 널려 있었고 그 안에서는 독충들이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꾸물거렸다.
사방은 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솨아아 하고 울리는 소리와 독충들이 바닥을 기어 다니는 소리로 가득했다.
저 멀리 어디선가 이따금씩 끔찍한 비명도 들려왔다.
바로 그때,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나무 한 그루에서 돌연 오색찬란한 빛이 번득였고 그 안에서 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곧장 훌쩍 날아올라 어느 나무 위에 내려앉더니 심금을 발휘하여 자신의 모든 기운을 감추었다.
오랫동안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갔던 한제에게 일선천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한 줄기 신식이 저 멀리서부터 뻗어오더니 계속해서 확장됐다. 하지만 두려움을 느낀 듯 곧장 수축하더니 이내 무너져 내렸다.
곧이어 저 멀리서 미약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제가 눈을 번득였다.
‘절대적인 실력이 있지 않은 이상 이런 곳에서 신식을 펼쳐서는 안 된다. 자신의 위치만 알리는 꼴이니까!’
한제는 체내의 원력을 가동하여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염뇌자가 말한 대로 이곳에 마치 분신과 같은 형태였다.
비록 본체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지만 여기서 죽는다 해도 본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터였다.
‘생사를 넘나든 경험이 많지 않은 수련자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겠군. 여러 가지 시험을 통해 진정한 수련자를 배양해는 것이 뇌선전의 진정한 목적인지도 모르지.’
한제는 축지성촌을 발휘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았으나, 이곳은 진짜 세상이 아니었기에 아무런 효과도 낼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연기가 되어 자리에서 사라졌다.
‘앞선 세 개의 관문과 달리 일선천은 진정한 쟁탈전이다. 여기서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아. 1위를 하고 싶다면 가장 많은 이들을 죽여야 해!’
그때, 멀리서 또 한 줄기 신식이 나타나 사방을 휘적거렸다. 이에 한제는 더욱 속도를 올려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신식의 주인공을 찾아냈다.
상대는 한제에게 두 번이나 시험을 방해받은 조일도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혼란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신식을 펼쳐 사방을 관찰하려 했으나, 그 순간 강렬한 위기감이 덮쳐들었다. 이에 그는 그제야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직감하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는 곧장 달아났으나 어느새 짙은 살기를 품은 검은 안개가 다가와 그를 순간적으로 삼켜버렸다.
“끄아악!”
처참한 비명에 한제는 우뚝 멈춰 섰고 1천 척 정도 떨어진 곳에서 냉랭한 눈으로 검은 안개를 살폈다.
검은 안개는 조일도의 피부와 뼈를 포함한 모든 것을 흡수하는 듯 꿈틀거렸고 잠시 후 그 안에서 허정이 걸어 나왔다.
입술을 핥던 허정의 눈이 한제의 시선과 얽혔다.
“우리 전투는 맨 마지막으로 남겨두는 것이 어떨까 하는데?”
허정은 내심 한제를 꺼려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먼저 나서서 상대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한제는 냉랭한 눈으로 허정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지금은 허정과 싸우는 것보다 다른 수련자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는 것이 더 중요했다.
허정은 한시름 놓고 검은 안개 속으로 녹아들었다. 두 사람은 암묵적으로 방금 그들이 마주쳤던 곳을 경계선으로 삼아 서로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으려 했다.
한제는 다른 수련자들을 일일이 찾으러 다니는 고생을 하는 대신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신식을 사방으로 펼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수련자들의 신식이 폭발하듯 달려들었다.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입을 벌리더니 봉선인을 토해냈다. 봉선인은 허공에 둥둥 뜬 채 금빛을 발산했다.
‘당시 이 봉선인에 새겨진 수십만 개의 문양 중 두 개에 위력이 서로 다른 수련자의 원신을 하나씩 봉인해 놓았지. 지금처럼 허상과도 같은 상태로도 봉인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한제는 죽음을 자초하며 달려들 첫 번째 수련자를 덤덤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셋을 세기도 전에 오른쪽 숲에서 누군가가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하지만 거리가 1천 척으로 줄었을 때, 상대가 한제임을 눈치 챈 그는 우뚝 멈춰 서더니 곧장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봉선인이 튀어 나가 곧장 그 수련자를 뒤쫓았다.
수련자는 겁에 질린 채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신통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 신통력은 봉선인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봉선인은 순식간에 상대를 따라잡더니 거대하게 불어나 내리 떨어짐과 동시에 대량의 금색 문양을 확산시켜 그 수련자의 모든 퇴로를 막았다.
수련자는 절망한 표정으로 재빨리 저물대에서 1백 자루가 넘는 비검을 꺼냈다. 어떻게든 저항해보려는 듯했으나 비검들은 모두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수련자 역시 뭉개져 버렸다.
그 순간, 봉선인으로부터 금색 문양 하나가 돌연 번득이며 튀어나와 그 흩어진 수련자의 체내에 녹아들더니 영성(靈性)을 짙게 띤 채 되돌아왔다.
한제는 봉선인을 회수해 자세히 살피다가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불쑥 말했다.
“언제쯤 공격할 생각이지?”
그러자 전방의 숲에서 잠시 후 네 사람이 걸어 나왔다.
모두 양의의 수준인 그들은 서로를 돌아보았고 한 명이 날카로운 눈을 번득이며 저물대에서 호리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리자 호리병은 붉은 불꽃을 넘실거리며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곁의 세 사람 역시 이를 악물었다. 지금 공격하지 않는다면 상대의 손에 죽을 것이 자명했다.
한 사람이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자 사방에서 수많은 초목들이 미친 듯이 자라나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른 한 사람은 입을 쩍 벌리고 검은 구슬을 토해냈다. 그 구슬 역시 광풍을 발산하며 한제에게로 돌진했다.
나머지 한 사람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는데 그러자 1백 개가 넘는 꼭두각시들이 나타나 한제에게 주먹을 뻗어왔다.
한데 그 순간, 가장 먼저 나서서 호리병으로 공격을 해오던 수련자가 멈칫하더니 곧장 몸을 뒤로 물렸다.
나머지 세 사람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거의 동시에 몸을 돌렸고 네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제는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가볍게 손을 휘둘렀고 그러자 봉선인이 쏟아지던 모든 공격을 무너뜨린 뒤 훌쩍 날아가 한 수련자를 뒤쫓았다.
쾅!
봉선인은 거대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그 수련자를 제압하더니 방향을 틀어 다른 수련자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수십만 개의 금색 문양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이내 그중 네 개의 문양에 영성(靈性)이 짙게 드리웠다.
한제는 여러 개의 문양 중 특히나 더 번득이는 네 개의 문양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득였다.
“만약 존혼번과 봉선인을 결합한다면?”
한제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콰르릉!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사방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더니 곧 봉선인이 되돌아왔다. 그 위에 새겨진 문양 중 영성을 띤 문양은 이제 네 개에서 일곱 개로 불어난 상태였다.
봉선인을 손에 쥔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편, 신공호는 창백한 얼굴로 숲속을 빠르게 내달리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이르자마자 누군가의 짙은 살기에 포착된 상태였다. 만약 그가 곧장 도망치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지게 됐을지도 몰랐다.
허나 그토록 빠르게 반응했는데도 부상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혈색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로 다급히 도망치는 그의 뒤로는 머리 큰 소년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었다.
소년의 얼굴에는 여전히 바보 같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
신공호를 바라보는 소년의 미소는 어딘가 서늘했다.
소년은 오른손을 들어 번득이는 보라색 빛을 한 줄기 응집해 앞으로 내던졌다. 그 보라색 빛은 수십 척 크기의 보라색 개미 한 마리로 변했다.
이 개미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거대한 집게 이빨을 쩍 벌린 후 월등히 빠른 속도로 신공호를 거의 따라잡았다.
상대가 자신이 길러낸 천명 개미의 이빨에 두 동강 날 것을 예감한 소년의 미소는 한층 더 서늘해졌다.
“이곳에서 저물대를 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군. 천명 거미를 소환할 필요 없이 법보로 저자의 원신을 거둘 수 있었을 텐데⋯⋯.”
위기의 순간, 신공호는 이를 악물고 몸을 돌리더니 달려드는 거대한 개미를 향해 주먹만 한 번개공을 내던졌다. 그 번개 공은 나타나자마자 콰르릉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개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둘의 수준 차이가 너무 컸다. 번개 공은 개미에게 이른 순간 그 집게 이빨에 잡혔다.
펑!
하늘을 뒤흔들 듯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개미는 아랑곳 않고 몸을 날렸다. 녀석의 집게 이빨은 서늘한 빛을 번득이며 신공호를 꽉 죄었다.
“크흐흐… 제기랄.”
신공호는 비참하게 웃었다. 그가 이곳에 이른지는 일각도 안 돼, 심지어 자신의 필살기조차 발휘해보지 못한 채 이렇게 허망하게 전장을 떠나게 됐다는 것이 어처구니없었다.
한데 그때, 돌연 신공호의 눈빛이 변했다. 자신에게 익숙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순간, 금빛이 하늘을 가득 채움과 동시에 냉랭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봉인!”
그 순간, 사방으로 퍼져나갔던 금빛은 순간 응집되어 신공호의 온몸을 뒤덮었다. 이제 개미의 집게 이빨은 금색 문양을 죄고 있는 것과 같았다.
이어서 금색 문양의 폭풍이 사방을 휩쓸었고 천명 개미는 몸을 부르르 떨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천둥, 파멸
소년은 여전히 바보 같이 웃으며 전방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잔뜩 가라앉은 얼굴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얼른 뒤로 달아났다.
이내 신공호 뒤의 숲으로부터 한제가 걸어 나왔다. 그의 앞에는 봉선인이 떠오른 채 부드러운 금빛을 발사하고 있었다.
“주인님!”
신공호가 열광적인 공경심이 어린 표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