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04
신공호는 숨어 있던 곳에서 걸어 나와 큰 나무의 꼭대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데 하늘의 전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그의 어깨를 무언가가 툭 건드렸다.
“헛!”
신공호는 재빨리 튀어 나가며 신통력을 발휘하려 했다. 한데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풋! 뭐 그리 겁을 먹고 그러나? 뭐, 사실 나도 좀 전에 네가 튀어나왔을 때 깜짝 놀랐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남궁한이었다. 그는 방금까지 신공호가 있던 나무 위에 앉아 감탄하며 전투를 바라보았다.
“밤중에 이런 장관을 보게 될 줄이야. 아주 즐거운 일이야!”
말을 마친 그는 저물대에서 술주전자 하나를 꺼내더니 한 모금 들이켰다.
멍하니 남궁한의 저물대를 바라보던 신공호는 시선을 거두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른 나무 한 그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하, 눈치챘나?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나도 재수가 없어 본체로 이 살육의 전장에 임하게 됐지. 그 사실을 일찍 알아채서 다행이야. 그러지 않았다면 막무가내로 달려들다가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난 줄곧 숨어 있다가 살육이 끝나면 나올 생각이었다. 그 편이 훨씬 안전하지!”
남궁한은 술을 한 모금 들이켠 뒤 울적한 얼굴로 말했다.
봉선(封仙)
한편, 먼 곳에서 여섯 개의 손가락을 가진 수련자가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 서늘한 빛이 번득였다.
‘그래, 너희 둘이 잘들 싸워라! 그래야 내게도 기회가 생길 테니까.’
그는 차게 웃었다.
마영과 봉선인의 충돌에 살육의 전장은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허정은 뒤쪽으로 수십 척 밀려났고 마영 역시 허정을 뒤따라 밀려났다.
한제도 30척 정도 밀려난 뒤 덤덤한 얼굴 위로 살기를 드러냈다.
뒤로 밀려나던 허정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끝없는 원력을 몸에서 내뿜었다. 동시에 그의 미간에서 발산되던 검은 안개가 빠르게 회오리쳤다.
“사탄(蛇呑)!”
그 외침과 함께 뒤에 나타난 검은 마영이 용솟음치더니 1천 척 길이의 커다란 뱀이 되어 단번에 삼키려는 듯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이전에도 이 신통력을 보았던 터라 그 위력을 알고 있던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 결인을 그리며 외쳤다.
“호풍!”
순간 검은 바람이 그의 오른손에서 피어올라 사방으로 퍼져나가더니 두 마리의 흑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캬오오!”
흑룡은 거친 포효를 내지르며 뱀을 향해 돌진했다. 음산한 바람이 서로 얽히며 불어닥쳤다.
허정이 소환한 커다란 뱀이 흑룡 한 마리를 물었다. 허나 호풍은 선제(仙帝)의 신통력이었다.
“캬아아!”
뱀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지르더니, 그 커다란 몸이 빠르게 부풀어 오르다가 이내 펑 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뱀에게 물렸던 흑룡이 또 다른 흑룡과 교차하면서 곧장 허정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정은 결인을 그린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리며 외쳤다.
“산림(山臨)!”
순간 검은 안개 한 줄기가 그의 뒤에서 폭발하듯 피어오르더니 짙게 퍼지면서 거대한 산을 이루었다.
온 하늘을 뒤덮을 듯 거대한 산은 허정을 따라 한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죽어라, 허목!”
허정의 포효에도 한제는 여전히 덤덤하게 상대를 응시했다. 허나 그의 눈에 담긴 살기는 갈수록 짙어져갔다.
흑룡이 상대를 향해 달려들던 순간,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 미간을 두드렸다. 지금 그는 더 이상 허정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미간의 붉은 선은 길어지더니 양쪽으로 벌어졌고 그 안에서 세 번째 눈이 나타났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번득이는 붉은 빛은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면서 미친 듯이 확산됐다.
한제에 의해 봉인되어 있던 끔찍한 힘은 세 갈래의 봉인 중 하나가 열리면서 삼분의 일 정도 폭발하여 그 붉은 빛 속에 섞여들었다.
한제를 압박해오던 검은 산은 그 붉은 빛에 뒤덮이더니 곧바로 층층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1초도 안 돼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위기감의 허정의 온몸을 뒤덮었다. 그는 두려움에 물든 채 재빨리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붉은 빛이 번쩍 하고 검은 산을 흩어버린 뒤 한제를 따라 방향을 돌려 허정에게 달려들었다.
허정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체내에서 수천만 개의 천둥번개가 동시에 터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앞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쿵쾅, 쿵쾅⋯⋯.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온몸에서 솟아난 피와 원력은 미친 듯이 체내를 맴돌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미간에서 피어오른 검은 안개 역시 몸부치듯 포효하며 체내에서 튀어나가려 했다.
“이건 대체 무슨 신통력이란 말인가!”
허정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 붉은 빛에 휩싸여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힘이 그를 그곳에 단단히 붙들어 맨 것만 같았다. 끝없는 두려움과 공황이 그를 잠식해갔다.
붉은 빛 안에서 들려오는 포효가 거칠게 그의 체내로 뚫고 들어왔다.
허정은 그 붉은 빛에 감싸인 자신의 몸이 서서히 와해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부부터 시작해 피와 뼈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본원으로 돌아갔다.
뒤이어 그의 원신은 퇴화하여 원영기 수준에 이르렀고 다시 금단(金丹)이 됐으며, 최초의 영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영력은 다시 한 번 무너져 내렸고 허정은 절망적인 절규를 내지르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흩어져 버렸다.
분신에 깃들어 있던 한 줄기 본원의 힘도 튀어나와 붉은 빛에 녹아들더니 이내 사라졌다.
동시에 붉은 빛 역시 사라졌고 한제는 지친 얼굴로 몸을 훌쩍 날려 어느 나무 위에 가부좌를 튼 채 미간의 힘을 봉인했다.
먼 곳에서 술을 마시며 전투를 지켜보던 남궁한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겠군.”
신공호는 당시 뇌옥(雷獄)에서 자신을 한제에게 굴복하게끔 만들었던 바로 그 붉은 빛을 보고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섯 개의 손가락을 가진 수련자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이내 살기를 번득이며 곧장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허목도 분명 타격을 입었을 터. 지금이야말로 그를 처리하기에 좋은 때다. 분신인 상태라 해도 마도자 허목을 꺾는다면 이 주행도의 이름은 나천성역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
주행도는 심장이 쿵쾅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마치 번개처럼 오른손을 들었다. 그 여섯 번째 손가락에서는 눈부신 남색 빛이 번득였다.
순식간에 그는 한제 근처에 이르렀다.
신공호가 화들짝 놀라며 달려 나가려 했지만 한 발 늦은 상태였다. 남궁한은 이미 맹렬하게 몸을 날리고 있었다.
한데 주행도가 가까이 다가온 순간, 한제가 두 눈을 번쩍 떴고 서늘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꺼져라!”
그 한 마디는 엄청난 힘을 품은 천둥처럼 콰르릉 하고 울렸고 하늘에서는 돌연 번개가 나타나 주행도에게 내리 떨어졌다.
그 순간, 주행도는 셀 수 없이 많은 천둥번개로 심신을 강타당한 듯한 충격을 받고는 겁을 집어먹은 채 재빨리 도망쳤다. 번개는 방향을 바꾸며 집요하게 주행도를 쫓았다. 내리치는 번개의 수가 늘어갈수록 주행도는 마치 하늘과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보였다.
한제가 벌떡 일어나 몸을 날렸다. 천둥번개가 그의 발아래에서 펑 하고 터져나가면서 한제의 기세는 더욱 거세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주행도를 따라잡았다.
한제가 손가락 두 개를 펼쳐 앞을 가리킨 순간, 사방에서 전광이 그의 손가락에 응집되더니 한 줄기 빛이 되어 주행도를 향해 쏘아졌다. 마치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천둥번개가 위용을 뽐내는 것만 같았다.
“이, 이보게! 허 도우! 내 말을…”
주행도는 두 손을 바삐 놀려 결인을 그리랴 입으로는 한제를 설득하랴 바빴다. 허나 한제가 쏘아 보낸 천둥번개는 주행도의 모든 신통력을 파괴하고는 곧장 나아가 미친 듯한 폭풍이 되어 그의 체내를 휩쓸고 원신을 무너뜨렸다.
“끄아악!”
주행도는 처참한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의 원력을 밖으로 쏟아낸 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갔다. 그리고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 금색 문양이 번득이더니 주행도의 원력을 흡수한 뒤 봉선인으로 되돌아갔다.
한제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으나 미간의 봉인은 천천히 맞물려갔고 세 번째 눈도 흐릿한 금으로 변해갔다. 한제는 몸을 돌려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 나타난 남궁한을 바라보았다.
“나와 싸울 생각인가?”
남궁한은 멍한 얼굴로 한제를 바라보다가 껄껄 웃었다.
“허허, 그게 무슨 소린가? 나는 저자가 자네를 습격하려 하기에 저지하려던 것뿐이네.”
한제는 시선을 거둔 뒤 좌선을 시작했다.
하늘에서 바람과 구름이 용솟음쳤다.
오색찬란한 빛을 번득이던 구름이 내려와 세 갈래로 나뉘더니 한제와 남궁한, 그리고 신공호를 뒤덮었다.
신공호는 몸을 바르르 떨며 그 오색찬란한 빛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한제와 남궁한만이 이 빛에 이끌려 하늘로 솟아올랐다.
한제는 하늘에 한 갈래 균열이 나타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이내 그 균열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눈앞이 흐려졌다가 다시 또렷해졌을 때에는 지면에 깔린 푸른 돌과 사방에서 자신을 힐끔거리는 수련자들을 볼 수 있었다.
한제는 몸을 한 번 휘청거리며 땅에 내려섰다. 남궁한 역시 거의 동시에 내려왔다.
광장에 앉아 있던 108명의 수련자들은 이미 모두 정신을 차린 상태였는데 그중 허정은 잔뜩 가라앉은 얼굴로 말없이 한제를 응시했다. 주행도의 두 눈에도 분노가 가득했다.
염뇌자는 미소를 띤 채 자리에서 일어나 느릿하게 말했다.
“이제 뇌선전에서 108명의 선인을 봉하겠다!”
말을 마친 그가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자 순간 사방이 진동하면서 선계를 연상시키는 묘하고도 아름다운 가락의 곡조가 흘러나왔다. 상서로운 구름이 모여들어 짙은 선기(仙氣)를 내뿜으었고 몇 마리의 두루미가 곡조에 맞춰 춤을 추며 우는 소리마저 심금을 울렸다.
지금 뇌선전의 궁전들과 상서로운 구름이 어우러진 모습은 진정한 선계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수련자들은 각 가문의 선조를 위수로 하여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표정으로 광장 쪽을 내려다보았다.
백옥 좌석의 수준 높은 수련자들도 하나둘 일어섰고 뇌선전 사자들 역시 공손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