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05
각 수련성에는 뇌선전의 소리를 전하는 돌인 전음석(傳音石)과 뇌선전에서 특수한 전송진을 이용해 내보낸 지금의 장관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전음석은 뇌선전에서 보낸 것으로 봉선뿐만 아니라 연맹성역과의 전쟁에 대비한 것이었다.
나천성역 중앙의 뇌선전 세력 범위 밖, 동서남북 사방으로 살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동쪽 구역에는 수련자 무리들이 빽빽하게 모여들고 있었다. 적어도 1만 명 이상은 될 듯한 이들은 복장이 제각기였고 말없이 봉선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들 앞에는 붉은 갑옷을 두른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백발을 휘날리는 무표정한 얼굴의 그는 손에 전음석을 들고 있었다.
남쪽 구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노인이 이끄는 1만 명이 넘는 수련자가 허공에 가부좌를 튼 채 봉선 의식을 바라보았다.
서쪽 구역과 북쪽 구역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사람이 뇌선전의 봉선 의식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뇌선전에서 한 마리의 두루미가 춤을 추며 날아왔다. 입에는 노란 두루마리가 하나 물려 있었다.
상공을 선회하던 두루미는 염뇌자 상공에서 입을 벌렸다.
염뇌자는 두루마리를 받아 들더니 천천히 펼쳤다. 노란색 비단으로 된 두루마리에서 짙은 선기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아 귀중한 선보(仙寶)임이 분명했다.
“너희는 총 110명이니 원래대로라면 두 명이 더 떨어져야 하지만 모두 힘겨운 시험을 통과했으니 가장 강한 둘을 정뇌선(正雷仙)과 부뇌선(副雷仙)에 봉하고 나머지 108명을 36명의 천강과 72명의 지살(地煞)로 봉하겠다!”
염뇌자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푸른 돌로 바닥이 깔린 광장 위에 자리한 수련자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외쳤다.
“허목, 앞으로!”
한제는 눈빛을 굳히며 몸을 날려 앞으로 나선 뒤 포권을 했고 염뇌자는 신중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허목을 나천성역의 정뇌선에 봉한다!”
염뇌자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을 흔들었다. 순간 그의 손에서 금빛의 선필 한 자루가 나타나더니 노란 비단 두루마리에 첫 줄을 적었다.
정품뇌선 : 허목
그 여섯 글자는 적히자마자 금빛을 번득이면서 웅웅거리는 소리를 냈다. 뒤이어 그 글자들은 노란 비단을 뚫고 날아올라 한데 합쳐지더니 금빛 호랑이 한 마리로 바뀌었다.
“쿠오오오!”
1백 척이 넘는 그 호랑이는 하늘을 향해 포효하더니 훌쩍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한제로부터 10척 정도 떨어진 곳에서부터 급격하게 줄어들어 결국 3촌 정도 되는 작은 깃발이 됐다. 그 깃발에는 흐릿한 맹호의 허상이 새겨져 있었다.
“네게 선보 천호기(天虎旗)를 주겠다. 이것을 가지고 너는 나천성역의 수련자 3천 명을 부릴 수 있다! 그들을 이끌고 선봉에 서도록!”
염뇌자의 목소리는 마치 천둥처럼 콰르릉 하고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한제는 천호기를 받아 든 뒤 정중히 포권을 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 순간, 나천성역 전역의 수련자들은 한제의 모습과 목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저자가 허목이로군!”
“마도자 허목이 정뇌선이 되다니!”
모완
염운성(冉雲星) 안, 무척 아름다운 여인 하나는 봉선 의식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은 채 수련을 하고 있었다. 허나 이 순간, 그녀는 흠칫 놀라고야 말았다. 하늘에 떠오른 허상 속 한제의 모습에 닿은 그녀의 눈빛은 왠지 슬퍼 보였다.
놀란 것은 염운성의 모든 수련자가 마찬가지였다. 멍하니 하늘에 떠오른 허상 속 한제를 바라보던 그들의 마음속에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쳤다.
한편, 청령성(靑靈星)의 수많은 수련자들 역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탄성을 내질렀다.
“선조 어르신!”
횡운봉(橫雲峰) 꼭대기에서 수련을 하고 있던 사청의 눈빛이 감격으로 물들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중얼거렸다.
“스승님!”
멀리 떨어진 구석의 한 수련성에서는 빙산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요빙운이 복잡한 눈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저자가 뇌선이 될 줄이야⋯⋯.”
나천성역 북쪽의 반쯤 폐허가 된 수련성에서는 지난 반년 동안 내내 악취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 수련성의 수련자들은 정작 그 악취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는데 바로 그 수련성의 어느 산골짜기 안에서 탐랑이 살기 어린 눈으로 한제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허! 저 녀석이 벌써 저 정도 수준에 이르렀단 말인가?”
염뇌자가 낮게 외쳤다.
“허정, 앞으로!”
허정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섰다.
“너를 나천성역의 부뇌선에 봉한다! 2천 수련자를 이끌고 우리 나천성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허정은 2위라는 사실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듭니다!”
뒤이어 염뇌자는 계속해서 수련자들의 이름을 외쳤고 108명의 선인이 모두 봉해졌다. 각자 영기(靈旗)를 받은 그들은 이제 어엿한 선인이었다.
“정뇌선과 부뇌선, 그리고 36명의 천강은 승선지(升仙池)에 들도록!”
염뇌자가 소매를 휘두르자 그의 앞에 떠 있던 노란색 비단 두루마리는 흩어져 사라졌고 하늘의 상서로운 구름도 응집해 연못을 이루어 아래로 떨어졌다. 그 연못에서는 푸른 물결이 일며 심신을 뒤흔드는 기운을 발산했다.
“이곳에 들어가 경지를 녹이고 선원(仙元)을 형성하여 진정한 선인이 되도록!”
염뇌자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승선지의 푸른 물결에서 흘러나온 선기(仙氣)는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승선지 안에서는 이익을 얻을 확률과 폐해만 생길 확률이 반반이었기에 들어갈 것인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자연히 수련자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고 염뇌자는 묵묵히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선인으로 봉해진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나천성역 전역의 수련자들의 관심사였다.
나천성역 전체가 적막에 휩싸였다.
두 길 중 하나는 선인이 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수련자가 되는 길이라 볼 수 있었다. 둘 중 어느 쪽이 이득인지는 끝까지 가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다.
상고 시대, 그 당시의 연기사(煉氣士)들은 불로장생하는 선인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니 선계의 승선지에 들어가 체내의 원력을 변화시키고 선원(仙元)으로 만들어 진정한 선인이 되는 것은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했다.
선인은 경지를 수련하지 않고 깨달음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직 귀한 보물과 선기를 품은 단약만으로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선계가 붕괴한 뒤 새롭게 태어난 수련자들은 더 이상 선인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이미 선계는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그들이 수련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도(道)였다. 도를 수련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깨달음이야말로 수련자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천도를 깨닫고 그에 복종하거나 혹은 저항하기를 택해야 했다. 수준의 상승은 깨달음 없이는 불가능했다.
청수는 한제가 승선지에 들어가 경지를 녹이고 진정한 선인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야 진정한 백범의 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정은 잠시 침묵하다가 한제를 힐긋 바라보더니 이내 이를 악물고 승선지로 향했다.
일평생 고고하고 오만하게 살아왔고 동림성를 떠난 뒤에도 단 한 번도 적수를 만난 적 없는 그였지만 봉선 의식이 시작된 이래 번번이 한제에게 패한 상태였다. 그로서는 받아들이지 힘든 결과였다.
하지만 그는 한제를 인정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런 마음보다 분노가 훨씬 컸을 뿐이다.
그는 이대로라면 자신이 허목에게 압도당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다른 길을 택해 상대를 앞지르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이에 그는 경지를 포기하고 선인이 되는 길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승선지에 발을 들인 순간, 허정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고통을 느꼈다.
펄펄 끓는 듯한 연못의 물은 끊임없이 그의 체내로 스며들며 콩알만 한 땀방울이 이마에 맺혔다.
날이 선 칼 한 자루가 뼈와 살을 베고 척추를 뽑아내는 듯한 고통이었다. 1천 년이 넘는 세월의 수련을 통해 쌓아온 경지는 그 고통에 흡수되어 버렸다.
동시에 대량의 선력(仙力)이 체내를 채우며 그의 원력과 융합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전에 없던 힘이 그의 전신에 응집됐다.
“크아아아!”
일각 후, 허정은 하늘을 향해 포효했고 그의 머리카락이 마구 휘날렸다. 온몸에서 펑,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짙은 선기가 폭발했다.
그의 실력은 이전보다 한층 더 높아진 상태였다.
허정은 온몸으로 편안한 느낌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주먹을 바르쥔 그는 이전에 배웠던 선술들을 자유자재로 발휘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허목, 언젠가 너는 내 손에 죽게 될 것이다!’
허정은 승선지에서 밖으로 나와 형형하게 번득이는 눈으로 한제를 힐긋 노려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허정의 모습에 그동안 망설이던 수련자들이 하나둘 결정을 내렸다.
속속 승선지 안으로 들어섰고 비참한 비명을 내지르면서 수준을 폭발시킨 뒤 흘러넘칠 듯한 선기를 풍기며 느릿하게 걸어 나왔다. 그들의 표정에는 기쁨이 넘쳤다.
한편, 한제는 덤덤한 표정과 달리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는 세 번째 단계를 목격한 적도 있고 뇌의 선계에서 선제 백범의 광기를 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수수께끼였다.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이 길을 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또한 백옥 좌석의 수준 높은 수련자들 중 누구도 승선지에 눈길 하나 주지 않는 모습을 본 한제는 결심을 굳혔다.
정뇌선과 부뇌선, 그리고 36명의 천강(天罡) 중 17명이 승선지에 들어섰고 한제를 포함해 남궁한과 신공호, 전공열 등은 다른 길을 택했다.
“이는 너희 스스로의 선택이니 후회하지 말도록!”
염뇌자는 수련자들을 훑어보다가 오른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순간 승선지는 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이내 사라졌다.
“봉선석!”
염뇌자가 진중한 얼굴로 낮게 외치자 상서로운 구름이 수많은 운룡(雲龍)으로 변해 하늘을 선회했다. 하늘로부터 피어오른 놀라운 위압감이 사방을 뒤덮었다.
잠시 후, 한 마리의 운룡이 몸을 날리면서 입을 쩍 벌려 한 조각의 바위를 토해냈다.
5척 정도 되는 이 바위가 떨어진 순간, 온 뇌선전에 쾅 하는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뒤흔들렸다.
이어서 흘러넘칠 듯한 선기가 사방을 휩쓸며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