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13
한제는 발아래 일어난 파문과 함께 세상에 녹아들었다.
돌아오다
주작성 밖, 머리 큰 소년의 말이 나천성역에서 온 두 형제의 귀에 닿았다.
“선사(仙使), 저희는 저 수련성 안에서 조각상 하나를 봤습니다.”
두 수련자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며 말했다.
“가서 저 수련성을 처리하라고 했지 조각상이나 감상하라고 하지는 않았을 텐데?”
소년은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말했다. 그 얼굴에는 여전히 바보 같은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그 웃음에도 살기가 가득 배어 있었다.
그때, 동생이 뭔가 대답하려던 동생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며 형이 공손하게 말했다.
“선사님, 직접 가셔서 보시면 저희가 왜 돌아왔는지 아실 겁니다!”
말을 마친 그는 동생을 끌고 일행들과 합류했다.
머리 큰 소년은 음침한 얼굴로 두 형제를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주작성으로 달려들었다. 7급 수련성 정도는 돼야 자신이 신통력을 발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혀를 찼다.
“흥! 7급 수련성은 구경도 못 하고 이런 폐허가 된 수련성이나 봐야 한다니… 한데 여기에 대체 누가 있기에 저 자들이 놀라 기겁을 한 거지?”
궁금했던 그는 주작성에 이르기도 전에 신식을 펼쳤다.
규열기 초기 수준에 이른 그는 승선지에 들어가 경지를 선원(仙元)으로 바꾼 상태로 그 위력에 무척이나 흡족했다.
그런 그의 신식이 강력한 폭풍이 되어 휩쓴 순간, 주작성에는 전에 없던 충격이 가해졌다.
꽈르릉!
산봉우리가 무너져 내렸고 강과 바다가 솟구쳐 오르며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또한 그 신식은 천둥번개처럼 미친 듯이 요동치며 음폭을 형성했고 검은 구름이 되어 하늘을 뒤덮었으며, 묵직한 압박감을 전달했다.
주작성의 모든 수련자는 순간 수만 개의 산봉우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고 몇몇 문정기 수준 수련자들은 거의 원신이 무너져 내릴 뻔했다.
영변기 수준 수련자들은 피를 토하며 몸이 오그라들기까지 했다. 그러니 그 아래 수준의 수련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일반인들은 모두 의식을 잃었다. 만약 머리 큰 소년이 일반인은 죽이지 않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의 신식 아래 몇 명만이 가까스로 저항하고 있었다.
청룡의 혈통을 가진 데다가 문정의 결정을 전승받은 무태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분노로 가득 찬 포효를 내질렀고 온몸에서는 푸른 빛이 번득이며 파란 비늘이 됐으며, 그의 체내에서는 강력한 기운이 폭발했다.
그리고 이내 상공에 길이가 1천 척에 달하는 청룡이 나타나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크오오오!”
한편, 운작자는 온몸으로 금색 문양을 번득이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푸른 정맥이 울툭불툭 돋아난 그는 지금 하늘과 맞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상대의 신식에는 그를 굴복시키겠다는 신념이 깃든 듯했다. 그 신념이 자신의 영혼 깊은 곳에 낙인을 찍는 것만 같았다.
이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에 운작자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하며 포효를 내질렀고 그 순간 허공에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나무의 허상이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운작자의 몸에서는 강력한 기운이 솟아올랐고 그 기운은 이 짙은 압박감을 풍기는 신식을 돌파했다.
“흥!”
그때, 하늘에서 차가운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는 콰르릉 하는 음폭이 되어 대지를 뒤흔들었다. 하늘과 땅을 뒤집어엎을 듯한 기세였다.
운작자는 몸을 바르르 떨며 선혈을 한 움큼 토해냈다. 몸을 가득 덮은 금색 문양 역시 무너져 내렸고 그의 얼굴에는 비참한 미소가 드리웠다. 문양이 붕괴하면서 대항할 힘을 잃은 그는 신식에 배어 있는 신념에 따라 굴복하게 됐다.
머리 큰 소년은 여유롭게 뒷짐을 진 채 하늘에서 느릿하게 내려왔고 주작성 수련자들은 절망적인 얼굴로 이를 지켜보았다.
“폐허가 된 수련성에 남은 자들답게 모두 쓰레기 같은 것들뿐이로구나! 너희가 살아갈 이유가 어디 있느냐? 이 몸을 만난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기도록 해라!”
머리 큰 소년은 말을 마친 뒤 오른손을 들어 심드렁하게 먼 곳을 가리켰다.
그 손짓에 짙은 선기가 피어오르면서 한 줄기 금빛이 됐다. 이 금빛을 감싼 선기에는 두려울 정도의 선술이 배어 있었다.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 무태의 청룡은 순간 이 선술에 관통 당했다.
“캬오오오!”
처절한 비명과 함께, 주작성을 보호하는 청룡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무태는 몸을 부르르 떨며 피를 토해냈지만 그의 두 눈에서는 전의가 타오르고 있었다.
한데 그때, 머리 큰 소년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었다. 그의 신식에 저 멀리 떨어진 어느 종파 안의 거대한 조각상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조각상을 감지한 순간, 소년은 찬숨을 들이켰고 두 눈에 경악의 빛이 드러났다.
“저⋯⋯ 저것은⋯⋯.”
소년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심장은 빠르게 쿵쾅거렸고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허목은 그에게 악몽을 선사한 자였다. 일선천에서 상대에게 공격조차 해보지 못하고 당한 이래 그는 허목에 대한 두려움에 잠식되어 있었다.
심지어 승선지에 들어간 후로도 그는 감히 허목을 건드리거나 화나게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찬 숨을 들이마신 그는 몸을 훌쩍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순식간에 운천종 밖에 나타나 한제의 조각상을 곧게 주시했다.
“마도자 허목!”
머리 큰 소년은 창백해진 얼굴로 그 조각상을 응시했다. 이 조각상이 틀림없는 허목이라는 것을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보면 볼수록 간담이 서늘해지고 심신이 떨려왔다.
멍하니 그 조각상을 바라보던 머리 큰 소년은 그제야 그 두 형제가 왜 그렇게 기겁하고 도망쳐온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 자신도 당장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조각상 옆 광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철암은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소년을 바라보았다.
운작자의 눈이 번득였다. 그는 신식을 통해 그 머리 큰 소년이 좀 전의 두 수련자와 마찬가지로 한제의 조각상을 보고 두려워하는 것을 확인했다.
무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부상이 심각했지만 주작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든 맹세를 지켜야 했다. 주작성이 있어야 주작성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머리 큰 소년은 조각상과 눈을 맞추고 있는 것만으로도 진짜 허목과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폐허가 된 수련성 하나를 처리하자고 허목을 화나게 할 수는 없지. 한데 어째서 이곳에 허목의 조각상이 있는 거지? 저 상태로 보건대 족히 수백 년은 된 것 같은데⋯⋯. 그렇군! 허목은 연맹성역의 수련자였던 거야!”
머리 큰 소년은 엄청난 비밀을 알아낸 듯해 희열이 차올랐다. 그는 이 비밀을 가지고 허목의 이름에 금이 가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목숨까지 앗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미친 듯이 웃었다.
“크하하하! 허목, 너도 이제 끝이다! 부서져버려!”
그는 한달음에 달려들어 조각상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렇다고 허목을 화나게 할 생각은 아니었고 그저 화풀이를 하려는 것뿐이었다.
그때, 조각상 아래 광장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철암은 머리 큰 소년을 응시하면서 서늘한 목소리로 외쳤다.
“은인님의 조각상을 훼손한다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머리 큰 소년은 우뚝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철암을 바라보았다. 일찍이 상대의 수명이 거의 끝에 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소년은 냉소했다.
“허목이 직접 찾아온다 해도 난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소년은 다시 오른손을 들어 올려 조각상을 후려치려 했다. 한데 그 순간, 돌연 극도의 한기가 밴 서늘한 목소리가 주작성에 울려 퍼졌다.
온 대지를 얼음으로 뒤덮을 정도로 서늘하고 냉정한 목소리였다.
“정말인가?”
그 목소리에 머리 큰 소년은 뒤통수를 얻어맞기라도 한 듯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곧장 물러났다.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혼비백산한 그의 심신은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허목!”
소년은 물러나는 사이 한 움큼 선혈을 토해내면서 자신의 수준을 깎아 먹는 혈둔술(血遁術)을 발휘했다. 그 정도로 그는 허목이 두려웠다.
한편, 수백 년 만에 감격한 눈빛을 드러낸 철암은 조각상 옆쪽에 나타난 파문 속에서 걸어 나오는 인영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은인님!”
동시에 운작자가 찬숨을 들이마셨고 무태의 두 눈에는 기쁨이 차올랐다.
“이한제!”
이 순간, 의식을 잃지 않은 주작성의 모든 수련자가 이 광경에 깜짝 놀랐다.
이한제, 그는 주작성의 진정한 주인이었다.
“도망치지 못한다!”
한제는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살기가 어린 눈을 번득이며 앞으로 한 발 내딛었다.
머리 큰 소년은 어느새 혈둔술을 발휘해 온몸이 핏빛으로 뒤덮인 채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주작성을 빠져나가려 했다. 허나 한제가 한 발 내딛는 순간 발아래에서 파문이 일어나면서 사라졌고 순식간에 그 소년 앞에 나타났다.
한제는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음양을 품은 오른손을 휘둘렀다.
콰르릉!
그의 손바닥이 허공을 때린 순간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한제의 도념과 원력을 품은 힘이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머리 큰 소년의 몸을 뒤덮었던 붉은 빛은 순간 무너져 내렸고 그의 안색도 창백해졌다.
한제의 신통력은 허공에 떨어졌을 뿐이지만 발현된 흑백 중 백의 기운이 기이하게도 소년의 체내에 나타나 원신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헛! 이게 무슨…”
이런 신통력을 겪어본 적이 없었던 머리 큰 소년은 화들짝 놀랐다. 그러는 사이 체내로 들어온 기운은 소년은 온몸에 퍼진 선원(仙元)까지 와해시켰다.
그러나 소년을 경악하게 한 것은 흑색 기운이었다. 이 검은 기운이 그의 주위를 맴도는 사이 소년은 대량의 생기를 빼앗긴 듯 피부에 급격하게 주름이 생겨났다.
소년의 신통력은 순식간에 제거됐고 오히려 한제의 강력한 힘에 그 자신만 큰 충격을 받게 됐다. 머리 큰 소년은 유성처럼 지면으로 내려 꽂힐 것 같았다.
이 광경을 목격한 주작성의 수련자들은 하나둘씩 감정이 격앙되기 시작했다.
머리 큰 소년의 신식에 정신을 잃었던 수련자들도 점차 깨어났고 이들은 뭔지 몰라도 일단 검광을 타고 전장의 가장자리로 내달렸다.
이때 한제와 머리 큰 소년의 교전이 벌어지는 곳에서 멀지 않은 일반인 황궁에는 두 눈이 어두워진 백발노인이 한 명 있었다.
그 역시 머리 큰 소년의 신식에 부상을 입은 듯 보였지만 애써 신식을 펼쳐 하늘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전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어느 밀실이었는데 그 앞에는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된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 그림 속에는 자애로운 노인이 한 명 그려져 있었고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한 줄 새겨진 영패가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