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14
이가 일족 선조 이산의 령(靈)
머리 큰 소년
한편, 머리 큰 소년은 엄청난 힘이 엄습한 데 이어 온몸에서 펑, 펑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느꼈다.
몸이 땅에 처박히려던 그때, 소년은 체내의 선원을 급격하게 가동해 오른손으로 몸 곳곳을 두드렸다. 그리고 수천 척을 떨어지고 난 뒤에야 겨우 추락을 멈출 수 있었다.
쉬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곧장 위로 튀어 오른 그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전방을 가리키면서 체내로부터 흘러넘치는 듯한 선력을 폭발시켰다.
굉장히 짙은 이 선력은 그의 앞에 거대한 그물을 형성했다.
“선술, 멸령망(滅靈罔)!”
머리 큰 소년이 분노한 듯 외치자 그의 앞에 나타난 큰 그물이 순간 1천 척 크기로 부풀어 오르면서 곧장 다가오는 한제를 뒤덮을 듯 달려들었다.
허나 냉랭한 표정의 한제는 전혀 멈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선력으로 응집되어 이루어진 커다란 그물이 달려드는 순간, 몸을 날린 그의 발아래에서 파문이 이는가 싶더니 이내 한제는 종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소년은 기겁했다. 분명 뭔가가 이상했다.
자신의 혈둔술은 가문 사람 사이에서도 가장 빠르기로 유명한 술법이었다.
수준이 깎여나가는 것도 무릅쓰고 발휘한 술법은 순간이동보다 훨씬 빨랐다. 덕분에 그는 이전에 몇 차례 생사의 위기에서도 이 술법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금 허목이 발휘한 알 수 없는 신통력은 분명 혈둔술의 속도를 초월했다.
이를 아는 소년은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었고 그는 상대가 다시 한 번 발휘한 그 신통력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이에 머리 큰 소년은 온몸의 선원을 가동했다.
순간 그의 체내에서 돌연 하얀 연기가 분출됐고 이 연기는 분출되자마자 우르릉 하고 폭풍으로 변하더니 사방을 휩쓸면서 머리 큰 소년의 사방에서 격렬하게 쉭쉭 소리를 냈다.
그 폭풍이 소년의 주위를 맴도는 사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한제는 오른손 손가락 두 개를 펼쳐 휘둘렀다.
수십 갈래의 참라결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곧장 그 쉭쉭 거리는 선기의 회오리 앞으로 달려들었다.
머리 큰 소년은 진땀을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면서 다시 뒤로 물러났다.
그는 한제의 이 신출귀몰한 신통력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두려움을 느꼈다.
심지어 상대는 그 끔찍한 천둥번개의 신통력은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은 상태였다.
뒤로 물러나는 와중 소년은 초조한 듯 외쳤다.
“허목! 난 이곳에서 단 한 사람도 죽인 적이 없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매섭게 구는 것인가!”
한제는 냉랭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머리 큰 소년은 안도하며 곧장 튀어 나가 주작성 밖으로 향했다.
“허목 도우, 나와 자네는 적이 아니야. 이번 일은 나의 실수였으니 당장 떠나도록 하겠네!”
코앞에 닥친 생사의 위기에 소년은 심장이 쿵쾅댔다. 그는 이번에 이 수련성을 빠져나간다면 곧장 연맹성역에 마련해둔 나천성역 본부로 돌아가 허목의 진짜 정체를 폭로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허목! 내 결코 이 수모를 잊지 않겠다. 때가 되면 선배님들은 배신자인 너를 죽이려 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네가 어찌 도망칠 수 있겠느냐! 제아무리 청수라 해도 그런 상황에서는 너를 돕지는 못할 것이다!’
머리 큰 소년은 이를 악문 채 빠른 속도로 이동해 주작성의 가장 바깥층인 강한 바람이 부는 구간에 다다랐다.
여기만 빠져나가면 수백 명의 나천성역 수련자들과 합류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허목도 자신을 함부로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때, 한제가 피식 냉소했다. 그는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보듯 알 수 있었다.
“그냥 보내기는 아쉬우니 내 선물을 주지.”
한제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체내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댕-!
그와 동시에 한제의 근처에서 고신의 솥이 허상의 형태로 나타났다. 한데 허상이 나타난 순간, 한제는 덤덤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환위(換位)!”
그 순간, 도망치던 머리 큰 소년의 위아래에서 어스름한 빛이 번득였다.
그 빛의 출현이 어찌나 급작스러웠는지 소년은 흠칫 놀라고 말았고 이내 그의 눈에서는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두려움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순간, 소년과 한제는 자리를 바꿔 나타났다.
“말했을 텐데? 넌 절대로 도망치지 못한다고…”
한제는 머리 큰 소년을 향해 서서히 다가서면서 더욱 강력해진 서늘한 눈빛을 번득였다.
머리 큰 소년은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한제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저항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지금 이 순간, 한제는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선 거인처럼 보였다.
“결국 끝을 보자는 것이냐?”
소년은 이를 악물었고 두 눈이 흉악하게 변해갔다. 동시에 그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림과 동시에 중얼중얼 기이한 주문을 외웠다.
음산한 기운이 순간 사방을 뒤덮으며 퍼져나갔다.
“허목, 잊지 마라. 네가 먼저 나를 겁박한 것이다!”
머리 큰 소년이 주문을 다 외운 그때, 전방의 허공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반투명한 문양들이 나타나 번득였다.
이 문양들은 모두 음산한 기운을 발산했고 엄청난 속도로 소년의 체내로 뚫고 들어갔다.
“끄아아!”
소년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는 자신의 모든 법보와 신통력이 허목에게는 별다른 소용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특히 상대가 그 두려운 천둥번개의 신통술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에 더욱 불안해졌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심지어는 투항을 할까 하는 충동도 느껴졌다. 허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던 그는 결국 자신의 가장 강력한 술법을 발휘하여 마지막 저항에 나서기로 했다.
그 문양들이 체내에 녹아들자 소년의 육신은 빠르게 오그라들었다. 마치 육신의 정화가 순간 그 머리로 응집되는 것 같았다.
이 기이한 신통력을 발휘한 뒤로 그의 몸은 해골과 달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욱 왜소해졌다. 반면 원래도 몸에 비해 컸던 그의 머리는 놀라울 정도로 커졌다.
덕분에 이 소년의 모습은 더욱 흉측하고 매섭게 보였다. 정맥이 줄기줄기 마치 꿈틀거리는 지렁이처럼 머리 위로 울룩불룩 솟아올랐다. 일반인이 밤중에 이 소년을 보았다면 기겁을 할 것이 분명했다.
이 머리 큰 소년은 원래도 머리카락이 얼마 없었는데 머리가 거대해지고 난 뒤에는 그 얼마 없던 머리카락마저도 다 떨어져 버렸다. 이제 그의 머리에는 터럭 하나 남지 않았다.
“크아아! 네놈도 오늘로 끝이다, 마도자 허목!”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른 소년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양쪽 귀를 두드리더니 불룩 튀어나온 두 눈으로 한제를 응시하며 매섭게 외쳤다.
“선마술(仙魔術), 근동(筋動)!”
그 날카로운 외침이 울려 퍼진 순간, 펑 하는 거대한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소년의 거대한 머리 위로 불거졌던 푸른 정맥들이 순간 모두 피부 밖으로 튀어나와 붉은 기운을 띤 푸른색 독사가 됐다. 이 뱀들은 서로 교차 되면서 끝없이 늘어나더니 마치 살로 이루어진 기둥처럼 곧장 한제를 향해 뻗어 나왔다.
허나 한제는 여전히 침착했다. 그가 아무런 신통술을 발휘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쓸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신통술을 발휘할 때는 정확히 용도에 맞게 사용하기는 힘들었다.
또한 상대는 36명의 천강 중 한 명이었다. 아직 나천성역과 연을 끊을 생각은 없었기에 일반적인 수련자가 아닌 천강을 죽일 마음은 없었다.
심지어 이 주작성 밖에는 저 소년이 이끄는 나천성역 수련자 무리가 있으니 지금 상대를 단칼에 죽여 버리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해야 했다.
허나 그는 일단 자신을 건드린 사람은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자였다. 이에 그는 두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두 눈을 번득이던 머리 큰 소년은 덫에 걸린 야수처럼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일생을 비극적으로 살아온 소년이었다. 날 때부터 기형적으로 머리는 크고 몸은 작아 항상 가문 또래들에게 놀림의 대상이었다.
뿐만 아니라 태생적으로 발달이 느려 언제나 바보 같은 웃음을 지어 더더욱 놀림을 받아왔다.
어미조차 기형인 아이를 혐오하여 조금도 신경 써주지 않았기에 그는 어릴 적부터 갖은 무시와 수모를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이 불평등하고 불합리하다는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그는 누구를 봐도 바보처럼 실실 웃기만 했다.
그의 자질도 수련자가 되기에는 부적합해, 열다섯이 되던 해에는 가문에서 쫓겨나 족보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그랬던 그가 5백 년 후 가문에 양자로 나타날 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가문에서 쫓겨났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바보처럼 웃었지만 뜻밖에도 문정기에 이르러 있던 그는 가문에서도 중시받기 시작했고 이후 1천 년 정도가 흐르자 어느덧 양의의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어렸을 적의 경험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은 그는 성격이 비틀어졌고 그간 자신을 업신여기고 놀렸던 이들을 남녀 불문하고 고문 후에 죽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무척 조심했으나, 약 30여 년 전 또 한 사람을 죽이던 중 가문에서도 이를 눈치 채고야 말았다.
결국 그런 상황을 묵인할 수는 없었고 규열기 초기 수준인 가문 선조가 직접 소년을 죽이기 위해 나섰다.
허나 그때,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는 일이 일어났다. 소년은 이미 수십 년 전에 규열기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숨겨왔던 것으로 선조와의 전투에서야 그 전력을 드러냈다. 이 덕분에 죽음은 면했지만 소년은 중상을 입은 채 달아나야만 했다.
이후 숨어 지내던 그는 봉선 의식이 진행되자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고 그의 가문에서는 엄청난 반향이 일었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던 소년의 눈빛이 더욱 흉흉하게 변해갔다.
“크아아아!”
포효를 내지른 소년의 거대한 머리에서 튀어나온 푸른 정맥들에 담긴 선기는 마기를 품은 채로 세상을 갈라버릴 듯이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펑!
그 순간, 펑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수많은 정맥이 교차되어 이루어진 기둥의 끝부분은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그물로 변해 한제를 뒤덮었다.
허나 한제는 침착하게 봉선인(封仙印)을 토해냈다.
봉선인은 눈부신 금빛을 번득이며 수십만 개의 금색 문양을 드러냈고 그 문양들은 금색 회오리를 형성해 사방을 휩쓸었다.
그물이 된 소년의 정맥은 봉선인을 휘감으려 했지만 금색 문양의 회오리에 곧장 튕겨 나갔다. 이어서 문양들이 각각의 정맥에 내리 떨어졌다. 그중 수련자의 원신이 섞인 몇몇 문양의 기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맹렬했다.
쾅!
이 문양들은 굉음을 내뿜으며 다른 문양들보다 1백 배는 더 강력한 봉인의 힘을 발휘했다.
금빛 문양으로 이루어진 폭풍이 삽시간에 퍼져나가면서 소년의 온몸은 완전히 봉인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