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18
이어서 광장 상공에 줄기줄기 검은 기운이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세 사람이 나타났다. 이들은 검은 기운에 휩싸여 있었지만 둘은 사내고 하나는 여인이라는 것과 그들 모두 나이가 많지는 않다는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세 사람은 황궁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세 갈래의 검은 기운이 되어 어디론가 튀어나갔다.
한편, 황성에 가까워질수록 한제의 눈빛은 더욱 싸늘해졌다. 앞서 날아가는 검은 낙인은 이미 황성 대문에 이르러 있었고 그 대문 밖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살기를 품은 채 한제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세 갈래의 검은 기운이 쉭 하고 날아들더니 짙은 원기를 품은 채 한제에게 돌진했다. 동시에 귀신의 곡성이 울려 퍼지며 순식간에 강한 압박감이 사방을 뒤덮었다.
세 사람의 수준은 원영기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발휘한 신통력의 위력은 거의 문정기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그들의 체내에는 이가의 피가 흐르지 않았다. 그저 무궁무진한 원기로만 들어차 있을 뿐이었다. 이미 원령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제련한 모양이었다.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한제는 차게 내뱉으며 순식간에 세 사람 앞에 이르더니 두 손가락을 펼쳐 그중 한 사람을 두드렸다. 그리고 상대가 그 가공할 속도에 반응조차 하기 전에 규열기 초기 수준의 거대한 원력이 체내로 밀려들었다.
펑-!
상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도 채기 전에 그 원령까지도 와해되어 죽음을 맞으며 수많은 원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심지어 나머지 두 원령은 동료가 죽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이 사실을 눈치채고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우리 가문을 상대로 장난을 친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한제는 혼잣말처럼 차게 중얼거리더니 왼손으로 허공을 내리쳤다. 그러자 상상을 초월하는 진동이 일며 허공에서 폭풍을 일으켰다. 이 폭풍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 또 하나의 원령을 흔적조차 남김없이 무너뜨렸다.
“다… 당신은…?”
홀로 남게 된 여인은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했으나, 한제와 눈이 마주친 순간 머릿속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더니 엄청난 힘이 체내에서 폭발했다.
순식간에 세 원령을 완전히 없애버린 한제는 다시 황성으로 향했고 이를 지켜보던 병사들은 입을 쩍 벌린 채 감히 나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여인의 기억
한제는 저 멀리 황궁 앞과 그 앞의 광장을 빽빽하게 메운 병사들, 그리고 대전 안에 있는 가문의 후손들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 옆에 모인 수많은 수련자들은 한제가 너무도 간단하게 국사의 세 제자를 처리하는 모습에 큰 두려움을 느껴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광장 상공에 이른 한제는 아래 모인 이들을 냉랭하게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가 사람이 수백 명 정도였는데 이들의 미간에는 모두 검은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한데 기이하게도 용포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의 미간에는 검은 기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순간, 한제가 눈을 가늘게 떴고 그를 중심으로 가벼운 바람이 불어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그러자 바람이 자신을 훑고 지나갈 때면 사람들은 심신을 바르르 떨었다.
특히 용포를 입은 중년 사내는 한제를 본 그 순간 몸을 덜덜 떨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선,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여인의 눈에서는 어느새 검은 기운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에게서는 수련자로서의 기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용포를 입은 사내가 피를 토하듯 외쳤다.
“이가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저자를 죽여라!”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광장에서 거대한 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균열이 생겨났고 그 안에서 노련한 기운을 풍기는 여덟 명의 노인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들은 곧장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의 눈에 분노가 어렸다. 여덟 노인의 미간에도 짙은 검은 기운이 맴돌았는데 그 안에는 영혼을 보호하는 노란 빛도 깃들어 있었다.
한제는 손을 들어 단호하게 앞을 가리켰고 그러자 여덟 갈래의 흑백 기운이 교차하며 나타나 노인들에게로 돌진했다.
펑!
이 흑백의 기운들은 곧장 노인들의 미간을 뚫고 들어가 그들의 미간에 어린 검은 기운을 무너뜨렸다.
“큭!”
노인들은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을 크게 떨었다. 그리고 이내 떨림이 멈췄을 때, 그들의 눈빛은 맑게 변해 있었다.
그때, 노인 중 한 명이 반사적으로 외쳤다.
“선조 어르신!”
그 말에 다른 일곱 노인의 표정이 급변했다. 뿐만 아니라 그 목소리를 들은 주위의 모든 수련자들 역시 번개라도 맞은 듯 경악했다.
반면 이가 후손들의 표정은 어딘가 기이하게 변했다. 다만 그중 몇 명만이 감격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하늘에서는 여덟 노인의 미간에서 빠져나온 검은 기운이 한데 섞이더니 높이가 수백 척에 달하는 한 마리의 거대한 구렁이가 나타났다.
“캬오오!”
구렁이는 성난 포효를 내지르며 곧장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허나 한제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곧장 타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휘둘렀다.
쾅!
그 한 번에 주먹질에 하늘을 뒤흔들 법한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구렁이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제야 타산은 손을 거두더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한제는 싸늘한 눈으로 한손을 들어 올렸고 손바닥으로 무언가를 찍어 누르듯 가볍게 내렸다. 순간…
콰르릉!
대지가 마치 유성이라도 떨어진 듯 움푹 파였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날아올랐다. 그는 벌거벗은 채로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한제를 쳐다보았는데 눈빛에는 은근한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우리 가문 후손의 몸에 원령을 기른 책임을 묻겠다.”
한제는 싸늘하게 내뱉은 후 오른손에 전광을 소환한 채 곧장 그 벌거벗을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내의 표정이 급변했다. 아주 깊은 곳에 숨어 있으니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수준은 주작성에 있는 다른 수련자들을 월등히 능가하여 벌써 음의에 이르러 있었지만 지금은 심신이 급격하게 떨려왔다.
그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면서 대전 안에 있는, 알록달록한 옷차림의 여인을 힐끔거렸다.
허나 그녀는 상대를 본 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제가 벌거벗은 사내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며 속으로 냉소했고 오른손을 들어 올려 신통력을 발휘하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벌거벗은 사내를 쫓던 한제의 발아래에서 돌연 파문이 일더니 순식간에 그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헛!”
벌거벗은 사내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그 틈을 타 곧장 도망쳤다. 이를 본 타산이 나서려 했지만 머리 큰 소년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그는 바보 같은 웃음이 걸린 얼굴로 몸을 날렸고 손쉽게 그 사내를 추격했다.
한편,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여인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는 곧장 몸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그럴 틈도 없이 한제가 그녀 곁에 나타나더니 오른손의 두 손가락을 앞으로 뻗었다.
콰르릉!
그 순간, 수많은 천둥번개가 허공에 나타나더니 곧장 한제의 손가락 끝에 응집되었다. 그리고 천둥번개의 힘을 품은 그의 손가락이 여인의 등에 꽂혔다.
“크아아!”
여인은 몸을 격렬하게 떨면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이어서 온몸에서 오색찬란한 빛을 번득이던 그녀의 정수리에서 검은색의 거대한 구렁이가 꿈틀거리며 나타났다. 그러나 그 구렁이는 나타나자마자 무너져 내렸고 여인의 얼굴은 백짓장보다도 창백하게 변했다.
허나 구렁이가 소멸되면서 육신과 원신도 손상을 입은 와중에도 그녀의 정수리 위에서 오색찬란한 봉황 한 마리가 나타나 한제의 일격을 막아섰다.
콰르릉!
격렬한 폭발음이 울렸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면서 신통력을 발휘하려 했지만 어느새 옆에 나타난 한제가 천둥번개를 품은 손가락을 뻗었다.
콰르릉!
“우웩!”
다시 한 번 천둥소리와 함께 여인은 피를 토해냈고 정수리 위의 봉황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여인은 도망치려 했지만 애초에 한제를 따돌리기에는 무리였다. 전광석화와도 같이 한제는 연속으로 네 번의 공격을 진행했다.
쾅! 쾅! 쾅! 쾅!
“크아악!”
여인은 격하게 몸을 떨었고 중상을 입었으며, 마지막 공격이 떨어진 순간에는 정수리 위의 봉황까지 비명을 내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난 봉란성(鳳欒星) 칠봉(七鳳) 중 하나다! 감히 나를 죽일 셈이냐!”
여인은 당황한 목소리로 날카롭게 소리쳤다.
허나 한제는 냉소하며 순식간에 그녀의 뒤에 이르렀고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오른손 두 손가락으로 흑백의 기운을 소환하여 상대의 오른쪽 어깨를 내리쳤다.
“크으으…”
흑백의 기운이 체내로 뚫고 들어오자 여인은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육신이 펑 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육신에서 빠져나온 원신은 도망칠 틈도 없이 흑백의 기운에 갇혀 한제의 앞으로 끌려왔다.
한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인의 원신에 손을 뻗은 뒤 수혼술(搜魂術)을 발휘했다.
“끄아아!”
여인의 원신이 격하게 떨리며 비참한 비명이 퍼져 나갔다. 동시에 한제는 그녀의 기억들을 마치 종잇장처럼 훑어보기 시작했다. 한데 그의 안색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마지막 기억까지 모두 살핀 한제는 오른손을 꽉 움켜쥐어 여인의 원신을 한 덩어리 원기로 만들어 꿀꺽 삼켜버렸다.
사실 이 여인은 수준을 완벽하게 숨기고 있었지만 한제는 처음부터 그녀가 양의의 수련자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후손들 미간에 어린 검은 기운이 그녀의 오른손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그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들의 생사까지도 그녀가 통제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사내를 위협해 여인을 방심하게 한 것이었다.
한편, 여인의 숨이 끊어진 순간, 대전 안에 있던 이가 사람들 중 절반은 피를 토하더니 두 눈이 어두워지며 풀썩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미간의 검은 기운이 사라지면서 밝은 눈빛을 되찾았다.
그들은 감격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더니 하나둘 꿇어 엎드렸다.
이들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선조의 초상화를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기에 정신을 차리자마자 단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선조님, 다 저희의 불찰입니다.”
여덟 노인도 분분히 꿇어앉았다.
그 말에 한제는 꿇어앉은 용포 차림의 중년 사내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분명 잘못했지. 같은 가문 사람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한제의 냉랭한 호통이 천둥처럼 울리자 중년 사내의 표정이 크게 변하더니 그대로 정신을 놓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이가 사람들도 흠칫하더니, 어두워진 얼굴로 정신을 잃은 중년 사내를 힐끔거렸다.
길게 한숨을 내쉰 한제는 사방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다른 수련자들에게 포권을 했다.
“도우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이가를 보살펴줘서 정말 고맙네!”
그 수련자들 역시 공손한 자세로 포권을 마주했다.